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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만 마탑주-23화 (23/337)

나 혼자만 마탑주 023화

-캬르르르르륵!

보스 몬스터가 성큼성큼 나를 향해 다가왔다. 정서진이 나서려고 했지만 나는 괜찮다는 신호를 보냈다.

앞뒤로 칼날이 달린 거대한 트윈블레이드를 젓가락처럼 휘두르는 괴물.

그리고 이에 대한 내 대처는 심플했다.

<쉴드>

터엉! 터엉! 터엉! 터엉!

녀석의 무기가 휘둘러지는 방향으로 쉴드를 여러 장 중첩으로 깔아서 막아냈다. 조금 위태롭다 싶으면 두개, 세 개를 덧붙였다.

놈이 방향을 바꿔서 휘둘러도 마찬가지, 쉴드가 펼쳐지는 속도가 더 빨랐고 칼날은 내 몸에 닿지 않았다.

덕분에 내 정면은 불투명한 벽이 무한히 생성되어 적의 공격을 자동으로 막아주는 모양새가 됐다.

-카아아아악!

공격이 통하지 않자 녀석의 눈에 핏대가 가득 섰다.

템포를 더 끌어올려 난격을 퍼부었지만, 이쪽도 그에 맞춰 쉴드의 양을 늘리면 그만이다. 시전 속도 하나만큼은 자신 있다.

계속 된 공방으로 팔에 힘이 빠졌는지 점차 공격이 느슨해졌다.

'지금!'

재빨리 전면의 쉴드를 거두고 에아가 전개해 둔 아이스 자벨린 세 자루를 날려 보냈다.

꽈드득! 꽈득!

서리의 창이 녀석의 가슴과 옆구리를 강타했다.

역 속성 마법을 얻어맞고 고통스럽게 휘청거리던 녀석은 더욱 분노를 불태우며 트윈 블레이드를 휘둘러 댔다.

소용없다니까 그러네.

나는 다시 쉴드에 집중하고, 에아에게는 아이스 자벨린을 준비시켰다.

결국, 보스는 안 되겠다 싶었는지 크게 뒤로 물러났다. 그러곤 입을 쩍 벌렸다.

-탑주! 처음 보는 패턴입니다.

'대비하자.'

나는 전면에 최대한 많은 쉴드를 펼쳐놓고 기다렸다. 잠시 후 녀석의 입에서 시뻘건 화염이 쏟아졌다.

화아아아아아아아악!

방사되는 화염에 쉴드들이 순식간에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얼마 못 버틸 것 같다는 판단에 재빨리 측면으로 몸을 던졌다. 그즉시 쉴드가 깨지며 화염이 전면으로 튀어 올랐다.

"크윽!"

주변이 울퉁불퉁한 돌바닥이라 더럽게 아팠다. 어느새 보스 몬스터가 브레스를 끊고 바닥을 구르고 있는 내게로 뛰어올랐다.

슈콱!

후방에서 날아온 화살 한 방이 보스의 안면을 강타했다.

마나 코팅 덕분에 치명상은 아니겠지만, 충격은 있는지 움직임이 멎었다.

보스가 인상을 확 굳히며 돌아본 곳에는 진보라가 서 있었다.

"이쪽이야."

그녀가 생긋 웃으며 손짓 했다. 격분한 보스 몬스터가 타깃을 바꿔 진보라 쪽으로 뛰어갔다.

근데 활 안 들고 왔다면서 언제 저런 걸 구했지?

"포션이 거의 다 떨어져서 바닥에 굴러다니는 거 하나 주워왔죠, 뭐."

내 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 해설한 그녀가 왼손으로 활대를 잡고, 오른손을 쫙 펼쳤다.

녹색의 아공간이 열리고 화살들이 그녀의 손가락 사이에 걸쳐졌다.

슈콰악!

바람을 가르며 날아간 화살들이 보스 몬스터의 마나 코팅을 연달아 두들겼다.

공격을 견뎌낸 녀석이 쿵쿵 소리를 내며 달려가 거대한 트윈 블레이드를 휘둘렀다.

그녀의 가녀린 몸 따위는 일격에 두 동강 낼 정도의 위력이었으나.

쓱.

그녀는 허리를 젖히는 것으로 너무나 간단히 피해냈다.

그리고 트윈 블레이드가 지나가는 동시에 허리를 원상 복구시키며 화살을 쏟아붓기 시작했다.

팍! 팍! 팍!

집요하게 얼굴을 노리고 쏴대자 보스가 날 선 반응을 보이며 공세를 가했다.

그러나 진보라는 모든 공격을 허리를 비틀거나 백 텀블링을 하며 피해냈다.

확실히 진보라의 전투는 화려했다.

회피 동작과 동시에 이루어지는 발사 동작이 인상적이었는데 백 텀블링을 하면서 활을 쐈고, 바닥을 구르면서도 활을 쐈다.

그것도 중요한 순간 마다 보스 몬스터의 관절과 다리에 화살을 딱딱 꽂아 넣어 공격의 맥을 끊어버리는 절묘한 기술은 지켜보는 나도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였다.

