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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만 마탑주-220화 (220/337)

나 혼자만 마탑주 220화

[속보 - 마탑주 김유신 세계길드 도전 공약!]

[대한민국 정말 M10 가능한가?]

[프로스트의 김유신 죽이기, 사실은 마탑을 빼앗기 위함이었다!]

대한민국 전체가 다시 한번 난리가 났다. 마탑에 대한 특집 기사들이 우수수 쏟아져 나오며, 이제는 방송을 보지 않은 사람들도 마탑에 대해서 알게 됐다.

우리는 기자들이 몰리기 전에 서둘러 마탑으로 돌아왔다.

"우리 밖에도 못 나가요?"

나는 1층 로비의 황금 소파에 드러누워 신나라와 통화하고 있었다.

-지금 상계동 통제구역에 취재진들이 미친 듯이 몰리고 있나 봐요.

경찰들이 나서서 막고 있으니까, 당분간은 탑에서 몸 사리고 있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그렇게 할게요. 오늘 하루도 고생하셨어요 신 대표님."

-넵! 김 헌터님도 식사 챙겨 드세요!

그녀와의 통화를 마친 나는, 먹다만 시금치 녹즙을 쪽쪽 빨아 마셨다.

아, 이 녹즙 특유의 씁쓸한 맛이 정말 좋다.

그리고 옆에는 은솔이 나를 따라하듯 오렌지 주스 팩을 쪽쪽 빨아마시고 있었다.

"솔아. 너도 시금치 녹즙에 도전해볼래? 이 씁쓸한 맛에 중독되면

"시금치 싫어!"

그녀가 도리도리 고개를 저으며 거부 의사를 표했다.

"선배님!"

바닥에 앉아 포션 물량을 확인하던 진보라가 내 쪽을 찌릿 노려보았다.

"얘한테 자꾸 이상한 거 먹이려 하지 마세요!"

"……이상한 거라니! 이게 얼마나 몸에 좋은 건데!"

"말 나온 김에, 포션 창고에 홍삼차 한 통 몰래 숨겨둔 거 선배님이죠?"

나는 뜨끔한 표정을 지었다.

"어, 어떻게 알았어?"

"여기서 그런 거 먹는 사람이 선배님밖에 더 있어요? 안 그래도 인터넷 리뷰에 병에서 홍삼 냄새난다는 이야기 올라왔다고요."

윽, 갑자기 미친 듯이 부끄럽다.

"……내일모레까지는 다 먹을게."

우리가 그런 실 없는 이야기를 주고 받고 있는 사이, 4층팀은 노트북앞에 둘러앉아 인터넷 반응을 살피고 있었다.

나대용이 등을 돌리며 말했다.

"스승님! 인터넷 검색어 순위가 전부 다 마탑이랑 김유신으로 도배됐습니다! 이거 정말 괜찮을까요?"

"네, 괜찮아요."

내가 손을 휘휘 저으며 말했다.

"전 세계가 마탑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을 뿐이지, 사실 뭐 크게 바뀌는 건 없어요. 우리는 평소 해왔던 대로 일하면 됩니다."

"알겠습니다!"

4층팀이 일제히 대답했다.

"아, 그리고 말하는 거 깜빡했는데, 금제 마법에도 변화를 줬어요. 이제 밖에 나가서 마탑 이야기를 해도 마나가 역류하거나 하진 않을 거예요."

"아싸!"

제일 먼저 진보라의 환호성이 들렸다.

"물론 대외비 지침과 보안 규정은 그대로 유지됩니다. 마탑이 어디 있고, 어떤 곳인지 정도는 밝혀도 되지만 각 층 시설에 대한 정보나 대서재의 문건, 프로젝트 내용 같은건 무조건 보안을 지켜주셔야 합니다. 다 아시죠?"

"그럼요!"

"알겠습니다!"

그때 4층팀의 차도연이 손을 번쩍 들었다.

"네, 도연 씨. 궁금한 거 있어요?"

"그럼 이제 마탑에 200명 넘는 사람들이 우르르 들어오는 거예요?"

