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혼자만 마탑주 002화
우당탕!
갑자기 확 빨려드는 바람에 중심을 잃고 바닥을 굴렀다. 나는 쓰라린 무릎을 부여잡고 천천히 눈을 떴다.
그저 새까맸다.
여기가 탑의 내부인가?
조심스럽게 주머니의 스마트폰을 꺼내서 전원을 켜보았다.
'아씨, 액정 조금 나갔네.'
이 와중에도 위약금 걱정이 되는 걸 보니 아직 살아 있기는 한 모양이었다.
싱거운 웃음을 흘린 나는 스마트폰의 라이트 기능을 켜고 주변을 밝혀보았다.
빛을 비추자, 원목을 깎아 만든듯한 테이블이 먼저 시야에 들어왔다.
그 위로는 기이한 형태의 유리관들이 거미줄처럼 얽혀 사방으로 뻗어나가 있었다.
말라붙긴 했지만, 액체가 담겼으리라 생각되는 유리병들도 곳곳에 눈에 띄었다.
……여기 뭐야? 실험실?
가슴 한구석에서 불길한 예감이 스멀스멀 피어오를 찰나. 어둠 일색의 공간에서 불현듯 불꽃이 튀었다.
그 빛은 스포트라이트처럼 내 몸을 비췄고, 나는 선 채로 뻣뻣하게 굳어져 버렸다.
-출입자를 감지했습니다.
-이름, 김유신. 유도 리스트에 있는 '마나의 아이'로 확인.
-마탑의 휴면 상태를 해제합니다.
차갑고 높낮이 없는 여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어서 어두운 허공에서 일렁이는 빛무리가 모여들더니, 이내 눈을 감고 있는 여인의 모습으로 변모했다.
달빛을 머금은 듯한 찬란한 은빛의 머리카락과 고고하고 이질적인 붉은 눈동자를 보는 순간, 나는 확신했다.
적어도 인간은 아니다.
"당신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후보 김유신."
완전히 모습을 드러낸 의문의 여인이 말했다.
"마탑의 의지는 당신이 본 행성에서 마탑주로서 가장 적합한 조건과 자질을 갖추었다고 판단했습니다."
"……네? 그게 무슨……"
그녀는 조용히 팔을 벌렸다.
화아아아악!
그 순간, 세계가 일변하며 하얀빛이 세상을 뒤덮었다. 어둠밖에 없던 장소가 뒤집히며 나는 새하얀 공백의 세계로 떨어졌다.
질끈 감았던 눈을 뜨자, 나는 그녀와 함께 어딘가의 공중에 떠 있었다. 눈앞에는 거대한 탑이 우뚝 서 있었다.
[마탑은 에렌델 대륙을 통찰하던 최고기관입니다.]
우리의 몸이 마탑 쪽으로 빠르게 솟구쳤다.
탑의 꼭대기를 넘어, 까마득한 창공에 다다라서야 비행은 끝났다.
구름이 손에 잡힐 듯한 그곳에서 고개를 숙여보자, 알 수 없는 문화권의 도시가 아득히 펼쳐져 있었다.
[포션, 골렘, 아티팩트, 기후, 심지어는 차원까지. 각 층이 열릴 때마다 당신은 압도적인 기술과 지식을 손에 넣을 것입니다. 마나의 힘을 기반으로 한 대륙의 모든 것이…….]
우웅! 우우웅! 우웅!
도시 전체의 건물, 도로, 분수, 그리고 궁전까지. 모든 시설의 지붕위에서 마법진이 동시다발적으로 펼쳐졌다.
[전부 마탑의 것입니다.]
'……오.'
조금은 감탄이 나왔다. 연출 좋네.
[무엇을 원하십니까. 후보 김유신.]
그녀가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았다.
[만민의 머리 위에 군림하고 싶습니까? 세상의 진리를 파헤치고 싶습니까? 바라십시오. 마탑은 당신의 그런 바람을 이루어줄 힘이 있습니다.]
화악!
빛이 사라지며 우리는 다시 원래의 어두컴컴한 탑 내부로 돌아왔다.
뭐지? 영상 같은 거 였나?
"후보 김유신. 부디 14대 마탑주가 되어 마법 문명의 부흥을 이끌어주시기를 소망합니다."
그녀가 우아하게 허리를 숙이며 팔을 가슴 위에 올렸다.
"……어, 음."
솔직히 당황했다.
이거 너무 갑작스러운데.
나는 잠시 호흡을 가라앉히며 평정심을 되찾았다. 그리고 물었다.
"……그 마탑주가 되면 어떻게 되는 거죠?"
"이 행성에서 마법을 독점할 수 있습니다."
그 말에 사고가 순간 정지했다.
마법? 정말로 그런 게 있다고?
오버레이 사태 이후의 지구에 헌터는 몰라도 마법사라는 건 없다.
