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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만 마탑주-121화 (121/337)

나 혼자만 마탑주 121화

본격적인 헌팅은 내일부터, 차일우 팀장이 멤버들을 데리고 나갔다. 구체적인 슈트 사이즈도 측정하고 일정도 조율해야 하는 등 준비할게 많다.

나와 진보라는 마탑으로 돌아왔다.

"제자분들은 언제 마탑에 데려 올거예요?"

진보라가 겉옷을 벗어 소파에 걸어놓으며 말했다.

"한 달 정도 뒤에? 당분간 곁에 두면서 지켜보다가 공인 5급 달성하면 데려 올 생각이야."

"아하! 그리고 가장 먼저 2서클을 완성한 사람에게 4층 관리자 자격을 준다는 거죠? 좋은 아이디어 같아요!"

대한민국 최고의 마법 파트 쪽 재능들이다. 앞으로 가 더 기대된다. 과연 저 중에서 누가 4층 관리자가 될까?

"오빠야!"

내가 왔다는 소식을 들었는지 은솔이 마법진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왔다. 그녀는 양손에 뭔가를 들고 있었다.

"어? 솔아 그건……!"

"응! 새로운 윙 골렘이야!"

저번 아르민 발터와의 전투에서 파손되는 바람에 은솔에게 새것을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었다.

나는 귀중한 도자기라도 되는 것처럼 품 안에 받아들었다. 사실 이거 만드는 재룟값이 억 소리가 난다.

"또 부수면 안돼!"

"미안, 미안. 조심히 다룰게."

나는 가볍게 어깨에 윙 골렘을 장착하고 발동해 보았다. 마나로 이루어진 날개가 촥 펼쳐지며 내 몸이 가뿐히 2미터 넘게 날아올랐다.

"좋아! 이제 윙 골렘도 복구했으니 다시 도전해야겠다."

진보라가 불안한 시선으로 나를 올려다보았다.

"시련에 도전하시려고요?"

"응. 신인들을 성장시키는 것도 좋지만, 나도 계속 성장해야지."

안톤의 일기에 따르면 5층 시련은 '비행'에 관련된 시련이다. 플라이 마법을 극한으로 숙달해야 클리어할수 있다는 것 같지만, 나는 이 성능 좋은 윙 골렘과 데바스타로 어떻게든 해볼 생각이었다.

윙 골렘의 전원을 종료하고 바닥에 내려오는데, 진보라가 다가와서 내 옷자락을 붙잡았다.

"선배님."

"……보라야?"

그녀가 평소답지 않게 머뭇거리며 말했다.

"저어, 시련은 조금만 뒤로 미루면 안 될까요? 아직 4층 관리자도 못정했는데 너무 성급한 것 같아서요."

갑자기 무슨 소리야? 내가 의아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으려니 그녀가 허리에 손을 올리며 말했다.

"부, 불안하단 말이에요! 너무 위험하잖아요, 시련!"

걱정해 주는 거였구나. 나는 그녀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위험해도 어차피 내가 뛰어넘어야 할 벽이야. 그리고 뭐, 꼭 시련이 아니더라도 여태껏 안 위험했던 때가 뭐 있었나?"

그녀가 입술을 삐쭉 내밀었다.

"그런 말한다고 위험한 게 안 위험해지는 건 아니거든요!"

"……하하. 그럼 오늘은 적당히 맛보기만 하다가 어렵다 싶으면 빠져나올게."

"거짓말!"

그녀가 바로 반박했다.

"이제 저희도 다 알거든요! 한 번이라도 시련에 들어가면 눈 확 돌아가셔서 시련 클리어할 때까지 다른 일 다 내팽개칠 거면서!"

……부정할 수가 없네. 이 녀석, 이젠 너무 날 잘 안다.

"오빠야! 가지 마!"

은솔까지 합류해서 내 오른팔을 붙잡는다. 그리고 진보라는 내 왼팔을 붙잡았다.

