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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만 마탑주-109화 (109/337)

나 혼자만 마탑주 109화

발터는 더 말하지 않고 손에서 낫을 떨어뜨렸다. 그러곤 목에 매고 있는 망토를 툭툭 두들겼다.

쩌억!

망토가 텐트처럼 위로 솟구치더니 그대로 발터의 전신을 뒤덮었다. 곧긴 원통형처럼 변한 그의 몸이 지면에 툭 쓰러졌다.

'저건 또 뭔 짓이야?'

유신이 바로 공격 마법을 발사하려는 찰나, 긴 원기둥처럼 변한 발터의 전면으로 거대한 뱀의 아가리가쩍! 소리를 내며 튀어나왔다.

'우왓!'

유신은 다급히 데바스타를 발동해 위로 도망갔다.

거대한 뱀의 아가리가 우회하여 유신을 올려다보았다. 여전히 망토에 휩싸인 발터의 몸은 그대로다.

뚜둑!

망토의 단면이 발터의 피부 껍질에 달라붙어 매끄러운 비늘처럼 바뀌었다. 그 상태에서 팽창하는 풍선처럼 커지며 뱀의 몸통이 되었다.

유신은 그리 놀라진 않았다. 저번에 한윤정이 도망칠 때 뱀으로 변해서 도망치는 모습을 봤었으니까. 아무래도 그녀는 뱀과 관련된 마인인 것 같았다.

-캬아아아아아아아악!

보랏빛 비늘에 드러나는 난해한 문양이 위협적이다. 쩍 벌어진 입 너머로 보이는 송곳니에는 치명적인 독액이 뚝뚝 떨어졌고 스스스- 움직이는 혓바닥은 불쾌하다.

유신을 응시하던 뱀의 머리가 한 순간 활처럼 팽팽히 당겨졌다.

촤아악!

극독물질이 입에서 날아온다. 유신은 제자리에서 몸을 날렸고 에아가 전면에 쉴드를 깔았다.

치이이이익!

뱀의 공격은 가볍게 쉴드를 녹여버리며 유신이 있던 반경의 지역에 독 웅덩이를 형성했다.

유신이 바닥에 구르는 와중에도 마법진이 펼쳐지며 반격의 아이스 자벨린이 발사된다.

발터는 매끄러운 몸뚱이를 퉁기듯 들어 올린다. 거기에 부딪힌 서리의 창은 튼튼한 비늘을 뚫지 못하고 떨어지거나 표면에 살짝 얼어붙는 게 전부였다.

'단단하다. 차라리 인간형 상대가 더 나은데.'

-스스스스스스.

발터가 혓바닥을 움직이며 유신을 응시한다.

'생각하자. 생각.'

유신의 눈동자가 좌우로 굴러 가며 적의 상태를 체크한다. 이기지 못할 적은 없고, 그 적이 뱀이라고 달라질 건 없다.

뱀의 몸을 훑던 유신의 눈이 이채를 발했다.

<파이어 캐논>

뱀의 주위를 감싸듯, 좌우 사방에 마법진들이 펼쳐져 포위했다. 그때 뱀의 비늘 일부가 삐쭉 솟아오르더니 산탄처럼 날아간다.

투콱!

맹독 비늘이 마법진 중앙을 꿰뚫었고, 수식이 망가지며 마법진 절반 이상이 불량이 되었다.

[공략은 네놈만 하는 게 아니다. 그 기술, 발사지점이 드러난다는 게 약점이군.]

발터가 다시 독극물 발사를 위해 머리를 당긴다. 유신은 손가락을 빠르게 서너 번 휙휙 올렸다.

'어스 클레이모어'가 겹겹이 앞을 가로막았고 그 앞으로 독극물이 토해진다. 지면검 세 개가 한 번에 녹았다.

촤륵! 촤륵! 촤륵!

독극물이 연사로 날아온다. 유신은 계속해서 어스 클레이모어를 꺼내막으며, 지면 뒤에 몸을 숨긴 채 새로운 마법을 시전했다.