"이 세계는 아직 마법을 깨닫지 못하고 있더군요."
내 생각을 읽기라도 한 듯 그녀가 말했다.
"당신이 원한다면, 이 세계를 지배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아니 뭔……. 이제는 세계 정복까지 나왔다.
"자, 후보 김유신. 부디 대답을."
그녀는 자신만만한 표정이었다. 내가 제안을 수락할 것을 당연한 것처럼 여기고 있었다.
……아니, 근데.
이런 건 한 번쯤 의심해 봐야 정상 아닌가?
저 여자는 전부 좋은 소리만 늘어놓고 있었다. 마탑주가 되면 돈에, 명예에, 권력에, 심지어는 세계 정복까지 시켜준단다.
하지만 이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이다. 틀림없이 대가를 치러야 하겠지.
영혼을 내놓으라 하던가, 수명을 깎겠다던가.
레퍼토리는 많다.
내가 대답을 유보하고 신중하게 고민하자, 무표정했던 그녀의 얼굴에 조금씩 초조함이 덧입혀졌다.
이거 뭔가 구린내가 나는데…….
떡밥을 한번 던져 보기로 했다.
"며칠만 더 고민하고 대답하면 안될까요?"
나는 그녀의 표정이 순간적으로 굳어지는 것을 캐치했다.
"의문. 이게 그렇게 고민할 문제인지 묻고 싶습니다."
"인생이 걸린 일이니 심사숙고해야죠."
"이런 기회는 아무에게나 오는 것이 아닙니다. 재고해 주십시오."
……설득의 논리가 이상하다.
"이해할 수 없습니다. 한 세계의 마법을 총괄하는 마탑주가 되는 것은 한 인간으로서 이 이상 있을 수 없는 영광. 도대체 어떤 고민이 필요하다는 겁니까?"
……그러니까 왜 이 이상 있을 수 없는 영광인지 설명을 해달라고요.
내가 계속 미적지근한 반응을 보이자, 그녀는 점점 더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그녀의 포커페이스는 무너져 이제는 명백히 표정이라고 부를 만한 것이 얼굴에 떠올라 있었고, 손가락은 쉼 없이 꼼지락거리고 있었다.
……계속 보다 보니깐 좀 불쌍하긴 하네.
"그렇다면 솔직히 말해봐요."
"제가 아는 선에서라면 무엇이든 대답하겠습니다."
"마탑주가 되면 어떤 대가를 치러야 하죠?"
그녀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치러야 하는 대가는 없습니다."
"뭐 수명이 깎인다거나, 영혼이 저당 잡힌다거나, 탑에 영원히 종속되어 밖으로 나갈 수 없다거나 그런 거 없어요?"
"부정. 모든 것이 후보 김유신의 자유입니다. 원한다면 마탑주가 되고 이곳에 돌아오지 않아도 됩니다."
그렇게 말하는 그녀의 표정은 조금은 쓸쓸해 보였다.
"그러니 재고를……"
"정말 대가는 없는 거겠죠?"
"물론입니다."
거짓말을 하는 건 아닌 것 같다.
신중한 것도 좋지만, 사실 내가 막 튕겨볼 처지도 아니고.
대가를 치른다고 한들, 망캐 인생인 지금보다는 나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겠습니다. 그 마탑주란 거."
그제야 그녀의 얼굴이 환하게 펴졌다.
"그럼 후보 김유신. 바로 계승을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내가 마음을 바꾸기라도 할까 봐얼른 다가온 그녀는 내 머리 위에 손을 가져다 댔다.
휘청!
난데 없이 머릿속에 직통으로 내리꽂히는 정보의 해일에 나는 비틀거리며 벽을 짚었다.
이어서 탑의 마나가 내 몸으로 빨려들어 오기 시작했다.
"……큭!"
그것은 생전 처음 느껴보는 고통이었다. 아니, 정확히는 '이질감'이었다.
신체의 손상으로 인한 통증과는 정반대로, 알 수 없는 무언가가 머리부터 발끝까지 꾸역꾸역 채워지는 버거운 이질감과 거북함.
도저히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끄으으으윽……!"
꽉 다문 입에서 비명이 새어 나왔다.
이대로는 정신이 나가다 못해 폐인이 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통스러웠다.
차라리 죽이라고 소리라도 지르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목소리도 채 나오지 않았다.
나는 정신없이 바닥을 뒹굴고 손톱으로 벽을 긁으며 이질감과 싸웠다.
그런 상태로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마침내 이질감이 서서히 멎기 시작하며, 녹초가 되어버린 내 눈앞에 새로운 플레이어 메시지가 떠올랐다.
[14대 마탑주가 되었습니다.]
[마탑주의 특권을 부여받았습니다.]
[마탑의 모든 소유권을 정상적으로 인계받았습니다.]
