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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만 마탑주-11화 (11/337)

나 혼자만 마탑주 011화

화르르르륵!

세 방향에서 화염구가 날아왔다.

나는 능숙하게 진행 방향을 계산하고 원격으로 쉴드를 펼쳐서 막아냈다.

[마력이 1 올랐습니다.]

이 틈에 바포메트가 마법진을 쌓으려고 자세를 취했지만, 어림없다.

신속하게 마나 에로우를 쏘아 보내견제하고는 역으로 하나 가지고 있던 놈의 마법진까지 부쉈다.

[가속 시전 특성이 Lv.3에 도달했습니다.]

[마나 에로우의 숙련도가 100%에 도달했습니다.]

"좋아! 좋아! 좋아!"

전투가 거듭될 수록 바포메트의 패턴은 익숙해졌고 나는 점점 더 강해졌다.

어깨의 상처가 쑤시긴 했지만 지금 내 머리를 지배하고 있는 건강해지는 것에서 비롯되는 강한 쾌락뿐이었다.

고양감에 잔뜩 심취한 내가 소리쳤다.

"벌써 패턴 다 떨어졌어? 다른 거더 해봐, 보스!"

콰득!

이렇게 말하고 있는 와중에도 내마나 에로우가 바포메트의 허벅지를 꿰뚫고 있었다.

슬슬 녀석도 초조할 것이다. 일방적으로 밀리던 도전자가 성장하고 또 성장해서 이제는 거의 코앞까지 따라잡은 상태였으니까.

하지만 내 상태도 마냥 좋지만은 않았다.

정신력 쪽은 가히 전성기를 찍고 있었지만, 체력이 따라주지 못했다.

마나가 무한이라는 것만 믿고 마법을 펑펑 써대다 보니 몸에 피로가 쌓여갔다.

무엇보다 아직 바포메트에게 확실한 유효타를 집어넣지 못하고 있으니 심적으로 초조해지는 것도 사실이었다.

'이럴 때일수록 침착해야 해.'

분명히 기회는 온다. 놈에게 계속 스트레스를 줘서 빈틈을 만들어야 한다.

건틀릿 한 방만 제대로 꽂아 넣으면 전세를 바꿀 수 있다. 나는 마인드 컨트롤을 계속하며 마법진을 전개해 나갔다.

치열한 마법사들의 전투가 진행되고 있는 그때, 갑자기 바포메트가 미늘창을 들어 올려 바닥에 쿵! 소리가 나게 내리꽂았다.

저건 또 처음 보는 패턴이다. 뭐지?

우우우우우우!

미늘창 끝에 달린 구슬이 밝게 빛나며 커다란 마법진이 펼쳐졌다. 이어서 그 주변으로 녹색의 마력 구체들이 일렁거리며 생성되기 시작했다.

심상치 않음을 느낀 내가 원격으로 쉴드를 전개하고 있는 사이, 캐스팅을 끝마친 마력 구체가 먼저 날아왔다.

'……어어?'

순간 눈을 의심했다.

마력 구체들은 직선으로 날아오는 게 아니라, 빙글빙글 회전하거나 지그재그로 꺾이는 등 불규칙한 패턴으로 허공을 비상하고 있었다.

이래서야 투사체의 궤적을 읽어낼 수가 없다.

쉴드는 완성됐지만, 마력 구체들은 그것을 비웃듯 괴이한 궤적으로 쉴드를 넘어왔다.

"…… 큭!"

퍼어어어엉!

쿠쿠쿠쿠쿠쿠쿵!

거대한 폭발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며 지상을 초토화시켰다.

간신히 직격은 피했지만, 폭발에 휘말린 내 몸이 붕 떠올랐다가 거칠게 바닥에 패대기쳐졌다.

온몸의 뼈가 비명을 질렀다.

"으윽!"

충격에 몸을 가누기도 힘들었다.