다시 자각하는 거지만, 진보라는 마탑 멤버들 중에서도 가장 압도적인 순발 수치를 가지고 있었다.

-캬아아아아악!

극도로 분노한 보스가 마나가 잔뜩 실린 강격을 선보였으나 진보라의 반응은 더 기가 막혔다.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보스 쪽으로 슬라이딩하면서 폭발 포션을 꺼내던졌다.

그녀의 몸은 몬스터의 다리 사이로 빠져나왔고 포션은 곡선을 그리며 보스의 뒤통수로 떨어졌다.

보스가 뒤를 돌아본 사이, 진보라의 화살은 이미 시위를 떠나 포션을 향해 날아가고 있었다.

꽈아아아아아앙!

폭발 포션이 새까만 먼지구름을 일으키며 주위를 뒤덮었다. 후드득하고 튀어 오른 모래 파편이 내 얼굴까지 튀었다.

자리에서 일어난 그녀가 내 쪽을 바라보며 손가락으로 V자를 만들었다.

"어때요? 어때요? 저도 잘 싸우죠? 사실 제가 웬만한 고학년들은 깔고 가는……"

"이 관종아! 앞! 앞!"

폭발 연기를 뚫고 보스가 돌진해왔다.

하여간!

나는 최고속도로 쉴드를 펼쳐서 돌진을 저지하고, 그녀의 팔을 잡아끌었다.

"정서진!"

후웅!

폭발 연기를 뚫고 정서진의 몸이 보스 몬스터의 등 뒤에서 나타났다.

나는 표적을 정해주듯 보스의 뒤통수에 마법진 하나를 깔았다.

정서진은 잠깐 놀란 표정이었다가, 이내 수긍하듯 이빨을 드러내며 마법진을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뻐어어어어억!

건틀릿을 통과한 정서진의 주먹이 그대로 보스에게 직격했다.

푸른 불똥이 튀어 오르고, 보스의 몸이 바위를 박살 내며 저 멀리 날아갔다.

얼떨떨한 표정으로 주먹을 웅시하던 정서진이 나를 보고 말했다.

"서포트 감사합니다, 탑주님."

"별거 아니야."

"대단한 위력이네요. 건틀릿 마법은 저도 욕심나는데요."

"가르쳐 줄게. 진보라는 벌써 한 번 포기했지만."

"윽, 선배니임……!"

그러나 여유 부릴 틈도 없었다. 벌떡 몸을 일으킨 보스가 바닥에 떨어진 무기를 붙잡고 재차 달려들 준비를 했다.

"그런데 선배님."

"왜?"

"그거 또 안 써요? 그거."

"그게 뭔데."

"몰입 모드요."

……이상한 이름 붙이지 마. 그냥 집중하는 것뿐이라고.

"에아가 지쳐서 쉬고 있어."

"아하."

"컨디션이 돌아오는 대로 반격할거야."

아직 숙련도가 충분히 쌓이지 않은 아이스 자벨린을 난사할 때 조금 무리한 감이 있어서 에아를 쉬게 하는 중이었다.

"이제 확실히 배려해 주시네요!"

"잡담 그만 하고 집중해."

"네!"

활을 착 세워 든 그녀가 생긋 눈웃음을 지었다.

"구해주셔서 고마워요."

……이 와중에도 여우 같은 후배다.

보스가 전면으로 돌진해 오자 내가 앞으로 나왔다.

"내가 막을게."

웃기는 이야기지만, 사실 나는 아직 몸이 덜 풀린 상태다.

큐브에서 원격 시전을 스스로 깨달았을 때, 그리고 바포메트의 마법진을 훔칠 때처럼 완벽하게 몰입하려면 좀 더 몸을 달아 올릴 필요가 있었다.

일단 무한 쉴드로 몸을 풀어볼까.

<쉴드>

터엉! 터엉! 터엉! 터엉! 터엉!

아까와 똑같은 공방이 펼쳐졌다.

녀석이 공격했고 내가 쉴드를 펼쳐 막았다.

'학습 능력이 없나? 한 방에 쉴드를 깰 위력이 아니라면 못 뚫는다고.'

결국, 몇 번 시도해 보던 녀석이 크게 뒤로 물러나 입을 벌렸다.

화 속성의 브레스 공격, 하지만 두번 당하지 않는다.

나는 즉석에서 마법을 창조했다.

쉴드 마법진을 메인으로 삼고, 그안에 원을 하나 더 그려 넣었다.

2공정 마법의 준비.

새로운 공간에 그동안 지겹게 만들었던 방열의 룬을 집어넣었다. 그리고 이 둘이 호환하도록 수식을 써내려갔다.

이 조합은 처음이었지만 확신이 있었다.

방열의 룬과 유지의 룬을 연결할때 썼던 수식을 바탕으로, 조금의 응용을 덧붙여 필드 속을 꽉꽉 채워넣어 마무리한 다음, 마법진을 펼쳤다.

