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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만 마탑주-164화 (164/337)

나 혼자만 마탑주 164화

같은 시각.

탄자니아 사막 마을. 메간바.

끼릭. 끼릭.

아무도 없는 텅 빈 마을, 홀로 나무 계단에 앉아 의수 팔을 돌리고 있는 남자가 있었다.

사람 한 명 살지 않는 유령도시에서, 조용히 의수 팔을 돌리는 모습은 어쩐지 이상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그는 바로 탄자니아 전선 소속의 공인 4급 헌터, 웨인 존스였다. 던전이 발견되지 않은 장소에서 몬스터들이 돌아다니는 이상 현상 징후를 조사하기 위해 파견 나와 있었다.

끼릭. 끼릭. 끼릭.

오래되어 먼지만 쌓인 마을에 남아 있는 사람은 없었다. 간혹 몬스터들이 멀리서 돌아다니긴 했지만 웨인은 신경을 두지 않았다. 그저 자리에 앉아 의수를 돌릴 뿐이었다.

"찾았군요."

그때 아무런 소리나 기척도 없이, 토브로 몸을 두르고 터번을 뒤집어쓴 남자가 나타났다. 웨인 존스는 사람이 다가왔지만, 고개도 들지 않고 의수를 돌리는 데에만 몰두했다.

"여기 있었습니까, 백익."

그제야 웨인은 고개를 들어 터번을 쓴 남자를 보았다.

"맨 얼굴에 그 이름으로 불리는 건 피하고 싶군."

"보는 사람도 없는데 뭐 어떻습니까."

웨인은 다시 고개를 숙이고 의수를 돌렸다.

"전쟁도 끝났는데 이런 외진 곳에는 왜 오셨죠? 무트와라에 쭉 있을 줄 알았습니다."

"나이트 워커가 왔다."

웨인이 덤덤히 말했다.

"놈은 내 얼굴을 알고 있지."

"아하! 정체를 들킬 위험이 있었군요."

남자는 그렇게 대꾸하고는, 팔짱을 끼고 웨인을 바라보았다.

"그건 그렇고, 이번 일 처리는 조금 아쉽게 됐습니다. 웨인."

"기껏 탄지니아를 멸망 직전까지 몰아갔으면서, 어떻게 된 겁니까?"

웨인은 의수 팔을 돌리는 것을 멈추었다. 그리곤 꼬질꼬질한 주머니에서 시가 하나를 꺼냈다.

"묘하게 꼬였다. 묘하게."

착!

그가 시가에 불을 붙이고는 입에 물었다.

"그 두 사람 때문이겠군요."

"그래."

김유신과 홍연, 그 두 사람이 키소와를 해방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부터, 웨인은 위기감을 느꼈다. 그래서 반군을 움직여 무트와라를 습격하도록 했다.

"놈들의 출현이 괜한 계기가 되면 곤란하니까 말이다. 하지만 예상치못한 사태가 벌어졌다."

"그 사태가 뭡니까?"

설명을 하던 웨인은 후우, 하고 숨을 내뱉었다. 독한 담배 연기가 흘러나왔다.

"난전을 틈타 훌리안이 살해당했더군. 이후 새로운 사령관 자리는 전선에서 가장 높은 3급인 그 두 사람이 차지하는 게 당연한 수순이었다."

"훌리안은 당신이 죽인 줄 알았습니다만."

"내가 아니다."

그가 착잡하게 말했다.

"카림…… 그 가증스러운 여자가 난리 통을 틈타 훌리안이 마시는 물에 약을 타서 죽인 것 같다. 그 교활한 여자는 지금 탄자니아를 말려 죽이고 있는 사람이 누군지 정확히 알고 있었던 게지."

"……호오."

"훌리안은 내 계획의 핵심이었다. 그 늙은이는 명망 있는 3급 헌터지만…… 나이를 먹으면서 무능하고 찌들어졌거든."

그 늙은이가 계속 위에 앉아 있는 이상, 탄자니아는 멸망을 피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웨인은 생각했다.

제아무리 김유신이라고 해도 같은 3급인 레전드 헌터를 특별한 이유 없이 몰아낼 수도 없었을 테고.

그러나 훌리안이 사라지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어졌다.

"그렇게 권력을 잡은 젊은 헌터들은 신속하게 일을 처리해 나갔다. 내가 대책을 세울 틈도 없이, 전략을 결정하면 그다음 날 바로 수행하더군. 그렇게 놈들은 남부를 손에 넣었다."

"그들을 죽이려는 시도는 하지 않았습니까?"

"왜 안 했겠나. 사령관은 홍연이었지만, 실세이자 핵심은 뒤에서 그녀를 컨트롤하는 김유신이었다. 나는 다르에스살람에서 김유신을 죽이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웨인이 끌끌 웃었다.

"김유신은 '자이언트'를 불러들였더군."

