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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만 마탑주-200화 (200/337)

나 혼자만 마탑주 200화

"비상! 1급 비상사태 발생!

-인간들이 반란을 일으켰다. 모든 격납고 차량들은 지금 바로 '퀸 오브 빅토리아'로 이동하라!

나는 데바의 눈을 활성화해서 트럭너머의 상황을 살폈다. 총을 든 무장한 안드로이드들이 서둘러 트럭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보인다.

"오케이, 작전은 성공이야!"

윈슬로가 말했다.

"1구역에서 EMP가 정상적으로 발동했다. 모든 전력이 우리 형제들에게로 향하고 있어."

"하지만 진짜 쐐기를 박아 넣는 건 우리라는 말씀이시죠?"

"바로 그거지!"

자율 운전 차량의 시동이 걸리며 이동을 시작한다.

이 차량에 무사히 숨어들게 된 건 우연이 아니다.

이 도시로 들어오는 차량의 '검차관'은 인간이다. 안드로이드는 감각 능력이 인간처럼 발달하지 못했기 때문에, 폭탄물이나 오염물 등을 조사하는 일은 여전히 인간에게 시키고 있다.

그리고 오늘 당직 중에 정체를 숨기고 잠입한 레지스탕스 요원이 있다. 대충 그런 이야기다.

"타이밍을 맞추느라 애를 먹었지. 수십 년을 기다렸어."

무려 세 사람의 일정이 하루 안에 톱니바퀴처럼 맞춰져 돌아가야 한다.

내부에서 EMP 디바이스를 터뜨려 줄 하일드 박사.

박사가 들고 있는 가방을 EMP 디바이스가 있는 가방으로 맞바꿔 줄 게이트 담당자.

그리고 우리를 통과시켜 줄 검차관.

이 세 사람이 근무인 시점이 딱 맞아떨어지는 타이밍. 윈슬로가 오늘이 아니면 이런 기회는 두 번 다시 없다고 말한 이유가 있었다.

휴대기기로 홀로그램 화면을 보던 벨리카가 말했다.

"정상적으로 72번 도로에 진입, 매뉴얼대로 3구역으로 바로 이동합니다."

"좋아. 좋아!"

아까도 설명했다시피 1구역에서의 난동은 페이크다.

1급 비상사태가 발생하면 도시 전역에 퍼져 있는 안드로이드 전력이 집결하도록 되어 있다.

매뉴얼대로라면, 지금 우리가 탄차량들의 전력은 3번 구역 방어를 담당하게 된다.

쿠쿵!

터널을 연상케 하는 지하 통로가 열린다. 일종의 지름길인 모양. 차량들이 빠르게 그곳을 지난다.

"퀸 오브 빅토리아에 진입했습니다."

지하터널을 빠르게 가로지른 차량들은, 이내 벽면에 붙은 무수히 많은 문으로 들어갔다. 우리가 탄 차량도 한곳을 정해 들어갔다. 문이 닫히고, 엘리베이터처럼 부양한다.

잠시 후, 우리는 퀸 오브 빅토리아한복판에 나와 있다. 차량에서 무장한 안드로이드들이 뛰어내리고 있다.

"우리도 이제 간다."

"넷!"

윈슬로가 눈을 감고 두 손바닥을 마주 보게 모았다.

<윈슬로 오리지널 - 오버 스텔스>

우리의 몸이 번쩍거리는 특수 마력으로 코팅되었다. 빛을 반사하는 것처럼 온몸이 무지갯빛으로 반짝인다.

진짜 이게 스텔스라고? 그냥 나 여기 있어요, 하고 광고하는 것 같은데.

"방음 마법도 유지시켜 놨어. 이제 뛰어내려."

"네!"

윈슬로와 벨리카는 망설임 없이 차량의 적재함에서 뛰어내렸다.

나는 불안한 마음에 슬그머니 한발 늦게 내렸다.

'오.'

정말이다. 안드로이드들이 사방에 쫙 깔려 있었지만 아무도 번쩍거리는 우리를 보지 못한다.

"하하하하! 내 마법의 위력에 놀랐나? 후배."

내 표정을 본 윈슬로가 우쭐했다.

