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혼자만 마탑주 137화
"마인과 몬스터들은 같은 목적을 가진 한패입니다. 그리고 어떤 마인은 몬스터를 조종할 권한까지 가지고 있죠. 만약에 마인과 군단장 셀레그마가 협상을 했다면? 대충 그림이 나오네요."
홍연이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회의실 문이 벌컥 열렸다.
"아이구, 젊은 분들이라 그런지 의욕만땅이시네. 뭐가 그리 바뻐?"
우리 옆방에 사는 장웨이가 회의실에 모습을 드러냈다. 뒤이어 다른 헌터들도 설렁설렁 들어와서 자리에 앉았다.
헌터들 외에도 탄자니아군을 이끄는 장군들도 회의에 참석했다. 이 지휘부 회의가 사실상 탄자니아 전선을 이끄는 핵심이다.
원래 정해진 시간에서 30분이 지난 뒤에야 회의가 시작됐다. 가장 상석에 앉은 사령관 훌리안이 말했다.
"다들 무더운 날씨에 주어진 역할을 수행하느라 노고가 많소. 본격적인 회의에 앞서, 이번에 새롭게 탄자니아 전선에 파견 온 두 명의 헌터를 소개하겠소."
훌리안이 시선을 주었고, 나와 홍연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직 나이는 어리지만 대단한 헌터들이지. 이미 키소와에서 그 실력을 입증했소. 이쪽은 김유신 3급, 이쪽은 홍연 3급이오."
짝짝짝.
헌터들이 박수를 쳤고, 우리는 고개 숙여 인사했다.
그걸로 끝이었다. 딱히 반긴다는 느낌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뭐, 경계하거나 의도적으로 홀대한다는 느낌도 아니다.
그들은 총기 없는 눈으로 영혼 없는 박수를 쳤다. 그냥 우리에 대한 의욕도, 기대도, 아무런 생각도 없는 것이다.
"그럼 회의를 시작하겠소."
이어지는 회의도 마찬가지 분위기였다.
"찰리 4급, B1 지점은 어떤가?"
"이상 없습니다."
"스콜피온 4급, 산악 방어선은?"
"이상 없긴 한데, 이번에 플랜트에서 온 백부장 3기가 합류해서 곧 위험해질 것 같습니다."
"어거스틴 장군. 산악 방어선에 추가 지원 병력을 보내줄 수 있겠소?"
"검토해 보겠습니다."
"좋소. 그럼 다음은……"
조용히 턱을 괴고 듣고 있던 나는 회의 중에 모종의 패턴을 발견했다.
흘리안이 담당 구역의 헌터들이나 간부들에게 이상 유무를 묻는다. 대부분은 '이상 없음' 보고를 한다.
이상이 있다면 훌리안이 탄자니아 정규군 장군에게 지원이 가능한지 물어보고, 장군은 검토해 보겠다고 한다. 이것을 무한 반복.
아마 검토는 말뿐이고 실질적인 움직임은 없겠지. 장군은 따로 체크도 하지 않고 기계처럼 '검토'라는 말만 반복할 뿐이었다.
다른 헌터들도 자신의 차례가 끝나면 졸거나 딴짓하기 바빴다. 이를 딱히 제지하거나 하는 분위기도 아니었다. 그냥 그러려니. 형식적으로 하는 회의라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그럼 다음 사안으로 넘어가겠소."
훌리안이 이면지 서류를 들고 말했다. 반대쪽에는 스와힐리어로 적힌 문서의 잉크가 번져 있었다.
"세계 헌터 연맹에서 새로운 지침이 내려왔소. 속히 몬스터들을 몰아내고 도시 '린다'를 점령하라는 명령이오."
"또 시작이군!"
"책상머리에 앉아만 있는 것들이 현장에 대해 뭘 안다고!"
곳곳에서 한숨과 불만이 터져 나왔다. 훌리안이 그들을 조용히 시켰다.
