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혼자만 마탑주 208화
"크, 크윽!"
홍율과 시선이 마주치자 얼굴이 새하얗게 질린 프로스트는 그대로 강단 밖을 빠져나가 도주했다.
홍율이 쫓아가려 했지만 뇌제 한전우와 유닉스 정예 헌터들이 벽처럼 버티고 섰다.
"비켜."
"죄송합니다 협회장님. 그렇게는 안 되겠습니다."
홍율이 픽 웃었다.
"이제 협회장은 내가 아니라 저쪽이지. 븅딱아."
"……용서하시길."
한전우의 두 팔에 격렬한 전격이 휘몰아쳤다.
동시에 헌터들이 헌팅 디바이스를 뽑아 들며 달려 들었다.
"좋아. 각자 입장이 있단 거지?"
광기에 젖은 얼굴의 홍율이 주먹을 쥔 채 몸을 날렸다.
꽈아아아아앙!
강단 위에서 맹렬한 폭발이 일어나며 헌터들의 몸이 장난감처럼 날아갔다.
충격으로 천장이 쩍쩍 갈라지자, 기자들은 상체를 낮추고 전쟁터가 된 회견장을 빠져나갔다.
"허억! 헉! 헉!"
프로스트 또한 경비들과 함께 도망치면서 무전을 켰다.
"여기는 협회장이다! 회견장에 홍율로 변장한 마인이 나타났다! 당장 재앙 비상사태 선포하고 협회와 유닉스, 모든 동맹 길드의 전력을 집중시켜. 인터넷 통제 잘 하고 홍율과 관련된 영상이나 글은 칼같이……"
프로스트의 말이 멈췄다. 그의 얼굴 앞으로 누군가의 다리가 잔상을 일으키며 다가오고 있었다.
터어어어어엉!
프로스트의 몸이 뒤로 주르륵 밀려났다. X자로 교차한 그의 팔에 얼음 조각들이 후두둑 떨어졌다.
"어딜 그리 급하게 가?"
다리를 내린 유신이 삐딱하게 웃었다.
"러시아에서 선물 잘 받았어."
"김유신……! 너도 살아 돌아온 거냐!"
"보시다시피."
프로스트가 혀를 차며 손짓 했다.
집행부의 헌터들이 곳곳에서 튀어나와 유신을 포위했다.
그사이 프로스트는 반대쪽 문으로 도망치며 소리쳤다.
"수단과 방법 가리지 말고 놈을 죽여!"
"참나."
유신이 픽 웃었다.
그래도 공인 2급인 만큼 직접 싸울 줄 알았는데 줄행랑이라니. 사실 실력은 별로인 거 아닌가?
주위를 포위한 여섯 명의 헌터들이 한꺼번에 달려왔다.
유신은 오른발에 데바스타를 켜고는 바닥을 밟으며 발동했다.
그의 몸이 전면으로 빠져나가자 헌터들은 다급히 브레이크를 밟으며 멈춰 섰고, 유신은 등에 멘 스펙터의 손잡이를 붙잡았다.
슈슉!
그들이 뭉쳐 있는 자리에 스펙터한 자루가 전이되었다. 검면에는 무수한 마법진들이 그려져 있었다.
"……!"
유신이 주먹을 꽉 쥐자 6공정 '플레임 타우로스'들이 일제히 폭발했다.
폭발에 집어 삼켜진 헌터들의 몸이 사방팔방으로 날아가 벽과 바닥에 격한 충돌음을 내며 연달아 처박혔다.
유신은 느긋하게 오른팔을 들었다.
스펙터가 팟! 소리를 내며 손 안으로 들어오자 그대로 아래로 내리그었다.
까앙!
"큭!"
폭발을 뚫고 들어온 투명 능력의 검사가 허공에서 나타났다.
"대마도사! 언제 검을!"
"뭘 놀란 표정이야? 나도 무기 좀 쓸 수도 있지."
깡!
헌터가 스펙터를 쳐내며 물러섰다.
유신이 손에서 검을 떨어뜨리며 팔을 뻗자 파이어 캐논이 생성되어 날아갔다.
헌터가 혀를 차며 뒤로 물러났다.
퍽!
"……!"
어느새 스펙터가 그의 등 뒤에 위치해 있었다.
