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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만 마탑주-37화 (37/337)

나 혼자만 마탑주 037화

기세 좋고!

이대로 보스존까지 간다.

-탑주! 앞이 막혀 있습니다!

처음에 봤던 바로 그 검은 문이 전면에 보였다. 그리고 그것을 지키고 있는 문지기가 있었다.

다른 골렘들과는 달리, 문과 똑같이 전신이 새까만 골렘이다.

'시간 없어. 무시하고 돌파할게.'

나는 그대로 공중에서 달려들어 검은 문에 손을 댔다. 그러나 몇 번을 두들겨 보아도 처음 들어왔을 때와는 달리 반응이 없다.

이때 검은 골렘이 나를 발견하고 팔을 뻗어왔다.

"쯧!"

우선은 리프 부츠를 발동해 바닥으로 내려왔다.

뒤를 돌아보니 골렘 웨이브가 서서히 다가오고 있었다. 저 부하 골렘들까지 합류하게 되면 골치 아파진다.

-탑주. 저 검은 골렘에게서 문과 동일한 마력 반응이 느껴집니다. 그리고 골렘의 몸에 문을 봉인하는 마법진이 그려져 있습니다.

"그래. 그러니까 저 문지기를 쓰러뜨리고 문을 지나가란 소리 아냐?"

쿠구국!

검은 골렘이 어깨를 한 번 뒤틀더니 빠르게 주먹을 내질렀다.

쾅! 소리와 함께 땅이 갈라지고 파편이 사방으로 튀었다.

'역시 일반 골렘보다 강해!'

아슬아슬했지만 그래도 피해냈다.

이제 골렘이라는 몬스터를 상대하는 데에는 이골이나 있었다.

<파이어 캐논>

두 개의 파이어 캐논을 서로 부딪치게 해서 연막을 깔았다. 골렘 쪽에선 이쪽이 안 보이겠지만 나는 현인의 눈으로 상대의 움직임을 훤히 볼 수 있다.

<리프 부츠>

이어서 발밑에 도약 마법진을 만들고 돌진. 연기 너머 골렘의 머리까지 다이렉트로 다가갔다.

"뒈져!"

에아와 나는 일심동체다.

내가 주먹을 뻗는 것과 거의 동시에 에아가 건틀릿 마법진을 앞에 펼쳤다. 내 주먹이 마법진을 통과하며 그대로 검은 골렘의 머리에 작렬했다.

꽈아아앙!

푸른 불똥이 튀어 오르며 검은 골렘의 머리가 뒤로 젖혀졌다.

'제대로 들어갔어!'

일반 골렘보다 더 튼튼하긴 하다만 이제 몇 대만 더 때리면……!

-탑주! 왼쪽입니다!

'뭐?'

고개가 돌아가는 즉시 골렘의 반대쪽 주먹이 다가오는 게 보였다. 녀석은 건틀릿에 맞아 뒤로 넘어지면서도 주먹을 내지른 것이다.

에아가 다급히 내 앞으로 쉴드를 덕지덕지 펼쳤다. 그리고.

콰앙

골렘의 주먹이 쉴드를 깨고 들어와 나를 가격했다. 온몸에 충격이 휘몰아쳤다. 내 몸은 상당한 거리를 날아가 바닥을 데굴데굴 굴렀다.

[체력이 3 올랐습니다.]

아파! 아파! 진짜 더럽게 아파!

이럴 때 맷집 올라봐야 전혀 기쁘지 않다고!

-탑주! 괜찮으십니까?

"……그, 그래. 쉴드 고맙다, 에아."

쿠우웅!

주먹을 내지른 검은 골렘이 뒤늦게 쓰러지고 있었다. 다행히 녀석도 뒤로 넘어지면서 뻗은 주먹이라 제대로 힘이 실리진 않은 모양이다.

내가 몸을 일으키자, 주위의 지면에서 골렘의 팔과 머리가 하나둘씩 나오기 시작했다.

젠장, 웨이브에 따라잡혀 버렸다.

'에아. 건틀릿으로 얼마나 더 쳐야 저 검은 골렘을 잡을 수 있지?'

-데미지 계산 완료. 앞으로 다섯방은 더 같은 부위에 가격해야 확실하게 쓰러뜨릴 수 있을 것으로 사료됩니다.