<물의 장막>

대기의 수분이 찰랑거리며 모여들더니 홀로그램처럼 유신의 분신을 만들어냈다.

유신의 분신이 왼편으로 뛰어나가자, 기다렸다는 듯 독극물이 쏘아져나가 분신을 집어삼킨다.

이를 본 유신은 오른편으로 뛰어나가며 데바스타를 발동했다. 유신의 몸이 순식간에 뱀의 몸통 앞까지 날아왔다.

'실책이군.'

발터는 모든 비늘에 공격 판정이 있었다. 비늘들이 솟아오르며 발사되기 직전, 유신은 발을 들어 올렸다. 앞으로 뻗어 나가는 그의 발을 왼손이 지나가며 툭 건들자 신발 밑창에 검은 마력이 살아났다.

그의 목표는 여전히 발터의 몸에 박힌 '혼령비수'였다. 유신은 단검손잡이에 발을 올려 두고 마법진을 발동했다.

<데바스타>

일점에서 터져 나온 출력에 거대한 뱀의 몸뚱이가 수 미터를 날아가 추락했다. 발터가 고통스럽게 울부짖었다. 단검은 손잡이 부분까지 피부에 파묻히게 되었다.

"미안하지만 공략 못 할 상대는 없어."

[네놈!]

페이스가 넘어왔다. 유신이 팔을 세우자 다시 한번 마법진들이 뱀을 주위를 포위했다. 발터는 지독한 통증에 몸부림치면서도 비늘을 세워서 산탄처럼 날렸다.

비늘이 모든 마법진을 관통했지만, 이번엔 마법진들이 멀쩡히 작동하며 파이어 캐논을 쏟아냈다.

[…… 무슨! 크아아아아악!]

불길이 뱀의 비늘에 들러붙었다.

살이 타들어가는 냄새가 코를 찌른다.

"그 기술 적중률 좋더라. 진 한 가운데를 바로 꿰뚫던데?"

그래서 유신은 이에 맞게 대처했을 뿐이다. 마법진 중앙을 비워 넣고 수식을 좌우로 치우치게 만들어 그대로 탄환을 통과시킨 것이다.

[이 무슨 말도 안 되는……!]

파이어 캐논이 연기 장막을 까는 사기, 유신은 오른손으로 바닥을 짚었다.

째깍! 째깍! 네 개의 보조 마법진이 돌아가며 대형 마법의 시전을 보조한다.

'이걸로는 모자라. 눈속임을 위한 마법을 추가하겠어.'

-탑주!

'할 수 있어. 믿어줘.'

유신은 한 번에 한 종류의 마법을 다수 만드는 건 자신 있었다. 중복되는 수식을 통폐합하여 계산을 처리하면 되니까. 그게 바로 다중시전이다.

하지만 두 개 이상의 마법을 동시에 준비하는 건 다른 문제다. 서로 다른 수식이 한꺼번에 머릿속에 들어오면 통폐합은 커녕 수식이 머릿속에서 엉키고 설키며 망가지기 일쑤다.

현재 유신이 동시 영창 가능한 마법의 수는 2개.

유신이 하나. 에아가 하나.

사실상 하나씩뿐이다.

'컨디션은 최고조야. 이 기회에 또 하나 벽을 넘는다.'

유신은 이를 악물고 도합 네 종류의 다른 마법을 한 번에 띄웠다.

-4공정 가이아.

-3공정 물의 장막.

-2공정 아이스 자벨린.

-2공정 파이어 캐논.

그의 머릿속으로 수식이 떠오른다.

완전히 각자 다른 분야의 수식이지만 네 개 마법진을 통합해 파트를 나눈다.

'먼저 출력 파트.'

유신의 머리가 어지럽게 펼쳐진 수식 중 출력 파트를 먼저 검색해 찾아낸다.

출력 부분이 깜빡이며 그의 처리를 기다리면, 소비 마력과 발사체 각도와 마법진 좌표를 동시에 계산한다.

'다음은 유지력 파트.'

'다음은 계산 파트.'