엎어진 자세에서 가까스로 고개를 들어보니 바포메트는 벌써 다음 마법을 준비하고 있었다.

'초고속으로!'

큐브에서 한 가지 뼈저리게 배운게 있다면 방어가 만사가 아니라는 것이다.

원격 시전으로 발사한 내 마나 에로우가 미늘창의 마법진을 노리고 날아갔다.

슈슉!

그때 바포메트가 직접 앞으로 뛰쳐 나왔다. 양팔의 손톱이 검처럼 길어지더니 그것을 휘둘러서 마나 에로우를 쳐냈다.

……나름 기습이었는데 그걸 또 지켜내냐.

내 상상인지는 모르겠지만, 바포메트의 입꼬리가 올라가는 것처럼 보였다.

화르르륵!

이러는 동안에도 바닥에 박힌 미늘창의 주변으로 녹색 구체들이 형성되며 빠르게 부풀어가기 시작했다.

경험해 본 바를 말하자면 저거, 위력이 상당하다. 한 방이라도 제대로 맞으면 끝장이다.

그리고 이걸 어떻게든 넘기더라도 체력이 바닥까지 떨어질 테고, 결국은 이 패턴이 반복되면 내 패배다.

저런 괴물을 어떻게 3대 기초 마법으로 잡으란 거야?

필사적으로 파훼법을 생각하고 있는데, 어느 순간 내 시선이 미늘창의 마법진 쪽으로 향했다.

갑자기 눈이 번쩍 뜨이면서 마법진의 구조가 확 다가왔다.

……잠깐만, 이거.

나도 흉내 정도는 낼 수 있지 않나?

내 두뇌가 맹렬하게 돌아가는 사이 바포메트의 마력구가 완성되며 패턴을 읽을 수 없는 궤적으로 날아오기 시작했다.

나는 입술을 짓씹으며 몸을 날렸다.

콰앙! 콰앙!

쿠쿠쿠쿠쿠쿠쿠궁!

다시 한번 지상이 쑥대밭이 되었다. 바포메트는 폭발로 피어오른 연기를 만족스럽게 바라보더니 유유히 마법을 캐스팅했다.

가만 놔두겠냐.

슈쾅!

내가 쏘아 보낸 마나 에로우가 폭발 연기를 뚫고 바포메트를 향해 날아갔다. 녀석이 이번에도 길어진 발톱을 휘둘러 쳐내려 했지만.

쉬이이이익!

마나 에로우의 궤적이 기이하게 비틀어지며 회전했다.

바포메트의 손톱은 허무하게 허공을 갈랐고, 그사이 내 마나 에로우는 표적에 명중했다.

표적은 당연히 미늘창의 마법진이었다.

"이렇게 하는 거 맞지?"

폭발 연기가 걷히고, 넝마가 된 차림으로 한쪽 팔을 뻗고 있는 내가 씩 웃어 보였다.

바포메트는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다시 마법진을 발동시켜 구체들을 꺼내려고 했지만 마법진은 스파크만 일으킬 뿐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당연히 안 될 거야. 룬어에서 수식으로 향하는 선을 끊었으니까."

나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처음에 저 마법진을 봤을 때는 정말이지 놀랄 수밖에 없었다.

출력의 룬에 일부러 저항을 걸어서 과부하 상태로 만들고 폭주를 유도, 그걸로 투사체의 궤적을 알 수 없게 하다니.

나도 마법을 공부하고 있지만 그야말로 새로운 세계를 엿본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정말 고맙다. 네 마법진을 보고 눈이 번쩍 뜨였어."

녀석이 알아듣는지는 모르겠다만 괜히 한번 나불거리고 싶었다.

오른손을 펼쳤다.

우웅!

베이스가 깔리고.

필드가 그려지고.

룬어가 들어가고, 그 주위를 수식이 휘감았다.

혈액이 혈관을 통해 몸 곳곳에 전달되듯, 마나가 마법진에 흐르기 시작하며 작은 생태계를 만들어냈다.

