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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만 마탑주-106화 (106/337)

나 혼자만 마탑주 106화

꽈아아아아앙!

폭발 마법진 하나가 그녀의 몸에서 작동했다. 내 친구의 옆구리가 터져나가며 장기가 쏟아지고 피가 터져나온다.

[아아아아아아악!]

한윤정의 몸이 쓰러져 바닥을 뒹군다.

그리 보기 좋은 광경은 아니었지만, 여기서 멈출 수는 없다. 나는 손바닥을 펼치고 다시 주먹을 쥐었다.

거센 폭음과 함께 다음 마법진이 폭발했다. 그녀가 고통에 겨워하며 발버둥 친다.

[그만! 그마아아안!]

"그 입으로 지껄이지 마. 살인마."

약속했다.

다른 사람이 아닌 내가 그녀를 죽이기로.

재앙의 핵은, 아르민 발터와 함께 여기서 죽는다. 크게 숨을 들이마신 나는 남은 세 개의 마법진을 동시에 발동시켰다.

꽈아아아아아아앙!

그녀의 몸뚱이가 터지며 맹렬한 폭발 구름에 삼켜졌다.

"후우. 허억. 후우우."

팔이 뇌의 통제를 벗어나 부들부들 떨린다.

진짜로, 못 할 짓이었다.

"다 터뜨렸습니까? 김유신 헌터."

마르첼로가 다가와 물었다. 그는 광범위 신성력 막을 펼쳐서 모래성이 무너져 위기에 빠진 헌터들을 전부 지키고 있었다.

"네. 다섯 발 전부요."

아르민 발터를 쓰러뜨리자 격렬하게 덤벼들던 몬스터들의 기세도 꺾였다. 마르첼로는 진형을 재구축한 다음 신성력 역장을 해제했다.

그러나 몬스터들은 여전히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이쪽은 어떻게든 될 것 같고.'

나는 방심하지 않고 폭발 연기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죽었는지 아닌지는 확신할 수 없지만, 아직 마력반응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는 것 정도는 알 수 있다.

두근!

"……?"

이곳의 모든 환경이 시뻘겋게 변했다. 땅도, 나무도, 몬스터들도 붉게 변했다.

그리고 2차 변화가 시작됐다.

"우욱!"

구역질이 밀려 들었다.

고기가 보인다.

바람결에 흔들리는 나무도, 내가 밟고 있는 풀도, 땅도, 전부 시뻘건고깃덩이가 되어 있었다. 우리는 재앙이 아니라, 어떤 짐승의 뱃속에 들어와 있는 건가?

꾸득. 꾸드드득.

이번엔 몬스터들의 몸이 부풀어 오른다. 새까만 살갗이 터지고 속 안의 시뻘건 근육이 드러난다.

얼굴이 찢어지고 눈에 달린 눈알이 뚝뚝 떨어진다. 그것들은 고기가 되어 폭발 연기 속으로 쏟아진다.

까드드득!

꾸득!

몬스터들의 살과 피로, 한윤정의 몸이 복구되고 있었다.

[소용없다.]

아르민 발터의 목소리가 들린다.

폭발 연기가 걷히며 발터의 곤죽이 된 몸통이 다시 원상복구 되기 시작한다.

그의 몸 주위로 끊임없이 몬스터들의 고기가 달라붙는다. 터진 장기가 재생되고 찢어진 근육이 다시 붙는다.

끔찍했다.

초재생을 뛰어넘은, 거의 부활과도 같은 힘. 이 재앙 전체를 재료로 발터는 다시 한번 부활하려 하고 있었다.

성기사단과 묘지기들이 저지하려 했지만, 고기가 되지 않은 몬스터들의 눈에 총기가 생기며 다시 인간들에게 덤벼들었다.

'위험해.'

다른 건 몰라도, 이대로 놈의 부활을 관조할 수는 없다.

두근!

심장이 느리게 뛴다.

세상의 시간이 느려진다.

마나 한 톨. 자글자글한 머리카락한 가닥 한 가닥까지 느껴진다.

두근!

나는 천천히 무릎을 굽혔다. 메네스의 등에 박힌 '혼령비수'가 보인다. 단검의 손잡이를 붙잡고 유물에서 흐르는 마나의 흐름을 읽었다.

특이했다.

단검의 칼날에서 마나가 실처럼 흘러나와 그녀의 몸 군데군데에 연결되어 있었다. 강제로 뜯어냈다간 마력 신경 전체가 뜯겨서 평생 불구로 지내야 할 것이다.

나는 단검에 마나를 흘려보냈다.

내 마나가 단검에서 나온 실의 흐름을 타고 나아가 메네스와 연결된 부분을 깔끔하게 끊어낸다.

신경에 달라붙은 실들이 하나둘씩 끊어진다. 수술을 집도하는 정형외과 의사가 이런 기분일까. 일말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다.

투둑! 툭!

