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혼자만 마탑주 024화
그렇게 플레이어들의 화력이 한바탕 퍼부어지고 난 뒤, 나는 멀리서 보스 몬스터의 상태를 확인했다.
결과적으로 이번 총공세로도 이레귤러의 마나 코팅을 완전히 벗겨내지 못했다.
한바탕 화력을 쏟아부은 플레이어들은 다시 라바 골렘을 상대하느라 바쁘게 움직여야 했다.
"서진아! 시간 좀 끌어줘!"
"알겠습니다."
정서진이 달려가서 보스가 일어나지 못하도록 공격하는 사이, 나는 속박 능력을 사용 중인 헌터에게 뛰어갔다.
"허억! 헉! 당신 그 능력! 얼마나 더 유지할 수 있어?"
멍하니 우리의 전투를 지켜보던 헌터가 퍼뜩 정신을 차리며 대답했다.
"이, 이제 한계입니다. 앞으로 5분 정도면……"
미치겠군.
솔직히 이레귤러를 상대로 이 정도까지 선전할 수 있었던 건, 모두 녀석의 패럴라이즈 능력 덕분이다.
속박이 풀리고 보스가 정상 컨디션으로 돌아오면 우리는 뭔 짓을 해도 전멸이다.
그렇다면 답은 하나뿐.
남은 5분 동안 다소 무리를 해서라도 보스를 잡아내는 수밖에 없다.
나는 헌터에게서 등을 돌리며 에아를 불렀다.
'에아, 이제 컨디션은 어때?'
-회복됐습니다. 하지만 탑주는 제가 쉬는 동안에도 계속…….
'내 걱정은 됐어.'
나는 손가락 관절을 뚜둑 풀었다.
'전에도 말했잖아. 발동이 늦게 걸리는 타입이라고. 이제야 컨디션이 최고조로 올라온 시점이야.'
-……너무 무리는 하지 말아주십시오.
미안하지만 무리할 생각이다. 나는 자세를 낮추고 눈을 감았다.
"후우우우."
집중해라.
주변의 모든 잡음이 사라지고, 고요해졌다. 내 안에서 흐르고 있는 마나의 유동이 더 확연히 느껴진다.
그동안의 경험으로 얻은 팁이지만 나는 내 몸의 마나와 소통할 때 가장 잘 몰입할 수 있었다.
미세한 혈관에서 흐르는 마나 한 줌도 통제할 수 있을 때까지 집중력을 극한으로 끌어올렸다.
<카피 매지컬 포지션>
여전히 충격에 빠져 바닥에 쓰러져 있는 보스 몬스터의 위로, 카피 매지션 포지션을 시전했다.
-탑주……!
내 생각을 읽은 에아가 걱정스러운 목소리를 냈다.
'괜찮으니까 따라와 줘.'
나는 눈을 부릅뜨며 카피 매지컬 포지션에 달아 놓을 마법진을 선택했다.
그것은 바로.
<카피 매지컬 포지션>
<카피 매지컬 포지션>
<카피 매지컬 포지션>
<카피 매지컬 포지션>
<카피 매지컬 포지션>
카피 매지컬 포지션에 다섯 개의 카피 매지컬 포지션을 연결했다.
"……으으으으!"
머릿속으로 쏟아지는 어마어마한 수식량에 압도당해 절로 신음이 흘러나왔다.
하지만 여기서 멈출 수는 없다. 나는 완성한 다섯 개의 카피 매지컬 포지션에 새로운 마법을 연결했다.
그것은 바로.
<마나 에로우>×25
포지션마다 다시 다섯 개의 마나에로우를 매달아 도합 25개의 마나에로우 마법진을 준비시켰다.
"선배님! 이건 너무 무리하시는……!"
"무슨 일이 벌어지려는 거야?"
진보라와 플레이어들의 당황한 목소리가 귓가에 윙윙 울렸지만, 마법에 더욱 집중하게 되자 들리지 않게 되었다.
왼쪽 눈을 감고 현인의 눈으로만 타깃을 설정했다.
그동안 아이스 자벨린을 주로 활용하며 어떻게든 익숙해지려 했지만, 역시 나는 이쪽이 더 좋다.
수의 마법.
한 발 한 발의 위력은 약할지 몰라도 머리가 하얗게 세어버릴 때까지 퍼부을 수 있는 물량전.
마법진이 준비 상태가 되며, 처리를 기다리고 있는 어마어마한 수식량이 내 뇌로 밀려 들었다.
이것이 허무에서 기적을 일으키는대가.
하지만 할 수 있다.
나와 에아는 분업하여 미친 듯한 속도로 수식을 완성하기 시작했다.
