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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만 마탑주-120화 (120/337)

나 혼자만 마탑주 120화

"탑주. 1기 제자들은 몇 명 정도로 뽑으실 생각입니까?"

에아가 물었다.

"처음이니까 너무 많이 데려가는 건 부담스럽고, 한 5~6명 정도가 적당할 것 같아."

"알겠습니다."

에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나름대로 이력서를 분류하기 시작했다. 다들 아무런 대화도 없이 사브작 사브작 종이 넘기는 소리만 들렸다.

"선배님! 이 사람은 어때요?"

나는 진보라의 이력서를 받아 보았다.

"차도연? 아, 이 사람 무난하게 잘 했지."

정장을 차려 입었던 그 똑 부러진 인상의 여자. 면접의 정석 수준이었다. 쉴드와 마나 에로우의 완성도도 상위권. 전형적인 모범생 케이스다.

"나이는 스물일곱, 비전투계, 가면허 3년 차. 모든 면에서 평균보다 상귀권이었지만, 특징이 없는 게 걸리네."

"잘 모르시겠다면 일반 보류해 두죠. 이 사람은 어떻습니까?"

나는 정서진의 이력서를 들어 보았다.

"이 사람은 무조건 뽑아야지."

유일하게 마나 에로우에 본인 수식을 섞었던 소심희. 멘탈이 약점인 것 같긴 했지만 키울 보람은 있어보였다.

"오빠야! 이 언니야도 좋았어!"

이번엔 은솔의 추천이다. 이름이 김사랑이라고 했나. 건틀릿, 마나 에로우, 쉴드 세 가지 마법을 선보였고 그 세 가지 마법 모두 평균 이상. 고유 능력도 마법과 접목될 여지가 있었다.

나는 소심희의 이력서 위에 김사랑의 이력서를 올렸다.

"선배님! 이 아저씨도 무조건 뽑으실 거죠?"

이력서를 받아든 나는 그녀를 지그시 노려보았다.

"왜 그렇게 단정 짓는데?"

"헤헷! 선배님이랑 같은 '과몰입파'니까요!"

"과몰입파는 또 뭐야."

나대용. 나와 같은 과몰입 특성을 보유했으며, 덩치 크고 시끄러운 그 남자. 임팩트만큼은 확실했다.

"저도 괜찮다고 봅니다."

정서진이 안경을 추켜올렸다.

"어, 진짜? 의외네. 너 면접에서는 이 사람 엄청 깠잖아."

"그건 그의 진의를 파악하기 위해서였죠. 그냥 쇼맨십이 아니라, 진정으로 탑주님에 대한 충성심이 대단한 것 같았습니다."

"……대단한 게 아니라 쫌 오버하는 게 아닐까?"

"절대적인 우호 성향을 보이는 사람을 쓰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그의 그런 행동들은 연기나 전략이 아니라 성격과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거니까요."

"흐음."

일단 나대용도 유력한 쪽으로.

"머리 아프다아!"

진보라는 바닥을 뒹굴뒹굴하며 두장의 이력서를 들고 있었다.

"이 사람 마법은 잘 하는데 성격이 좀 많이 이상하고, 이 사람은 성격은 좋은데 마나 에로우 만드는 거보니까 재능은……"

"음? 그 사람 마나 에로우는 잘 만들었습니다. 쉴드가 문제였죠."

"아니에요! 마나 에로우가 문제였지! 여기여기, 제가 메모도 했다니까요."

진보라와 정서진의 말이 엇갈리는 걸 보며 나는 이마를 덮었다.

"아직 하루도 안 지났는데 헷갈리면 어쩌냐……"

"제가 보여드리겠습니다."

에아가 말했다.

"잠시 이력서를 보여주시겠습니까?"

"어떻게 하시려고요?"

"모든 지원자들의 면접 내용을 메모리에 저장했습니다."