"어허, 조용! 조용! 린다를 점령할 방안이 있다면 무엇이든 이야기해보시오."
그동안 계속 근황 토크였다면, 지금부터 야말로 본격적인 회의다. 마침 공인 5급 헌터 한 사람이 팔을 번쩍 들었다.
"키소와를 확보했으니 승산이 생겼습니다. 여기 이 B5지점에 키소와의 병력을 집결시킨 다음, 리빙필드가 퍼져 있는 평지 루트가 아닌 이쪽 산악 루트로 들어가죠. 이렇게……"
그가 직접 지도에 손가락을 올려놓고 루트를 표시했다.
"산악지형 쪽은 리빙필드가 완전히 뻗지 못했습니다. 이 산을 넘어린다를 직접 공격하는 겁니다!"
"아, 아. 저거 또 나댄다. 5급짜리가."
팔로 뒷머리를 받친 채 구경하고 있던 장웨이가 끼어들었다.
"몬스터들은 바보냐? 우리 전력이 그리로 빠지면 여기, B2지점이 위험하잖아. 이쪽으로 공격이 올 거라고."
"네? 하, 하지만……!"
조용하던 다른 헌터들도 바로 반박에 나섰다.
"키소와의 병력을 운용하면 다른 지역 천부장의 공격을 받을 거요. 기껏 얻은 키소와를 다시 빼앗겨 버릴 위험이 있소."
"산으로 올라간들, 몬스터가 주위를 빙 둘러 포위하면 어쩔 겁니까? 식량이 다 떨어지면 굶어 죽는 거고, 무트와라에서 또 이거 구한답시고 병력 내서 나서면, 반군과 몬스터들이 좋다고 무트와라로 들이닥치겠네?"
"현실성 없는 작전이네요."
밀려드는 지적에, 의견을 냈던 헌터는 굳은 표정으로 입을 다물고 자리에 앉았다.
"그럼 다음 의견."
훌리안이 다음 의견을 요구했지만, 의견을 냈다가 신나게 얻어맞은 선례를 보고 다들 섣불리 말을 꺼내지 못했다.
시간만 속절없이 흘러가는 가운데, 훌리안이 재촉하자 마지못해 의견이 몇 개 나왔다.
하지만 의견이 하나라면, 의견을 비판하는 사람들의 수는 열 명이 넘었다.
"멍청아! 그렇게 하면 몬스터들이 가만히 있겠냐!"
특히 장웨이는 작전까기 담당이었다. 아주 신랄하게 까댔다. 제시된 모든 의견이 '실현 가능성이 없음', '비현실적'이라는 말들로 사라져갔다.
'이건 좀 너무한데.'
대놓고 안 된다는 분위기 속에서 무슨 작전이 나오겠는가. 그렇게 회의시간만 속절없이 지나갔고, 헌터들은 얼른 보내 달라는 듯 엉덩이를 들썩였다.
결국 훌리안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그럼 일단은 각자 맡은 방어를 공고히 하고 상황을 좀 더 지켜보는 것으로 하겠네."
즉 '바뀐 거 없음'이라는 뜻이다.
회의 종료를 알리자 헌터들이 썰물처럼 회의장을 빠져나갔다.
희망을 잃고 패배의식에 찌든 헌터들, 일말의 의지도 느껴지지 않는다.
누군가가 부정적인 생각을 퍼트리면 너무나 손쉽게 전염된다. 희망을 제시해도 희망이 깨졌을 때의 아픔을 먼저 생각한다.
무엇이 이들을 이토록 무력하게 만들었을까.
모두가 나가고 이제 회의장에는 나와, 홍연, 카림만 남았다. 카림은 고개를 푹 숙였다.
"면목 없네요. 사미아 님이 계셨을 땐,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사미아 님?"
"아, 네. 탄자니아의 공인 3급 헌터에요."
"훌리안 사령관 말고 3급이 또 있었다고요?"
"네."