이게 내 첫 오리지널 마법진.

<스핀 가이드 에로우(Spin Guide Arrow)>

슈콰앙!

마법진에서 쏘아져 나간 마나 화살이 궤적을 읽을 수 없을 만큼 격렬하게 회전했다.

그것은 바포메트가 필사적으로 휘두르는 손톱을 피해 마법진의 정중앙에 떡 하니 박혔다.

파창!

바포메트의 마법진이 산산조각이 났다.

그리고 내 앞에 떠오르는 메시지들.

[당신만의 오리지널 마법진을 창조했습니다.]

[마력이 5층가했습니다.]

[지능이 2층가했습니다.]

나는 현인의 눈으로 내가 만든 마법진을 바라보았다.

[스핀 가이드 에로우<김유신 오리지널>]

마법진 가치 : C+

공정 : 2공정

분류 : 출력형

특수 효과 :

-유도 기능.

-출력 과부하.

이해도 : 45

유지력 : 12

운용력 : 97

출력 : 140

처음으로 나만의 마법을 창조해 냈다.

'마법의 정석'을 읽고 처음 마법진을 그릴 때, 책이랑 너무 똑같이 그려져서 놀란 기억이 난다.

알고 보니 이것이 진짜 현인의 눈의 힘이었다.

마법을 카피하고.

있는 그대로 재현하는 힘.

그러나 지금 내 경지로는 저 바포메트의 마법진을 완벽하게 이해하는 게 불가능했다.

단순 카피만으로는 원리를 모르는 마법을 재현할 수 없었기에, 나는 딱 필요한 부분만 떼와서 내가 쓸 수 있는 유일한 원거리 공격 마법인마나 에로우에 적용했다.

카피를 넘어선 재해석의 경지.

여기까지 도달해야만 이 보스전에서 승리할 수 있다.

"놀라긴 일러."

나는 바로 다음 마법진을 그렸다.

허공에 마법진 하나를 띄워놓고, 그뒤에 스핀 가이드 에로우 마법진을 10% 정도만 그려 두었다.

이어서 중앙의 마법진을 작동시키자.

우웅! 우웅! 우웅! 우웅! 우웅!

다섯 개의 스핀 가이드 에로우 마법진이 복사되듯 펼쳐지기 시작했다.

"이번 건 네 마법진이 너무 복잡해서 내 생각을 더 많이 넣었지."

우선 '연동의 룬'을 메인으로 한 마법진을 깐 다음, 그 주변에 다섯개의 가이드 에로우 마법진을 전체공정의 10%만 그려둔 채로 대기시킨다.

그리고 '연동의 룬'을 작동시키면서 다섯 개의 마법진 공정을 동시에 따라 그리면 되는 거였다.

일반적으로 마법을 다중 시전할 때는 수식량이 배로 늘어난다.

하지만, 현인의 눈을 가지고, 카피 능력을 가진 내게는 양손에 펜을 잡고 동시에 따라 그리는 정도의 난이도이다.

그렇기에 더더욱, 나만이 쓸 수 있는 진정한 의미의 오리지널이다.

"간다."

슈콰앙!

다섯 개의 스핀 가이드 에로우들이 사방으로 흩어져 괴이한 궤적으로 허공을 마구 덧칠했다.

경악한 바포메트가 정신없이 손톱을 휘둘렀지만.

퍽!

가슴에 한 발.

허벅다리에 한 발.

이어서 허리와 팔꿈치까지.

다섯 발 중에 단 한 발만 간신히 쳐낸 바포메트가 온몸에서 피를 줄줄 흘리며 제단에 몸을 기댔다.

"고맙다."

나는 쓰러져 있는 보스를 향해 느긋하게 걸어갔다.

"좋은 공식을 알려줘서."

[당신만의 오리지널 마법진을 창조했습니다.]

[분석 특성이 Lv.2에 도달했습니다.]

[마력이 5층가했습니다.]

