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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만 마탑주-89화 (89/337)

나 혼자만 마탑주 089화

오봉규가 방출한 마력이 지면을 타고 쭉 흘렀다.

뒤이어 사방에서 기이한 형상의 나무와 식물들이 지면을 부수고 솟구쳐 나온다. 황량했던 공터가 갑자기 녹색으로 빠르게 뒤덮이기 시작했다.

"이 일대는 전부 마계 식물의 연구를 위해 모종을 심어둔 토양이지. 이렇게 넓은 터를 썩힐 이유가 없지 않나."

생태문제 때문에 그 보유조차 허가 되지 않은 가장 위험한 마계 식물들이었다.

인간의 키보다 큰 해바라기가 입을 쩍 벌리고, 파리 지옥에서 이빨이 자라났다. 당장에라도 유신을 덮칠 듯 살벌한 분위기였다.

'건물과 이 일대 전부가 놈의 정원이었군. 빠져나가야 해.'

유신이 데바스타 마법진을 준비하기 위해 신발 밑창으로 손을 가져가려는 순간.

"어……?"

갑자기 세상 만물이 핑그르르 돌았다. 유신은 그대로 털썩 쓰러졌다.

-탑주!

팔다리에 힘이 실리지 않았다. 몸에서는 데바스타를 켰을 때나 나오던 그 검은 아지랑이 같은 것이 꾸물꾸물 흘러나오고 있었다.

-체내의 마나가 암흑 마력으로 변질! 데바스타의 부작용인 것 같습니다!

'……부, 부작용?'

그동안 너무 많이 데바스타를 남발한 게 문제가 된 듯했다.

암흑 마법은 인간이 아닌 고대의 종족이 사용했던 마법. 안톤이나 에아가 말한 대로 부작용이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이게 이런 식으로 발현될 줄은 몰랐다.

"뭔가 잘못됐군. 그렇지?"

오봉규는 능글맞은 미소를 지으며 계속해서 주위의 마계 식물들을 키우고 있었다.

-탑주! 괜찮으십니까?

'……으으. 일단 고비는 넘겼어.'

유신은 급하게 체내의 마나를 순환시켜 저 암세포 같은 암흑 마력을 밀어냈다.

여기서 데바스타를 더 썼다면 정말로 암흑 마력이 온몸에 퍼져나갔을 지도 몰랐다.

대가 없는 힘은 없다던가. 유신이 생각해도 데바스타는 3공정 마법인 것에 비해 지나치게 고효율이었다.

'적어도 이 싸움에서는 데바스타를 봉인할 수밖에 없어.'

유신은 손바닥으로 지면을 짚고 눈을 감았다.

속은 뒤집혔지만, 몰입력만큼은 깨지지 않았다.

"탑주! 마계 식물들이 공격해 옵니다!

'미안, 막아줘.'

-라운드 쉴드를 작동합니다.

안톤에게서 카피한 3랭크짜리 쉴드마법이 유신의 몸을 뒤덮었다. 곧바로 들이닥친 마계 식물들이 쉴드를 칭칭 감싼 형국이 되었다.

쉴드 너머 바깥의 모습이 빼곡하게 들어찬 식물들 때문에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빠져나갈 생각일랑 말게. 여기 있는 모든 종들이 폭염도(暴炎島) 던전에서 가져온 아이들이라 불도 붙지 않고 힘으로는 더더욱 풀 수 없지."

오봉규는 마계 식물의 급속 성장에 열을 올렸다. 유신의 몸을 감싼 식물들의 덩치가 점점 더 비대해져 갔다.

그는 이번에야말로 승리를 확신하고 있었다.

"아, 폭염도! 7랭크 던전이자 극악의 재앙이었지! 나는 그곳에서 영겁의 지옥을 경험하고 왔네. 스트레스로 죽어가던 동료들과는 달리, 나는 이 빌어먹을 능력 때문에 몸뚱이는 건사하면서도 정신은 수천 번은 더 붕괴했지."

폭염도 던전에 대해서는 유신도 들은 적 있다.

예전에 진보라와 매니지먼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때.

'무엇보다 길드 소속 헌터들은 의무 차출도 자주 당하잖아요? 저번에 말레이시아에서 고위험 재앙 터졌을 때 정부에서 차출된 헌터들 대부분이 못 돌아오기도 했고.'

바로 그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재앙급 던전이 '폭염도'였다.

그럼 이 녀석이 바로 그 생존자라는 건가? 자세한 사정은 모르지만, 아주 끔찍한 경험이었던 모양이다.