카림이 설명했다. 탄자니아를 대표하는 한 쌍의 날개.
공인 3급 흑익 사미아.
공인 3급 백익 에라스토.
"그런 대단한 사람들이 지금은 어떻게 된 거죠?"
홍연이 물었다.
"에라스토 님은 반란군에 들어갔어요"
"아……"
"그리고 사미아 님은 2주 전, 반란군에게 붙잡혔죠."
……총체적 난국이구만.
힘을 합쳐 몬스터와 싸워도 모자랄판에, 그나마 있는 전력도 내분 때문에 사라져 버리다니.
"선배."
"음?"
"우리 진짜 이대로 가만히 있을 거예요?"
힘이 들어간 그녀의 갈색 눈동자가 내게 결단을 요구하고 있었다.
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놔두겠냐. 당연히 다 뒤집어엎어야지."
홍연이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오늘은 머리 식힐 겸 넘어가자. 네가 활약할 수 있는 판으로 짜볼게."
"좋아요. 카림 씨도 도와주실 거죠?"
"네? 아, 네! 탄자니아를 위해서라면… 그런데 어쩌시려고요?"
나는 그녀를 돌아보며 말했다.
"탄자니아 지휘부는 우리가 먹을 겁니다. 몬스터를 잡기 전에 내부부터 청소해야겠네요."
* * *
회의를 마치고, 우리는 다시 숙소로 돌아왔다.
이제 좀 쉬어볼까 했더니, 홍연이 헐레벌떡 내 방으로 뛰어 들어왔다.
'결계 설치는 언제쯤 되나요? 선배.'
내 팔을 붙잡고 전혀 안 어울리는 귀여운 척까지 하면서 졸라댔다.
바퀴벌레가 어지간히도 싫은 모양이다. 결국 나는 그녀의 방으로 끌려왔다.
'기왕 하는 거 제대로 해야지. 에아, 이 방에 있는 벌레들 포착 부탁해.'
-포착 개시. 3기의 생명 반응.
세계 최고의 인공지능을 벌레 잡는데 쓰는 게 좀 그렇지만, 아무튼 이것도 중요한 일이니까.
나는 가구 밑에 숨어 있는 바퀴세 마리를 아까처럼 발화 마법으로 제거한 다음, 방안이 깨끗해진 상태에서 작업을 개시했다.
기왕 해주는 김에 튼튼히 3공정 마법으로 설계했다. 쉴드처럼 '경화의 룬'을 베이스로 마나 결계막을 만들고, 방의 크기로 널찍하게 퍼트려 벽에 빈틈없이 착 붙여서 고정시킨다.
-탑주. 근데 이렇게 하면 뭔가 이상하지 않습니까?
"아, 나가질 못하는구나!"
홍연이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나는 결계에 구멍을 내고 세부 세공을 개시했다. 문과 창문은 뚫려 있어야 했다.
그렇게 30분 정도 연구하면서 낑낑거린 끝에 완성시켰다. 홍연만을 위한 바퀴벌레 결계다.
"이제 됐어. 창문은 방충망 잘 치고, 문만 잘 닫아놓으면 당분간 바퀴벌레 걱정은 없을 거야."
이때 두 손 모아 나를 올려다보는 그녀의 표정은 구세주를 목도한 신도 같았다.
"살았어요! 정말 고마워요!"
진심이 물씬 느껴지는 목소리였다.
"아, 그리고 한 가지 알려 줄 거 있어. 만약에 네가 격한 몸부림이나 거친 움직임으로 결계를 깨버리면."
"그, 그럴 일 없어요!"
"아무튼, 그런 일이 생기면 그때는 여기 마법진에 손을 올려봐."
직접 시연을 위해서 홍연에게 마법진에 손을 올려보도록 시켰다.
"이제 마나를 흘려 보내봐. 응, 좋아. 결계의 형상이 느껴지지?"
"네."