마침내 모든 실이 끊어졌다. 나는 단검의 손잡이를 붙잡고 그녀의 등을 밀면서 조심스럽게 뽑아냈다. 핏물이 진득하게 흘러나온다.

단검이 뽑힌 메네스의 몸이 땅바닥에 축 늘어진다.

두근!

심호흡하며, 오른발 끝에 데바스타 마법진을 켠다. 그리고 손목 스냅만을 이용해 혼령비수를 위로 던진다.

검이 빙그르르 원을 그리며 올라간다. 내 데바의 눈은 빈틈없이 검의 궤적을 계산해 결괏값을 내놓는다.

팔꿈치를 펴고, 허리를 비틀며, 다리를 뻗는다.

완벽한 타이밍.

360도로 회전하는 단검이 일직선으로 눕혀지는 그때, 전진하는 내발끝이 단검의 손잡이를 부드럽게 밀어낸다.

그 상태로, 발끝의 마법진이 발동한다.

<데바스타>

시간이 원래대로 되돌아오며, 쏘아져 나간 한 줄기의 흑광이 부풀어오르는 아르민 발터의 복부 한복판에 박힌다.

[……허헉!]

데바스타의 반동 때문에 바닥에 쓰러졌던 나는 다급히 고개를 들었다.

아르민 발터가 고통에 날뛰고 있었다. 아까와 같은 반응이다.

[끄으윽! 크아아악!]

던전의 힘으로 몸이 재구성한다고 해서, 저걸 뽑을 수는 없다. 마나신경을 통째로 뽑아버리는 순간 재앙과의 연결까지 해제될 것이다.

실제로도 그는 괴로워하며 단검 손잡이를 붙잡고만 있을 뿐, 그걸 어쩌지는 못하고 있었다.

철퍼덕! 투둑!

발터의 몸을 뒤덮고 있던 살점들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 속에서 몸을 드러낸 발터는 예전 한윤정의 모습 그대로다.

[유신아.]

그는 가증스러운 입술을 열어, 내 이름을 부른다.

[유신아. 나 괴로워.]

안다.

저건 한윤정이 아니라, 아르민 발터라는 것쯤은.

하지만 냉정함을 유지하려는 내 이성과는 다르게, 입술이 떨린다. 심장이 두방망이질 친다. 평정심을 유지 할 수 없다.

[유신……!]

그때.

빛이 세상을 뒤덮는다.

빌딩만 한 십자가가 내리꽂히며 신성력의 대폭발을 일으킨다. 지면이 뒤흔들리고 대기가 부서진다.

고오오 오오오오오!

눈에 보이는 것은 그저 순백의 향연. 압도적인 힘의 발현에 온몸의 털이 쭈뼛 선다. 혼란스러웠던 정신이 확 돌아온다.

"그와 말을 섞지 마십시오. 김유신 헌터."

내 뒤로 다가온 마르첼로가 십자가 목걸이를 붙들며 말했다.

"전에 말했듯, 그는 빼앗은 몸의 기억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그것으로 얼마든지 타인을 기만하죠."

[이거 너무 하는군.]

눈 부신 빛의 편린 속에서 발터가 모습을 드러냈다. 전신의 피부가 타들어가고 신체 일부가 해골처럼 뼈가 그대로 드러난 모습이다. 그것도 빠르게 살이 차오르고 껍질로 뒤덮였다.

[아아, 내 아들 마르첼로야. 나는 너를 진심으로….]

화아아아아아아아악!

다시 한번 수백 미터의 십자가가 세상을 빛으로 집어삼켰다. 나는 소매로 눈을 가리며 다리에 마나를 집중해 날아가지 않도록 버텼다.

"다시는."

눈에 실핏줄이 터진 마르첼로가 말했다.

"다시는 나를 그 단어로 부르지 마라."

[흐흐…….]

이번에도 직격은 피한 듯했지만, 아르민 발터는 온몸이 타들어가 있었다. 나는 그의 표정을 명백히 읽을 수 있었다.

그것은 '곤란함'이다.

한윤정의 몸을 얻긴 했지만 아직 완전하지 못하다. 게다가 혼령비수에 찔려 컨디션이 극도로 떨어진 상황.

아무리 재앙을 다룰 수 있다고 해도, 단순 전력은 파라오인 메네스의 몸을 지배하고 있을 때가 더 우위일것이다.

조율이 안 된 한윤정의 몸으로 세계 길드 소속의 공인 2급 마르첼로와 정면 승부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만약에 내가 발터라면.

펄럭!

아르민 발터의 등 뒤에서 몬스터의 날개가 솟구친다. 그의 몸이 하늘로 날아오르자 마르첼로가 즉각 반응했다.

"놓칠 것 같으냐!"

한 줄기 백색 섬광이 번뜩이며 아르민 발터의 한쪽 다리를 날려 버렸다. 발터는 멈추지 않고 몬스터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몬스터들이 폭풍우처럼 거세게 쏟아지기 시작했다.

