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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만 마탑주-7화 (7/337)

나 혼자만 마탑주 007화

[시련을 시작합니다.]

긴장감을 놓지 않으며 주위를 경계했다.

"……."

일단은 고요했지만, 이 정적이 폭풍전야라는 것을 알고 있다. 긴장을 늦추지 않고 계속 주위를 살폈다.

우웅.

소리가 들렸다.

재빨리 뒤를 돌아보니 여기서 몇백미터 떨어진 타일에 녹색 빛이 한 번 깜빡이는 걸 발견했다.

곧 그 타일에서 푸른 빛을 띠는 화살이 퉁! 하고 발사되었다.

'저건 마나 에로우잖아!'

나는 서둘러 전면에 쉴드를 만들어냈다.

터엉!

쉴드에 부딪친 마나 에로우가 튕겨나가 공기 중으로 흩어졌다. 내 쉴드도 한 번 공격을 방어한 후에는 흩어져 사라졌다.

우웅, 웅.

이번엔 앞과 뒤에서 한 번씩 소리가 났다.

'아하, 어떤 시련인지 감이 오네.'

나는 정면에 쉴드를 쳐서 공격을 막아내도록 하고, 다른 하나는 직접 허리를 젖혀 회피했다.

마나 화살이 아슬아슬하게 옷깃을 스치고 지나가며 식은 땀이 흘렀다.

스릴 넘치는데. 이거.

우웅, 우웅, 우웅.

이번엔 세 발의 마나 에로우.

난이도가 배수로 막 뛰어오른다.

쉴드는 하나뿐인데 저걸 전부 어떻게 막으란 거야?

나는 쉴드를 칠 것도 없이 몸을 굴러서 피해냈다.

바닥에 박히는 마나 화살들. 그러나 회피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었다.

너무 급하게 바닥을 구른 반동으로 어깨에 강한 통증이 일었다.

그리고 채 몸을 일으키기도 전에.

우웅, 우웅.

자세가 무너진 내 앞과 뒤에서 마나 에로우가 날아왔다.

'역시 동작이 큰 회피로 일관하는 건 한계가 있어.'

정육면체의 공간이 너무협조해서 어딘가를 향해 바닥을 구르면 바로 모서리에 갇혀 버리는 꼴이 된다.

그렇게 되면 다음 공격을 방어하는 게 힘들어진다.

'집중, 집중하자.'

나는 눈을 부릅뜨며 두 팔을 펼쳤다.

될 지 안 될 지는 모르겠지만 되고 안 되고를 잴 시간이 없었다.

두 마법을 한꺼번에 해치운다.

머릿속에 세 가지 단계로 나누어 기억한 마법진의 구도를 차례대로 떠올렸다.

첫 번째, 필드.

두 번째, 룬.

세 번째, 수식.

이어서 두 손바닥에 동시에 베이스를 깔고 침착하게 마법진을 그려나갔다.

어렵게 생각할 것 없이.

양손에 동시에 펜을 쥐고 그림을 그리는 것처럼.

다행히 훈련의 성과는 있었다.

마나는 룬을 그리는 순간부터 나를 도와서 빠르게 완성을 향해 달려나갔다.

나도 그 흐름을 거부하지 않고 순순히 몸을 맡겼다.

가장 중요한 건 내가 마법진올 그린다는 감각이 아니라, 마나가 마법진을 그리도록 유도하는 것.

스릉, 스릉.

마법진이 완성됐다. 화살이 내 몸을 꿰뚫기 직전, 나는 좌우로 뻗은 두 손바닥의 마법진을 동시에 시전했다.

'쉴드!'

터엉! 텅!

그리고 내가 눈을 뜨며 본 광경은, 내 쉴드에 막혀 튕겨 나가는 마나에로우들이었다.

'성공이다!'

[다중 시전 특성을 얻었습니다.]

"……!"

입이 절로 쩍 벌어졌다.

지난 2년간 죽어라 노력해서 간신히 하나 생긴 특성이, 단 한 번의 깨달음으로 열린 것이다.

감격하는 것도 잠시, 다시 한번 세 방향에서 녹색 불빛이 깜빡였다. 나는 방향을 체크하고, 두 팔로 쉴드마법진을 다중 시전했다.

두 개는 쉴드로 가드. 그리고 뒤이어 머리로 날아오는 하나는 고개를 젖혀 회피.