에아는 이력서를 받아들고는 눈을 감았다. 우리의 앞에 마나로 이루어진 스크린이 펼쳐졌다. 마침 이 남자가 마법을 쓰는 영상이 재생되었다.

"와아! 신기하네요!"

"좋아. 다들 헷갈리는 거 있으면 에아한테 부탁해."

"에아 언니야! 이 아저씨도 해줘!"

우리는 더욱 속도를 붙여서 작업했다. 확정은 세 명. 아직 확신이 들지 않아 보류로 빠진 사람은 열한명.

"이 열 한 명 중에서 두 명 정도만 올려보내야 합니다."

정서진이 안경을 추켜올리며 말했다.

"으와, 너무 어렵네요. 마음 같아선전부 다 뽑아서 14명 만들고 싶은데."

"그렇게 하기에는 탑주님의 부담이 너무 클 겁니다. 한 명, 한 명 정성들여 가르치기로 했는데 14명이라는 수는 많죠."

"저도 알아요! 그냥 해본 말이거든요!"

두 사람이 아웅다웅하든 말든 나는 이력서들을 바라보다가 말했다.

"자, 그럼 한 명 한 명 코멘트를 정리하고 장단점을 비교해 보자."

우리는 신중히 접근했다. 영상을 몇 번이고 돌려보며 두 명을 뽑기 위해 고심했다. 그렇게 열 한 명이 딱 다섯 명 정도로 줄어들었을 때 토론은 격해졌다.

"도연 씨는 너무 특징이 없어서 불안하지 않아요?"

"이런 이력을 가진 사람은 멘탈이 쉽게 안 무너지니까 좋다고 생각해. 자기 색깔은 서클이 올라가면 자연스레 나올 거고."

"이 사람은 기본기가 불안합니다. 누구보다 빠르게 마법진을 시전하긴 했지만 에아 님의 영상을 보면 베이스가 흔들리는 모습이 보입니다. 앞으로도 기본을 소홀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긍정. 재능은 훌륭하나 멘탈에 약점을 가진 사람은 마법사로서도 한계가 명확합니다. 에렌델 마탑의 입문 시험을 보면 가장 중요시하는 게 정신력 파트였죠."

우리는 양보할 건 양보해 가면서 점점 사람을 줄여나갔다.

두 명 아웃.

이제 세 명 남았다.

솔직히 이 세 명은 전부 다 넣고 식스맨 체제로 가고 싶긴 했다. 그런데.

"깨끗합니다."

마지막 지원자의 정보를 받아 본 정서진이 표정을 굳히며 말했다.

"지나칠 정도로 과거가 깨끗합니다. 최근 7~8년 동안 아무런 흔적도 없습니다. 세탁한 것처럼요."

나와 진보라는 얼굴을 마주 보았다.

"……으음, 좀 느낌이 안 좋지 않아요? 면접 때도 그랬고."

"하지만 열 한 명 중 실력은 가장 좋아. 포기하기 아까운데."

나는 생각에 빠졌다. 아직 마법사의 커리어를 생각한다면 극 초반부.

실력이 좋다고 해도 굳이 찜찜함이 느껴지는 사람을 함께 데리고 가야할까? 내가 이 사람에게 마음을 다터놓고 가르침을 줄 수 있을까? 그렇게 생각하니 답이 나왔다.

"결정했어."

감이었다. 나는 그의 이력서를 탈락자들의 수 많은 이력서들 사이로 넣었다. 그리고 꼽고 또 꼽은 다섯장의 이력서를 잘 모아서 펼쳤다.

이들의 이력서를 보다 보니 저절로 웃음이 나왔다. 그야말로 최고의 인재들.

나대용 [오버로드] : 과몰입. 충성심. 의욕적.

김사랑 [형상유지] : 마법사용에 가장 유리한 고유 능력 보유. 조용희 [체액분비] : 특별한 신체조건. 연구대상.

차도연 [마나링크] : 색깔은 없지만 무결점. 강인한 멘탈.