'뭐어? 그렇게 튼튼해?'

최악이다.

내가 지금껏 겪었던 위기 중 가장 말도 안 되는 위기다. 다섯 방은 무슨, 한두 방치면 시간 끝나겠다.

"후우우우우우우."

눈을 감았다.

그럼 뭐 언제는 쉬운 적 있었나.

언제나 그렇듯, 시련은 내게 새로운 경지로의 도약을 요구하고 있었다.

지금까지 처럼 해서는 안 된다.

건틀릿을 능가하는, 단 한 방에 검은 골렘을 쓰러뜨릴 수 있을 정도의 강력한 물리 마법.

고민해 봐야 내가 가지고 있는 소스는 한정되어 있다.

조합할 수 있는 최상의 물리계열 재료들.

건틀릿. 그리고 리프 부츠.

생각을 정리한 나는 바로 작업을 개시했다. 이 두 개의 마법진을 허공에 띄워놓은 다음, 고민도 하지 않고 둘을 겹쳤다.

1공정 건틀릿의 메인이 된 '강타의 룬'.

그리고 2공정리프 부츠의 메인이 된 '강타의 룬'과 '도약의 룬'.

그리고 수식이 중복되는 부분부터 지워 나갔다. 둘 다 강타의 룬이 기본이 되는 만큼 겹치는 부분이 많았다.

어?

……근데 이거.

'생각보다 잘 되는데?'

내가 3공정 마법에 연거푸 실패한 주된 이유는, 세 개의 룬으로 하나의 생태계를 만들려고 하면 두 개의 룬이 거의 무조건 충돌한다는 점이었다. 그 상태로 억지로 만들어봐야 마법진이 깨질 뿐이다.

하지만 1공정 건틀릿에 2공정 부츠를 더 하자 훨씬 상황이 나았다.

해결책은 1 + 1 + 1이 아니라, 1+2였다. 같은 3개의 룬을 사용해도, 두개의 생태계를 다루는 쪽이 난이도를 크게 낮출 수 있었다.

-탑주! 공격이 옵니다!

내 집중력이 방해되지 않는 최대한의 선까지 버티던 에아가 결국 소리쳤다. 이제 바닥에서 완전히 모습을 드러낸 골렘들의 주먹이 떨어지고 있었다.

아직 완성하지 못했다.

시간이 더 필요하다.

어차피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

여기서는 내 독창성을 믿고 가기로 했다.

<스티킹 건틀릿>의 수식을 이용했다.

이거라면 어느 정도의 유사 부착효과 정도는 낼 수 있으리라. 나는가 완성된 마법진 손바닥에 붙인 후 몸을 던졌다.

콰콰쾅!

쿠쿠쿠쿠궁!

얽히고설키며 지면을 난도질하는 골렘의 팔들.

가차 없다.

실수 한 번이면 그냥 죽는다.

벌떡 몸을 일으켜 오른손에 붙은가 완성 마법진을 보았다. 다행히 부착은 제대로 이루어졌고, 수식이 훼손되지도 않았다.

뒤를 돌아보았다. 이제는 붉은 막이 꽤 가까이 다가와 있었다.

저 속도로 봤을 때 내게 주어진 시간은 2~3분 남짓.

골렘들의 공격을 피하면서 검은 골렘에게 다가가 한 대 때리는 것으로 시간은 다한다.

'에아. 난 마법진 완성에 집중하겠어. 외부 상황은 맡길게. 네가 마법진을 깔아두면 지체 없이 쓸 테니까 날 검은 골렘 앞까지 유도해 줘.'

-그건 말도 안 됩니다!

'다른 방법이 없어.'

에아의 걱정스러운 감정이 느껴진다. 하지만 그녀도 알 것이다.

정말로, 다른 방법이 없다.

-탑주의 명을 따릅니다.

나는 심호흡을 하며 고개를 들었다.

어렵다.

졸병 골렘들의 모든 공격을 완벽하게 피하면서 검은 골렘에게 다가가고, 그 다가가는 사이에 처음 해보는 3공정 마법진을 완벽히 완성시키고, 그 마법으로 녀석을 정확히 한 방에 보내야 한다.

내가 생각해도 현실성이 없는 미션.

하지만 해내야만 한다. 나는 다리에 힘을 주고 달렸다.

