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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만 마탑주-88화 (88/337)

나 혼자만 마탑주 088화

쿠웅!

기둥을 몇 개나 부수며 날아간 거구의 몸이 벽에 부딪쳤다. 벽 뒤로 거대한 해골 자국이 생기며, 그의 몸이 주르륵 떨어졌다.

"후우우."

바닥에 내려온 유신이 허리를 세우고 오봉규를 바라보았다.

데바스타는 제대로 박혔다.

꾸드득! 꾸득!

발차기를 맞아 움푹 들어간 부분이 살로 차오르고 있었다. 오봉규는 벽을 짚고 비틀거리며 일어났다.

"후끈하군."

'이런 미친……'

처음이었다.

데바스타를 맞고 저렇게 멀쩡히 일어나는 괴물은.

"그럼, 계속 하지."

꽈득!

무시무시한 각력으로 바닥을 짓밟은 오봉규가 바닥을 산산조각을 내며 앞을 향해 나아갔다.

유신은 좌우로 펼친 두 팔을 힘차게 교차했다.

촤르르르르르르륵!

바닥의 좌우 방향으로 어스 클레이 모어가 교차하며 올라왔지만, 오봉규는 그것을 온몸으로 부수고 돌진 해 왔다.

"김유시이이이이인!"

날카로운 지면에 베이며 상처가 나는 동시에 살이 부풀며 회복됐다.

유신의 전면으로 어스 클레이모어와 함께 쉴드가 여러 겹 형성됐지만.

콰앙!

단 한 번의 펀치가 이 모든 것을 파괴했다. 악착같이 뻗어 나간 오른팔이 기어코 유신의 머리를 손에 쥐었다.

촤아악!

손아귀에 힘을 주자 이번에도 물이었다.

예상했다는 듯 오봉규가 빠르게 주위를 살폈지만, 유신의 모습은 온데 간데 없이 사라져 있었다.

그때 거대한 마력 진동이 느껴졌다.

'위……!'

오봉규가 고개를 들자 유신이 두발을 천장에 딱 붙인 채 무릎을 구부리고 있었다.

<데바스타>

칠흑을 두른 유신의 몸이 일직선으로 오봉규에게 내리꽂혔다. 오봉규는 다급히 두 팔을 들어가드 자세를 취했다.

터어어어엉!

오봉규가 디딘 바닥이 움푹 들어가며 파편이 튀어 올랐다. 유신의 무릎을 중심으로 그의 팔이 파이고 꺾여 들어갔다.

"푸흐흐! 고작 그 정도냐!"

유신은 씩 웃으며 양손을 뒤로 젖히더니 신발 밑창에 가져다 댔다.

"그 정도겠냐."

<라이트 데바스타>×2

콰아아아아아아아아!

두 발에서 검은 파동이 한꺼번에 부스터처럼 일어났다. 오봉규의 팔이 기이하게 꺾이는 동시에 딛고 있는 바닥이 균열과 함께 무너져 내린다.

콰콰쾅!

두 사람의 몸이 바닥을 부수고 지하 1층에 닿는다. 그걸로도 모자라 다음 바닥까지 부수고 나아가 오봉규의 몸뚱이는 지하 2층까지 처박혔다.

쿠구구구구구!

폐건물의 지하에 자욱한 먼지가 피어올랐다. 힐러연합이 창고로 사용한 듯, 이런 저런 나무 상자가 가득한 곳이었다.

-탑주! 6시 방향에 공격입니다!

유신이 재빨리 뒤로 물러나기 무섭게 괴물이 손이 먼지를 가르고 휘둘러진다.

쿵!

팔을 한 번 휘두른 후 한쪽 무릎을 꿇은 오봉규의 입에서 피가 뚝뚝 떨어졌다. 그가 팔로 입가의 피를 슥 닦았다.

"푸흐흐, 이런 게 고작 마력조작계 능력이라고? 말도 안 되는 소리! 마법이라도 쓰는 게냐 김유신!"

"맞아."

유신이 양팔을 뻗었다. 오봉규의 다리가 박살 나 완전히 회복되기 전인 지금이 기회다.