압도적인 수에 겁먹지 말고.
그저 본질만을 취한다.
수식을 잇는 수식을 파악하고, 생태계의 규칙을 기준으로 약분하고 약분하고 또 약분한다.
스룽!
생태계가 창조되기 시작한다. 희미하던 마법진들이 하늘에 매달린 전구처럼 하나둘씩 청색 불이 켜진다.
버퍼링이 걸려서 완성되는 타이밍이 제각각이긴 하지만, 이 정도면 성공적이다.
-탑주, 최종 사출 트리거를 설정해주십시오.
대단할 것도 없다. 나는 마지막 공식을 써넣었다.
'완성된 순서대로 발사.'
그리고 마침내, 하늘에 펼쳐진 꽃밭처럼 떠오른 마법진에서 무수히 많은 마나 에로우들이 내려오기 시작했다.
마치 초대형 스콜을 방불케 하는 청색의 빗줄기가 허공을 가득 채우며, 바닥에 있는 이레귤러 보스 몬스터를 향해 미친 듯이 쏟아져 내렸다.
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
마나 에로우들이 이레귤러의 마나코팅을 가열하게 두들겼다. 그 괴물같은 이레귤러가 입에 거품까지 물며 고통스러워하고 있다.
내가 봐도 비현실적인 광경.
하지만 아직 만족할 수 없다.
[당신은 완전한 마법의 벽을 깨뜨렸습니다. 마나 에로우의 숙련도가 110%에 도달했습니다.]
더.
더 빠르게.
더 심플하게.
[당신은 완전한 마법의 벽을 깨뜨렸습니다. 마나 에로우의 숙련도가 120%에 도달했습니다.]
[당신은 완전한 마법의 벽을 깨뜨렸습니다. 마나 에로우의 숙련도가 130%에 도달했습니다.]
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
이미 100% 완성 숙련도를 넘었음에도, 마나 에로우의 숙련도는 그야말로 미친 듯이 오르고 있었다.
지금 이 순간이 내 인생 최고의 몰입상태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지금의 내게 있어 마나 에로우는 숨 쉬는 것보다도 못한 난이도의 작업이다.
피잉!
'큭!'
한 순간 시야가 흔들렸다.
마법을 전개할 정신력은 충분하지만, 몸 안의 마나가 부족해진 것이다.
그러나.
'견딜 만 해.'
지금 '이 상태'를 유지하기 위한나 자신의 성장도 압도적이었다.
깨달음을 얻으면서 마력 능력치가 오르고 마나 통이 커지고 있다.
숙련도가 오르면서 마법의 마나 소모량이 줄어들고 있다.
내부보다 외부의 마나 사용 비율을 늘려 몸의 부담을 줄이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어떻게 했는지 깨닫지도 못했지만, 나는 이제 호흡으로 마나를 충당하고 있었다. 대기 중의 마나가 몸에 차곡차곡 쌓이며 연료가 되어주고 있다.
이 대자연 전체가 내가 마법을 쓰기 위한 도구로 전락하고 있다.
세상 그 무엇보다 짜릿한 쾌감이었다.
[당신은 완전한 마법의 벽을 깨뜨렸습니다. 마나 에로우의 숙련도가 190%에 도달했습니다.]
[당신은 완전한 마법의 벽을 깨뜨렸습니다. 마나 에로우의 숙련도가 200%에 도달했습니다.]
[마나 에로우가 새로운 마법으로 진화했습니다. - 레피드 에로우.]
마나 에로우의 형태가 바뀌었다.
청색에서 눈부신 황금빛으로 변모하며 크기가 조금 작아지고 형태가 더 날카롭고 심플해졌다.
이게 바로 내 새로운 오리지널.
[레피드 에로우 <김유신 오리지널>]
마법진 가치 : C++
공정 : 1공정
분류 : 출력형
특수 효과 :
-마나 소모량 감소.
-영창 속도 증가.
-연속 시전 시 영창 효율 대폭 향상.
이해도 : 51
유지력 : 10
운용력 : 287
출력 : 75
마침 내가 딱 필요했던 것이다.
수식이 간략화되고 마나 소모량이 극단적으로 줄어든 형태의 마나 에로우.
최고다.
이거라면 더 달릴 수 있다.
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
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
이제는 청색이 아닌 황금빛 폭우가 이레귤러에게 맹렬히 퍼부어졌다.
녀석이 누워 있는 대지가 움푹 파이기 시작하더니 점점 더 아래로 내려가며 크레이터 같은 거대한 구덩이를 형성했다.
콰직!