소심희 [메타모포시스 - 안드라스] : 최고의 컨트롤. 고유 능력 통제 불가.

"이걸로 서클 마법사 1기 멤버들. 확정이야."

"끝이다아!"

"수고하셨습니다."

모두가 환호하며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기대된다.'

멤버들을 확정했음에도, 나는 좀 처럼 이력서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이 사람들을 어떻게 키울지. 그리고 나중에는 어떤 느낌의 마법사로 발전해 줄지.

행복한 고민이 머릿속에서 펼쳐졌다.

* * *

"자네가 불합격 통보?"

"예. 죄송합니다."

끼릭. 끼릭.

등받이에 등을 쭉 기대고 앉은 남자가 흉흉한 미소를 지었다.

"어떻게 걸러낸 건지는 모르겠지만 제법이군."

"……이제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굳이 무리해서 움직일 필요는 없지."

남자가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일단은 지켜봐."

* * *

다섯 명에게 합격 통지를 보내고 이틀이 지났다. 나는 알케미아 사무실이 있는 건물에서 회의실 하나를 빌렸다.

"선배님! 다들 벌써 도착했대요! 빨리요!"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가자."

내가 손목시계를 보며 말했다.

"그 다섯 명은 앞으로 계속 같이 지낼 사이잖아. 자기들끼리 인사도 하고 대화도 하고 그럴 시간을 가지면 좋지."

"오올, 배려심! 듣고 보니 그렇네요."

우리는 약간의 텀을 들여 도착했다. 슬쩍 회의실 창문 너머를 들여다보니 합격자 멤버들이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보였다.

합격의 기쁨 때문인지 모두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가득했다. 괜히 이쪽도 기분이 좋아진다.

"오셨어요!"

누군가의 말에 모두의 웃음 소리가 뚝 끊겼다.

이거 갑자기 좀 민망하네. 나는 흠흠 목을 한번 풀고는 회의실로 들어갔다.

처처척!

최종 합격자들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차려자세를 취했다. 남자 둘, 여자 셋. 그들의 얼굴에서는 다양한 기분이 느껴졌다. 감격, 기쁨, 동경, 행복.

나는 그들과 한 명 한 명 눈인사하고는 제일 앞 좌석에 앉았다. 진보라는 싱글벙글 웃으며 내 옆에 두손을 모으고 섰다.

"다들 편하게 앉으세요."

"네!"

다들 빠르게 제 자리에 앉는데 한 사람만은 여전히 우두커니 서 있었다.

우람한 덩치의 나대용이었다.

"김유신 대표님!"

그의 눈에 뜨거운 눈물이 줄줄 흘렀다.

"저를 뽑아주셔서 감사합니다아아악!"

그러고는 대뜸 바닥에 쿵! 소리가 나게 엎드렸다. 이 사람 또 시작이군.

"이 사나이 나대용! 진심으로 섬길자를 찾지 못해 뜻을 펼치지 못했던 바! 하지만 이제는 다릅니다! 이 은혜는 죽어도 잊지 않겠습니다!"

"……하하하. 알았으니까 그만 자리에 앉아 주세요. 대용 씨."

나대용이 벌떡 일어나 자리에 착석했다. 말은 참 잘 듣는다.

"우선 여러분의 합격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내가 깍지를 끼며 말을 이었다.

"자랑스러워하셔도 괜찮아요. 한 달 만에 1서클에 3대 기초마법을 익히는 실력이면 마법계에서는 상위2%. 그중에서도 최고가 바로 여러분입니다."

모두가 상기된 표정으로 허리를 꼿꼿이 세웠다.

"약속드린 대로, 저는 여러분을 1:1로 철저히 지도해서 누구보다 우수한 마법사로 만들 생각입니다. 제직속이고 제가 직접 가르친다고 세간에 공표했잖아요? 보는 눈이 정말 많아요. 여러분이 잘 커주지 않으면 제가 곤란합니다."

곳곳에서 작은 웃음 소리들이 들렸다.