그의 주위로 네 개의 마법진이 떠올랐다. 바늘이 째깍거리며 움직이는 마법진, 룬어가 움직이는 마법진, 공정 수식이 통째로 담겨 있는 마법진, 그래프 같은 것이 수시로 바뀌는 마법진까지. 마치 차량의 계기판같은 이미지다.

"후우우우우."

안톤이 마법을 준다고 했을 때, 유신이 '물의 장막'을 고른 가장 중요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

사실 다른 마법들은 유신 스스로의 힘으로 카피에 성공했다.

-4종 보조 마법진. 동조 완료했습니다.

네 개의 보조 마법진은 에아가 컨트롤 한다. 그녀의 수식 구축 속도가 확 올라가며 유신의 유도를 완벽하게 따라온다. 밑그림을 그리는 족족 에아가 그 안을 무서운 속도로 채워 넣는다.

수식 계산이 끝나고, 유신의 앞으로 반경 3미터의 대형 마법진이 펼쳐진다.

유신의 첫 4공정 마법.

<프로메테우스>

화염의 거인이 마법진에서 쏟아져나온다. 할로윈의 잭오랜턴을 연상케 하는 쩍 벌어진 입과 찢어진 눈, 그리고 거대한 몸체가 통째로 날아가는 그것은 불꽃도 아니고 마그마도 아닌, 마치 액체처럼 흐르는 화염이다.

"……흐읍!"

오봉규가 두 팔을 올려 얼굴을 가리는 가드 자세를 취한다. 이내 프로메테우스가 그의 몸에 부딪히며 맹렬한 폭음을 쏟아낸다.

화아아아악!

프로메테우스는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는다. 오봉규를 불타는 몸으로 붙들고 끌고가 벽에 처박아놓고 흐르는 불꽃으로 태우기 시작한다. 곧이 어 고통스러운 괴성이 터져 나왔다.

'아직이야.'

유신은 허공에 마법진들을 계속 소환했다.

<파이어 캐논>

사방에서 발사되는 파이어 캐논들이 프로메테우스에게 퍼부어진다.

프로메테우스는 불을 집어삼키는 특징이 있다.

날아오는 파이어 캐논들에 불의 거인의 덩치가 부풀어지며 더더욱 맹렬하게 몰아친다. 마치 살아 있는 불의 정령이 의지를 가지고 끊임없이 상대를 불태우는 것만 같다.

"으으으! 끄아아아아아아악!"

아비규환이라는 말로도 모자란 불지옥이 펼쳐졌다.

유신은 거칠게 숨을 헐떡이며 팔을 내렸다. 4공정이라 그런지 마나와 정신력의 소모가 어마어마했다. 프로메테우스의 지속시간이 끝나며 불이 꺼져간다.

'아직도 살아 있나?'

유신은 데바의 눈으로 불타는 화염너머의 오봉규를 바라보았다.

대체 무슨 주사를 맞은 걸까. 불에 그을리고 잿더미가 된 살덩이가 바닥에 툭툭 떨어지고 새살이 돋아나고 있었다. 인간의 상식은 이미 아득히 넘어선 몸뚱이다.

'뭐, 좋아.'

하지만 유신의 노림수는 따로 있었다.

<윈드 포트>

유신은 3공정 바람계 마법을 몸에 둘렀다. 잠시 후 끓어오르는 화마속에서 그을린 괴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흐흐흐! 크큭! 푸하하하하!"

그가 바닥을 짚고 돌진 자세를 취했다.

"이번에도 살아남는 건 나다!"

오봉규가 바닥을 박차며 돌진해 왔고, 유신은 옆으로 물러나며 피했다.

들소 같은 거구의 몸이 유신을 지나쳐 벽에 충돌했다.

물론 박살 나는 쪽은 벽이었다. 아직 컨디션이 다 안 돌아왔는지 이마를 붙잡은 그가 재차 달려들며 주먹을 휘둘렀다.

후웅! 후우우웅!

유신은 제자리에서 자세를 숙이고 허리를 비틀며 피해냈다. 오봉규의 손이 연이어 허공을 헛돌았다.

'…뭐지?'

움직임이 빠른 것도 아닌데 쉽지 않았다.