"허억, 헉……I"
내가 몸을 일으키자, 은발의 여자가 한쪽 무릎을 꿇고 정중히 고개를 숙였다.
"14대 마탑주를 뵙습니다."
그 순간, 어둡기만 하던 마탑에 불이 켜지며 내부의 정경이 시야에 들어왔고.
"……!"
나는 그 정경에 압도당했다.
새 옷을 갈아입듯, 긴 시간에 파묻혀 말라붙었던 세월의 흔적이 걷히고 화려함의 극치가 모습을 드러냈다.
온통 황금빛으로 번쩍거리는 벽과 바닥은 호화로움의 끝이었고, 중세유럽풍의 고즈넉한 가구에, 화사하게 빛나는 샹들리에가 천장에서 존재를 과시했다.
그 옆의 반들반들한 테이블 위에는 어지럽게 얽혀 있는 관을 따라 형광빛의 액체가 흘렀다.
현실성이 없는 상황이었지만 나는 마지막으로 본 플레이어 메시지를 떠올렸다.
'……이제 여기가 내 거라고?'
21세기 헌터들의 시대에, 그렇게 나는 마탑의 주인이 됐다.
* * *
그녀가 말한 '계승'이란 것을 한 이후. 나는 커다란 변화를 체감하고 있었다.
우선 전보다 마나가 더 잘 느껴졌다.
예전에는 마나를 단순히 기의 이동 정도로 이해하고 운용했다면, 지금은 혈관 한 가닥 한 가닥에 흐르는 마나의 세밀한 흐름과 성질까지 전부 느끼고 통제할 수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시각적인 효과도 추가되었는데, 이제 나는 마나를 명암으로 구분할 수 있게 됐다.
주위의 푸른빛이 짙은 곳은 마나의 농도가 높고, 그 반대는 낮은 곳이었다.
뭐든 간에 처음 느껴보는 경지.
상태창을 한번 확인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매일 습관처럼 하는 일이지만 어쩐지 오늘은 더 긴장되는데…….
이름 : 김유신
고유 능력 : 현인의 눈.
개인 특성 : [마나의 아이 Lv.1] [과몰입 Lv.6] [분석 Lv.1]
기본 능력치 : [마력 58] [순발 8] [근력 6] [체력 5]
특수 능력치 : [집중 3] [인내 2] [지능 2]
능력치 총합 : [84]
신규 특성 : New![마탑의 주인Lv.10] New![마법 공학 Lv.10] New![스펠 로드 Lv.10] New![포션조제 Lv.5]
사람이 너무 놀라면 말이 안 나온다고 하던가.
지금 내가 딱 그랬다.
능력치는 그대로다. 확실히 신체 능력이나 마나통은 달라진 게 없는 것 같다.
하지만 그 희귀하다는 개인 특성이 네 개나 추가되었고, 무엇보다 고유 능력이 '탐지'에서 '현인의 눈'으로 바뀌어 있었다.
고유 능력은 '불변'이라는 것이 세간의 상식이다. 예외가 있긴 하지만 절대로 쉽게 바뀌는 것은 아니다.
적어도 한국에서는 내가 첫 사례일것이다.
……이게 꿈이야 생시야.
막상 꿈에서나 그리던 상황이 현실이 되니까 미친 듯이 기쁘다기보다는 얼떨떨했다.
시선을 돌려 나를 마탑주로 만들어준 여자를 보았다.
"원래 마탑주가 되면 이런 힘을 받는 겁니까?"
"긍정. 그리고 이제 말씀을 낮추시지요, 탑주."
"……아. 그, 그래."
두 손을 모으고 공손히 고개를 숙이고 있는 그녀. 아직 초면이라 그런지 어색했다.
"음, 있잖아. 내가 오늘 말도 안되는 상황을 너무 많이 겪어서 그런데……"
"말씀하시지요, 탑주."
"이것도 뭐 꿈이나 환상 같은 건 아니지?"
그녀는 말없이 허공에 손짓 했다.
바닥에 떨어져 있던 내 스마트폰이 손 안으로 착 들어왔다.
"뺨 꼬집기로 부족하다면 개인 정보를 확인해 보시기를."
"……."
스마트폰을 켜 보았다.
심심풀이로 깔았던 게임 푸쉬 알림에, 각종 대출과 불법 사이트 광고들이 보였다.
특히 텅 비어 있는 메신저창이나 카드 잔액 부족 메시지 같은 것들은 너무나 현실적이지 않은가.
나는 쓴웃음을 지으며 스마트폰을 주머니에 넣었다.
"현실 맞네."
"자각하셔서 다행입니다."
"몇 가지 물어봐도 될까?"
"물론입니다."
긴장이 풀어졌다. 하고 싶은 질문은 산더미 같았지만, 일단은 이게 먼저다.
"넌 누구지?"