위기를 무사히 넘긴 후 얼른 큐브 모서리에서 넓은 중앙으로 뛰어나왔다. 모서리 쪽에 몰려 있으면 위험하다.

'그래, 누가 이기나 해보자.'

나도 이제는 악에 받쳤다.

우웅, 웅. 우웅, 웅. 우웅, 웅.

이번엔 순차적으로 소리가 들렸다.

동시 사격은 아니지만, 좌우 사방에서 차례대로 오는 공격도 충분히 위협적이다.

대강의 방향을 체크한 나는 전면과 후면에 다중 시전으로 두 개의 쉴드를 만든 후, 재빨리 다음 주문을 준비했다.

이번엔 쉴드가 아니라 '건틀릿'.

이 건틀릿 마법진이 70%까지 완성됐을 때 마나 에로우가 날아왔다.

터엉! 텅!

앞서 설치한 두 개의 쉴드가 하나씩 막아내고 그다음 화살은 다리를 들어 피했다.

회피에 성공한 동시에 막 완성된 건틀릿 마법진으로 손을 넣었다.

쑤욱.

마법진이 내 오른손을 덮는 장갑의 형태로 변환됐다.

바로 이때 가슴과 머리를 노리고 좌우에서 화살이 날아오고 있었다.

나는 재빨리 오른쪽으로 달려나가며 건틀릿을 휘감은 손으로 화살 하나를 쳐냈다.

"크으으으!"

그러곤 빙글 돌아서 마지막으로 날아오는 화살을 향해 팔을 쭉 뻗었다. 최근에 알게 된 거지만 건틀릿에는 새로운 활용법이 있다.

'발동!'

퍼어어어엉!

건틀릿을 허공에 대고 '수동 발동' 시키자, 주먹에 모여 있던 마력이 터지며 충격파가 일어나 화살을 날려 버렸다.

[건틀릿 마법진의 숙련도가 80%에 도달했습니다.]

[마력이 1 올랐습니다.]

[순발이 1 올랐습니다.]

"오오……"

짜릿짜릿한 전율이 척추를 타고 흘렀다.

몬스터와 싸우는 건 아니었지만, 내가 의도한 대로 상황을 만들어내는 쾌감은 대단했다.

아드레날린이 미친 듯이 분출되었고, 온몸의 세포가 살아 있음을 노래 했다.

우웅, 우웅. 웅, 웅. 우웅, 우웅.

완전히 몰입한 내 눈동자가 미친 듯이 움직였다.

'좌우 두 발. 앞뒤 두 발. 다시 좌우로 돌아와서 두 발.'

동시 사격과 시간 차 사격의 결합.

난이도가 가면 갈수록 극악으로 치닫고 있었지만 상관없다.

뭐든 와라.

우선 좌우로 팔을 뻗어 쉴드를 만들고.

터엉! 텅!

화살이 쉴드에 부딪히는 소리가 들리는 동시에 몸을 날렸다.

나름 빠른 타이밍의 회피라고 생각했지만 한 발은 피했고 다른 한 발은 어깨에 꽂혔다.

"……큭!"

처음으로 맞았다. 물론 고통도 진짜였다.

순간적으로 머리가 하얗게 될 정도의 통증이었지만 필사적으로 집중력을 유지했다.

그리고 화살이 날아오는 방향을 보지도 않고 팔부터 뻗었다.

'쉴드!'

순간적으로 쉴드의 공정이 빛처럼 번뜩이는 듯한 이미지가 그려졌다.

그리고.

터엉! 텅!

거의 생성과 동시에 화살이 날아와 박혔다.

[가속 시전 특성을 얻었습니다.]

[특수 능력치 - '의지'가 개방되었습니다.]

[의지가 1 올랐습니다.]

[마력이 1 올랐습니다.]

"흐흐, 하하하하!"

바닥을 굴러다니느라 온몸의 뼈마디가 비명을 질렀고, 화살이 박힌 부분에서 피가 철철 흘러나와 고통스러웠지만.

이상하게도 기뻐서 웃음이 멈추지 않았다.

미쳐 버릴 만큼 기분 좋다.

우웅, 웅. 웅, 우웅. 웅, 웅. 웅, 웅.

우웅, 웅.

몰아치듯 사방에서 정신없이 녹색빛이 번쩍였다.

물론 물러날 생각은 조금도 없었다. 내가 팔을 뻗자 전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쉴드가 쳐졌다.

[쉴드 마법진의 숙련도가 100%에 도달했습니다.]