데미지 때문에 자신의 컨디션이 정상이 아닌 것도 있지만, 유신의 움직임은 귀신에 홀린 듯 쫓아가기 힘들었다. 마치 자신이 어떻게 움직일지 눈에 훤히 알고 있는 것처럼.

게다가 화염으로 일어난 자욱한 연기 때문에 시야가 가려지는 것도 방해였다. 유신은 연기는 물론 지형지 물을 적절히 활용해 피해 나갔다.

"계속 피하기만 할 생각이냐! 김유신!"

오봉규가 소리 지르며 재차 주먹을 내지르려는 순간, 갑자기 주먹이 헛돌며 털썩 무릎을 꿇었다.

끄르르륵!

그의 입에서 가래 끓는 소리가 들리며 거품이 흘러나왔다. 지독한 어지럼증과 구토감이 치밀었다.

"어때."

유신이 씩 웃으며 말했다.

"이것도 회복으로 어떻게든 해봐. 힐러."

전부 계획된 움직임이었다.

데바스타로 오봉규를 지하에 처박아 넣고 화염계 마법을 사용했다.

탄소 화합물이 탈 때, 산소가 충분하면 이산화탄소가 나오지만 산소가 부족한 환경에서 불완전 연소되면 일산화탄소라는 유독 가스가 나온다.

색, 냄새, 맛이 없어 중독 초기에 알기 힘들다.

유신은 대기를 컨트롤하는 3공정의 <윈드 포트>를 몸에 둘러 일종의 호흡기를 만들었지만, 오봉규는 산소가 부족한 상황에서 일산화탄소를 엄청나게 들이마시고 있었다.

아무리 무한의 체력이라도 인간인 이상 치명적이다.

데바스타나 프로메테우스 같은 화려한 대형 마법들은 눈속임, 사실 오봉규를 잡을 유신의 비장의 카드는 가스였다.

"그르륵! 끄윽!"

몸을 비틀며 괴로워하던 오봉규가 발을 세차게 굴리더니 천장으로 뛰어올랐다.

그러나 그보다 더 빠르게, 유신의 몸이 번쩍이며 그 앞으로 튀어나왔다.

"냅두겠냐."

투콰아아앙!

데바스타가 실린 발차기에 맞은 오봉규의 몸이 다시 바닥으로 떨어졌다.

-탑주! 윈드 포트 내부의 산소량도 이제 한계입니다!

'응. 알고 있어.'

이건 버티는 싸움. 저쪽은 더 괴로울 것이다. 오봉규는 눈물 콧물을 줄줄 쏟으며 다시 올라가려 했지만 유신이 재차 아이스 자벨린을 날려보냈다. 연이어 얼음의 창에 맞아 그의 몸이 밀려났다.

"끄으으. 끄륵."

고통스럽게 목을 긁어내던 오봉규가 갑자기 지하 2층에 널려있는 상자 하나에 팔을 뻗었다.

'무슨 속셈이지?'

촤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상자를 박살내고 마계 식물들이 일어마 유신에게 달려들었다. 유신은 다급히 전면에 쉴드를 쳤다. 살아 움직이는 식물들이 쉴드를 뚫지 못하고 버벅거리며 부딪쳐왔다.

'무슨 창고인가 했더니.'

부서진 상자 안을 보니 씨앗 같은 것들이 가득했다. 아무래도 오봉규의 급속 성장 능력으로 식물들을 일으킨 것 같았다.

유신의 시선이 끌린 사이, 결국 오봉규는 천장을 부수고 밖으로 튀어나갔다.

"끄윽! 우에에에엑!"

천장 위에서 고통스러운 구토음이 들렸다.

'……아깝다. 거의 다 잡은 건데.'

-경고, 탑주도 위험한 상태입니다!

속히 위로 올라갈 것을 권합니다!

'알겠어.'

유신이 바닥에서 오른발을 떼자 에아가 빠르게 마법진을 그려나갔다.

이내 바닥을 밟자 리프 부츠가 발동해 그의 몸이 뚫린 천장을 지나 지상으로 튀어나갔다.

오봉규는 여전히 몸부림치고 있었다. 계속 날뛰면서 건물이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기에, 유신은 우선밖으로 나왔다.