"아뇨, 아뇨. 당분간은 그런 걱정 안 하셔도 돼요."

이른바 마탑은 1군, 상계동 신사옥은 2군이다.

마탑에 출입할 수 있는 마법사는 내가 직접 공을 들여서, 고르고 골라 실력 좋고 믿을 만한 사람들로만 뽑을 생각이다.

"자, 여러분. 의논도 좋지만 식사부터 하시죠."

앞치마 차림의 에아가 음식이 담긴 접시를 허공에 잔뜩 띄운 채 나타났다. 모두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건 다 언제 준비한 거야?"

"연회 가기 전에 미리 장 봐왔죠."

포션 수량 확인을 끝낸 진보라가 자리에서 일어나 말했다.

"마탑 공개 겸, 선배님 복귀 겸, 축하파티예요!"

"와!"

"오늘 또 죽도록 달려봅시다!"

그래. 일은 벌여놨고, 이제 물살처럼 흘러들어 오는 변화를 피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근본은 바뀌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모두가 함께 음식 세팅을 마치고 잔에 샴페인을 채웠다.

그리고 잔을 높게 들어 올렸다.

"마탑을 세계 진출을 위하여!"

"위하여!"

우리는 계속 앞으로 나아간다.

* * *

헌터의 날 행사가 끝나고 며칠 뒤, 세계 연맹 본부에서 일주일간 큰 회의가 열린다.

나 또한 연맹 본사가 있는 스위스 제네바에 도착했다.

그것도.

"우웨엑!"

협회장의 자가용 전투기로 말이다.

"으휴, 사내새끼가 칠칠치 못하게."

"협회장님, 요즘 그런 발언은 여론의 집중포화…… 우웨엑!"

한동안 속을 좀 게워내니 비로소 정신이 들었다. 우리는 마중 나와 있던 차량에 탑승해 연맹 본부로 향했다.

나는 창밖으로 슝슝 지나가는 스위스의 거리를 보다가 말했다.

"연맹 본부에는 처음 가봐요."

사실 나는 조금 들떠 있었다.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가진 헌터 기관인 세계 헌터 연맹.

평생 본부의 문턱조차 못 밟아본 헌터들이 얼마나 많겠는가. 나는 운이 좋은 편이다.

"별거 없어. 다 사람 사는 곳인데 뭘."

반면 협회장은 시큰둥한 반응이었다. 딱 봐도 연맹 본부에 가는 게 그리 즐겁지는 않은 모양이다.

하긴, 그녀는 여기 와봐야 허구한 날 파견병력 내놓으라는 둥 잔소리를 듣는 게 일상일 테니까.

그녀와 수다를 떨다 보니 오래 지나지 않아 목적지에 도착했다.

세계 연맹 본부는 과연 명성에 걸 맞게 상당히 컸다. 건물 하나가 끝이 아니라, 하나의 도시처럼 부지가 형성되어 있었다. 이 안에 공원, 식당가, 호텔, 병원 등등 모든 편의시설이 다 갖춰져 있다.

우리는 입구에서 공인증을 제시하고, 여러 번거로운 생체 인식까지 마친 후에야 삼엄한 보안 구역을 지날 수 있었다.

우리가 탄 차는 부지에서 가장 호화스러운 건물 앞에서 멈춰섰다.

"가자, 유신아."

그녀가 정장 재킷을 입으며 말했다.

"네!"

안으로 들어서니 일단은 규모에 압도된다.

비정상적으로 높은 천장과 홀 중앙에 떡 하니 설치된 거대한 헌터 동상 구조물에는 위엄마저 느껴졌다.

그리고 이 드넓은 공간이 세계 각지에서 온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넥타이를 휘날리며, 입에는 토스트, 어깨로 전화를 받으며 두 손으로 터치패드 좌판 두들기는 사람들의 모습은 그야말로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자, 여기선 모든 행동거지를 주의해. 진짜 별의별 사람들이 다 있으니까."

"알겠습니다."