<윈드 사지타리우스>
터어어엉!
등 뒤에서 발동한 충격파가 헌터의 몸을 밀어냈고 피할 여지 없이 정면의 화염구에 부딪치고 말았다.
터져 나오는 폭발구름을 보며 유신은 등을 돌렸다.
'에아. 프로스트의 도주로를 파악해 줘.'
-Yes. 탐지 마법을 개시합니다.
어느새 스펙터는 원래부터 그 자리에 있었다는 듯 유신의 등 뒤로 돌아와 있었다.
* * *
에아가 위치 추적에 성공했다. 유신은 연이어 유리창을 깨면서 최단거리로 달리고 있다.
'이 건물 더럽게 넓네, 진짜!'
-전방 300m 앞입니다!
'알았어.'
유신은 문을 박차고 널찍한 중앙건물로 뛰쳐나왔다.
쇼핑몰이 밀집된 지역이었는데 사람들은 이미 대피했는지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저 멀리, 프로스트가 경호원들과 함께 엘리베이터를 타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프로스트!"
유신의 외침을 들었는지 프로스트가 인상을 구겼다.
문이 닫히려 하고 있다.
'데바스타로 한 번에…'
"어이쿠, 안 되지."
후웅
측면으로부터 쇄도하는 공격에, 유신은 다급히 뒤로 물러섰다.
"네 상대는 이쪽이야."
타닥. 유신의 앞에 블랙잭이 나타났다. 그사이 엘리베이터는 닫히고 말았다.
"못 본 사이 무기도 생겼네. 격투로는 안 되겠다 싶으니까 검사로 전향했나?"
유신은 미소 지으며 자세를 낮추었다. 그의 뒤쪽으로 파이어 캐논들이 이글거리며 모습을 드러냈다.
"만나고 싶었어, 블랙잭. 너한테 처맞은 게 두고두고 기억나더라."
"담아두는 타입이군."
블랙잭이 키득거렸다.
유신이 화염구를 발사하려는 순간, 짝! 하는 소리와 함께 마법진들이 흐물거리며 대기 중의 마나로 흩어졌다.
"벌써 날 잊었습니까."
웨이브 마스터가 기둥 뒤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그래, 저 녀석도 있었구나.'
"이걸로 특기인 마법은 봉인이네? 예전이랑 똑같은 상황이야."
블랙잭이 히죽거리며 주머니에서 오른손을 뺐다. 그의 주먹에 마력이 담기며 기이한 잔상이 일었다.
"봉인은 무슨."
유신이 손바닥을 펼쳤다. 블랙잭의 주위로 순식간에 윈드 사지타리우스 마법진들이 펼쳐졌다. 블랙잭의 표정이 한 순간 굳어졌다.
'빠르다!'
"막아봐."
유신이 펼친 손바닥을 쥐자 지체없이 마법진이 폭발한다.
블랙잭이 충격에 날아가고 짝! 소리가 나며 웨이브 마스터의 파장이 아무것도 없는 허공을 출렁였다.
"어?"
이것이 바로 시련의 성과였다.
웨이브 마스터의 당혹스러운 표정이 볼만 했다.
쾅!
날아간 블랙잭의 몸뚱이가 액세서리숍 진열대에 부딪혔다. 머리 위로 목걸이와 반지 따위가 흘러내렸다.
그가 퉷! 하고 입안에 들어간 금반지를 뱉으며 소리 질렀다.
"야, 너 뭐 해!"
"아, 아니. 평소처럼 했는데……!"
유신은 삐딱하게 웃으며 이번엔 웨이브 마스터의 머리 앞에 대놓고 마법진을 시전했다.
웨이브 마스터가 기겁하며 손바닥을 맞부딪치려는 순간.
<윈드 사지타리우스>
웨이브 마스터의 얼굴에 충격파가 작렬하며 뒤쪽 기둥에 머리를 강하게 박았다. 박수를 치려던 그의 두손은 허무하게 허공을 갈랐다.
"끄아악!"
그가 무릎을 꿇고 뒤통수를 마구 어루만졌다.
슈트의 역장 효과가 적용되고 있어도 충격은 대단했다. 골이 뒤흔들리는 위력에 세상이 온통 조각조각 난 것처럼 보였다.
