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만 마탑주-41화 (41/337)

나 혼자만 마탑주 041화

예측 회피 특성을 얻자마자, 그 효과가 즉각 내 몸에 적용되는 것이 느껴졌다.

이제 엘더 텐타클의 공격을 자유자재로 피할 수 있었다. 마법사로서 쉴드를 펼치거나 이동 마법을 쓰지 않고, 그냥 내 순발력만으로 피할수 있다는 건 상당한 메리트다.

그만큼 다른 마법에 신경 쓸 수 있다는 거니까.

충분히 녀석의 공격에 적응한 나는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로 했다.

"에아, 이번에도 유도를 맡겨도 될까?"

그녀는 잠시 망설이는 듯 조용히 있다가 말했다.

-탑주의 명을 따릅니다.

스릉. 스릉. 스릉.

바로 내 앞으로 떠오르는 쉴드의 발판들. 나는 망설임 없이 그것들을 밟고 뛰어올랐다.

공중에서 휘둘러지는 촉수들은 틀림없이 위협적이었지만 에아를 믿었다. 그녀가 유도하는 방향대로 움직이며, 동시에 데바스타 마법진을 영창했다.

보스전에 들어오기 전엔 제대로 흘러 가지 않던 머리가 이제는 물 만난고기처럼 회전하며 수식을 딱딱 맞춰 써내려 가기 시작했다.

바로 이거다. 바로 이 느낌을 원했다.

에아의 역량에도 불이 붙기 시작했다. 처음엔 쉴드 간의 거리 계산이 실패해서 떨어질 뻔하기도 했지만, 그녀의 계산은 점점 더 정밀해졌다.

이제 우리는 단순히 회피와 마법진 완성이라는 서로의 문제에만 집중하는 게 아니라, 서로의 작업을 돕기 시작했다.

나는 마법진을 완성시키며 시선을 움직여 에아에게 시각 정보를 제공했고, 에아는 틈틈이 내 마법진의 수식을 보조했다.

[마력이 1 올랐습니다.]

[순발이 1 올랐습니다.]

[집중이 1 올랐습니다.]

[이동 시전 특성을 얻었습니다.]

떴다. 이동 시전!

이걸로 나는 가속 시전, 다중 시전, 원격 시전, 이동 시전이라는 네가지의 주요한 캐스팅 관련 특성을 모두 얻게 되었다.

이제 남은 문제는 데바스타의 완성뿐인데.

-탑주!

'응?'

순간 덜컥하고 다리에 힘이 빠졌다. 나는 그대로 바닥에 나자빠지고 말았다.

다급히 몸을 일으키는데 뒤에서 날아온 촉수가 내 어깨를 꿰뚫고 끌고가 그대로 벽에 처박았다.

쿠우우우웅!

"커헉!"

입에서 피가 왈칵 쏟아졌다.

회피는 완전해졌지만, 내가 여전히 저질 체력이라는 사실을 간과했다.

벽에 붙들린 나를 마무리하기 위해 사방에서 수십 개의 촉수들이 몰려들고 있다.

-탑주! 이걸 쓰십시오!

눈앞에 건틀릿 마법진이 하나가 펼쳐졌다. 바로 손을 뻗어 건틀릿을 착용한 다음, 나를 고정하고 있는 촉수를 힘껏 내려쳤다.

꽈드드득!

푸른 불똥이 튀어 오르며 촉수가 구부러졌다. 고정이 풀린 내 몸이 아래로 떨어졌고 아슬아슬하게 수백개의 촉수들이 들이닥쳐 내가 있었던 자리를 박살 냈다.

정말로 간발의 차이였다.

-괜찮으십니까? 탑주!

"괜……찮아."

사실 그리 괜찮지는 않았다. 충격에 다리가 후들거렸다.

내가 몰입하는 만큼 몸도 따라주면 좋을 텐데. 언제나 이놈의 약골 체력이 문제다.

촤르르르륵!

촉수들이 방향을 틀어 다시금 나를 노린다.