졸병 골렘들의 팔이 다가오는 그때, 에아가 만든 리프 부츠 마법진 이 앞에 생겨났다. 일단 위로 피하라는 건가? 나는 고민 없이 마법진을 밟았다.

후우우웅!

공중으로 와보니 쉴드 마법진들이 돌다리처럼 떠다니고 있었다. 나는 무아지경으로 발판을 밟고 뛰며 마법진의 완성에 집중했다.

두 개 생태계의 수식을 하나로 묶어서 약분했다.

그야말로 완전히 다른 영역. 수학과 한문의 지문 두 개를 펼쳐놓고 공통점을 찾아 간소화하는 느낌이다.

하지만 나는 거침이 없었다. 간소화하고 간소화하고 또 간소화했다.

-탑주! 5미터 상공에 리프 부츠를 준비했습니다!

'오케이.'

허공에 그려진 리프 부츠를 밟자 내 몸이 재차 날아올랐다.

상황을 알려주는 그녀의 목소리가 부르르 떨리고 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함께했던 작업을 그녀 혼자서 해내고 있는 상황.

그녀도 나만큼이나 한계에 다다르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다른 수가 없다. 에아를 믿고 계속 달린다.

쿠구국!

검은 골렘과의 거리가 가까워지자 녀석도 나를 발견하고 주먹을 휘둘렀다.

나는 에아가 비스듬하게 생성한 쉴드를 딛고 뛰어올랐다.

골렘의 주먹은 맨땅에 박혔고 나는 에아의 안내에 따라 자연스럽게 골렘의 팔 위에 안착해 달렸다.

에아는 자기 역할을 다해주고 있다. 나를 검은 골렘의 머리까지 제대로 유도해 주고 있다.

하지만 난 여전히 벽에 막혀 있다.

몇 번이나 수식을 수정했는지 모르겠다.

그냥 이대로 완성하고 갈겨볼까?

아니, 틀림없이 발동도 전에 깨지겠지.

'뭐가 부족한 거지? 대체 뭐가 문제야?'

도저히 모르겠다.

이건 그냥 역량 부족.

바보 같다. 왜 대책 없이 몰입하기만 하면 전부 해결될 거라고 생각한거지?

절실했다. 악마에게 영혼을 팔아도 될 만큼.

뭐라도 좋으니까 해답을. 해답이 필요했다.

"……!"

그 순간.

수백 번 고민을 거듭하던 내 머릿속에 들어온 것은 번뜩이는 깨달음이 아니었다.

골렘의 몸에 그려진 대형 마법진.

그것에 눈이 번쩍 뜨였다.

에아의 말로는 봉인의 마법진이라고 했던가.

'뭐든 좋아.'

벽에 막혀 있던 나는 이번에도 즉석으로, 현인의 눈으로 골렘 마법진의 수식을 옮겨 내 마법진에 갖다붙였다.

사실 무슨 생각이었는지도 잘 모르겠다. 아직 완전히 이해하지도 못하는, 불안전한 수식들이 마법진에 더해졌다.

그 수식은 특이했고 심지어 마법의 정석에서도 본 적 없는 것들이었다.

수식에 마나가 흘러 들어가자 검은 연기 같은 것이 풀풀 흘러나왔다.

-탑주!

나를 정신없이 인도하던 에아가 뒤늦게 내 마법진을 발견하고 말했다.

-너무 위험해요! 탑주에게 암흑마법은 아직 이릅니다!

암흑 마법?

뭔지도 모르겠고, 지금 상황에 이르고 말고가 어디 있어?

어차피 이젠 돌이킬 수 없다. 내 수식과 검은 수식이 합쳐지며 마법진 전체가 검게 물들어갔다.

"허억! 후욱!"

나는 골렘의 팔에서 뛰어내려 공중의 쉴드를 딛고 달리고 있었다.

여기까지 어떻게 왔는지도 모르겠다. 골렘까지 남은 거리는 얼마 되지 않았고 내 마법진은 점점 검게 물들어갔다.

나는 그림에 홀려 버린 광기 어린 예술가처럼 미친 듯이 수식을 휘갈기며 마법진을 완성하고 있었다.

고개를 들었다. 저 앞에 에아가 설치한 마지막 쉴드와 리프 부츠 마법진이 보였다.

이걸 타고 골렘에게 돌진하란 건가?