"솔아! 선배님 눕혀!"

"응!"

"뭐?"

나는 그녀들에 의해 제압당해(?)바닥에 눕혀졌다. 진보라가 내 팔을 꼭 껴안으며 말했다.

"갈 거예요? 안 갈 거예요?"

꽤 완강하게 나오네. 나는 빙긋 웃으며 말했다.

"오늘 저녁은 다 같이 상계동에 외식하러 갈까?"

"아, 말 돌리지 마시고요!"

진보라는 철벽처럼 완강했다. 은솔쪽을 돌아보니 그녀는 외식이란 말에 침을 줄줄 흘리고 있었다. 재빨리 고개를 휘휘 젓더니 내 다리를 꼭 붙잡았다.

"앙대!"

하아아.

은솔은 볼 때마다 사르르 녹는다.

진짜 귀여워서 마구마구 꼬집어주고 싶네.

"아무튼 선배님! 한번 가면 계속 시련에만 정신 팔릴 거잖아요! 하다못해 3주! 적어도 제자분들 기본기 교육할 때까지는 제정신으로 지내주세요!"

"글쎄."

내가 미적지근한 반응을 보이자 진보라는 눈에 힘을 주었다. 그러곤 팔에서 힘을 풀더니 내 앞에 바르게 앉았다.

"……."

"……."

어, 음. 갑자기 분위기가 진지해졌는데.

장난할 때가 아닌 것 같다. 나도 표정관리를 하며 바로 앉았다.

"선배님."

그녀가 착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 마탑 지금 엄청 커진 거 알죠?"

"……어? 어, 웅."

"알케미아는 말도 안 되는 흑자를 기록 하는 중이고, 수 많은 길드들이 상태 이상 포션을 원하고 있어요. 오라클은 세계 정상들을 움직일 수 있는 영향력을 갖추고 있고, 수 많은 마법사 예비생들이 선배님만 바라보고 있어요."

"그, 그렇지."

"그런데 우리 마탑의 제일 불안한 점이 뭔 줄 알아요?"

그녀가 내 눈을 빤히 바라보았다.

"마탑주님이에요."

"……."

"선배님이 없으면 다 끝이에요. 그동안 함께 쌓아온 모든 게 무너진다고요! 툭 하면 최전선에서 무리하시고 목숨 내놓고 싸우시고……. 물론 관리자 입장에선 감사하고 존경스럽지만, 솔직히 불안하고 걱정스러운 것도 사실이에요."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선배님이 그렇게 서두르시는 이유가, 최후의 재앙 '네메시스' 때문인건가요? 그건 인류 전체가 감당해야 할 문제지 선배님 혼자 떠안고 있을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아직 시간도 많잖아요! 그러니까 조금만 천천히, 안전하게 해요. 네?"

그녀는 작게 눈물까지 머금으며 애원하듯 말하고 있었다.

하아, 또 마음이 급격히 약해진다.

"……알았어."

나는 고민 끝에 입을 열었다.

"3주. 그전까지 시련은 쳐다도 안볼게. 그리고 3주가 넘어도 준비가 안 됐다고 판단되면 무리해서 안 들어갈게. 남은 기간 동안 계속 준비할 거야. 됐지?"

"정말이죠?"

"그래."

"약속한 거예요?"

"응."

서럽게 훌쩍거리던 그녀는, 팔을 번쩍 들어 올렸다.

짝!

은솔이 뛰어들어 그녀와 하이파이 브를 했다. 진보라는 소매로 눈가를 두어 번 닦더니 환하게 웃어 보였다.

"됐다! 해냈어!"

"잘 했어 언니야!"

……이게 무슨 상황이지?

그때 빛무리와 함께 에아도 등장했다.

"지켜보느라 조마조마했습니다."

"헤헤, 제가 된다고 했잖아요."