"끄아아아악!"

"커헉!"

마나와는 달리, 신성력 사용자들은 신성력을 공유할 수 있다. 마르첼로에게 신성력을 빌려준 성기사들이 무참히 공격당해 쓰러지기 시작했다.

마르첼로는 결국 입술을 꾹 깨물며 전방에 긴 역장 장벽을 펼쳐 그들을 보호했다.

"할 수 있어."

동료들을 지키며 발터까지 저격해야 했다.

마르첼로는 스스로에게 다짐하듯 중얼거리며 십자가를 목걸이를 붙잡았다.

그의 몸에서 쏘아져 나간 초대형 백색 섬광 다발이 전면의 몬스터에 커다란 원형 구멍을 내며 날아갔다.

그러나 아르민 발터는 날개가 조금 찢어졌을 뿐, 간발의 차이로 치명상을 피하며 도망쳤다.

"할 수 있……"

결국, 탈이 왔다.

마르첼로가 한쪽 무릎을 꿇으며 숨을 헐떡였다. 그의 온몸에는 땀이 비 오듯 흐르고 있었다.

'……마르첼로.'

안쓰러웠다.

이 세상 그 누구보다 아르민 발터의 죽음을 바라고 있는 인물.

그런데도, 원수가 눈앞에 있음에도, 그가 보인 인내력과 참을성은 초인의 경지였다.

참고 또 참았지만, 결국 잡아내지 못했다.

-키이이이이이!

몬스터들이 밀려든다. 나는 어깨에 장착한 장비를 작동시키며 말했다.

"여기서 사람들이나 지켜주십쇼. 제가 가서 잡겠습니다."

"……."

"어차피 그쪽은 비행기술 같은 것도 없잖아요."

마르첼로는 눈동자를 굴려 나를 바라보았다.

그래 우습겠지.

작은 나라의 공인 4급 애송이가 무슨.

"믿겠습니다."

나는 깜짝 놀랐다.

지금 이 사람이 뭐라고 한 거야?

"당신만 믿겠습니다. 김유신 헌터."

고개를 든 그는, 엉망으로 망가진 얼굴로 눈물 콧물을 줄줄 흘리고 있었다.

"반드시 놈을……!"

나는 그에게서 밀려드는 거대한 감정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저, 고개를 끄덕일 뿐이다.

-비행 시스템 준비됐습니다.

'수고했어. 에아.'

나는 어깨에 달린 장비를 작동시켰다.

사실이 장비는 '로켓 골렘'이라는 골렘공방의 완성품으로 만들어졌다.

마나를 추진체 삼아 전장으로 빠르게 합류하는 돌진형 골렘이지만, 데바스타가 있는 내게는 돌진기가 따로 필요 없었다.

그래서 은솔은 로켓 골렘의 추진 설비만 빼서 헌팅 디바이스에 결합해 새로운 걸 탄생시켰다.

촤아악!

내 등에 청색 발광체가 날개처럼 펼쳐졌다.

마나를 연료로 작동하고, 내 컨트롤에 의해 통제되는 대비행 몬스터형 장비. 은솔은 간단히 '윙 골렘'이라고 이름 붙였다.

'간다.'

키이이잉!

발광체 날개가 눈부신 푸른빛을 일으키며 작동했다. 내 몸이 허공에 1미터 정도 떠올랐다.

-탑주. 윙 골렘의 컨트롤 중에는 제 어시스트 연산 능력이 절반 이하로 떨어집니다.

'괜찮아. 비행에만 집중해 줘.'

나는 정면을 바라보았다.

장난이 아니었다.

무수한 몬스터들이 앞을 가로막고 있었다. 이들은 나를 보내지 않겠다는 의지를 피력하듯 공중에 떠올라 대기하고 있었다. 몇몇 대형 몬스터들은 건물 몇 채를 합친 것만 한 크기를 자랑했다.

"가십시오."

마르첼로가 말했다.

"한 번 정도는 더 무리할 수 있습니다."

뭐, 아크 비숍이 그렇게 말해준다면야.

나는 날개에 마력을 흘려보냈다.

발광체의 몸통 일부에 푸른 원형의 파장이 흘러나오자 내 몸이 빠르게 공중으로 솟구친다.

몬스터들이 움직인다. 커다란 것들이 내게로 주먹을 휘두른다. 날개달린 것들은 자세를 낮추며 공습 준비를 한다. 지상의 것들은 원거리 투사체를 발사한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을.

화아아아아아아아아악!

하늘에서 펼쳐진 백색의 십자가가 일소시킨다. 눈 부신 빛의 산란 이 몬스터들의 몸뚱이와 그들이 날린 모든 투사체를 흔적도 없이 소멸시킨다.

'역시 마르첼로……'

나는 눈을 가리며 그대로 전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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