"공인 3급의 근성을 보여주십쇼. 선배."
유신이 저벅저벅 다가왔다. 그의 손가락이 춤추듯 움직이자 웨이브마스터의 몸 군데군데에 마법진이 생겼다.
그가 다급히 박수를 치려 했으나.
빠악!
그보다 빠르게 사지타리우스가 웨이브 마스터의 옆구리에 작렬했다.
이번에도 파동은 한발 늦게 펼쳐진다. 웨이브 마스터가 부들부들 떨며 박수 자세를 취했다.
뻐억!
이번에는 가슴. 그의 몸이 뒤로 밀려나 기둥에 꽉 붙었다.
쩌억
이번엔 복부. 웨이브 마스터가 허리를 숙이며 헛구역질했다.
슈트의 역장 게이지가 모두 사라지며 이제는 그냥 맨몸이었다.
뻐억! 퍽! 빠악!
일방적인 구타가 이어졌다. 공인 3급이 같은 3급을 가지고 놀고 있었다.
"에이, 싱겁게 왜 그래요? 힘내보세요. 제 하드 카운터잖아요?"
"제, 제발 그만! 커흑!"
시련에 한 번 다녀온 것으로, 두 사람 간에 존재하던 상성은 완전히 뒤바뀌어 있었다.
이제는 유신이 더 빠르다.
웨이브 마스터가 이를 악물고 박수의 속도를 더 끌어올리거나, 아예 박수를 안 치고 능력을 시전하기도 했지만, 이상한 곳에 힘이 발동되는 등 안 하니만도 못했다.
평소의 루틴이 아닌 움직임으로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 리 만무하다.
연달아 사지타리우스를 시전 하던 유신이 다리를 움직이며 몸을 옆으로 기울였다. 블랙잭의 발이 허공을 가르고 지나갔다.
"이 새끼!"
촤아아아아악!
바닥을 긁으며 착지한 블랙잭이 얼른 뒤를 돌아보았다.
웨이브 마스터는 완전히 정신을 잃고 쓰러져 있었다.
"……대체 던전에서 뭔 일이 있었던 거냐!"
"별거 없어. 당신들이 공략했던 그 패턴에서 새로운 패턴 몇 개가 추가 됐다고 보면 돼."
유신이 마력을 끌어올리며 말했다.
"물론 그걸로 전체 스타일에 변화가 생기지만."
"자뻑 작작해!"
블랙잭이 돌진 자세를 취하자 유신은 손바닥을 펼쳐 그의 앞에 6공정 마법진을 깔았다. 그러곤 바로 주먹을 쥐었다.
꽝!
플레임 타우로스가 폭발했지만 블랙잭의 몸이 잔상과 함께 옆으로 이동했다.
'흠.'
유신의 눈이 가늘어졌다.
'평범한 스피드 타입이 아니야. 속도업과 환영 효과가 동시에 들어가는 희귀한 고유 능력.'
러시아에서 처음 그와 상대할 때는 정말 애를 먹었었다.
유신은 이번엔 아이스 자벨린을 연달아 꺼냈다. 웨이브 마스터를 잡았으니 2공 정도 마음껏 쓸 수 있다.
-타깃 위치 확인. 사출을 개시합니다.
에아의 유도에 따라 얼음의 창들이 연달아 쏘아져 나갔고, 블랙잭은 기묘한 스텝을 밟으며 회피 기동했다.
그의 몸이 무수한 잔상을 그리며 얼음창을 피해내고는 유신과의 거리를 좁혀 나갔다.
"하하! 그게 맞겠냐!"
창을 피해 우측으로 미끄러지는 블랙잭의 옆으로 허공에 마법진이 떡하니 기다리고 있었다.
화들짝 놀란 그가 다급히 몸을 틀었다.
꽈앙!
그보다 빠르게 폭발한 마법에 휘말려 블랙잭이 우당탕탕 바닥을 굴렀다. 역장 게이지가 상당히 내려가 있었다.
"맞을 것 같은데?"
"이 새끼!"
유신의 주위에 펼쳐진 아이스 자벨린들이 기세를 멈추지 않고 쏟아져 내린다.