"정말 오랜 시간을 투자해 만든 마법이야. 기존 마법사들의 은폐 마법은 안드로이드들의 생체 감지를 피해갈 수 없거든! 하지만 이건 어떤 감지 기술도 무력화시키는 비장의 기술이지. 나 윈슬로야!"

"대단하네요."

하는 행동거지가 좀 못 미덥긴 하지만 역시 마탑주는 마탑주라는 생각이 든다.

"이제 조심해야 할 건 접촉이다! 아무리 스텔스 상태라도 안드로이드랑 부딪히면 바로 들켜 버리니까."

"알겠습니다."

"그럼 가자고!"

우리는 신중하게 걸음을 옮겼다.

사방에 안드로이드들이 깔려 있다.

방음 마법도 유지되는 중이라고는 하지만, 괜히 발소리를 내는 것조차 두려워진다.

들키면 즉시 모든 곳에서 총격이 쏟아질 것이고, 우리는 벌집이 되어 나뒹굴게 될 것이다.

"후우우."

내가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자, 옆에서 걷던 벨리카가 히죽 웃었다.

"너 혹시 쫄았냐?"

"시끄러."

벨리카는 사뿐사뿐 근처에서 있는 안드로이드의 뒤로 돌아갔다. 그러고는 너무 가까이 붙지 않는 선에서 두 손을 위로 올렸다.

"짜안, 토끼 귀!"

"……야!"

내가 기겁해서 말리자 벨리카가 웃음을 터뜨렸다. 윈슬로도 마찬가지로 큰 소리로 웃었다.

"그럼, 그럼, 릴렉스할 필요는 있지만 과도하게 긴장할 필요는 없지! 유연하게 행동해! 그게 바로 저 안드로이드 놈들과는 다른, 인간만의 장점이니까!"

맞는 말이긴 한데 니들은 너무 과도하게 긴장을 안 하는 것 같다고요!

"위대한 탑주님의 마법이야. 뭘 그리 의심해? 갑자기 마법이 풀릴까 봐?"

"아니, 그런 건 아닌데."

"나를 믿어라 후배!"

그가 부담스러울 정도로 하얀 이빨을 드러내며 웃었다.

"나 윈슬로야! 이런 변신계 마법은 내 최고 주특기니까 말이야!"

뭐, 저 괴상한 다이어트 마법을 하루 내내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대단하긴 하지만.

-탑주.

가만히 지켜보던 에아가 말을 걸어왔다.

'왜 그래?'

-탑주는 10대를 약간 못 미덥게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이유가 무엇입니까?

'……글쎄.'

윈슬로가 6대 로이스트와 8대 미네르바에 비하면 임팩트가 떨어지는 건 사실이다.

두 사람은 뭐랄까, 저절로 우러러보게 되는 그런 위용이 있는데 윈슬로는 그냥 평범한 동네 모자란 형같은 인상이다.

하지만 임팩트와 믿음은 다른 문제라고 생각한다.

나는 왜 그를 불안하게 여기는 거지? 외모 때문에? 9층 쓰레기더미에 파묻혀 있어서? 아니, 그런 건 아니다.

'그래. 못 믿는 게 아니라 조금 신경이 쓰여.'

-무엇이 말입니까?

'저 다이어트 마법진 말이야.'

언제나 그의 몸에 붙어서 떨어지지 않는 저 마법진.

잘 때를 제외하면 항상 유지하는 저 마법진.

수식을 보면 역시 비효율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잰스!"

벨리카의 목소리가 들린다.

"뭔 생각을 그렇게 해? 긴장을 풀랬지 아예 넋을 놓으라곤 안 했어. 빨리 와!"

"아, 미안."

그래. 잡 생각은 버리고 일단은 이 미션에 집중하자.

홍율을 구하기 위해.

* * *

우리는 3구역을 넘어 4구역을 걷고 있다.

어딜 가든 경비가 삼엄하다.

매뉴얼로 인한 방어체계가 잘 구축되어 있어서 그런지, 난리가 난 1구역으로 다 몰려가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정말로 자신이 맡은 자리만 딱 지키고 있다.

"자, 저기가 5구역으로 향하는 입구다!"

저기만 넘으면 이브가 있는 6구역으로 갈 수 있다.