[집중이 2층가했습니다.]

[당신은 설계자의 출제 의도를 완벽하게 파악했습니다.]

[카피 매지컬 포지션<김유신 오리지널>]

마법진 가치 : C+

공정 : 2공정

분류 : 출력형

특수 효과 :

-다중 복사 기능

이해도 : 68

유지력 : 55

운용력 : 127

출력 : 12

이제야 출제자, 그러니까 선대 마탑주의 의도를 확실히 알 것 같다.

이곳의 룰은 다음과 같다.

[본 시련의 '룰'이 적용됩니다. - 3대 기본 마법 외의 현재 보유한 모든 마법 봉인.]

처음엔 이걸 보고 3대 기본 마법만 쓰라는 소리로 알아들었지만, 그게 아니었다.

시련에 들어올 때 보유한 마법이 봉인될 뿐, 이 시련에서 새롭게 만들어낸 오리지널 마법은 얼마든지 사용할 수 있었다.

기초에 충실하라는 메시지가 아닌, 시련에서 영감을 받아 새로운 마법을 개발해 위기를 뛰어넘으라는 메시지였다.

-키이이익!

바포메트가 마지막 힘을 쥐어 짜내어 달려 들었다.

<건틀릿>

나는 건틀릿 마법진을 펼쳐 두 손에 덧씌웠다. 녀석의 힘 빠진 미늘창이 휘둘러 졌지만, 가뿐히 왼팔로 받아낼 수 있었다.

그리고.

대기하고 있던 오른팔을 들어 올린다.

'스읍!'

참았던 숨을 내쉬며 있는 힘껏 스트레이트!

빠아아아아아악!

푸른 불똥이 사방으로 튀어 오르며, 바포메트의 몸이 저만치 날아갔다.

쿵! 요란한 소리와 함께 벽에 처박힌 바포메트의 몸뚱이가 주르륵 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

'허억……! 허억! 가서 한 방 더 쳐야 하나?'

내 우려와는 달리 바포메트는 더 이상 움직이지 못했다. 이내 보스의 몸이 가루처럼 천천히 허공으로 흩어져 사라졌다.

[축하합니다! 보스룸을 클리어했습니다.]

[마탑 제2층 '대서재'가 해금됩니다.]

[대서재 서기관의 일부 특성을 획득합니다.]

'드디어……!'

드디어 내 힘만으로 마탑의 2층을 개방했다!

시련의 종결을 알리는 플레이어 메시지와 함께, 내 두 발이 붕 떠오르는 부유감이 느껴졌다.

시야가 잠시 까맣게 점멸되더니 풍경이 한 순간에 바뀌었다.

어느새 나는 마탑 안으로 돌아와 있었다.

고개를 들자, 2층으로 향하는 길을 가로막고 있던 공간의 비틀림이 사라져 있었다. 대신 위로 올라갈 수 있는 문이 보였다.

해냈다.

문을 본 뒤에야 그 사실을 체감할수 있었다.

이루 말할 수 없는 성취감이 밀려드는 것도 잠시, 긴장이 풀리면서 참을 수 없는 피로가 쏟아졌다.

'……2층 구경은 나중에 하자.'

나는 그대로 자리에 쓰러지며 의식이 끊어졌다.

* * *

이름 : 김유신

고유 능력 : 현인의 눈.

개인 특성 : [마나의 아이 Lv.2] [마탑의 주인 Lv.10] [마법 공학Lv.10] [스펠 로드 Lv.10] [과몰입 Lv.7] [포션 조제 Lv.5] [가속 시전Lv.3] [다중 시전 Lv.3] [분석 Lv.2]

기본 능력치 : [마력 99] [순발12] [근력 7] [체력 7]

특수 능력치 : [집중 12] [지능 6] [의지 3] [인내 2]

능력치 총합 : [148]

신규 특성 : New![원격 시전Lv.1] New![정보처리 Lv.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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