"지금처럼 깨지면 여기 손을 대고 마나를 부여하면 돼."
"디테일한 서비스네요.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그녀가 예의 바르게 고개 숙여 인사하고는, 쑥스럽게 웃었다.
"선배랑 같이 안 왔으면 큰일 날뻔했네요."
세상에, 이 녀석은 내 가치를 벌레막이에서 느끼는구나.
"저녁 드실 거죠? 숙소에서 제공하는 식사는 찜찜하니까, 밖에 식당에가요. 제가 살게요."
"제안은 고마운데 난 괜찮아. 오늘은 입맛도 없고 피곤해서 일찍 자려고. 무슨 일 있으면 톡으로 연락해."
"톡으로요?"
"웅. 꼭 톡으로."
"알았어요."
나는 그녀의 배웅을 받으며 내 방으로 돌아왔다.
'그럼 나도 시작해 볼까!'
이번에 나 자신을 위한 마법진이다. 바로 마탑과 연결되는 워프 마법진. 한번 만들면 서너 번 정도는 무리 없이 왔다 갔다 할 수 있다.
'에아. 그때 차원 연동 마법진 도면 복사한 거 출력해 줘.'
-네, 탑주.
몇 번 연습해둬서 무리 없이 그려갈 수 있었다. 그래도 느끼는 거지만, 차원계가 어렵긴 어렵다.
이쪽의 마나좌표를 기반으로 공간식을 써서 계산해야 하는데, 상당히 입체적인 공간 지각 능력과 고난도의 수식 설계 능력을 필요로 했다.
그렇게 40분 정도 걸린 끝에 완성했다. 나는 문을 잠그고 창문을 닫은 다음, 떨리는 마음으로 마법진 위에 두 발을 올렸다.
"우왁!"
내 몸이 롤러코스터에 올라탄 듯 엄청난 속도감에 휘말린다. 시야가 빙빙 돌았다. 마치 사차원의 좁은 하수구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
눈을 굴려보면 추상화 속에 들어온 것처럼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색깔들이 혼란스럽게 뒤섞여 있는 공간이 보였다.
화악
기이한 속도감이 끝나자 나는 눈을 떴다. 내 뒤에는 워프게이트의 포탈이 열려 있고, 주위는 별자리가 같은 것들이 가득했다. 5층 차원관이다.
"돌아왔다!"
내가 두 팔을 벌리며 환호했다. 에아가 빛무리와 함께 내 옆으로 나타났다.
"첫 차원 마법은 대성공이군요."
"에아도 수고했어."
우리는 힘차게 손바닥을 마주치고는 1층으로 내려왔다. 보글보글 끓는 소리와 함께 맛있는 냄새가 난다.
"아, 선배니임! 오셨어요?"
앞치마 차림의 진보라가 전기레인지 위의 냄비를 국자로 휘휘 젓고 있었다.
"그건 뭐야?"
"김치찌개요. 곧 올 테니까 끓여놓으라면서요?"
"와!"
나는 감동에 말을 잊지 못했다. 아프리카에 파견가 있으면서도 초 단위로 한국에 돌아와 한식을 먹을 수 있다니!
"딱 시간 맞춰서 오셨네요. 거기 앉으세요."
"응!"
그녀는 테이블 앞에 받침대를 놓고 그 위에 냄비를 올렸다.
"뜨거우니 조심하세요."
그리고 냄비 뚜껑을 여는 순간, 솟구치는 수증기와 함께 천국이 펼쳐졌다.
김치찌개! 이게 정녕 김치찌개인 것인가! 격한 감격이 물밀 듯이 밀려 들었다.
"잘 먹을게!"
나는 허겁지겁 찌개를 먹어치우기 시작했다. 진보라는 옆에서 턱받침을 하고 내가 먹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맛있죠? 맛있죠?"
"최고야! 너도 좀 먹어."
"전 벌써 저녁 먹었죠. 지금 서울은 밤 11시라고요."
