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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만 마탑주-72화 (72/337)

나 혼자만 마탑주 072화

한국은 빠르게 평화를 되찾았다.

하마터면 한반도가 몬스터 랜드화될 뻔했다는 사실만 제외한다면, 미궁 던전으로 인한 수확은 컸다.

이번 사태로 많은 플레이어들이 놀라운 성장을 이룩했다. 이후에 있을 공인 5급 시험의 합격률도 역대급이 될 거라는 소문이 자자했다.

마정석이나 몬스터 부산물 수익으로 인한 경제적 이익은 두말할 것 없었다.

비 온 뒤에 땅이 굳어진다고 했던가. 한국 헌터계는 다시 한번 유례없는 호황을 맞이하고 있었다.

물론 나도 그 특수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식물형 몬스터의 부산물들이 싼값에 풀리고 있습니다."

운전대를 잡은 정서진이 말했다.

"고가의 부산물들은 어떻게든 제값받고 팔려는 경향 때문에 시장가가 다소 경직되어 있습니다만, 값싼 식물형 몬스터의 부산물은 예외인 모양입니다."

나는 씩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겠지. 그거 묵혀봐야 얼마나 차이 나겠어? 보관기간 문제도 있고."

"그냥 매대에 쌓아놓고 떨이 중이랍니다."

"좋아! 이번 기회에 포션 재료 잔뜩 확보해놓자."

"오빠야 오빠야! 떨이가 뭐야?"

나와 은솔은 뒷좌석에 앉아 있었다. 뭐가 그리 궁금한 게 많은지 재잘재잘 질문하던 은솔은 과속방지턱을 지날 때 안고 있는 인형을 떨어뜨렸다.

은솔은 안전벨트를 메고 있는 바람에 움직이지 못하고 두 팔만 바둥바둥하고 있어 내가 대신 인형을 집어주었다.

"고마워!"

그녀가 인형을 꼭 껴안으며 말했다.

아까 아침밥 먹고 나오다가 근처의 뽑기샵에서 하나 뽑아줬는데, 저 괴상한 공룡 인형이 무척 마음에 드는 모양이었다. 벌써 '공룡이'라는 성의 없는 이름도 붙여줬다.

나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작은 목소리로 정서진에게 말했다.

"우리 따라와도 별로 재미없을 텐데."

"금방 잘 걸요."

정서진의 예상은 정확했다. 공룡이를 가지고 놀던 은솔은 꾸벅꾸벅 졸다가 이내 잠이 들었다.

그녀는 언제나 잠이 많았는데, [몽환경]이라는 희귀 특성 때문이었다.

밥을 먹다가도 졸고, 골렘을 만들다가도 졸고, 좋아하는 인터넷 영상을 보다 가도 졸았다.

그리고 이렇게 잠들어 있을 때, 몽환경의 효과가 발동되어 그녀의 고유 능력인 '원격 조종'의 범위가 극대화된다.

은솔의 말에 따르자면 꿈을 꾸는 대신 마치 유체이탈한 것처럼 현실의 광경을 공간의 제약 없이 볼 수 있는 상태가 된다고 한다.

예전 할렘가 사태 때, 그녀 혼자서 많은 사람들을 지킬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이 능력 덕분이다.

"움냐 움냐."

그녀가 졸기 시작하자 쓰러져 있던 공룡 인형이 벌떡 일어나더니 뽈뽈뽈 돌아다닌다. 처음엔 놀랐지만 이제는 익숙한 광경이다.

"탑주님. 파주 사냥터에 도착했습니다."

차가 멈추자 나는 잠들어 있는 은솔에게 말했다.

"솔아, 다 왔어. 깨울까?"

그러자 은솔 대신 공룡이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더 잘 거야?"

공룡이가 끄덕 끄덕했다.

"그럼 차 안에서 조금만 기다려. 금방 갔다 돌아올게."