금이 가고 있던 전신의 마나 코팅이 이내 완전히 박살 났다.
드디어 레피드 에로우가 보스의 맨살에 박히고 있다.
눈알이 터지고 피부가 헤집어진다.
전신에 구멍이 숭숭 뚫리고 장기가 드러나며 온몸이 피범벅이 된다.
-탑주! 한계 연산량을 초과했습니다! 더 이상은……!
아니, 아직 멀었다.
나는 좀 더 먼 곳을 바라보고 있다.
조금 더 무리해서 손을 뻗으면 닿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닿을 수 있는데 왜 말리는 거야?
-탑주!
더. 더. 더. 더.
수식이 섬광처럼 처리된다.
지금 이 순간 지구상에서 내가 처리하지 못하는 연산은 존재하지 않는 것 같다.
레피드 에로우를 스무 개씩 꺼내는 것으로는 모자라다. 한 번에 쉰 개의 화살을 더 매달았다.
더!
더 많은 물량을……!
-이제 그만해 주십시오!
갑자기 뇌를 타고 꽂히는 절박한 외침에, 한 순간 정신이 확 돌아왔다.
'왜 그래? 난 아직!'
-전투는 벌써 끝났어요! 이레귤러는 이미 죽었고 이대로는 탑주가 위험합니다! 제발!
'……!'
가슴이 철렁한 나는 다급히 마나운용을 멈췄다.
수식의 작동을 멈추고, 날뛰려고 준비하던 마나들을 강제로 해산시켰다.
신통을 깼다며 내 몸을 뒤흔들어대는 마나들 때문에 정신을 차리기 힘들었다.
이를 악물고 정신을 붙잡았다.
천천히 호흡하며 남은 마나를 갈무리했다.
남은 마법을 정리하는 것만으로도 몇 분이 걸렸다. 생전에 느껴보지 못한 어마어마한 여운이 몸을 휘감았다.
그 뒤에 크게 한숨을 쉬며 눈을 뜨자, 시야를 뒤덮는 압도적인 수의 플레이어 메시지들이 보였다.
[마나에 완전히 몰입한 상태에서 새로운 경지에 올랐습니다.]
[마나 호흡 특성을 얻었습니다.]
[과몰입 특성이 Lv.8에 도달했습니다.]
[다중 시전 특성이 Lv.4에 도달했습니다.]
[가속 시전 특성이 Lv.4에 도달했습니다.]
[원격 시전 특성이 Lv.2에 도달했습니다.]
[마력이 20 올랐습니다.]
[체력이 5 올랐습니다.]
[집중이 10 올랐습니다.]
[의지가 3 올랐습니다.]
…….
시야가 흐릿해졌다.
뒤늦게 반동이 오면서 몸에 힘이 쭉 빠져나갔다.
중심을 잃고 휘청거리자 진보라가 얼른 다가와 부축해 주었다.
"선배님! 이번엔 너무 무리하셨어요!"
그녀의 목소리에 물기가 섞였다.
정서진과 어리바리 헌터도 내게로 뛰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의식이 끊기기 직전, 나는 진보라의 어깨를 짚었다.
"……보라야."
"서, 선배님!"
"우리 보상은 꼭 챙겨……"
그렇게 말하고, 결국 내 의식은 끊겼다.
* * *
흐릿한 시야가 점점 돌아오며 의식이 회복되었다.
여긴 어디지?
특유의 약물 냄새가 나는 게, 아무래도 병실인 것 같다.
이전의 기억도 돌아오기 시작했다.
분명 용암굴 던전 들어가서 이레귤러 보스 몬스터와 싸우다가 쓰러졌었는데….
그때의 상태를 생각하면 지금도 아찔하다. 그렇게까지 마나를 쥐어짜내고 머리를 혹사했는데 살아 있는 게 용할 지경이다.
천천히 눈을 떠 보았다.
'……!'
깜짝이야. 눈을 뜨자마자 진보라의 얼굴이 보였다. 나와 얼굴을 마주하고 새근새근 잠든 모습이다.
……솔직히 예쁘긴 하네.
나는 그녀가 깨지 않도록 눈동자를 굴려 주위를 확인했다. 내 몸에 수 액이 꽂혀 있는 걸 보니 여긴 병원이 맞는 것 같다.
그리고 진보라는 아마…… 지금까지 깨어나지 않는 날 간호하고 있다가 지쳐 잠든 모양이다.
이거 좀 감동인데.
마지막에 그녀가 날 부축하며 눈물을 글썽이던 모습도 잠깐 떠올랐다.
오히려 편견을 가진 건 내 쪽일지도 모르겠다.
'……응?'