네 개의 마법 수식이 뒤섞였지만, 같은 분야를 찾고 함께 처리한다.

어렵지 않다.

항상 해오던 일을 동시에 하는 것 뿐이다.

과몰입이 집중력에 불을 붙이고, 집중력은 마나의 흐름을 최고조로 이끈다.

[유니크 특성, '엘리멘탈 마스터'를 얻었습니다. - 4속성 마법의 시전속도가 크게 늘어납니다.]

특성이 생성된다. 목숨 걸고 싸우는 전투에서만 얻을 수 있는 바로 이 극의.

몸을 타고 흐르는 짜릿한 쾌감을 느끼며, 유신은 수식을 마무리했다.

[……크으으!]

매캐한 연기에 괴로워 하는 발터의 주위로 계속해서 파이어 캐논들이 떨어진다.

까다롭지만 결정타가 없는 잽 같은 공격의 연속. 그런데도 집요하게 사용하는 건 바로 이 연막 때문이리라.

'놈의 눈은 특별하다. 분명히 연기를 깐 뒤 공격해 온다.'

발터가 예리한 감각을 끌어올리며 기다리고 있는 그때, 그의 머리 위에서 연기를 뚫고 유신의 몸이 나타난다. 대비하고 있던 발터는 빠르게 반응했지만.

'이건 분신이다!'

이렇게 정면으로 들어올리가 없었다. 그가 시선을 다른 곳으로 움직이자 마침 아래에서 연기를 뚫고 돌진해오는 유신의 몸이 보였다.

저쪽!

발터는 최고 속도로 돌진해 유신의 몸을 한입에 집어삼켰다. 그러나 입가에 느껴지는 건 살점이 아니라 차가운 물이었다.

'진짜는 정면인가!'

뱀의 몸이 유연하게 비틀어진다.

연결 동작처럼 자세를 바꾸고 독극물을 발사해 유신의 몸을 녹여 버린다.

쿠콰콰콰콰콰콰!

<가이아>

그러나 두 쪽 모두 눈속임.

진짜는 이번에도 아래다. 지면이 통째로 터져 나가며 커다란 파편들이 뱀의 몸뚱이에 직격한다. 땅 아래에서 튀어나온 진짜 유신이 발터의 몸에 박힌 단검을 손에 쥔다.

'됐다.'

마력 신경을 붙잡고 있는 단검의 힘이 느껴진다. 한윤정의 수술을 집도 했던 유신은 이게 얼마나 치명적인지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일체의 망설임도 없이, 그대로 단검을 뽑았다.

우드득하고, 마나 신경이 뜯겨 나오는 감각이 손에 잡힌다.

-캬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거대한 뱀의 울음 소리가 세상을 진동시킨다.

바닥을 부수고 머리를 처박으며 발버둥쳤지만, 고통은 멈추지 않았다.

몇 번을 그렇게 머리를 바닥에 박던 뱀의 몸뚱이가 결국 축 늘어졌다.

으드드득!

형태를 유지할 수 없게 된 뱀의 몸이 빠르게 축소됐다. 이내 아르민 발터는 망토에 뒤덮인 인간의 몸으로 돌아온다. 그는 마인 한윤정의 모습으로 피를 토하고 있다.

[허억……! 쿨럭! 크으!]

유신은 손에 든 혼령비수를 떨어뜨리고는 데바스타를 양발에 착용했다. 발터는 제자리에서 피를 토할 뿐, 저지하지 못했다.

"자, 다음은 뭐로 변할 거야?"

발터가 다급한 표정으로 팔을 뻗었다.

[잠깐! 일단 대화를……!]

투콰악!

데바스타를 딛고 날아온 유신의 무릎이 발터의 얼굴에 박힌다. 그가 피를 토하며 바닥을 나뒹굴었다.

그러나 베테랑은 베테랑. 넘어지면서도 오른발을 강하게 딛고 낫을 휘둘렀으나 유신은 가뿐히 뒤로 물러나면서 손가락을 치켜세운다. 발터가 움찔하며 아래를 경계했다.