'좋아, 간다.'

터어엉!

내 몸이 로켓처럼 튀어 나간다. 더 이상 뒤는 없다. 이를 악물고 마법진에 마나를 흘려 발동시켰다.

우우우우우우우!

마법진이 칠흑처럼 새까만 연기를 내뿜었다.

극한의 몰입 상태에서 모든 것이 느리게 보이는 가운데, 이 검은 연기만큼은 시간이 다른 듯 빠르게 넘실거리고 있었다.

'침착하게.'

나는 천천히 다리를 굽히고, 손바닥 위의 마법진을 신발 밑창에 가져다 댔다. 달칵하고 마법진이 밑창에 달라붙었다.

이제 보니 마법진은 추상화처럼 기이한 형태를 하고 있었다.

중간에 눈구덩이 같은 것이 숭숭뚫려 있고 입이 쩍 벌어진 모습이 마치 해골을 연상케 하는 외형이었다.

의도한 건 아니지만, 이 형태가 이 마법진의 가장 완벽한 생태계다.

"흐으읍!"

숨을 크게 들이마시며 허리를 뒤틀었다.

리프 부츠를 탈 때 제대로 도약을 못했는지 내 몸은 골렘의 머리가 아니라 몸통 쪽으로 날아가고 있었다. 게다가 검은 골렘의 주먹이 체공중인 내게 다가오고 있다.

X발, 진짜.

끝까지 절망적이네.

나는 간절히 기도 하는 마음으로 다리를 뻗었다. 발차기라고 뭣한 자세로 내 발이 전진했고.

그야말로 간신히.

신발 밑창이 골렘의 몸에 닿았다.

툭, 하고.

그걸로 끝이었다. 마법진은 끝내 발동하지 않았고, 내 몸은 골렘을 살짝 건드린 채 중력에 의해 아래로 내려가려 하고 있었다.

'끝인가.'

그래, 이걸로 됐다.

나는 최선을 다했다.

무한히 느려지는 시간 속에서 반쯤 체념하고 있는 그때.

발밑에서 무언가가 뭉클거리며 모여드는 것이 느껴졌다.

내쏘아질 타격점의 끝으로 집결하는 그것은 순수한 검은 색의 마나였다.

"……어?"

투콰아아아아악!

내 밭 밑에서 터져 나온 검은 파장이 격류처럼 소용돌이쳤다. 그 반동으로 다리가 크게 젖혀지며, 나는 뻗어 나가는 웅장한 검은 마력을 목도했다.

일찍이 자연계에 존재하지 않았던 이계의 칠흑.

한계를 초월한 그 압도적인 출력이 집채만 한 검은 골렘의 몸뚱이를 공중으로 띄운 채 밀어내고 있었다.

'… 무슨!'

내 발끝에서 시작된 검은 기둥은 골렘을 수십 미터 넘게 끌고 가 벽에 처박아 넣으며 맹렬한 폭음을 터뜨렸다.

타격점을 중심으로 마법진의 해골형상이 번져 나가듯 그려지더니, 산사태처럼 골렘의 몸뚱이가 우르르 붕괴했다.

엄청난 충돌에 사원 전체가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처럼 흔들거렸다. 그리고 바닥으로 떨어지고 있는 나는 멍하니 이 상황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아니, 미친.

내가 대체 뭘 만들어낸 거야?

[데바스타<김유신 오리지널>]

마법진 랭크 : XI

공정 : 3공정

분류 : 출력형

부여 기능 :

-파멸의 빛

-과다출력

-출력 제어

-중력 제어

이해도 : 11

유지력 : 42

운용력 : 360

출력 : 1, 974

검은 골렘을 쓰러뜨리자, 주위의 일반 골렘들이 우르르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내 앞에 보이는 검은 벽도 마찬가지였다.

주위가 고요해지자, 나는 천천히 플레이어 메시지를 확인했다.

[당신만의 오리지널 마법진을 창조했습니다.]

[암흑 마법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특수 능력치 - '암흑'이 개방되었습니다.]

[분석 특성이 Lv.3에 도달했습니다.]

[마력이 15층가했습니다.]

[순발이 7층가했습니다.]

[인내가 5층가했습니다.]

…….

[당신은 설계자의 출제 의도를 완벽하게 파악했습니다.]

[골렘의 사원을 클리어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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