나는 가볍게 옆 머리를 만지고 넥타이를 똑바로 맨 다음, 그녀의 뒤를 따랐다.

"호텔 등록은 해뒀어. 안내 데스크에서 공인증만 제출하면 알아서 다 해줄 거야. 그리고 난 좀 이따 세계협회장 회의가 있어서 가봐야 해."

"저도 세계길드 심사 건으로 가봐야 하니까요. 그럼 여기서 헤어지는 건가요?"

"아니, 그전에 중요한 이슈를 처리해야지."

"그게 뭔데요?"

그녀가 나를 돌아보았다.

"네 공인 2급 승급 건."

"아……!"

"3급 쩌리가 세계길드 수장을 한다고 나서면 욕이란 욕은 다 먹을 거야. 일단 내가 승급 신청은 해놨으니까 어떻게 됐는지 가보자."

"네!"

드디어 여기까지 왔다.

사실상 인류가 도달할 수 있다는 한계점이자 최정상에 속한 라인.

각국 협회에서도 임명 권한이 없는, 오로지 세계 연맹의 심사를 받아야 올라설 수 있는 위치.

'정말 나도 오늘 공인 2급이 되는 걸까?'

우리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이동했다.

수 많은 방, 수 많은 사람들이 가득한 곳에서도 그녀의 걸음걸이는 거침이 없었다. 이 건물의 지리를 무척이나 잘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여기야."

그녀는 대뜸 문을 발로 차며 방 안으로 들이닥쳤다.

"헤이, 닉! 여깄냐?"

닉이라고 불린 금발의 배불뚝이 남자는, 터프하게 사무실에 들이닥친 협회장을 보며 눈을 깜빡였다.

"아, 어떤 미친 놈인가 했더니 자네로군."

"응. 그래 나야. 거두절미하고, 부탁한 건 어떻게 됐어?"

"무얼 말하는 겐가?"

"이 영감탱이 또 시치미 떼는 거봐. 우리 유신이 공인 2급 처리 어떻게 됐냐고!"

닉의 시선이 잠시 내게로 옮겨졌다. 높은 사람 같아서 나는 얼른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흠흠, 그게……."

"말 돌리지 말고 빨리 말해. 됐어? 안 됐어?"

"바, 반려 처리됐네."

협회장의 눈이 사납게 치켜떠졌다.

"어. 째. 서?"

"2급으로 올라가기에는 성과가 부족하단 결론이야."

닉이 책상 위의 서류를 보며 말했다.

"3급 이후에 해외파견 한 건, 국내재앙 한 건, 아직 사건도 종결되지 않은 프로스트 체포 한 건. 이 정도의 성과로 2급 자격을 주는 건 조금 무리가……"

쾅!

협회장이 무서운 얼굴로 다가와 닉이 앉은 책상을 짓밟았다.

닉이 화들짝 놀라며 등을 빼자, 그녀는 오히려 얼굴을 쭉 들이밀었다.

"똑바로 말해야지."

협회장의 입꼬리가 비틀렸다.

"그냥 해외 파견 한 건이 아니라, 대재앙으로부터 아프리카 대륙 전체의 해방이야. 그리고 반역자 쓰레기 새끼한테 나라 하나 홀라당 넘어갈뻔한 것도 이 녀석이 막았지. 이런 커리어를 또 어떤 3급이 할 수 있는데?"

나는 그저 조용히 뒤에 입 다물고 있었다.

이거 분위기가 마치…… 아이 성적을 듣고 교무실에 달려가 분노를 표출하는 학부모를 보는 느낌이다.

"하, 하지만 이미 반려 처리가 된 부분일세. 내 권한 밖인……"

"지랄 염병한다. 맨날 권한 밖이니, 관할 밖이니! X발 니네 진짜 일 처리 이따위로 할래?"

"으악, 협회장님!"

그녀가 팔까지 걷어붙이자 나는 뒤늦게 달려가 그녀를 뜯어말렸다.

"전 괜찮습니다! 그냥 해외 파견한 건 더 완료하고 오죠 뭐."