"나는 절대로 그런 경험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네. 하지만 공인 3급쯤 되는 전력이면 은퇴한다고 해서 모든 의무에서 벗어날 수 있는 건 아니지. 많은 작업이 필요했네. 힐러들을 모아 연합을 만든 건 국가의 출동 명령에 저항할 수 있는 나만의 세력을 만들기 위함이었네."

그가 뻗은 오른팔의 마력이 뿜어져나올 때마다 마계 식물들은 더더욱 비대해져 갔다.

"내 몸에 끔찍한 약물을 주사하고, 전 세계에서 금지한 식물들을 키우고 있는 것도 모두 같은 목적 때문이라네."

-탑주! 쉴드의 방호력이 빠르게 무너지고 있습니다! 앞으로 20초가 한계입니다!

유신은 눈을 감고 마법에 몰입했다. 주위로는 네 개의 보조 마법진 이 펼쳐져 있었고, 바닥에는 반경 4미터의 대형 마법진이 펼쳐져 있었다.

"자네는 내게 감사해야 해. 3급이 되기 전에 헌터계에서 은퇴하는 건 대단한 축복이야."

"얼씨구."

유신은 캐스팅에 박차를 가하며 말했다.

"전장에서 꼬리 말고 도망친 개새끼가 왈왈 짖으면서 변명 늘어놔 봐야, 바뀌는 건 아무것도 없어."

"푸흐흐! 그래그래. 대부분이 그런 반응이지! 하지만 겪어보지 못한 제삼자의 경멸 따위 아무래도 좋네!"

오봉규가 광소했다.

"내 안위를 위해! 힐러연합은 존속되어야만 하네!"

"그런 저급한 패배 의식으로 만들어진 조직 따위, 몇 번이고 부숴주마!"

마침내 바닥의 마법진에서 빛이 흘러나왔다.

4공정의 4대 원소 마법 중 하나.

'발동.'

<가이아>

지면의 마법진이 빛을 발하며 마력을 반경 수백 미터로 넓게 퍼뜨렸다. 마법진의 중앙을 짚고 있던 유신은 손을 뗐다. 그러곤 주먹을 쥐고 팔을 높게 들어 올린 다음.

쿠웅!

힘껏 내려쳤다.

쿠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

가이아의 범위에 들어온 지면이 통째로 뒤집히며 튀어 오른다. 바닥깊은 곳에 뿌리박고 있던 모든 마계식물과 나무들이 일제히 하늘로 솟구친다.

"… 무슨!"

능력을 사용하고 있던 오봉규의 얼굴에 경악이 자리한다. 식물형 몬스터라면 몰라도, 뿌리가 뽑히고 찢겨나간 마계 식물은 살아남기 힘들었다.

수천 종의 마계 식물로 녹색으로 뒤덮인 공터가 단 수 초 사이에 황무지 폐허로 변했다.

유신의 공격은 끝나지 않았다. 오봉규가 딛고 있던 지면이 움푹 내려가는 동시에 지면이 믹서기처럼 움직여 그의 다리를 걸레짝으로 만들며 갈기갈기 찢어 놓는다.

그보다 좀 더 먼 지면에서는 어스 클레이모어가 솟아올라 오봉규의 몸을 찌른다.

"크아아아아아아!"

괴물이 지면을 헤집으며 달리기 시작했다. 갈려진 다리와 지면검에 찔린 상처가 잠깐 사이에 바로 회복된다.

말도 안 되는 완력에 경이로운 회복력.

상대도 터무니없이 강하다.

'에아! 4공정 마법은 숙련도 0%라 마나 소모가 너무 커! 플랜 B와 병행하자.'

-알겠습니다!

유신은 <가이아>마법진으로 오봉규의 진입을 늦추는 동시에 아이스자벨린들을 만들어 발사했다.

오봉규는 하반신이 땅에 묻힌 채로 전진했고 상반신은 얼음창에 맞았지만 멈추지 않았다.

일방적인 타격 상황으로 보이지만, 유신 또한 마나와 집중력을 계속해서 소모하고 있었다.

'이제 회복에 한계가 올 때가 됐어.'

'단 한 방, 한 방이면 충분하다.'

서로가 각자의 필승 상황을 생각하며 싸우고 있는 바로 그때.

[당신은 완전한 마법의 벽을 깨트렸습니다. 아이스 자벨린의 숙련도가 110%에 도달했습니다.]

승리의 여신은 유신 쪽에게 손을 들어주었다.

'이거다!'