"아 참, 한국은 늦은 시간이겠구나."
"오빠야아!"
마법진 엘리베이터에서 은솔이 쪼르르 달려왔다. 안아달라는 듯 두팔을 들었다.
"우리 솔이 잘 있었어?"
숟가락을 놓고 그녀를 번쩍 안아들어 내 무릎 위에 앉혔다.
"응!"
"아직도 안 자고 뭐 했어?"
"아침에 많이 잤어! 잠이 안 와!"
몽환경이 참 문제다. 은솔도 조용희처럼 고유 능력 때문에 일상생활에 약간의 불편함이 있는 케이스였다.
"솔아. 이리와!"
진보라가 은솔을 자신의 품으로 데리고 왔다.
"오빠야가 식사하시는데 방해하면 못 써. 알았지?"
"응!"
"아, 선배님. 드시면서 아프리카 이야기나 좀 해주세요! 파견은 어땠어요?"
"말도 마. 하루하루가 장난 아니었어."
나는 이런 저런 모험담을 풀어놓으며 김치찌개를 싹 비웠다. 정말 만족스러운 식사였다. 나는 다시 한번 진보라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다음엔 뭐 드시고 싶으세요? 떡볶이? 고추장 비빔밥? 김치전? 말만해요!"
"흐음, 너무 많은데. 탄자니아에서 먹고 싶은 거 생각나면 톡할게."
"좋아요!"
"4층팀은 다들 퇴근했지?"
"아직 4층에 있을 걸요?"
나는 멍한 표정이 됐다.
"밤 11시라며? 퇴근 안 하고 왜 다들 여기 있대?"
"아하하! 저도 몰라요. 그 사람들 진짜 열정적이라니까요? 집에 좀 가라고 해도 이것만 하고 가겠다면서 귀가 거부하는데 제가 어떻게 해요."
"그러는 너도 요즘 계속 탑에서 자고 가잖아."
"헤헤, 저야 뭐 던전 출장이라고 속이고 있으니까 어쩔 수 없죠오."
우리 식구들은 왜 이렇게 직장을 좋아하는 걸까. 참 미스테리다. 집에 가라고 해도 다들 탑에서 자고 가기 일쑤니.
"그럼 4층 가서 인사나 하고 올게."
"넵! 다녀오세요!"
"갔다 와! 오빠야!"
마법진 엘리베이터를 타고 4층 기상설계국에 도착했다. 바닥에 이불을 깔고 누워 있는 나대용과, 필드마법의 수식을 짜 맞추고 있는 조용희가 보였다. 조용희가 나를 보고는 깜짝 놀라며 말했다.
"기, 김 대표님?"
"뭐?"
이불에 누워 있던 나대용이 벌떡 일어나더니 감격한 표정으로 소리쳤다.
"스승님! 언제 돌아오셨슴까!"
나대용의 쩌렁쩌렁한 외침에 방에 있던 여성 멤버들까지 달려나왔다.
4층에도 방이 몇 개 있는데 여자들이 차지한 모양이다. 한창 잘 준비를 하고 있었는지, 차도연은 헤어캡을 쓰고 있었고, 김사랑은 마스크팩을 붙인 채였다.
"어서 오세요! 김 대표님!"
"언제 오셨어요? 다친 곳은 없으시고요?"
"벌써 피부 그을리신 것 좀 봐."
나는 모두에게 둘러싸였다. 한 번에 한 명 씩 말해줬으면 좋겠는데 사방에서 재잘재잘이라 정신이 하나도 없다. 나는 일단 모두를 진정시키고 말했다.
"다들 일은 할 만해요?"
"넵!"
"아, 대표님! 저희도 중요한 사건이 있었어요!"
차도연이 그렇게 말하며 미소 짓더니, 시선을 나대용에게도 돌렸다. 나대용은 함박웃음을 머금고 말했다.
"제일 먼저 스승님께 보여드리고 싶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