'특성 좀 얻었다고 신나 있을 때가 아니야. 결국 데바스타를 만들지 못하면 이길 수 없어.'

나는 다시 처음부터 데바스타를 만들어 나갔다.

처음에는 왜 이걸 굳이 한 방에 만들려고 애를 썼는지 모르겠다. 데바스타 마법진의 본질은 결국 '건틀릿'과 '리프 부츠'의 조합이다.

내가 마주한 문제는, 마법진을 전개하는 도중에 계속해서 두 개의 생태계가 부딪치고 충돌한다는 것.

그렇다면 데바스타 마법진을 두 파트로 나누어 따로 작업한다.

왼손에서는 건틀릿 마법진 파트를.

그리고 오른발에는 리프 부츠 마법진 파트를 전개했다.

새롭게 시도 하는 방법이다. 두 생태계를 묶고 결합하며 함께 구축해나가는 게 아니라, 면발은 면발대로 스프는 스프대로, 서로 분명히 분업하는 대신에 만났을 때 상호작용이 가능하도록 준비한다.

서로 맞닿았을 때, 톱니바퀴 아귀가 맞아떨어질 수 있도록.

우우우우우우웅!

두 개의 방식으로 분류해 작업을 끝냈다. 걸음을 멈춘 나는 오른 다리를 세우는 동시에, 왼손을 내렸다.

가장 중요한 순간.

다리와 손에는 각각 절반만 완성한 마법진이 있다.

왼손이 오른발을 스치고 지나가는 감각으로, 오른발의 비어 있는 절반에 나머지 절반을 채워 넣었다.

그러자 찰칵하고.

내 머릿속에서 맞물리는 듯한 울림이 들렸다.

우우우우우우!

두 개의 마법진이 서로 만나는 순간, 광채를 내뿜으며 공명을 시작했다. 이내 암흑 마법의 수식이 발동하며 시커먼 연기를 뿜어냈다.

완벽하게 성공이다!

[새로운 시전체계를 깨달았습니다.]

[마력이 2 올랐습니다.]

[지능이 1 올랐습니다.]

-탑주! 문제가 하나 더 있습니다!

에아가 다급하게 말했다.

-마법을 완성한 건 좋지만 어떻게 엘더 텐타클에게 닿게 하죠? 거리가 너무 멉니다.

맞다. 지금 우리가 이 정도로 촉수 공격을 잘 피할 수 있는 건 최대거리이기 때문이다. 녀석과의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회피는 더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물론.

"방법이 있지."

쇄도해 오는 촉수들을 피하며, 이번에는 왼발에 착용하기 위한 데바스타 마법진을 준비했다.

똑같은 걸 하나 더 만드는 거다.

한번 완성하니까 다음 작업은 더 어렵지 않았다.

이미 오른발에 착용시킨 마법진을 보고 베끼듯, 그래도 전개하면 되었다. 마나의 흐름도 내가 완성해 둔 마법진을 따라 빠르게 움직여나갔다.

이렇게 하니까 훨씬 잘 된다. 이쪽도 조금만 더 연습하다 보면 새로운 특성을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는데.

나는 촉수 공격을 피하면서 허리를 숙였다. 성냥에 불을 붙이듯, 내 손이 발을 가볍게 훑고 지나가자 검은 연기가 풀풀 흘러나왔다.

우우우우우우우우!

두 개의 데바스타를 두 발 모두에 완성시켰다. 두 다리에서 끊임없이 검은 연기가 솟구치는 게 마치 어둠을 딛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다.

"후우우우."

나는 크게 심호흡을 하며 앞을 바라보았다.

이제는 결전만이 남아 있다.

스르르르르르.

스르르.

스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

엘더 텐타클 쪽에서도 뭔가 심상치않다는 것을 느꼈는지, 수백 개의 촉수들을 한꺼번에 일으키고 있었다.

실수하면 끝이다.

기회는 단 한 번 뿐.

나는 현인의 눈을 부릅뜨고 촉수가 가리지 않은 허공을 살폈다. 동시에 무릎을 굽히고 자세를 잡았다.