'하아아.'

건물 밖으로 나와 시원한 공기를 들이마시니 한결 살 만해졌다.

유신은 하늘을 바라보며 고민에 잠겼다.

첫 번째 플랜은 실패다.

이제 저 회복 괴물을 어떻게 요리해야 할까.

쿠웅!

건물에서 오봉규가 튀어나왔다. 입에서 더러운 이물질을 질질 흘리며 걸어오고 있었다.

"유쾌한 경험 고맙네. 내 손으로 장기를 척출해내고 재생해 본 건 처음이야."

오봉규가 손에 쥔 끔찍한 살덩이를 내던지며 말했다.

"자네를 어떻게 절여 죽일지 고민을 거듭하게 만드는군."

"우연이네. 나도 비슷한 고민을 하는 중인데."

두 사람은 말이 끝나기 무섭게 서로를 향해 뛰어든다.

후우우우웅!

마치 검투사의 결투의 한 장면처럼 맨손의 남자들이 서로를 교차하며 지나간다.

터엉!

오봉규의 안면에 충격파가 일어나며 뒤로 꺾인다. 그러나 타격을 받는 동시에 허리를 꽈배기처럼 비틀며 뒤쪽의 유신을 향해 주먹을 휘두른다.

화아아악!

소름 끼치는 궤적이 유신의 뺨을 살짝 스치고 지나간다. 유신은 이를 악물고 팔을 뻗었다.

'에아. 3층 시련 때 기억나지?'

-물론입니다!

유신의 손 너머로 아이스 자벨린 마법진이 펼쳐진다. 등 뒤로도 서리의 창이 모습을 드러내 발사된다.

콰콰콰콱!

얼음창이 오봉규의 몸에 연달아 박힌다.

"그래, 불 다음은 얼음이냐!"

창이 박힌 부위에 꿀렁거리며 새살이 돋아나 창을 통째로 밀어냈다.

유신은 그 상태를 보며 끊임없이 계산하고 있었다.

'회복 속도가 느려졌어. 처음에 날펀치 한 방에 처박을 때 비해서는 움직임과 파워 모두 현저히 떨어졌다. 틀림없이 녀석도 지치고 있는 거야.'

유신은 오봉규의 공격을 간발의 차이로 피하며 끊임없이 아이스 자벨린을 날렸다.

회피는 유신이, 캐스팅은 에아가.

오봉규가 주먹을 한 번 휘두르는 동안에 아이스 자벨린 세 방이 날아와 박혔다.

그것을 살로 밀어내는 순간에도 다른 부위에 연달아 창이 날아와 박힌다.

주먹보다, 재생속도보다, 아이스 자벨린의 시전속도가 더 빠르다. 유신이 계속 단련했던 물량과 빠른 시전속도가 진가를 발휘하는 순간이었다.

'오른쪽.'

'이번엔 정면 지르기.'

무엇보다 유신은 데바의 눈으로 오봉규의 움직임을 확실히 보고 피한다.

단 한 번의 일격이라도 허용하면 패배. 하지만 유신은 그 아슬아슬한 줄다리기를 교묘하게 이끌어 나가며 계속해서 유효타를 먹이고 있었다.

하지만 공인 3급의 오봉규도 호락호락한 상대는 아니었다.

그는 계속해서 일정한 템포를 조절하고 있었다. 유신을 자신의 리듬에 익숙하게 만든 다음, 유신의 회피를 유도하고 한 박자 빠른 타이밍에 치고 들어오며 팔을 뻗었다.

'걸렸다.'

주먹을 내지르는 오봉규의 입가에 회심의 미소가 걸렸다. 이 타이밍이라면 피할 수 없다.

<데바스타>

그때 유신의 신발 밑창에 마법진이 펼쳐지며 단번에 거리가 벌어졌다.

오봉규의 공격은 허공을 가를 뿐이었다.

'갑자기 확 빨라져서 놀랐네.'

뒤로 거리를 벌린 유신이 숨을 헐떡이며 마나를 갈무리하고 있는데, 오봉규가 히죽 웃으려 팔을 펼쳤다.

"그리로 간 건 실수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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