나는 잠든 은솔의 몸에 담요를 덮어주고는 차에서 내렸다.

"가시죠, 탑주님."

"그래."

이용객이 많은지 주차장에는 차가 꽤 많이 들어서 있었다. 우리는 천천히 상가를 둘러보았다.

헌터 용품점 두 곳, 부산물 시설두 곳, 식당 네 곳, 그 외 카페나 편의점까지.

'있을 건 다 있구나.'

추가 오픈을 앞둔 상가들도 많았고 옆에는 새로운 건물이 들어서고 있었다.

이게 다 내 돈이라는 생각을 하니 입꼬리가 절로 올라간다.

"어이쿠! 오셨습니까, 김 사장님!"

조끼를 입은 중년 남자가 헐레벌떡 다가 왔다. 나도 아는 얼굴이다. 수십대의 경쟁률을 뚫고 우리의 파주 사냥터 관리 업체가 된 '반제프 기획' 의 최정동 부장이다.

"잘 지내셨죠? 최 부장님."

"하하하! 염려해 주신 덕분에 잘 지냈죠! 장거리 운전 고생 많으셨습니다. 자, 자, 이쪽으로!"

우리는 최정동 부장을 따라 사냥터이곳저곳을 안내받았다. 우리가 여기 처음 왔을 때 임시방편으로 설치됐었던 흙담은 이제 튼튼한 콘크리트 장벽으로 바뀌어 있었고, 사방에는 관제탑과 철조망이 설치된 모습이었다.

우리는 사냥터 옆편에 있는 '비상관리소' 건물로 왔다. 이곳에 올라오면 유리창 너머로 사냥터 정경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었다.

"여기가 바로 지휘 통제실입니다."

안으로 들어가니 더 세부적인 상황까지 볼 수 있었다.

낡고 무너진 회색 건물을 배경으로 플레이어들이 바쁘게 뛰어다니며 좀비들을 상대하고 있는 모습이 CCTV로 보인다. 영화 세트장에서 배우들이 촬영하는 모습을 보는 것만 같다.

"재앙 끝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사람들이 많아요?"

내 물음에 최정동이 껄껄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말도 마십쇼! 우리 나라 사람들이 또 얼마나 부지런합니까? 재앙 끝났으면 끝난 대로 이제 공인 시험 준비한다고 난리죠."

"……하하."

우리는 최정동으로부터 시설에 대한 세부적인 설명을 들었다. 이쪽계열은 문외한인 내가 들어도 사냥터는 체계적으로 잘 운영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최 부장님."

"네! 뭐 궁금하신 거라도?"

"그냥 개인적인 궁금증인데, 혹시 '통제구역'을 이렇게 사냥터로 만드는 건 가능할까요?"

이렇게 깔끔하게 관리된 사냥터를 보니 마탑 주변의 통제구역이 생각났다.

지금의 마탑은 통행이 너무 불편하다. 담 넘고 철조망 넘고 몬스터들을 피해 숲을 가로질러야 한다. 이제 자주 왔다 갔다 하면서 대강의 지름길은 파악했지만 불편한 건 매한가지였다.

물론 지금이야 '통제구역'이라는 특수성과 폐쇄성 때문에 오히려 숲이 마탑을 숨겨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미래를 생각한다면 마탑 주위의 통제구역은 어떻게든 정리하는 게 맞다. 점점 마탑의 규모는 커질 거고, 주위의 땅도 이에 맞게 개발하고 싶다.

최정동 부장은 잠시 고민하다가 말했다.

"전례가 없는 일은 아닙니다. 해외사례를 말씀드리자면 싱가포르에서는 중요한 항구가 던전화되어버린 사태가 있었거든요. 싱가포르 당국이 직접 힘을 써서 그 통제구역을 사냥터와 항만시설로 나누어 운용했죠. 이 사례가 가장 성공적인 모델일 겁니다."

"으음."

아주 불가능하단 소리는 아니네.