'발동.'

마법진을 발동시키는 순간.

내 몸은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다른 징조는 없었다. 내가 있던 자리의 지면이 출렁이며 마법진의 형상이 남겨졌을 뿐, 들이닥친 촉수들은 애꿎은 허공을 갈랐다.

그리고 내 몸은.

-……!

칠흑의 연기를 이끌며 텐타클의 거대한 눈 바로 앞에 도달해 있었다.

왼발의 데바스타를 지면에 딱 붙이고 도약용으로 소모한 것이다.

녀석의 동공이 커지는 게 똑똑히 보인다. 체공 상태의 나는 오른발을 쭉 뻗었다.

건틀릿처럼 힘을 주거나 할 필요도 없이.

그저, 닿는 거로 충분하다.

<데바스타>

발끝에서 압도적인 칠흑의 출력량이 뿜어져 나와 그대로 엘더 텐타클에 작렬했다.

투콰아아아악!

눈동자가 터져 버리며 청색의 액체가 파도처럼 펑! 소리를 내며 쏟아져 나왔다.

데바스타는 거대한 눈동자를 짓이 기는데서 멈추지 않고 벽째로 밀어앉히며 거대한 흉터를 남겼다.

쿠구구구구구구!

뒤늦게 나를 잡으러 다가오던 촉수들의 움직임이 멎으며 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

[축하합니다! 보스룸을 클리어했습니다.]

[마탑 제3층 '골렘 공방'이 해금됩니다.]

['골렘 수석 기술자'의 일부 특성을 획득합니다.]

'……크!'

전율이 몸에서 떠나질 않는다.

아무리 마나 무한인 상태에서 사용한 마법이라지만 이 정도의 위력이 라니!

완전히 진이 빠져 버린 내 몸이 공중에서 떨어졌다.

사원 전체가 빠직 빠직 소리를 내며 금이 가더니 이내 파편이 되어 흩날렸다. 그 너머로 새하얀 공간이 펼쳐졌다.

내 몸이 눈 부신 빛에 휩싸이며 시야가 점멸됐다.

"……."

지끈거리는 두통과 함께 눈을 떴다.

정신을 차리니 마탑 안이었다.

고개를 들어보니, 다음 층으로 가는 길목을 막고 있던 시련의 마법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 있었다. 뒤늦은 안도감과 함께 짜릿한 성취감이 밀려든다.

드디어 클리어했다!

"탑주!"

허공에서 빛무리와 함께 나타난 에아가 나를 와락 끌어안았다.

"고생하셨습니다! 탑주가 정말 자랑스럽습니다."

"모두 네 덕분이야. 에아."

진심으로, 나는 그녀를 최고의 파트너라고 생각한다.

그녀가 없었더라면 여기까지 오는 건 엄두도 내지 못했다.

"3층은 골렘공방이라고 했지?"

"긍정. 현재 모든 3층 기능이 개방됐습니다. 확인해 보시겠습니까?"

"내일 애들이랑 다 같이 올라 가 보자. 일단 잠 좀 자고."

피로 때문에 죽을 지경이다.

에아가 싱긋 웃으며 대답했다.

"탑주의 명을 따릅니다."

이름 : 김유신

고유 능력 : 현인의 눈.

개인 특성 : [마나의 아이 Lv.2] [마탑의 주인 Lv.10] [마법 공학Lv.10] [스펠 로드 Lv.10] [과몰입Lv.8] [다중 시전 Lv.5] [포션 조제Lv.5] [정보처리 Lv.5] [가속 시전Lv.5] [원격 시전 Lv.4] [분석 Lv.2] [마나 호흡 Lv.1]

기본 능력치 : [마력 196] [순발45] [근력 31] [체력 30]

특수 능력치 : [집중 36] [지능12] [의지 9] [인내 8] [암흑 1]

능력치 총합 : [368]

신규 특성 : New![골렘 마스터리Lv.5] New![예측 회피 Lvl] New![이동 시전 Lvl]

* * *

오래간만에 푹 자고 일어났다.