블랙잭이 다시 잔상을 그리며 미끄러지듯 회피해 나가지만, 그의 동선을 예측하고 절묘하게 설치된 타우로스들이 작렬한다.
'두 마법을 섞어 쓰는 건가!'
일직선으로 발사되는 아이스 자벨린과, 허공에서 설치되어 즉발하는 타우로스의 조합.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블랙잭은 혼란스러웠다.
'그럼 이쪽도 페이크를 건다.'
블랙잭이 오른쪽으로 몸을 기울인다. 그러자 바로 오른편에 타우로스가 설치된다.
블랙잭은 히죽 웃으며 방향을 비틀어 왼쪽으로 꺾는다.
'완급 조절은 너만 하는 게 아니……'
콰득!
오른쪽 다리에 통증이 일며 그의 몸이 휘청거렸다. 타우로스에 너무 신경을 쓰는 사이, 아이스 자벨린에 맞은 것이다.
아니, 그것뿐만이 아니다.
'얼음창의 속도가 다 달라.'
유신은 에아에게 아이스 자벨린 대리 시전을 맡긴 채, 몇 개의 아이스자벨린은 직접 수식을 추가해 속도를 올려 직접 발사하고 있었다.
전면에 날아오는 아이스 자벨린.
이동 방향에 설치되는 타우로스의 위치.
게다가 빠른 아이스 자벨린과 느린 아이스 자벨린의 속도 차까지 신경써야 했다.
같은 능구렁이 타입이라도 격이 달랐다.
"끄으으으!"
슈트의 역장이 깨지고 블랙잭의 맨몸에 직접 얼음창이 틀어박힌다.
상처는 물론, 냉기에 의해 피가 식고 체온이 떨어지며 컨디션이 망가 져 간다.
허벅지, 팔, 종아리 등. 온갖 부위에 얼음창이 박혔다.
"크아아아!"
이대로는 체력이 다할 때까지 능욕당할 뿐이다.
블랙잭이 지면을 강하게 딛고 정면 돌파했다. 순식간에 얼음창이 여섯개 틀어박혔지만 상관치 않고 주먹을 뻗었다.
터업.
유신은 피하지 않았다. 손을 펼쳐서 가볍게 다가오는 팔을 밀어냈다.
"……!"
이를 악물며 팔을 회수한 블랙잭이 이번엔 왼 주먹을 뻗었다.
잔상은 복부 쪽으로 보내고 진짜는 얼굴을 향해.
후우우웅!
그러나 주먹은 허공을 갈랐다.
자세를 낮춰 피해낸 유신은 비웃음을 흘리고 있었다.
"이익;"
격분한 블랙잭이 후속타를 가하려는 순간 쩍! 소리와 함께 세계가 뒤흔들렸다.
유신의 발에 맞은 그의 안면이 일그러지며 바닥에 내팽개쳐졌다.
"뻔해. 뻔해. 너무 뻔해. 블랙잭 선배."
유신이 다리를 내리며 사악하게 웃었다. 블랙잭은 기겁하며 뒤로 파바박 물러났다.
"마음에 담아뒀다고 했잖아? 저쪽에서도 계속 연구하고, 고민하고, 틈날 때마다 이미지 트레이닝을 반복했어. 잔상이라고 해봐야 결국 원리는 눈속임이더라고."
"김유신……!"
분노로 으르렁거리던 블랙잭이 대뜸 뒤를 돌아보았다.
"지금이야! 쏴!"
전면과 뒤편에 숨어 있던 유닉스 길드의 병력들이 일제히 사격을 개시했다.
<라운드 쉴드>
유신의 주위를 둘러싸는 마력 장막이 총탄을 튕겨냈다.
결국 부하들 쓸 거면서 가오 잡긴."
"입 다물어!"
유신은 피식 웃으며 등 뒤에 멘스팩터를 꺼냈다.
그러곤 대검 겉면에 연속으로 2공정 마법진을 새겼다.
스릉. 스릉. 스릉. 스릉.
마법진으로 도배된 스펙터를 한 손으로 들어 올리고는 그대로 휘둘렀다.
슈슉!
휘둘러진 스펙터가 뒤편의 병사들이 가득한 한가운데에 나타나 바닥에 박혔다. 놀란 그들의 시선이 대검 쪽으로 향했다.