"저런."

"그의 인맥이 바티칸에 닿아 있었다는 건 예상치 못한 부분이었다. 결국 남부를 빼앗기고 북부전이 진행됐다. 연맹에 잠입해 있던 동지에게 알려 아프리카 포기 주의자인 하칸을 사령관으로 보냈고, 콜로서스 군단장에게 접촉해 뒤를 치게 했다. 이번 계획은 완벽하다고 생각했다. 하나."

웨인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번에는 파라오가 직접 김유신을 구하러 묘지기들을 이끌고 오더군."

"허허."

"그 오만방자하고 사람을 벌레 이하로 여기는 그 파라오 메네스가 말이야. 차라리 세상이 두 쪽 날 가능성이 더 높다고 생각했는데. 김유신은 이번에도 보란 듯이 위기에서 벗어났다."

웨인은 상황에 따른 대처는 다 했다고 생각했지만, 그의 뜻대로 풀린건 단 하나도 없었다. 김유신은 모든 위기를 능구렁이처럼 잘도 빠져나갔다.

"그래도 한 가지 수확은 있지."

"그게 뭡니까?"

"김유신은 이번 재앙의 던전에 홀로 들어갔다. 거기서 '그 아이'를 죽였다고 한들, 모든 타베스계 몬스터들이 갑자기 세상에서 식물로 변하는 건 부자연스럽다. 즉."

웨인의 눈빛이 음침하게 변했다.

"김유신은 재앙의 핵심에 접했을 때, 재앙을 조작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런. 그렇다면 심각한 사안이군요."

"기록을 살펴보니 한국의 재앙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우리의 계획이 틀어질 변수를 가진 놈이야. 지금부터 모든 마인들의 제1 제거 대상은 김유신이다."

웨인은 주머니에서 투박한 통신 디바이스를 꺼냈다.

"마지막 준비를 해뒀다. 이번에야말로 일을 끝내겠다."

"그건 뭡니까?"

"PHC의 미사일 시스템을 조작할수 있는 장치다."

웨인은 다른 한 손에는 휴대전화를 들고 메시지를 몇 개 확인해 보더니 웃었다.

"김유신이 탄 비행기가 공항을 출발했군."

"……당신 설마."

"쉬운 방법이지."

그가 PHC의 어플리케이션을 작동시켰다.

"오차율 0.001%의 원격 조종 유도 미사일이다. 마정석 기술이 융합된 첨단 장비의 꽃이지."

웨인은 몇 개의 보안창을 거쳐 발사화면으로 들어갔다.

"지금 김유신은 케냐 공항에서 소말리아를 지나 인도양 상공에 들어왔다. 수에즈 미사일 포대들의 완벽한 사거리 안이지. 이걸로."

그러고는 망설임 없이 버튼을 눌렀다.

그저 버튼을 누르는 행위였을 뿐이지만, 지켜보던 남자는 섬찟한 느낌을 받았다.

"김유신은 세상에서 사라진다."

김유신은 파견을 성공적으로 끝냈다. 이제 비행기 의자에 앉아 편안함을 느끼며 한국으로 돌아갈 생각에 풀어져 있는 상태.

김유신은 마나에는 민감한 탐지 반응을 보였지만, 미사일은 그렇지 않다. 제아무리 김유신이라고 해도, 마하의 속도로 밀려드는 미사일을 상공에서 막아내는 건 불가능하다.

이것으로 다 끝났다. 웨인은 길게 한숨을 내뱉으며 몸을 일으켜 세웠다.

"이런 짓을 하면 PHC는 무사하지 못할 텐데요."

웨인은 대수롭지 않게 웃었다.

"그깟 군수 기업 따위 어찌 되든 상관없다. 아프리카가 살아난 이상 PHC는 여기까지지. 이미 기술 이전 작업도 끝났고, 무엇보다."

웨인이 입꼬리를 올렸다.

"던전을 조작하는 괴물을 잡는 데드는 값이면 싸게 먹힌 거다."

"……그렇군요."

그때 그의 디바이스로 메시지가 도착했다.

"음?"

웨인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메시지 기능이 포함된 디바이스긴 하지만, 외부의 메시지가 온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리고 메시지는 단 한 마디였다.

[뭐 하는 놈이냐? 너.]

"……!"

웨인은 섬뜩한 느낌과 함께, 온몸의 털이 바짝 곤두서는 것을 느꼈다.

"어이, 여기서 당장 빠져나가……!"

웨인은 말을 다 잊지 못했다. 하늘에서 굉음이 울려 퍼졌다. 구름을 뚫고, 수백 개의 미사일들이 이곳으로 날아오고 있다.

"크으으으!"

웨인의 눈이 시뻘겋게 충혈됐다.

이 사태가 뜻하는 바는 하나.

PHC 전체가 해킹당했다.