아카데미의 좋은 점 중 하나는 역시 던전 출장이다. 출장 잡아놓고 마탑에서 시간 보내다가 경과를 학생회에 보고하면 그걸로 결석을 면할 수 있다.

학생회에는 마탑 멤버인 진보라도 있으니 혹시나 하는 문제도 커버할수 있다.

푹 자고 일어난 나는 기지개를 쭉켜며 로비로 가보았다.

빵!

퍼엉!

"3층 개방을 축하드립니다, 탑주님."

"축하해! 오빠야!"

정서진과 은솔이 싸구려 생일 폭죽을 터뜨리며 손뼉을 치고 있었다.

천장에서는 에아가 바구니에서 꽃가루를 뿌리는 효과를 연출하고 있었다.

"……하하, 다들 고맙다."

소소한 이벤트지만 어쩐지 마음 한 편이 따뜻해지는 느낌이다. 축하 같은 걸 받아본 적이 워낙 오래돼서 그런가.

사실 나보다는 은솔이 더 신났다.

바닥에 깔린 알록달록한 폭죽 더미를 마구 던지며 놀고 있었다.

"보라는 아카데미 갔어?"

"학생회 일 때문에 불려갔답니다. 그보다 식사부터 하시죠."

내가 늦잠 자는 바람에 살짝 이른 점심이었다. 오늘도 빵이나 샌드위치라고 생각했는데. 생각지도 못한 것들이 테이블에 놓여 있었다.

"헉, 이게 다 뭐야?"

"배달 삼겹살입니다."

마탑에는 특별한 요리 도구도 없었고, 멤버들 넷 다 요리를 더럽게 못하다 보니 뭔가를 요리해 먹기가 곤란했다.

그래서 배가 고프면 근처의 편의점, 빵집, 김밥 가게 등에서 음식을 가져오는 정도가 전부였다.

그런데 갑자기 삼겹살이라. 이 정도면 마탑에서는 진수성찬이었다.

"통제구역 근처에서 배달받아 가져왔습니다."

"으하하! 최고네."

우리는 테이블에 둘러앉아 만찬을 즐겼다. 에아의 무릎 위에 자리 잡은 은솔은 두 볼을 빵빵하게 부풀린 채 행복한 얼굴로 삼겹살을 먹었다.

"맛있어!"

진짜 잘 먹네. 할렘가에서는 제대로 된 음식을 못 먹어봤다고 했으니.

에아도 무릎 위의 은솔을 챙겨주다가 자신도 가끔 한 조각씩 입으로 넣었다.

그녀 또한 무릎에 앉혀놓은 은솔과 비슷한 표정이 되었다. 에아도 귀엽다.

"크흡. 흐숩."

그리고 내 옆자리의 정서진은 연신 이상한 콧바람을 내쉬며 에아 쪽을 곁눈질하고 있었다.

사실 내 3층 개방 축하는 핑계 아냐?

식사를 끝낸 후 마탑 1층의 샤워실에서 가볍게 몸을 씻었다.

물론 수도를 이용해 샤워기로 물을 뿌리는 게 아니라, 마법진 위에 들어가면 물이 올라와 몸을 알아서 씻겨주는 특수 마법진이다.

현인의 눈으로 마법진을 복사하고 싶었는데, 이런 생활 마법이 무려 4공정이라 포기했다.

하긴 마법진을 영구히 유지하는 '영구 지속의 룬'만 해도 3공정이니까. 여기에 뭔가를 더 하려면 4공정 마법까지 익혀야 한다.

샤워를 마치고 새로운 옷으로 갈아입으니 기분이 상쾌해졌다. 나는 다시 로비로 돌아가서 말했다.

"다 같이 3층 구경하러 가자!"

"응!"

제일 먼저 은솔이 눈을 반짝이며 쪼르르 뛰어왔다.

거래처와 통화를 하고 있던 정서진도 나중에 다시 전화하겠다며 끊고는 몸을 일으켰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