나는 뒤늦게 잠든 진보라의 머리 위로 뭔가가 쭉 뻗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것은 그녀의 팔이었다.
내 시선이 그녀의 팔을 따라 천천히 올라갔고, 시선의 끝에는 그녀의 손에 스마트폰이 들려 있는 것이 보였다. 뭐? 스마트폰?
찰칵!
나와 잠들어 있는 그녀의 얼굴이 찍혔다.
진보라는 바로 내게서 홱 등을 돌리고는 스마트폰 결과물을 확인했다.
그리고.
"꺄아아아아아아악!"
진보라가 벌떡 일어나 무서운 속도로 뒷걸음질쳤다.
잠시 벌렁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던 그녀가 이내 눈을 크게 떴다.
"서, 서, 서, 서, 선배님! 언제 일어나셨어요?"
아, 그럼 그렇지.
이래야 진보라지.
내 차가운 시선을 받은 그녀의 얼굴이 토마토처럼 달아올랐다.
"이, 이건 그러니까……! 저, 절대 이상한 거 아니에요! SNS에 올릴 생각 하나도 없었어요! 전 그저 선배님이 잠들어 있는 모습이 귀여워서 사진 한 장 남기고 싶다는 마음에……!"
그런 마음을 가진 녀석이 자기 얼굴에 고양이 수염 보정 효과도 집어넣냐.
"일로와, 일로와."
나는 천천히 주먹을 쥔 팔을 들어올렸다. 울상이 된 그녀가 머뭇머뭇 내게로 다가왔다.
내 팔의 움직임이 없다는 것을 안 그녀가 눈을 질끈 감더니 '에잇!'소리를 지르며 스스로 헤딩했다.
"아야야!"
그러곤 바로 머리를 감싸 쥐고 괴로워했다. 그래도 진짜로 세게 달려드는 걸 보니 죄책감은 있나 보네.
"환자가 병원에 누워 있는데 셀카? 내가 화를 낼 문제이기 이전에, 그런 거 인터넷에 올렸다간 개념 없다고 네가 더 욕먹어."
"……죄송합니다."
그녀가 고개를 푹 숙였다. 나는 머리를 벅벅 긁으며 멍하니 있다가 말했다.
"내가 쓰러진 후에 어떻게 됐어?"
"넵! 포션조제관 진보라! 상황 보고하겠습니다!"
그녀가 착 의자에 착석했다.
"선배님은 던전에서 쓰러지신 지 사흘간 잠들어 계셨어요."
"……그렇게나? 아카데미는?"
"걱정하지 마세요. 병가 처리해 둬서 퇴학은 면했으니까요."
"잘 했네. 상황은 어때?"
내가 생각해도 그때는 너무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끌어버렸다. 이 사건으로 너무 귀찮아지면 곤란한데.
"아쉽지만 우리 사건은 조금 묻혔어요. 언론에 대서특필되고 얼굴 팔리고 이런 사태는 기대할 수 없겠네요."
아쉬운 게 아니라 천만다행이지, 이 관종아.
우리 마탑은 대외비라고.
"그런데 이게 묻힐 수가 있는 사건인가? 이레귤러 보스 몬스터 출현건이? 사람도 꽤 죽었는데."
"왜냐하면, 같은 시각 국내던전 일곱 군데에서 동시에 이레귤러 보스 몬스터가 출현했거든요."
저절로 몸이 벌떡 일으켜졌다. 이건 또 무슨 소리야?
"계속 설명해 봐."
"피해가 작은 건 저희 쪽을 포함한 세 곳 정도. 다른 곳들은 한두 명만 살아남거나 심지어는 전멸한 곳도 있대요. 현재 집계된 플레이어 사망자만 100명 이상. 스타급 반열에 올라 있는 헌터들도 이번 사태로 몇 명 죽었다고 해요."
"……."
나는 이마를 짚으며 생각에 잠겼다.
"이상하긴 하네. 이레귤러가 그리 쉽게 나오는 게 아닐 텐데. 동시간대의 던전에 그렇게 많은 이레귤러가 나왔다고?"
"더 이상한 게 뭔 줄 알아요? 한 국만 그런 게 아니라는 거예요."
진보라가 리모컨을 눌러서 TV를 켰다. 어떤 채널을 넘기든 비슷한 소식들을 다루고 있었다.
특히 중국 상해의 어떤 던전에는 최악의 이레귤러 보스 몬스터가 나타났으며, 피해자만 2천 명이 넘어가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헌터 붐이 한창인 중국의 필드 던전엔 언제나 사람들이 바글바글할텐데, 이레귤러 같은 사태가 터지면 그야말로 대참사일 것이다.