"발동."
화르르르륵!
콰아아악!
대검의 사방에서 무수히 많은 파이어 캐논, 아이스 자벨린, 윈드 커터들이 쏟아져 나왔다.
순식간에 마법 난사에 휘말린 병사들의 진형이 초토화됐다. 모두가 입을 벌리며 그 모습을 보았다.
"큭! 계속 쏴!"
"방어벽을 깨!"
전면의 병사들이 화력을 높였다.
유신은 전면의 적을 바라보며 양손을 척 뻗었다. 그의 오른쪽 눈에서 마력이 불꽃처럼 타올랐다.
"잘 쓰겠습니다. 대선배님."
조용히 중얼거린 유신이 입을 찢으며 마법을 발동했다.
<윈슬로 오리지널 - 락 그라비티>
쿠구구구구구구구!
전방위에 거대한 압력이 작렬했다.
"큭!"
"이게 뭐야!"
전면 병사들의 총부리와 포대가 아래로 향했다. 몇몇은 입고 있는 장비에 짓눌려 무릎을 꿇거나 바닥에 엎드리게 됐다.
"주, 중력 기술인가!"
"버텨라! 저대로는 놈도 공격하지 못해!"
그 말을 들은 유신이 피식 웃었다.
"물론 진짜는 위지."
콰르르르릉!
천장이 통째로 무너져 내리며 그 잔해가 병사들을 뒤덮었다.
온갖 아우성과 비명이 터져 나왔다. 유신은 팔을 내리고 바로 섰다.
"……이 괴물 같은 새끼!"
블랙잭이 품에서 무전기를 꺼내더니 붉은 버튼을 꾹 눌렀다.
쿠쿠쿠쿵!
굉음에 유신의 고개가 돌아갔다.
벽한쪽이 박살 나며 기이한 형태의 거대한 포대가 나타났다.
"와, 이젠 전술병기까지 동원하는 거야? 너무 막장인데 너네."
"죽어라!"
블랙잭이 발사 버튼을 눌렀다.
"……?"
꾹! 꾹!
몇 번을 눌러보아도 장비가 먹통인 것처럼 반응이 없었다.
당황한 블랙잭이 버튼을 처절하게 눌러 댔다.
"갑자기 왜 이래!"
"저거 PHC 제품 맞지?"
"그, 그걸 네놈이 어떻게……?"
유신은 킬킬 웃었다. 백익이 관여되어 있는 걸 알고 있었으니 대비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PHC 모델 등록번호SAO-55671. 해킹 완료.
"한 번 해킹한 걸 두 번은 못하겠냐."
유신은 한쪽 눈을 감은 채 오른손을 권총처럼 말아쥐고 포대를 겨누었다.
6공정 사지타리우스 마법진들이 포대 한가운데에 여러 장 겹쳐진다.
<미네르바 오리지널 - 오버 슈팅>
터어어어어어엉!
PHC 포대 중앙에 커다란 구멍이 뚫렸다.
지직거리면 포대가 이내 펑! 소리를 내며 폭발했다.
"이, 이게 무슨……!"
유신은 검지 끝에 바람을 '후'하고 불고는 팔을 내렸다. 블랙잭의 입이 다물어질 틈이 없었다.
"그럼 이제 결산할까?"
유신의 손가락이 춤을 추었다.
바닥에 펼쳐진 마법진에서 철근이 솟구쳐 쓰러진 블랙잭의 몸을 꽁꽁 묶었다. 그의 몸이 강제로 자리에서 일으켜졌다.
"……크흐흐! 그래, 인정한다. 그 짧은 시간에 2급 수준에 도달한 건 대단해."
블랙잭이 입에서 피를 줄줄 흘리며 웃었다.
"하지만 진짜 2급은 상대해 본 적 없지? 프로스트 님을 만나면 넌……."
"거참, 말 많으시네."
유신이 뚜둑거리며 손가락 관절을 풀었다.
"딱 뒈지기 직전까지만 팰게."
"자, 잠깐만! 나 항복하……!"
쩌어억!
유신의 주먹이 블랙잭의 뺨에 통쾌하게 틀어박혔다.
부러진 이빨들이 사방으로 튀어나갔다.
"그러게 줄을 잘 탔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