"하지만 사냥터 작업은 정말로 케이스 바이 케이스인 경우가 많습니다. 상태를 봐야 정확히 판별할 수 있을 것 같네요."

"그럼 여긴 어때요?"

나는 스마트폰 지도로 상계동 통제구역을 보여주었다. 최정동은 알고 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 여기 알죠! 그 괴상한 탑이 있는 통제구역이잖아요. 잠깐 봅시다."

최정동은 옆 방의 사무실로 우리를 안내했다. 어색한 독수리타법으로 키보드를 두들겨보던 그가 '음'하는 소리를 냈다.

"통제구역이 사냥터가 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나는 내가 알고 있는 바를 대답했다.

"역시 위험성과 변동성이겠죠?"

"그것도 정답입니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최정동은 검지와 엄지를 오므려 동전 모양을 만들었다.

"이거죠. 돈이 더럽게 많이 듭니다."

"……아하."

"사냥터 구축 비용은 둘째 치고 유지비가 어마어마하게 깨져요. 몬스터들 막기 위한 첨단 시설에 장비들, 그거 다 유지하려면 돈 받고 플레이어들을 굴려야 하는데 통제구역이라서 사람들이 잘 안 온단 말이죠. 김 사장님 말대로 위험성과 변동성이 크니까요. 한 사냥터 안에 1랭크 놈도 있고 4랭크 놈도 있고 뒤죽박죽 엉망진창. 그렇다고 그런 곳이 마정석 효율이 좋은 것도 아니거든요. 그래서 결론은……"

최정동이 탁 노트북을 덮었다.

"불가능한 건 아니지만 돈이 겁나게 많이 드니까, 감당하기 힘든 유지비를 충당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딱 이 정도로 정리하겠습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친절한 설명 감사합니다."

"하하하! 고객 상담도 제가 해야 할 일이니까요! 자, 다음 구역으로 가시죠!"

나는 최정동을 따라가며 정서진의 팔꿈치를 툭 쳤다.

"서진아. 우리 마탑 주변 통제구역 최초 발견자가 누군지 알아봐 줘."

"그거야 어렵지 않지 않습니다만."

정서진이 안경을 추켜올리며 물었다.

"살까요?"

"응."

그 말로 모든 의사 결정은 끝났다.

역시 제테크는 땅장사지.

이 파주 사냥터를 보면서 여러 아이디어를 얻었다.

앞으로 마탑과 통제구역, 상계동일대도 대규모 개발에 들어갈 생각이다.

통제구역은 아무런 가치도 없는 땅이니 어렵지 않게 살 수 있을 테고, 상계동도 서울에서 가장 땅값이 낮은 곳이다.

포션 대량 생산 체제만 완성되면 얼추 그림이 완성되는 셈이다.

그렇게 중요 돈줄 중 하나인 사냥터 견학이 끝났다.

최정동 부장과 카이프 사람들의 깍듯한 인사를 받으며 우리는 다시 주차장으로 돌아왔다.

"오빠야아아!"

은솔이 우리를 보고 쪼르르 달려왔다.

"늦었잖아!"

"미안. 생각보다 오래 걸렸네. 읏차!"

은솔을 안아 들자 단번에 눈높이가 같아졌다. 그녀가 꺄르르 웃으며 내뺨에 쪽 하고 뽀뽀를 했다. 그렇게 경계심 많고 상처 입은 고양이 같던 은솔도 마탑에 와서 많이 변했다.

"중간에 깼으면 전화하지 그랬어. 더 일찍 왔을 텐데."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괜찮아! 오빠야가 일하는 중이었으니까."

나는 말 없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또래 애들보다 묘하게 어른스러운 구석이, 사실은 살아남기 위해 익힌 눈치라는 게 조금은 가슴이 아팠다.

"그럼 다음 장소로 갈까?"

"응!"