'현인의 눈'이 날아오는 마법 투사체의 궤적을 완벽히 계산했다. 고개를 옆으로 젖히고, 팔과 다리를 묘기 부리듯 괴이하게 꺾어 피해냈다.

[순발이 1 올랐습니다.]

이 와중에 이어지는 화살 하나는 피하지 못하고 등에 박혔지만, 나는 이를 악물고 두 개의 건틀릿을 만들어 양손을 집어넣었다.

[건틀릿 마법진의 숙련도가 90%에 도달했습니다.]

측면으로 날아오는 화살은 왼손의 건틀릿으로 쳐내고, 다른 하나는 오른팔을 세워 막았다.

뒤로 몸을 구르며 왼손 건틀릿을 작동시켜 화살 하나를 폭발로 날려버린 다음, 일어나면서 좌우로 쉴드를 다중 시전해 막아냈다.

'마지막으로 앞뒤에 하나씩!'

쉴드를 치기엔 늦었다.

나는 순간적으로 위로 뛰어오르며 마지막 건틀릿이 장착된 오른손을 아무렇게나 뻗었다.

'발동!'

투콰앙!

건틀릿의 화력이 내 몸을 부스터처럼 밀어냈고, 간발의 차이로 화살들이 몸을 스치고 지나갔다.

얼치기 회피 때문에 푸른 막에 부딪혀야 했지만, 충격의 고통 따위는 아무렇지도 않았다.

벌떡 몸을 일으킨 나는 온몸으로 밀려드는 전율을 느끼며 포효했다.

[마나를 다루는 당신의 격이 한 차원 달라졌습니다.]

[마나의 아이 특성이 LV2에 도달했습니다.]

[다중 시전 특성이 LV2에 도달했습니다.]

[가속 시전 특성이 LV2에 도달했습니다.]

[마력이 5 올랐습니다.]

[집중이 1 올랐습니다.]

[의지가 1 올랐습니다.]

와!

속이 다시원했다.

그간의 고생이 잠시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근력 능력치 좀 높여보겠다고 플레이어 전용 트레이닝을 몇달간 받았지만 1 정도 오를까 말까였다.

'순발' 올리는데 좋다는 활쏘기에.

'집중'에 좋다는 이계어 암기까지.

안 해본 게 없었다.

그러나 효율이 너무 떨어졌다.

지구의 훈련법으로는 한계가 명확했다. 반면 다른 전투계 고유 능력을 가진 동기들은 던전을 돌고 몬스터를 쓰러뜨리며 빠르게 성장했다.

부럽지 않다면 거짓말이었다.

벽에 막히고 겉돌았다.

하지만 지금.

그 누구보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건 바로 나다.

키이잉

"…!"

갑자기 소리가 달라졌다.

고개를 돌려보니 측면의 타일에 처음 보는 빨간색 빛이 일렁이고 있었다.

'빨간색은 뭐지?'

보통의 패턴과는 다르다. 괜히 신경이 쓰였던 나는 미리 쉴드를 앞에 세워두었다.

빨간색은 녹색보다 시전 시간이 길었다. 빨간색 불빛 이후에 생성된 마나 에로우들이 네 발째 날아오고 있었지만, 빨간색은 아직도 깜빡거리고 있을 뿐 아무런 낌새도 없었다.

'대체 뭐야?'

내 신경이 잠시 뒤쪽으로 날아오는 마나 에로우에 쏠려 있는 사이.

콰릉!

벽에서 새빨간 전격이 쏘아져 나갔다.

그리고 그것은, 미리 가로막고 있던 쉴드를 그대로 관통해 내 몸에 직격했다.

"커헉!"

나는 그 자리에서 허물어지듯 무릎을 꿇었다. 고통도 고통이었지만, 몸이 마비되어 말을 듣지 않았다.

그리고 마나 화살은 내가 몸을 추스를 때까지 기다려 주지 않았다.

퍼억!

왼쪽 등에 화살이 박혔다.

푸욱! 푹!

허벅지와 허리까지 연이어 당했다.

"끄으으으으…I"

아프다! 진짜 미친 듯이 아파!

상처에서 피가 끊임없이 줄줄 흘러내리며 정신이 혼미해졌다.

조금은 겁이 났다. 시련이고 뭐고, 이대로는 진짜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입술을 피가 나도록 깨물며 몸에 힘을 주자 간신히 한쪽 팔이 움직여졌다.