"김유시이이이이인!"

웨인의 목소리는 거대한 폭발에 집어 삼켜졌다.

대지가 초토화됐다.

대기가 뒤흔들리고 나무가 뿌리째 뽑혀 날아갔다. 반경 수십 킬로미터가 폭발에 의해 삭제되고 거대한 버섯구름이 솟구쳤다.

쿠구구구구구구구!

탄자니아의 지방 하나가 흔적도 없이 날아가는 화력이었다.

[…….]

그리고 자욱한 폭발의 연기 속에서, 녹색 눈의 몬스터가 눈을 빛냈다.

* * *

"흠. 흐음. 흠흠흠."

나는 비행기 안의 퍼스트 클래스좌석에 편안히 등을 기대어 스마트폰을 두들기고 있었다.

"뭐 좋은 일 있어요? 웬 콧노래?"

홍연이 고개를 기웃거리며 물었다.

"그냥. 이제 한식 먹을 수 있다는 생각에 설레서."

"그건…… 설레긴 하네요."

왼쪽 끝 자리에 앉아 있던 사미아가 흥미가 생긴 듯 고개를 들었다.

"홍연 헌터. 한국 음식은 맛있는 편인가?"

"아, 네! 틀림없이 좋아하실 겁니다."

나는 홍연, 사미아와 잡담을 하며 에아의 목소리를 듣고 있었다.

-미사일 사출 명령권자의 위치 좌표 분석 완료. 모든 미사일을 그곳으로 돌려줬습니다.

-해당 위치 좌표에 4층의 필드 마법 발동. 24시간 동안 주위의 모든 몬스터들의 공격이 집중됩니다.

나는 입꼬리를 올렸다. 이번 파견은 마지막까지 나를 재밌게 해준다.

이번엔 또 어떤 간땡이 부은 놈이 날 건드린 걸까?

'대상이 누군지는 알아냈어?'

-아직 찾고 있습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을 말씀드리자면, 아프리카를 해방시킨 탑주에 대한 PHC의 보복이 아닐까 사료됩니다.

'그게 가장 쉽게 추론할 수 있는 상황이긴 한데, 쫌 무모하지 않아?

비즈니스 하는 기업가들이 그렇게 감정적인 선택을 한다고? 미사일을 누가 쐈는지는 바로 나오는 거고. 민간 비행기를 폭발시키려 했다는 건, 회사를 무조건 다 날려먹는 선택인데? 내 생각엔 다른 요소가 더 있다고 봐.'

-그렇군요. 계속 찾아 보겠습니다.

"선배! 제 말 듣고 있어요?"

홍연의 목소리에 나는 퍼뜩 정신을 차리고 말했다.

"어, 응! 당연하지. 그러니까…… 무슨 이야기 했더라?"

"다음 주에 셋이서 같이 한강 공원가자고요!"

"콜! 콜! 재밌겠다. 아, 사미아 헌터는 잘 모르겠지만 한국은 배달 문화가 발달해 있거든요. 공원에도 부르면 음식이 배달와요. 치킨이나 피자 중국 음식 같은 거요."

"음? 그게 정말 인가? 어떻게 그럴수 있지?"

홍연이 활짝 웃으며 배달 문화에 대해 설명하는 사이 나는 다시 에아와의 대화로 넘어왔다.

-탑주. PHC와 연결된 인물들 중에서 탑주가 알고 있는 인물이 있었습니다.

'띄워줘.'

에아가 띄운 화면을 본 나는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이 새끼였군. 약쟁이 웨인 존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어떻게 하긴.'

나는 턱을 괴며 입꼬리를 올렸다.

'갚아줘야지. 한국에 돌아가는 대로, 웨인 존스는 물론 놈과 관련된 새끼들 다 세상에서 지워 버린다.'

* * *

이름 : 김유신

고유 능력 : 데바의 눈.

개인 특성 : [마나의 아이 Lv.4] [마탑의 주인 Lv.10] [마법 공학Lv.10] [스펠 로드 Lv.10] [다중 시전 Lv.7] [가속 시전 Lv.7] [원격시전 Lv.7] [분석 Lv.7] [예측 회피Lv.6] [정보처리 Lv.6] [포션 조제Lv.5] [골렘 마스터리 Lv.5] [이동시전 Lv.5] [마나 호흡 Lv.5] [비행Lv.5] [엘리멘탈 마스터 Lv.2]

기본 능력치 : [마력 301] [순발107] [근력 55] [체력 50]

특수 능력치 : [집중 62] [암흑32] [지능 31] [의지 24] [인내 14]

능력치 총합 : [676]

신규 특성 :

New![마나설계학 Lv.5] New![차원공학 Lv.5] New![일체화 Lv.4] New![폭주 내성 Lv.2] New![고통 면역 Lv.1] New![암흑 친화 Lv.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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