나는 세 여자들이 기쁨을 나누는 모습을 보며 잠시 얼이 빠졌다.

끙, 당했구나. 진보라에게 눈물 작전이야 기본 중의 기본일 텐데.

"선배님!"

그녀가 평소의 애교 가득한 목소리로 돌아와 말했다.

"꼭 약속 지켜주셔야 해요?"

하지만 이어지는 저 한마디에, 내 기분은 사르르 녹았다. 속았지만 분한 마음은 들지 않았다. 날 위해서 하는 이야기였으니까. 눈물 작전이든 뭐든, 누가 내게 이렇게까지 해주겠는가.

오히려 성급했던 정신이 좀 돌아왔다. 굳이 무리할 필요가 없긴 하다. 더 잘 준비해서 시련에 도전할 수 있는데, 어떻게든 되겠지 하면서 몸으로 부딪혔다가 다쳐서 올 필요가 없다.

"고마워."

"저희야말로 고마워요!"

은솔이 쪼르르 달려와 내 가슴에 안겼다.

"오빠야. 그럼 이제 외식하는 고야?"

나는 소리 내어 웃으며 그녀의 뺨을 잡아당겼다.

* * *

다음 날.

우리는 가람 매니지먼트 훈련장 뒤편에 있는 공터에서 훈련을 감행하고 있었다.

"나대용 씨. 페이스를 더 끌어올려요."

"옙!"

나대용은 과몰입 특성을 마나에 적용하기 위한 훈련을 하고 있었다.

호흡을 들이마신 그가 천천히 몸속의 마나를 움직여 빠르게 순환시켜 나간다.

"원래는 이 목소리도 안 들려야 정상이에요. 아직도 덜 몰입했죠?"

나는 나대용의 앞에서 팔을 흔들며 말했다. 그는 필사적으로 눈을 꽉 감고 있었다.

'그런다고 몰입 더 되고 덜 되고 하는 게 아닌데.'

나는 주먹을 말아 쥐고 건틀릿을 켰다. 그리고 나대용의 얼굴 앞으로 확!

"우와아악!"

나대용이 뒤로 벌러덩 넘어졌다.

나는 피식 웃으며 팔을 내렸다.

"더 집중해요."

"죄, 죄송함다!"

옆을 보면 차도연이 훈련 중이었다. 다리를 어깨너비만큼 벌리고 골반을 뒤로 쭉 뺀 스쿼트 자세에서 두 손을 가지런히 펼치고 있다. 이마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혀 있다.

"괜찮아요?"

"괘, 괜찮습니다!"

그녀가 비명처럼 소리쳤다.

"자, 베이스 까는 연습 다시 해볼게요."

"네!"

그녀는 원래는 안 그랬다가 2서클로 넘어가려고 하자 필드가 흔들리는 모습이 보였다. 전부다 리셋.

다시 베이스와 필드를 확실히 굳히는 작업부터 시켰다. 한번 자세를 잡으면 10~12회 정도 베이스를 깔게 했다.

'잘 하고 있고.'

고개를 돌렸다. 소심희, 김사랑이 도장법을 연습하고 있었다. 소심희의 느린 시전 속도는 도장법으로 어느 정도 커버할 수 있다. 밸런스가 워낙 뛰어난 그녀라 처음부터 조금 속도를 붙여서 시키고 있다.

반대로 김사랑은 속도는 빠르고, 유일하게 3가지 마법진을 다 펼칠 정도의 범용성을 자랑 하지만 정밀도가 떨어진다.

그녀는 건틀릿의 수식을 지웠다 썼다 지웠다 썼다 무한으로 반복하고 있다.

"사랑씨. 어때요?"

"으으, 너무너무 이상해요! 머리가 빙빙 돌아요! 으아앙! 제가 마법진이 된 건지 마법진이 제가 된 건지 잘 모르겠어요!"

"어, 잘하고 계시네."

"…?!"

다음은 조용희.