그러나 최중요 지역인 만큼 5구역의 보안은 달랐다. 5구역으로 가는 입구는 단 하나뿐이고, 바로 그 '푸른 막'을 통과해야 한다.

"미리 말해두지! 이브가 직접 통제하는 5구역 놈들에겐 내 오버 스텔스 마법이 통하지 않을 거야."

윈슬로가 가방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네? 어째서요?"

"이브는 인간의 감정을 읽을 수 있거든. 그걸로 우리 위치를 추정할거야."

"……마법인가요?"

"그냥 과학기술이야."

윈슬로가 가방을 펼쳤다. 그 안에는 EMP 디바이스가 들어 있었다.

"입구에서 터뜨린 최신형보다는 화력이 약하지만, 잠시 저 게이트를 무력화시키는 정도는 가능하겠지. 더불어 5층 놈들의 전력도 좀 떨어뜨리고."

그가 디바이스를 작동시켰다. 타이 머로 숫자가 떠오르고, 5에서 1씩 줄어든다.

"준비!"

나와 벨리카는 마른침을 삼키며 자세를 낮추었다.

마침내 타이머가 끝나고 EMP 디바이스가 작동했다. 사방으로 전자 기파가 퍼져 나간다.

우웅!

입구를 가로막았던 그 푸른 막이 사라진다.

"지금이야!"

우리는 즉시 안으로 뛰어들었다.

5층은 아래가 푹 파인 싱크홀로 이루어져 있었다. 위를 올려봐도 마찬가지.

까마득히 높은 곳 위에 무수히 많은 층들이 있고, 건너편으로 건너갈수 있는 다리들이 있다.

그리고 하늘에는 수 많은 비행형 안드로이드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수가 너무 많네요."

내 말에, 벨리카가 엄지를 깨물었다.

"이브가 벌써 신식 EMP 디바이스에 대응할 수 있는 업데이트를 마친 것 같아."

그녀의 말대로, EMP 디바이스를 맞아도 저 비행형 안드로이드들은 멀쩡했다.

그럼 저 수를 다 상대해야 하는 건가?

"달리자!"

윈슬로가 말했다.

"위로 올라가면 6구역으로 가는 길이 나와. 두 사람 다 날 따라와!"

"네!"

윈슬로가 앞장서서 달리고 나와 벨리카가 뒤따랐다.

-1급 위험인물 포착.

-즉각 처치한다.

비행 안드로이드들이 눈을 번쩍이더니 우리에게로 비행해 온다. 몇몇은 자리를 지키며 총구를 겨누었다.

그런데 총구에서 발사되는 건 종탄따위가 아니었다. 적색의 레이저가 번쩍이며 날아온다.

"꺄아아아악!"

머리 위로 섬광 다발들이 마구 내리꽂혔다. 레이저에 스친 기둥이 아무런 저항감도 없이 그냥 구멍이 뚫려 버리는 모습에 소름이 끼친다.

'에아. 저거 쉴드로 막을 수 있을까?'

-못 막습니다. 과학기술의 수준이 다릅니다.

'끙.'

나는 필사적으로 데바의 눈을 활성화하고 '예측 회피'의 감을 끌어올렸다.

"걱정하지 말라구 친구들!"

제일 앞서 달리고 있던 윈슬로가 허공에 손짓 했다.

<윈슬로 오리지널 - 미러 가드>

내리꽂히는 섬광들 앞으로 방패들이 펼쳐진다.

거울처럼 투명한 방패에 충돌한 레이저는 그대로 반사되어 날아가 공격자를 역으로 격추시켰다.

내리꽂히는 섬광과 반사되는 섬광으로 5구역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허억, 헉! 이거 빡세구만!"

"이거 일일이 올라가려면 한참 걸리겠는데요."

내 말에 윈슬로도 고개를 끄덕였다.

"수를 좀 줄여놓을 필요성이 있겠군!"

"어떻게 하실 겁니까?"

"나 윈슬로야! 당연히 방법이 있지. 벨리카!"

"네!"

벨리카가 기다렸다는 듯 1층 아공간을 열었다. 그 안에서 무수한 미사일 포대들이 등장했다.

"6층 시련 중이라면, 후배도 이미 알고 있는 마법이겠지?"