"여러분은 일주일에 세 번 이상, 저랑 만나서 수업을 듣게 될 겁니다. 궁금해하실 테니까 다음 수업내용을 미리 말씀드릴까요? 여러분의 다음 목표는……"

나는 손바닥을 펼쳤다. 마법진이 일어나며 그 안에서 차가운 서리가 흩날린다. 모습을 드러낸 것은 얼음으로 이루어진 매끈한 창의 모습이다.

"바로 '2서클'의 원소 마법입니다."

"오오오오!"

나대용이 제일 먼저 소리 질렀고, 뒤이어 다른 사람들도 환호성을 쏟아냈다. 몇몇 여성 멤버들은 너무 놀라서 멈춰 있다가 이내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 고맙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그저 고맙다는 말만 반복하는 소심희.

여기 있는 전원이 비전투계 능력자들이다. 노력은 했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도저히 뛰어넘을 수 없는 벽이 있다는 사실을 실감하는 순간, 사람의 마음은 꺾이게 마련이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나는 그들이 보는 앞에서, 노력하면 이룰 수 있는 목표를 보여주었다.

감격하고 울고, 흥분하는 그들의 모습을 보며 내 마음 한편에 있는 죄책감도 녹아내리는 것을 느낀다.

역시, 세계에 마법을 알린다는 내 판단은 틀리지 않았다.

'근데 이거…… 너무 반응이 대단해서 진행이 안 되네.'

감동과 눈물은 빠르게 전염되었다.

소심희는 아예 손바닥으로 얼굴을 묻었고 그 냉정해 보이는 차도연도 계속 눈가를 훔치고 있다.

"훌쩍!"

옆을 돌아보니 어느새 진보라마저 눈시울이 붉어져 있었다.

"……넌 왜 울어? 엘리트 능력자면서."

"몰라요!"

미치겠군.

모두가 어느 정도 진정되자, 나는 다시 설명을 이어나갔다.

"2서클 마법을 깨우치기 위해서는, 1서클과 기본기 숙달이 필수적입니다. 쉽지는 않겠지만 잘 따라오시리라 믿습니다. 아, 그리고 여러분이 달성해 줘야 할 목표가 있습니다."

"목표요?"

"네."

나는 씩 웃으며 말했다.

"다음 달에 있을 공인 5급 시험합격입니다."

"……!"

모두의 표정이 얼어붙었다.

"이력서를 보니까 이미 시험에 도전하신 분들도 있고 아닌 분들도 있는데, 적어도 이번엔 다섯 분 모두 다 붙어주셔야겠네요. 아, 그리고 이건 기본 사항이에요? 공인 5급 시험 정도도 합격하지 못하시는 분은, 제 제자로 삼는 걸 다시 한번 고려 하겠습니다. 이 정도야 2서클 마법에 비하면 난이도가 쉬운 편이죠."

모두의 표정이 딱딱히 굳어졌다.

이제 상황 파악이 좀 된 듯하다. 그때 또 한 명의 여성 멤버인 김사랑이 조심스럽게 손을 들어 올렸다.

"네, 사랑씨."

"죄송한데 저 아직 시험 응시 조건인 올스탯 200 달성도 못했는데요……"

"아, 그것도 걱정 마세요."

나는 창밖을 향해 손짓 했다. 회의실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세련된 정장 차림의 남자가 안으로 들어왔다.

"가람의 차일우 팀장이라고 합니다."

"……가, 가람!"

매니지먼트 탑급 업계의 등장에 모두가 침을 꿀꺽 삼켰다.

"저와 제휴하고 있는 가람 매니지먼트입니다."

차일우와 진보라가 모두에게 일정표를 한 장씩 나눠주었다. 나는 계속 설명했다.

"이제부터 여러분에게는 매니저와 담당기사가 1:1로 붙어서, 가람에서 제일 비싼 성장 커리큘럼을 받게 될 겁니다. 하루에 한 번 계속 사냥터를 바꿔가면서 최단 시간 안에 가장 많은 경험치를 습득하게 될 거예요."