"내가 안 괜찮아아악!"

두 팔을 붙잡힌 그녀가 고함을 지르며 버둥거렸다. 그때마다 팔꿈치가 내 얼굴에 틀어막혔다.

아프다. 슈트 역장이 적용되고 있는데도 엄청 아프다.

"에이 씨, 안 되겠어!"

닉의 책상을 몇 번이고 발로 내리깐 그녀가 나를 돌아보았다.

"연맹 이 새끼들, 요즘 좀 조용히 있었다고 날 X나 얕보는 거야."

……아니, 상식적으로 누가 당신을 얕봅니까.

"오늘 내가 연맹 새끼들 모조리 다 갈아엎는다."

"협회장님, 참으세요!"

"에이 씨X, 눈에 훤-하다. 우리 M10 진출을 막으려는 일본이나 캐나다 같은 새끼들이 뇌물 꼬라박았겠지. 이 상황에 우리 쪽에 2급 한 명 더 추가되면 지들이 꿀릴지도 모르니까."

그녀가 책상에 있는 볼펜을 쥐더니 강하게 내팽개쳤다. 그것은 정확히 닉의 책상에 팍! 하고 꽂혔다.

닉이 '히이익!'소리를 내며 물러섰다.

"내 말 틀렸어? 이 씨X라마야."

"아, 아닐세! 결코 그런 게……!"

"꺼져 X발. 유신아, 따라와!"

그녀는 닉의 방을 박차고 나와 성큼성큼 걸었다.

과연 우리 협회장은 본부에 와서도 막무가내였다. 전 세계에서 왜 그녀를 또라이니 개망나니니 하고 부르는지 납득할 수 있었다.

또 뭔가 사고 칠까 봐, 나는 그녀의 뒤에 착 달라붙었다.

"오오! 저 사람 홍율 아니야?"

"맞는 것 같은데."

이질적인 붉은 머리 때문인지 사람들이 그녀를 알아보고 웅성거렸다.

"Hey!"

그때 한 서양인이 아는 척을 하며 다가왔다

"홍율 헌터! 오랜만이오! 뉴질랜드 전선에서 나 기억하지? 플래시……"

"Fuck off! 다 꺼져!"

그녀가 비럭 소리치며 지나갔다.

단박에 무시당한 플래시 뭐시기는 시무룩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죄송해요. 우리 협회장님이 지금 안부 주고 받을 기분이 아니라.

엘리베이터를 타고 성큼성큼 걸어가는 그녀는 그야말로 달리는 폭주기관차 같았다. 건들면 다 죽을 것 같은 분위기에 아무도 그녀에게 말을 붙이지 못했다.

건물과 건물이 연결된 통로를 지난우리는 완전히 새로운 건물 안에 들어왔다.

그녀는 직원에게 헌터 등급 심사위원회가 있는 곳을 물었고, 직원은 처음엔 대외비라고 대답했다가 매우 직관적인 살해 위협을 느끼고 실토했다.

그리고 마침내.

쾅!

"다 튀어나와 개 새끼들아!"

커다란 회의실 방문을 박차고 그녀가 들이닥쳤다.

그곳에는 10명가량의 연맹 배지를 찬 남자들이 자리에 앉아 있었다.

딱 봐도 '나 높은 사람이오'하는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그들 중에서 누군가는 '이게 지금 무슨 무례…….'까지만 말하다가 홍율을 보고는 납득했다는 듯 웃었다.

……대체 얼마나 익숙한 거야.

"자, 진정하시오. 홍율 헌터."

가운데에 앉은 중후한 인상의 노인신사가 말했다.

연맹 배지 옆의 명찰을 확인해 보니 '헌터 등급 심사위원회장 스티븐 콜린스'라는 이름이 보였다.

"내가 지금 진정하게 생겼어?"

홍율이 도끼눈을 뜨며 말했다. 콜린스는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면서도 그녀의 눈을 피하지 않았다.

두 사람 간의 시선에 불똥이 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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