<윈드 사지타리우스>

윈슬로가 미사일들의 뒤쪽에 바람계 마법을 추진체처럼 만들어 발사시켰다.

쏜살같이 날아간 수십 발의 미사일들이 안드로이드들에게 적중했다.

연달아 대폭발이 일어나며, 잔해만 남은 안드로이드들의 파편이 후두두둑 떨어져 내렸다.

"하하하! 어떠냐? 이 대마법사의 마법이!"

"역시 탑주님이세요!"

……이 경우엔 마법이 훌륭하다기 보다는, 저 미사일을 만든 과학자에게 공을 돌리는 게 맞지 않을까?

"이크!"

거들먹거리던 윈슬로가 다급히 고개를 숙였다. 그의 머리 위로 섬광한 줄기가 날아왔다.

"이건 뭐 방심을 못하겠네. 자, 얼른 계속 가자고!"

"네! 탑주님!"

우리는 위층을 향해 뛰었다. 계단으로 올라가면 시간이 오래 걸려서, 각자의 방식으로 이동했다.

윈슬로는 벨리카를 껴안은 채 철근으로 길을 만들며 달렸고, 나는 그들과 다른 방향으로 뛰면서 안드로이드들을 격추시켰다.

"그냥 플라이 마법으로 날아가면 안 됩니까?"

"안돼! 여기서 플라이 상태까지 더해지면 다른 마법을 못 써!"

그냥 그 다이어트 마법을 해제하고 플라이 마법을 쓰는 게 좋지 않을까 싶은데.

"벨리카! 미사일!"

"넷!"

벨리카를 데려온 이유는 아공간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녀는 미사일 포대 역할을 너무나 잘 수행해 주고 있었다.

그녀가 미사일을 꺼내면, 윈슬로가 윈드 사지타리우스로 미사일들을 날려 보내서 안드로이드들을 폭사시켰다. 사방이 폭발투성이다.

"탑주님! 앞에서 와요!"

소드 디바이스를 든 안드로이드가 무기를 휘두르려는 순간, 윈슬로가 손짓 했다. 벽면의 마법진에서 뽑혀나온 얇은 금속이 안드로이드의 머리를 관통했다.

"읏차차!"

그는 금속 마법을 자유자재로 다루어 안드로이드들의 목을 죄거나 찔렀다. 금속을 움직여 계단처럼 발판을 만들어 올라가기도 했다.

능수능란 하다. 확실히 대단한 마법사임에는 틀림이 없다.

나는 쉴드로 계단을 딛고 뛰다가 그와의 거리가 벌어지면 데바스타로 단번에 따라잡았다.

"허억! 헉! 이제 얼마 안 남았어!"

천장이 보인다.

안드로이드들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 섬광 다발을 고출력으로 쏘아 보내고 있다.

"탑주님! 미사일 재고가 모두 떨어졌습니다!"

"큰일이군!"

"제가 할게요."

나는 품에서 마나 엘릭서를 꺼내 이빨로 뚜껑을 열고 들이켰다. 동시에 온 마력을 폭발시킨다.

<레피드 에로우>×500

허공에 화사하게 핀 꽃잎처럼 마법진들이 펼쳐지며, 이내 무수한 금빛화살이 빈 공간을 가득 메우며 떨어져 내렸다.

당황한 안드로이드들 회피 기동을 하는 人[이, 우리는 더욱 거리를 벌렸다.

"제법인데 잰스!"

"하하하! 역시 이 윈슬로가 가르친 제자야!"

아직 그쪽한테 배운 거 하나도 없습니다만!

아무튼 우리는 마침내 천장을 뚫고 들어왔다. 윈슬로가 손을 써서 들어오는 입구를 금속 마법으로 틀어막았다.

"후우우."

나는 가볍게 한숨을 쉬며 고개를 들었다.

이곳은 5구역. 퀸 오브 빅토리아의 천장.

초대형 축구 경기장 한복판에 뚝 떨어진 느낌이다. 그냥 공간 자체가 압도적으로 넓다.

"이제 6구역이 보이는군."

윈슬로가 고개를 들며 말했다. 저기 정면의 벽 끝에 보이는 푸른 막게이트.

저 너머에 이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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