그러나 날아온 화살에 바로 어깨를 관통당했다. 팔에 힘이 급격히 빠져버리며 덜렁거렸다.

"제기랄!"

내 시선이 출구 마법진으로 향했다. 젖먹던 힘까지 짜내어 기어갔다.

왼쪽 다리도 마나 에로우가 연달아 박혀 축 늘어졌다. 오른쪽 다리와 어깨를 이용해 벌레 기어가듯 앞으로 나아갔다.

"……허억! 허어억!"

어느새 상처의 고통도 덜 느껴지게 됐다. 시야도 점점 가물가물해지며 세상이 흑백처럼 흐릿하게 보였다.

절대 못 죽어.

이대로는 억울해서라도 못 죽는다.

나는 일말의 정신력까지 쥐어짜 내서 기어갔다. 이 와중에도 등 뒤로 화살이 계속 박히고 있었다.

얼마나 박혔는지 모르겠지만 아마 위에서 본다면 고슴도치처럼 끔찍한 모습이었을 것이다.

"크으으!"

나는 벌벌 떨리는 왼팔을 출구 마법진을 향해 쭉 뻗었다.

콰득!

마나 에로우가 날아와 내 팔꿈치를 관통했지만, 최후의 순간 손가락이 가까스로 마법진 끝에 걸쳤다.

[시련 공략을 포기했습니다. 밖으로 이동합니다.]

그 메시지를 끝으로 내 의식은 끊겼다.

"……허억!"

거친 숨을 토해내며 벌떡 몸을 일으켰다.

나는 2층 포탈 앞에 쓰러져 있었다.

살아 있는 거 맞나?

다급히 몸을 만져 보니 화살에 박힌 상처들이 전부 아물어 있었다.

그냥 환상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순간적으로 들었지만, 셔츠와 바지가 피로 시뻘겋게 물들었고 구멍이 숭숭 뚫려 있었다.

무엇보다 몸에 도는 활력. 그리고 그동안 느껴본 적 없는 압도적인 양의 마나가 몸 안에서 흐르고 있었다.

'……쉴드.'

마법진을 일으켜 보자, 거의 무의식 수준에서 수식과 룬을 계산해 쉴드 마법진을 형성했다.

쉴드 마법진 100% 숙련도의 영향이었다.

흥분한 나는 재빨리 상태창을 열어보았다.

이름 : 김유신

고유 능력 : 현인의 눈.

개인 특성 : [마나의 아이 Lv.2] [마탑의 주인 Lv.10] [마법 공학Lv.10] [스펠 로드 Lv.10] [과몰입Lv.6] [포션 조제 Lv.5] [분석 Lv.1]

기본 능력치 : [마력 67] [순발 9] [근력 6] [체력 5]

특수 능력치 : [집중 5] [지능 3] [인내 2] New![의지 2]

능력치 총합 : [99]

신규 특성 : New![다중 시전Lv.2] New![가속 시전 Lv.2]

"……하, 하하! 미쳤잖아, 이거!"

시련에서 성장한 요소들이 그대로 적용되어 있었다.

그 짧은 시간 동안 능력치도 크게 뻥튀기됐고, 무엇보다 새로운 특성올 두 개나 얻었다.

웬만한 헌터들도 개인 특성은 3~4개 정도가 평균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이건 정말 말도 안 되는 성과였다.

나는 정신 나간 사람처럼 낄낄거리며 웃다가 계단에 힘없이 엎어졌다.

"후우우."

많은 생각이 들었다.

마탑의 봉인을 해제하기 위해 선대가 설치한 시련을 극복하는 게 마탑주의 전통이라고 했던가.

죽을 만큼 고통스러웠지만, 그냥 사람 죽으라고 만든 장치는 아닌 모양이다.

적어도 성장치만큼은 확실했으니까. 시련 전체에 성장 증폭 마법 같은 게 걸려 있었을지도 모른다.

맘 같아선 당장에라도 재도전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하지만 몸이 너무 많이 지쳐 있었고 그 이상한 붉은 번개에 대해 생각할 시간도 필요했다.

오늘은 쉬자. 대신 내일 안으로 2층을 열고 만다.

그렇게 결심한 나는 벌러덩 드러누웠다.

'누가 이기나 해보자!'

성장하는 쾌감이 죽음의 고통과 두려움을 뛰어넘었다.

나는 진심으로 이 시련을 즐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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