콰앙

그러나 날아오는 건 등 뒤에서의 아이스 자벨린이었다.

"손가락 올린다고 밑에서만 공격오는 거 아니고."

비틀거리며 멈춰선 발터의 오른편에 마법진이 떡하니 펼쳐진다. 그가 움찔하며 고개를 돌리는 순간 데바스타를 밟고 가속한 유신의 발이 정면으로 그의 안면을 밀어 찬다.

"마법진 생긴다고 그쪽으로만 공격오는 거 아니야."

쿠당탕탕!

한때 세기를 풍미한 연쇄살인마이자, 한 대륙의 범위를 자랑하는 거대 재앙의 주인이 지금은 흙먼지를 뒤집어쓰며 바닥을 뒹굴고 있다.

"아까 뭐랬더라, 공략은 나만 하는 게 아니라고?"

손가락을 세워 든 유신이 씩 웃으며 천명했다.

"넌 때려 죽어도 날 공략 못 해."

* * *

헌터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3요소.

스테이터스, 고유 능력, 그리고 장비.

틀린 말은 아니다. 낮은 급수의 헌터가 높은 랭크의 몬스터를 사냥하기 어려운 이유는 바로 저 요소들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플레이어들은 힘의 절대량을 늘리는데 집중한다.

이런 분위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전투에서 경시되는 몇 가지 요소들이 있다.

흐름.

전투에는 흐름이 있다. 그 어떤 종류의 공격이든 시작부터 타격점에 이르기까지는 시간 차가 존재하며, 모든 공격은 상대방의 움직임에 따른 예측 공격의 성향을 띤다.

아무리 위력적인 공격도 상대방의 움직임을 보고 쓰지 않는다면 허공을 가르는 무의미한 행동이 될 뿐이다.

파워와 스피드가 높다고 격투기에서 최강이 되는 것은 아니고.

체격 조건이 좋거나 공이 빠르다고 모두 대투수가 되는 것은 아니다.

누가 강하냐가 문제가 아닌, 어느 순간에 강한가의 문제.

결정적인 순간이 왔을 때 그것을 캐치하는 쪽이 승리를 가져간다.

컨트롤.

완급조절.

전술설계.

심리전.

유신의 전투적 자질은 이쪽에 있었다.

흐름의 싸움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마법의 시전속도와 물량을 늘리는데 집중했고, 한 가지 전공 마법만 특화해서 연습하는 게 아니라 다양한 마법을 배우고 자신의 것으로 소화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수천만 번은 더한 악착같은 이미지 트레이닝까지.

"이제 알았겠지만."

쓰러진 발터를 보며 유신이 어깨를 으쓱했다.

"일부러 전부 보여주는 동작들이야."

마법은 생소한 힘이다. 처음 상대하는 적은 누구나 유신의 행동을 주의 깊게 관찰하고, 약점을 알아내는데 몰두하는 수밖에 없다.

유신은 그 점을 이용한다. 모든 것을 적에게 태연히 보여준다. 손가락을 올리면 땅에서 지면검이 솟아 나온다. 마법진이 펼쳐지면 투사체가 발사된다.

그리고 상대가 자신의 습관을 활용할 기미를 보이면, 바로 패턴을 바꾸고 페이크를 섞어서 뒤통수를 친다.

유신은 손에 쥔 카드가 너무나도 많았다.

"이제 끝내자."

유신은 준비해둔 데바스타를 신발 밑창에 장착하고는 걸어갔다. 발터는 피를 토하면서도 낫을 쥐었다.

'다른 건 몰라도 저 기술은 항상 일정하다. 과거에도 지금도 마찬가지.'

바닥에 붙이거나 허공에 대고 쓰면 일직선 돌진.

상대에게 향하면 충격파.

간단하기 그지없는 출력기지만, 김유신을 지금의 자리까지 올려놓은 주력기다.

아마도 그는 정면으로 데바스타를 사용해 뛰어들 것이다.

'자, 어떻게 할 테냐.'