모두의 눈이 튀어나올 듯 커졌다.

같은 사냥터에서 같은 몬스터를 반복해서 잡다 보면 경험치 효율이 나빠지는 때가 온다.

그러니까 그걸 배제하고, 하루에 한 번 계속 새로운 사냥터와 던전을 옮겨 다니며 사냥하는 것이다. 속된말로 돈지랄이다. 이건.

"저는 허튼 말 안 해요."

나는 모두의 얼빠진 표정을 감상하며 말했다.

"기왕 제 밑으로 들어오신 이상, 여러분을 죽도록 굴려서라도 최고로 만들어내고 말 겁니다. 여러분은 마법 훈련과 사냥터 실전을 반복하면서 성장하게 될 거예요. 중간에 4랭크 인스턴스 던전에 여러분들끼리 파티를 이뤄서 들어가는 프로그램도 계획되어 있습니다. 그것도 지금 가람에서 일정 잡고 있거든요."

"이, 인스턴스 던전이라니……"

이제는 다들 너무 놀라서 말도 안나오는 표정이다.

차일우 팀장은 모두에게 간단한 정보를 확인한 다음, 선호하는 헌팅디바이스나 던전 타입등에 대해 물어보았다.

다들 얼떨떨해하면서도 대답했다.

차일우는 슈트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주문한 헌팅 디바이스는 내일 바로 받아 볼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말하며 회의실을 나섰다.

"자, 다시 말씀드릴게요. 공인 5급시험 합격은 필수. 그리고 2서클까지 달립니다."

내가 다시 말을 이었다. 진보라는 놀란 모두를 위해 커피와 간단한 다과를 내어주었다.

"그리고 다섯 분 중에서 제일 먼저 2서클에 도달하시는 분께는, 이 팀을 이끌 리더 자격과 함께 선물을 드리겠습니다."

"……선물요?"

"네."

사실이 선물이야말로 진짜다. 앞선 것들 하고는 비교가 안 된다.

"Lv.10 특성을 드리겠습니다."

"……!"

모두의 표정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그, 그건 불가능합니다."

조용희가 더듬거리며 말했다.

"특성은 개인적인 성장으로 이루어지는 건데 쿨쩍! 양도나 부여 같은건 불가능합니다. 게다가 Lv.10 특성이라니 아무리 김 대표님이라고 해도 이건……"

"진짠지 아닌지는 때가 되면 알게 되겠죠?"

내가 웃는 얼굴로 대답했다.

"만약 거짓말이었다면, 목표 설정이랍시고 뻔한 거짓말이나 늘어놓는 소인배. 딱 그 정도밖에 안 되는 사람이었구나. 그렇게 생각해 주세요."

"……."

일부러 좀 세게 말했다. 내 뜻은 충분히 전달되었으리라 본다.

"자, 그럼 질문 있으신 분?"

그때 조용히 팔을 들어 올리는 사람이 있었다. 차도연이었다. 나는 말해보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대체 저희한테 왜 이러시는 거예요?"

그녀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이건 예상 못한 질문인데.

"이, 이상하게 생각하지는 말아주세요. 그, 꿈이라고 생각될 만큼 파격적인 지원인데…… 저희는 이런 혜택을 받을 정도로 대단한 사람들은 아니라고 생각돼서……"

차도연. 27세. 어머니와 어린 동생셋이서 생활. 아버지는 행방이 묘연.

어머니는 병원에서 특수한 병으로 치료 중. 장녀로서 책임감을 가지고 플레이어 수입의 전부를 병원비와 동생들의 생활에 보태고 있다.

뭐, 여기서 한윤정이니 죄책감이니 하는 소리를 해봐야 알아듣지 못할거고. 나는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가족끼리 돕고 사는 건 당연하잖아요?"

차도연은 결국 울음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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