마나 에로우가 레피드 에로우로 진화했을 때의 바로 그 상황이다. 유신은 아이스 자벨린의 시전에 모든 집중력을 쏟아부었다.

'그동안 수없이 쓴 마법이지만 숙련도 100%를 찍은 후 발전이 없었어. 뭐가 바뀐 거지?'

-숙련도 110% 달성 시에 발동한 마법진을 복사해 보여드리겠습니다.

에아가 데바의 눈으로 마법진의 구조를 펼쳤다. 재빨리 수식을 훑어보던 유신은 무릎을 탁 쳤다.

'사출의 간략화! 이거였구나!'

아이스 자벨린을 난사하던 유신은 마나 부담 때문에 자신도 모르게 사출 관련 수식을 바꿔서 사용했고, 그 부분이 다른 수식과 교묘하게 맞물리며 유의미한 변화를 불러일으킨 것이다.

'그럼 이건 어때.'

유신은 다시 수식을 바꾸어 아이스 자벨린을 만들었다.

[당신은 완전한 마법의 벽을 깨트렸습니다. 아이스 자벨린의 숙련도가 120%에 도달했습니다.]

'얼음 공정에 40% 형태 구축에 30% 사출에 30%야. 더 줄일 수 있다.'

[당신은 완전한 마법의 벽을 깨트렸습니다. 아이스 자벨린의 숙련도가 130%에 도달했습니다.]

[당신은 완전한 마법의 벽을 깨트렸습니다. 아이스 자벨린의 숙련도가 140%에 도달했습니다.]

한번 물꼬가 트이자 창의성이 폭발했다. 온갖 경우의 수가 머릿속에 떠올랐다.

머리가 팽팽 돌아가기 시작한다.

변화와 진화를 거듭하며, 유신이 쏘아 보내는 아이스 자벨린은 하나하나가 다른 수식을 품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맞고 있는 대상도 잘 알고 있었다.

"이 나를 상대로 실험이라도 하는 거냐! 김유시이이인!"

오봉규의 눈빛에 독기가 서렸다.

앞을 가로막고 있던 지면이 불도저에 치인 것처럼 사방으로 밀려난다.

접근 속도가 더 빨라졌다.

하지만 완전히 몰입한 상태의 유신은 오봉규 따윈 안중에도 없었다.

'그래, 이거야. 형태와 사출을 배제하고, 2공정을 더 추가해서 단 하나의 특징에 올인하는 빙결계……!'

[당신은 완전한 마법의 벽을 깨트렸습니다. 아이스 자벨린의 숙련도가 200%에 도달했습니다.]

마침내 유신의 손에 쥔 200%의 아이스 자벨린 마법진이 빛을 내뿜으며 변화하기 시작했다.

[아이스 자벨린에서 새로운 마법이 파생되었습니다. -프로즌 하트.]

[프로즌 하트<김유신 오리지널>]

마법진 랭크 : A++

공정 : 4공정

분류 : 운용형

부여 기능 :

-마법진 일체화.

-중첩 시전.

-중첩 냉각.

-대확장.

이해도 : 1, 200

유지력 : 764

운용력 : 1, 553

출력 : 320

유신은 떨리는 마음으로 손바닥을 펼쳤다. 한기를 내뿜는 별 형상의 얼음 조각이 손안에 있었다.

마법진의 형태화. 이 얼음 자체가 마법진이다.

그때 주위가 그늘지며 어두워졌다.

유신이 고개를 들자 광분한 오봉규가 달려들어 오른팔을 뻗고 있었다.

'느려졌어.'

데바의 눈이 동작을 캐치하고 몸이 받아들여 움직인다. 유신은 제자리에서 쓰러지듯 뒤로 넘어지며, 그와 동시에 검지로 프로즌하트를 튕겼다.

날아간 프로즌 하트가 상대의 가슴팍에 부착됐다.

"이제 끝이다!"

이어지는 오봉규의 2타가 다가오는 찰나의 순간, 유신은 손가락을 세워 검지와 중지를 붙였다.

그리고 마법을 시전했다.

<아이스 자벨린>

콰드드득!

오봉규는 주먹을 내지르지 못했다.

그의 가슴에 난데 없이 커다란 고드름이 솟구쳐 나오는 바람에 밸런스를 잃고 비틀거렸다.

"… 무슨!"

오봉규가 다급히 프로즌 하트를 떼어내려 했지만 소용없었다. 유신은 계속해서 마법을 사용했다.