그런데.

유신은 데바스타를 쓰지 않았다.

그냥 터벅터벅 걸어서 오고 있을 뿐이었다.

이대로 다가오는 게 자살 행위인건 놈도 알고 있을 터.

그냥 저 몸이 가짜인가?

아니면 내가 가짜라고 생각하는 걸 역이용하는 건가?

생각이 많아진다.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발터는 제자리에서 꼼짝도 할 수 없었다.

후웅!

유신의 몸이 뛰어올랐다.

'틀림없이 돌진이다!'

발터는 낫의 창대를 세우고 정면 돌진을 예측한 방어 자세를 취했다.

그러나 공중으로 뛰어오른 유신은 돌진하지 않았다.

그저 세워 든 오른발을, 정직하게 아래로 내리그었을 뿐이다.

단지 그뿐.

발터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

이때 발터의 두 눈이 본 것은 그어지는 검은 선이었다.

세상을 양분하는 칠흑의 격.

"읏차."

허리를 세운 유신이 발터를 바라보았다.

"이렇게 좔좔 내 밑천을 다 알려줬던 이유가 뭐겠어?"

발터의 어깨가 갈라진다.

[……아.]

그것은 어깨를 넘어, 가슴을 지나, 깨끗이 허리까지 떨어진다.

신체의 단면이 깨끗하게 드러난다.

손에 쥔 낫이 바닥에 떨어지고, 아르민 발터는 허망한 표정으로 고개를 젖혀 하늘을 보았다.

바다가 쪼개지고, 하늘의 구름이 갈라졌다.

이 세상이, 사선으로 갈라져 있다.

<데바스타 - 커터>

유신은 다리를 내리며 씩 웃었다.

"조커는 결정적인 순간에. 기본 중의 기본이야."

세상과 함께 발터의 몸이 두 동강나며 무너진다.

[마나의 아이 특성이 Lv.4에 도달했습니다.]

[마력이 20 증가했습니다.]

[순발이 10 증가했습니다.]

[근력이 5층가했습니다.]

[체력이 3층가했습니다.]

[집중이 2층가했습니다.]

"후우우우우……"

유신은 길게 숨을 내뱉고는 발터를 돌아보았다. 꿈틀대던 그의 몸이 이내 움직이지 않게 됐다.

잠시 여운에 젖어본다.

강자와의 전투 끝에 느끼는 승리감은 언제나 짜릿했다.

'확실히 죽었지?'

-그런 것 같습니다, 탑주. 그런데…….

'그런데?'

-생명 반응은 느껴지지 않지만 아직 마력 반응이 느껴집니다.

유신은 아르민 발터에게 다가가 상태를 확인했다. 숨은 쉬지 않는다.

틀림없이 죽었다.

'에아. 마력 반응을 체크해 줘. 어디서 느껴진다는 거야?'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아, 시신을 옆으로 치워주시겠습니까?

유신이 그녀의 말대로 시신을 치웠다.

-저 바닥에 깔려 있는 돌입니다.

'……이거라고?'

과연. 데바의 눈으로 보니 돌 안에 마력이 꿈틀대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무생물에도 영혼 전이가 가능한 거였어?'

이 안에 들어 있는 게 아르민 발터라니.

확실히 마나의 흐름 같은 것이 살아 있는 것처럼 꿈틀꿈틀하고 있었다.

"음."

유신은 돌멩이를 가지고 제자리에서 휙휙 던져 보았다. 그러자 마나가 항의하듯 빙글빙글 움직였다.

이건 이용가치가 있을지도 모르겠는데.

혹시 모르니 4공정 봉인마법을 돌에 걸어놓은 다음 주머니 속에 넣었다.

'이제 다 끝났구나.'

유신은 여운을 느끼며 고개를 들었다.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 듯, 먹구름으로 가득했던 어두운 하늘이 서서히 걷혀가고 있었다.

-클래식 게이트 오픈 7시간 만에 보스 몬스터 사망.

-재앙, 클래식 게이트 완전 소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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