우리는 다시 서울로 돌아와서 '헌터 거리역'으로 향했다.

원래 이 근방이 대단한 번화가는 아니었다고 한다. 그런데 근처의 하늘공원이 '던전화'로 인해 사냥터가 됐고, 망월산 근방에 희귀하다는 영구 필드던전이 발견되는 바람에 플레이어들로 붐비게 됐다.

거기에 다양한 헌터 용품점과 관련 상가들이 들어서면서 이제는 플레이어들의 성지가 되었다.

우리 '알케미아' 1호점도 바로 이곳에 자리를 잡았다.

중간부터는 차 없는 거리라, 우리는 주차장에 차를 대놓고 점포까지 걸어가고 있었다.

"근데 서진아. 어떻게 이런 핫플에 점포를 구한 거야?"

처음에 헌터 거리에 가게를 구했단 서진이의 보고를 듣고 깜짝 놀랐었다.

임대료 장난 아니었을 텐데.

"운이 좋았습니다. 괜찮은 매물이 올라와서 덥석 잡았죠."

"월세는 많이 비싸?"

"괜찮습니다. 장사망하면 바로 다음 달에 문 닫아야 할 정도죠."

"윽."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점포에 도착했다.

여기가 바로 최전선에서 포션 판매를 맡아줄 가게다. 간판에는 멋들어진 폰트로 '알케미아'라는 글자가 박혀 있었다.

'와, 좋은데.'

교차로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1층 건물. 위치도 괜찮고 깔끔한 외견이 마음에 들었다.

이게 내 첫 가게라는 거지?

나는 감회에 젖어서 정신없이 가게를 바라보았다.

"안으로 들어가서 보시죠."

"어, 그래."

우리는 안으로 들어왔다. 한창 오픈 마무리 작업 중이던 점원들이 나를 보고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그때 뒤에서 정서진이 뭔가 눈치를 줬는지, 갑자기 토끼 눈이 된 점원들이 90도로 허리를 숙였다.

"처음 뵙겠습니다, 사장님!"

오늘 사장님이란 소리 많이 들어보네.

나도 그들에게 인사하며 신경 쓰지 말고 하던 일 하라고 말했다. 점원들이 일사불란하게 흩어져 움직였다.

군기가 바짝 들어 일하는 것 같으면서도, 사장인 내가 어려 보이는 게 의외였는지 이쪽을 힐끔힐끔 쳐다보곤 했다.

점원들은 내버려 두고 매장을 둘러보았다. 화이트 계통의 모던하고 깔끔한 인테리어였다.

조명과 벽지, 그리고 포션을 놓을 선반과 벽면의 수납까지. 색감을 통한 완벽한 통일감을 형성하고 있었다.

거기다 눈길이 가는 포션 모양의 소품에, 연금술사를 연상케 하는 여러 판타지풍 콘셉트까지. 내가 매장개점 전에 주문했던 것들을 절묘하게 살리고 있었다.

여기가 내 가게라니!

"탑주님."

"어?"

"여기서 몰입하시면 곤란합니다."

……너도 진보라랑 같은 취급이냐.

내가 노려보자 녀석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돌렸다.

"그건 그렇고 점포 디자인도 네가 다 한 거야?"

"당연히 전문가의 일 처리죠. 저는 이런 감각 없습니다. 가게는 마음에 드십니까?"

"응. 엄청."

"다행이네요. 뭔가 더 아이디어가 있으시다면 말씀해 주십시오."

아이디어라는 말에 나는 주위를 슥 둘러보았다. 인테리어는 전반적으로 만족스럽긴 한데, 뭔가가 빠진 느낌이다.

그때 내 시선이 벽면에 걸려 있는 액자 쪽으로 향했다.

우리 회사가 협회의 연구 재단 소속임을 알리는 증서였다.

"서진아."

"네."