<아이스 자벨린>

<아이스 자벨린>

<아이스 자벨린>

<아이스 자벨린>

콰득! 콰득! 콰드드!

얼음들이 삐쭉삐쭉 솟아 나오며 순식간에 오봉규의 상반신의 50%가 얼음으로 뒤덮어졌다.

프로즌 하트의 개성은 안테나.

빙결계 마법을 사용하면 마법진이 형상화된 프로즌 하트에서 대신 빙결계가 쏟아진다.

이를 악문 오봉규가 몸에 붙은 빙하를 이끌고 유신을 공격했지만, 무게 때문에 더 느려졌다. 무엇보다 지독한 한기 때문에 온몸이 굳어진 상태였다.

뒤늦게 가슴 쪽에 새살을 부풀려 프로즌 하트를 밀어내려고 했지만 이미 상체 전반이 얼음으로 뒤덮여 그것 또한 여의치 않다.

유신은 기세를 타고 계속해서 마법을 사용했다.

<아이스 자벨린>

<아이스 자벨린>

<아이스 자벨린>

시련 중에 안톤은 이렇게 물었었다.

'14대야. 너 마법을 그렇게 마구 쏴대도 괜찮은 거야?'

'네, 뭐. 좀 피곤하지만.'

'그렇게 한 번에 많은 양의 수식을 처리하려면 딜레이 장난 아닐 텐데? 머리가 막 터질 것 같지 않아?'

'그렇긴 하죠. 그래도 뭐…… 깨작깨작 쏘는 것보단 그냥 한 번에 많은 수식을 처리하는 게 편하더라고요. 수식이 아무리 많아도 공통된 규칙을 찾아서 한꺼번에 약분해 버리면 되잖아요?'

'흠, 그래?'

안톤이 히죽 웃었다.

'네가 에렌델인이었으면 센세이션이겠다.'

'네?'

안톤이 유신을 가리키며 진지하게 말했다.

'그거.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야.'

그때의 유신은 그 말이 조금 의아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프로즌 하트'는 유신의 오리지널답게, 물량전에 탁월한 마법이었다.

유신은 점점 더 캐스팅에 몰두했다. 수식량이 늘어나며 두뇌 회전 또한 가속한다. 본능적으로 더 원했다. 더 많은 수를, 더 많은 물량을.

<아이스 자벨린>×30

후우우우우웅!

어느새.

오봉규는 자신의 몸집에 15배에 달하는 빙산을 끌어안고 서 있었다.

그의 하반신이 무게를 버티느라 부들부들 떨리고 있다.

"김…… 유…… 신!"

쿠쿵!

결국 오봉규가 빙하를 끌어안은 채 무릎을 꿇었다.

유신은 말없이 눈을 감고 양손을 펼쳤다. 카피 매지컬 포지션이 펼치며 도합 마흔 개의 마법진이 허공에 등장한다.

"그마아아아아아아아안!"

유신이 두 팔을 교차해 휘둘렀다.

허공에 마법진들이 모두 사라졌다.

그 대신.

쩌엉

오봉규의 몸에서 수 미터가 넘는 얼음들이 솟구쳐 나왔다. 그의 몸은 완전히 얼음에 파묻혀 사라졌다.

이것으로 종결.

"후우우우우."

유신은 길게 심호흡하며 팔을 내렸다.

근처에 남아 있던 마계 식물들이 한기에 의해 모두 고개를 숙였다.

이 근방이 한겨울이 된 것처럼 온도가 뚝 내려갔다.

유신은 여운에 젖어 고개를 젖혔다.

'고맙습니다. 안톤.'

힐러연합과 마탑.

상충할 수밖에 없던 두 조직의 충돌은 결국, 정치와 전쟁 모두 마탑의 압도적인 승리로 끝이 났다.

이름 : 김유신

고유 능력 : 데바의 눈

개인 특성 : [마나의 아이 Lv.3] [마탑의 주인 Lv.10] [마법 공학Lv.10] [스펠 로드 Lv.10] [과몰입Lv.8] [다중 시전 Lv.6] [가속 시전Lv.6] [원격 시전 Lv.6] [분석 Lv.6] [포션 조제 Lv.5] [정보처리 Lv.5] [골렘 마스터리 Lv.5] [이동 시전Lv.4] [예측 회피 Lv.4] [마나 호흡Lv.2]

기본 능력치 : [마력 219] [순발81] [체력 45] [근력 44]

특수 능력치 : [집중 40] [지능22] [암흑 12] [의지 11] [인내 8] 능력치 총합 : [4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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