역시 대서재에서 에렌델 대륙의 사건에 대한 정보를 찾아 봐야 할 것 같다.
"아 참, 이레귤러 잡은 보상은 어떻게 됐어?"
"후후! 저희가 최고 공로를 인정받고 모든 부산물 소유권과 보상금을 따냈어요. 지금은 안전하게 마탑에 보관 중이에요."
그녀가 눈을 빛내며 말을 이었다.
"아, 그때 던전에서 재밌는 사건이 또 있었어요! 선배님이 쓰러지시고 저랑 서진 씨가 선배님께 달려갔는데, 이 와중에 죽은 이레귤러의 마정석을 슬쩍 하려는 나쁜 놈들이 있었거든요."
"흔한 일이지. 그래서 어떻게 됐는데?"
"그때 그 헌터 오빠가 갑자기 벌떡 일어나더니 이렇게 외치는 거예요! '협회 직원이 사망했으니 절차에 따라 공인 5급 헌터인 내가 루팅을 하겠다. 보스 몬스터에게서 나온 모든 재산은 전부 여기 있는 김유신씨의 것이다! 불만이 있다면 지금 말해라!' 라고."
오오, 그 어리바리 녀석이 그렇게 해줬다고?
사실 그런 상황에선 자신이 소유권을 주장할 수도 있었을 텐데, 조금은 다시 봤다.
긴장이 풀린 내가 등받이에 편안히 몸을 기대며 말했다.
"그보다 나 언제까지 여기 있어야해?"
"깨어나셨으면 곧 퇴원할 수 있을 거래요."
"어, 진짜?"
"처음엔 마나 고갈에, 마나 역류에, 입에서 피 토하고 막 장난 아니었거든요? 근데 다음 날 몸의 마나가 깨끗이 정돈됐대요. 의사 선생님의 말씀으로는 육체적으로는 탈진이랑 과로 비슷한 증상만 남아 있다네요. 정말 이상한 몸이야."
"다행이네."
나는 상체를 일으켰다. 그러고 보니 이 녀석이 한 마디도 없네.
'에아.'
마음속으로 그녀의 이름을 불렀지만,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에아야. 대답 좀 해봐.'
여전히 대답은 없었다. 설마 화난건가?
-……깨어나셔서 다행입니다, 탑주.
그때 그녀의 목소리가 머릿속에 울렸다.
조금 찡했다. 그 한마디만으로 정말로 나를 많이 걱정했다는 진심이 느껴졌다.
'걱정 끼쳐서 미안해.'
-탑주께서 호문쿨루스에게 사과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많이 놀랐어? 하아, 나도 그렇게까지 될 줄은 몰았어. 다음부터는 지나친 과몰입 단계까지 가지 않고 이기는 방법을 같이 생각해 보자.'
그녀는 잠시 뜸을 들이다가 말했다.
-의문. 마지막 공격을 퍼부을 때, 어째서 제가 처리할 수식 몫까지 전부 가져가서 떠안으신 겁니까?
윽, 역시 알고 있었구나.
-저는 아무래도 좋습니다. 호문쿨루스는 문제가 생겨 폐기되어도 새로운 개체가 생성됩니다. 하지만 마탑주는, 그리고 '마나의 아이'는 누구도 대신할 수 없습니다. 다음에도 같은 상황이 오면 제게 모든 부담을 돌리겠다고 약속해 주십시오.
'아니.'
내가 단호하게 말했다.
'내게 있어선 너도 대신할 수 없는 존재야. 이번엔 네 덕분에 살았어. 정말 고맙다.'
-…….
으음.
갑자기 또 대답이 없어졌다.
"후후."
사과를 깎고 있던 진보라가 묘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마탑에서 에아 씨가 많이 걱정하더라고요."
"……됐고, 의사 선생님 좀 불러줘. 몸에 이상 없으면 퇴원 수속 밟아야겠다."
"네에! 갔다 올게요."
이름 : 김유신
고유 능력 : 현인의 눈.
개인 특성 : [마나의 아이 Lv.2] [마탑의 주인 Lv.10] [마법 공학Lv.10] [스펠 로드 Lv.10] [과몰입Lv.8] [포션 조제 Lv.5] [정보처리Lv.5] [가속 시전 Lv.4] [다중 시전Lv.4] [원격 시전 Lv.2] [분석 Lv.2]
기본 능력치 : [마력 132] [순발12] [체력 12] [근력 7]
특수 능력치 : [집중 22] [지능 9] [의지 6] [인내 2]
능력치 총합 : [202]
신규 특성 : New![마나 호흡Lv.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