그는 물구나무선 채로 철봉에 다리를 올리고 마나 컨트롤을 하고 있다.

"……피, 피가 머리에 쏠리는 것 같아요."

그의 머리 아래는 뚝뚝 떨어지는 땀으로 웅덩이가 형성되어 있었다.

나는 시계를 보았다.

"3분만 더 버티면 쉬게 해드릴게요."

서클을 반대 방향으로 돌려야 마법이 나가는 이 사람은 조금 특이케이스다. 마나가 흐르다 말기도 하고, 방향이 멋대로 바뀌거나 꺾이기도 한다. 나로서도 연구대상.

여러 가지 방법을 다 동원해서 해결책을 찾고 있는 중이다. 일단 물구나무서서 마나 순환을 시켜보니까 또 잘 되길래 이 방법을 계속 반복시키고 있다.

아무래도 조용희는 나랑 같이 고생 많이 할 것 같다. 그는 좋은 제자이자 좋은 실험대상이다.

그리고 나는 이 모든 지도를, 윙골렘을 켠 채로 하고 있다.

"스승님! 다했습니다!"

나대용은 멋대로 나를 스승이라고 부르고 있었다. 이제는 그러려니 하며 말했다.

"수고했어요, 대용 씨. 10분간 휴식."

"그런데 스승님도 훈련하시는 겁니까?"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겸사겸사하는 거죠."

"오오오! 그 위치에 올랐으면서도 수련을 게을리하지 않는 그 모습! 전력을 다해 본받겠습니다!"

나대용의 과몰입은 마법 쓸 때보다 나랑 이야기할 때 더 발휘되는 느낌이다. 나는 나대용과 대화하는 중에도 날카롭게 시선을 움직였다.

"사랑씨. 제가 출력 수식 200회 반복이라고 말씀드렸는데 127번째 하고 왜 다음으로 넘어가시는 거죠?"

"으아앗! 어, 어떻게? 주, 죽을죄를 지었습니다아아!"

"한 번만 더 그러면 용서 없이 스쿼트 베이스 훈련부터 시킬 겁니다. 마침 그거 하시는 차도연 씨? 허리펴고 엉덩이 더 들어주세요. 조용희씨. 한 번만 더 다리 깨작거리면 줄에 거꾸로 매달아놓을 겁니다."

"히, 히익!"

다들 귀신이라도 보는 표정이었다.

전부 보고 있다. 심지어 심장에서 마나를 움직이는 서클 훈련도 나는 데바의 눈으로 읽을 수 있다.

"오늘 첫 수업인데 솔직히 좀 실망인데요?"

모두에게 말한다.

"면접 때 제게 보여주셨던 그 독기는 다 어디 갔습니까? 2서클 마법 보여드렸을 때 흘린 눈물은 다 어디로 갔어요? 고통과 고단함에 초심을 잊지 마십시오."

서서히, 모두의 눈에 불이 켜진다.

"면접에 붙었다고 제가 신데렐라왕자님처럼 레드 카펫 깔고 정상으로 가는 최단 지름길로 안내해드리는 뭐 그런 그림을 상상하셨다면, 네. 단단히 잘못 생각하셨어요. 올라가는 건 제가 아니라 여러분입니다. 그리고 저는 산을 오르다가도 옆에 가시밭길 있으면 기꺼이 거기로 여러분을 끌고 갈 사람입니다."

나는 입꼬리를 올렸다.

"그 대신, 따라오기만 하세요. 자신있습니다. 따라오기만 하면 멱살 붙잡고 여러분을 위로 올려놓겠습니다. 도저히 못 버티시겠다면, 좋습니다. 다시 이틀 전의 일상으로 돌아가세요."

내 이야기는 여기까지, 마력의 흐름이 용솟음친다. 곳곳에서 기합과 악 소리가 들린다.

역시.

이 사람들은 지금보다 훨씬 더 발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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