"여기 협회 연구 재단 마크있잖아. 이걸 좀 더 크게 늘려서 매장 바깥이나 유리창에 사람들이 알아볼 수 있도록 붙였으면 좋겠는데."

용암굴에서 진보라와 함께 '열기 저항 장비'를 팔았을 때 배운 점이 하나 있다.

그때도 품질에는 자신이 있었지만 사람들은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마법 장비든, 포션이든, 아직은 사람들에게 생소한 물건들이다. 그리고 그때 용암굴에서 진보라가 제시한 해결책은 '아카데미 학생회'라는 대외적으로 알려진 소속을 밝히는 것이었다.

이번 경우도 마찬가지다. 상태이상포션은 헌터나 길드 사이에서는 꽤 알려졌지만, 일반 플레이어들은 잘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

우리의 브랜드 인지도가 충분하지 않을 때에는 사람들에게 익숙한 이미지로 어필하고 신뢰를 얻을 필요가 있었다. 그걸 위해서 들어간 연구 재단이니까.

내 제안에 정서진도 동의를 표했다. 그는 바로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네, 감 대리님. 말씀드리고 싶은 사항이 있어서요. 매장에 연구 재단소속이라는 사실을 더 어필하고 싶습니다. 예, 예. 매장용 비닐 소재 유퍼지나 코팅스티커가 필요합니다. 오후에 방문할 테니 샘플 준비를 부탁드립니다. 내일까지는 인쇄들어가야 합니다."

이후로도 내가 아이디어를 제시하면 정서진은 바로 현실적인 사항으로 바꿔서 반영해 주었다. 매번 느끼는 거지만 칼 같은 일 처리였다.

"야. 너 그냥 내 말이라서 다 들어주는 거 아니지?"

"저도 들었을 때 공감하고 필요하다고 느낀 내용입니다. 은근히 이쪽 일에 감각 있으신데요?"

……진심인지 거짓말인지 모르겠네.

"꺄아아아악!"

갑자기 매장 어딘가에서 비명이 들렸다.

무슨 일이지?

나는 소리가 난 방향으로 가보았다.

"으앙! 너어어어무 귀엽다! 우리 애기는 이름이 뭐야?"

"……은솔."

"꺄아악! 생긴 게 천사 같아! 볼포동포동한 것 좀 봐!"

"어쩜 좋아! 약간 북유럽 어린이 모델처럼 생기지 않았니?"

은솔은 워낙 낯가림이 심해서 점원들이 말을 걸자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그러다 나를 발견하고는 쪼르르 달려와 내 등 뒤에 샥 숨었다.

"아, 사장님!"

"갑자기 아이가 가게에 들어와서요. 보호자가……"

"걱정 마세요. 제가 보호잡니다."

내 말에 점원들이 입을 벌렸다.

"네에? 말도 안돼! 사장님 무척 어려 보이시는…… 어?"

두 점원은 말을 멈추고 나와 은솔을 번갈아 보기 시작했다.

"설마……!"

"그런 거 아니에요."

괜히 직원들 사이에서 이상한 소문퍼지기 전에 재빨리 원천봉쇄했다.

"아빠분 아니세요?"

"……그냥 보호잡니다."

두 사람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손을 맞잡고 좋아했다.

"예에쓰!"

"다행이다!"

……뭐가 다행이란 건지. 그때 슬쩍 다가온 매니저가 눈치를 주자 두 점원은 황급히 각자의 일을 찾아 사라졌다.

"탑주님. 슬슬 연회장으로 가셔야 할 시간입니다."

정서진이 손목시계를 보며 말했다.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됐어?"

"네. 생각보다 파주에서 시간을 많이 뺏겼네요."

이제 곧 헌터 협회에서 주최하는 재앙 공로상 시상식이 열린다.

나로서도 꽤 의미가 있는 행사다.

그도 그럴 것이.

"미리 축하드리겠습니다. 김유신 프로님."

나는 그 시상식에서, 수 많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공인 헌터가 될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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