<파이어 레지스트 쉴드>

내 전면으로 붉은빛이 감도는 쉴드가 펼쳐졌고 그 즉시 화염 방사가 들이닥쳤다.

화르르르르륵!

주위의 바위를 시뻘겋게 달굴 정도로 고열의 화염이었지만 내 새로운 쉴드 마법진은 그것을 가뿐히 견뎌내고 있었다.

[새로운 마법진을 만들었습니다.]

[마력이 3 올랐습니다.]

[지능이 1 올랐습니다.]

좋아, 좋아.

급박한 상황에 이런 성과를 터뜨려주니까 시련급으로 성장치가 오른다.

오리지널 마법진은 아닌 게 아쉽지만 뭐, 이 정도는 누구나 생각했겠지.

서정!

결국, 보스가 화염 브레스를 끊고 달려와 내 마법진을 트윈 블레이드로 두 동강 냈다.

물리 방어력이 약하다는 점을 꿰뚫은 시도는 좋았지만.

팍! 파악!

기다렸다는 듯 진보라의 화살이 다음 행동을 봉쇄했다. 역시 이 녀석도 할 때는 해준다.

"앗!"

"왜 그래?"

"화살이 다 떨어졌어요!"

…아까 한 말은 취소다.

결국, 내 코앞까지 들이닥친 보스가 트윈 블레이드를 높게 들어 올렸다.

쉴드를 쳐서 막아야 하나? 아니, 충분히 피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나는 현인의 눈으로 녀석의 동작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다리를 뒤로 빼고 어깨를 틀었다.

쾅!

트윈 블레이드가 그대로 내려와 바닥을 찍었다.

내가 쉴드로 막지 않을 거란 생각은 못했는지 후속 동작이 느렸고, 나는 보스의 품 안으로 파고들며 마법진을 전개했다.

<쉴드>

우선 쉴드를 무기 위에 펼쳐서 회수 동작을 방해하고.

<건틀릿>

녀석의 턱 바로 밑에 건틀릿 마법진을 깔아놓았다. 그대로 팔을 들어어퍼컷!

뻐어어억!

푸른 불똥이 튀어 오르며 녀석의 턱이 크게 젖혀졌다. 이건 제대로 들어갔다.

-크르르륵!

비틀거리며 뒷걸음질 치던 녀석이 반격하려 들자, 이번엔 정서진의 화려한 날아 차기가 뒤통수에 꽂혔다.

둔탁한 충격음과 함께 보스는 다시 바닥을 굴러야 했다.

나는 앞으로 달려나가며 정서진에게 신호했다. 우리는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는 보스의 뒤로 돌아와 동시에 뛰어올랐다.

<건틀릿>× 2

보스의 뒤통수에 두 개의 마법진을 깔았다. 뛰어오른 나와 정서진은 돌아보고 있는 놈의 안면을 향해 주먹을 뻗었다.

쩌어어어어억!

건틀릿 두 개 분의 화력이 작렬하며 보스의 머리를 지면에 처박아 넣었다.

"오오오오오오!"

"선배님 화이팅!"

응원 단장이 된 진보라와 갤러리들의 목소리가 귓가에 윙윙거리며 들렸다.

아직 끝난 게 아디다. 나는 팔을 뻗으며 소리쳤다.

"정서진! 계속해!"

<카피 매지컬 포지션>

바닥에 쓰러진 보스의 등 뒤로 다섯 개의 건틀릿들을 펼쳤다. 내 의도를 알아챈 정서진이 씩 웃었다.

"차려진 밥상이 이런 거군요."

그가 자리를 잡고 주먹을 퍼붓기 시작했다.

꽈앙! 꽈앙! 꽈앙! 꽈앙!

지면이 뒤흔들렸다. 보스가 피를 토하며 비명을 질렀다.

이어서 나는 다섯 발을 모두 때려박은 정서진의 머리 위로 두 개의 건틀릿을 추가했다. 정서진은 바로 내 의도를 알아차리고 양손을 들어올려 건틀릿을 착용했다.

그리고 두 손을 모아 깍지를 낀다음.

그대로 내려쳤다.

콰콰콰콰콰콰쾅!

지진이라도 일어난 듯 지면이 들썩였다. 보스의 마나 코팅 곳곳이 쩍쩍 갈라지며 거대한 균열이 생겼다.

"자, 잡았나?"

"제대로 들어간 것 같은데?"

전투를 지켜보던 사람들이 웅성거렸다.

"아, 뭣들 해요!"

무릎을 짚고 숨을 헐떡이던 내가 버럭 소리쳤다.

"멈춰 있는 지금 이 기회야! 다 쏟아부어!"

내가 그렇게 외치는 것을 신호로, 원거리 플레이어들의 화력이 기다렸다는 듯 날아와 보스에게 무차별 폭격을 가하기 시작했다.

라바 골렘을 상대하며 시간을 벌어주던 사람들도 짬을 내서 화력을 지원해줬다. 이 틈에 정서진은 잠시 뒤로 물러나 한숨 돌렸다.

나는 정면을 응시하며 이를 악물었다.

'……이제 제발 좀 뒤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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