"저는 마탑과 동기화된 '호문쿨루스'입니다. 마탑의 모든 기능을 관리하고 활성화할 수 있습니다."
"호문쿨루스?"
"마법으로 탄생한 인공 생명체를 말합니다."
호문쿨루스라는 개념이 조금 생소하긴 했지만, 간단히 말해 그녀가 이 탑의 컨트롤러라는 것 같았다.
"이름은?"
"공백. 아직 없습니다."
내가 의아한 눈으로 바라보자 그녀가 설명을 덧붙였다.
"마탑과 동기화되는 호문쿨루스는 마탑주가 바뀌는 해에 폐기되고, 이후 새로운 개체가 탄생해 신인 마탑주를 맞이하는 것이 관례입니다. 저는 10년 전 마탑이 이 행성에 전이 된 후에 탄생했습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쭉 홀로 지냈으니 이름이 없습니다."
그렇군. 겉모습은 관능적인 외모의 아가씨인데, 실제론 10살 인공지능이라…….
"그럼 지구 이전의 기억은? 이 탑이 왔던 세계에서의 기억은 없어?"
"제 개인적인 기억은 없습니다. 단지 데이터가 남아 있을 뿐입니다."
오버레이 사태 이후에 만들어졌다니 별수 없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근처의 소파에 걸터앉았다.
자,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고.
내가 새롭게 얻은 혜택들을 즐기자는 마음으로 대하기로 했다.
"그럼 이제 널 뭐라고 부르면 좋을까?"
"관리자 호문쿨루스의 호칭은 대대로 탑주의 자격을 가진 자가 결정하는 게 관례였습니다."
작명인가.
이런 건 또 내가 기가 막히게 잘 하지.
"그럼 호문쿨루스니까 호문이는 어때?"
"기각. 싫습니다."
너무나 단호한 거절이 돌아왔다.
"……아니, 방금 이름 지어주는 건 내 권한이라며."
"탑주의 형편없는 네이밍 센스는 인간으로 칠 수 없다고 판단하여 기각합니다."
……순 제멋대로인 인공지능이네.
나는 다시 고민하다가 말했다.
"아! 그럼 인공지능이니까 빅스비는 어때?"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잠시 눈을 감고 가만히 있던 그녀가 이내 단호하게 대답했다.
"기각. 싫습니다."
"……또 왜?"
"그깟 고철 덩어리의 AI 시스템과 같은 취급을 당하다니, 납득할 수 없습니다."
별 쓸데 없는 프라이드까지 가지고 있는 AI였다.
근데 잠깐만.
"네가 어떻게 스마트폰의 AI 소프트웨어에 대해서 알고 있는 거야?"
그녀는 팔짱을 끼며 자신만만하게 대답했다.
"구글링했습니다."
순간 내 귀를 의심했다.
"10년간 이 행성의 정보를 얻기 위해 인터넷이라는 정보 체계에 접촉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이곳도 그리 따분한 곳은 아니더군요."
이쯤 되면 마탑의 호문클루스가 아니라 그냥 검색 요정 아니야?
나는 한숨을 쉬며 다른 이름을 고민했다.
"그럼 에이아이 (AI)니까, 간단히 '에아'는 어때?"
"……."
그녀는 천천히 에아라는 단어를 곱씹어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긍정.'에아'를 저의 호출명으로 등록합니다."
긍정해 주셔서 정말 다행이네요.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이름 지어주는 게 아니라, 지어줄 이름을 허락받는 느낌이었지만.
"좋아, 에아. 이제부터 난 뭘 해야하지?"
"호문쿨루스는 탑주의 향후 지침에 관여할 권한이 없습니다."
"마탑주가 됐는데 뭔가 책임이나 의무 같은 건 없고?"
"처음에 말씀드렸다시피, 마탑주에게 강요되는 사항은 없습니다."
이야, 정말로 힘만 받고 자유의 몸이 된다는 거야?
좋군. 좋아.
"다만 향후 지침을 결정하는 데에 조언을 드리자면, 우선 마탑의 권위를 되찾기 위해 세계를 정복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또 나왔다. 그놈의 세계 정복.
"그럼 한번 물어볼게. 네가 말하는 세계 정복의 정의는?"
"이 세계의 인간들을 전부 굴복시키고, 탑주의 발아래에 두는 것을 뜻합니다."
"흠흠, 너희 쪽 세계에서는 그게 세계 정복일지 모르겠지만 여기선 아니야."
"……?"
"여기선 이거지."
나는 손가락으로 동전 모양을 만들어 보였다.
"힘으로 눌러서 상대를 굴복시키는 때는 지났어. 자본주의 시대의 권력은 돈이야. 구글처럼 전 세계를 대상으로 돈을 끌어모아 압도적인 자본을 갖춘 다국적 기업들이 세계 정복에 가장 가까운 자들이지."
"납득. 이해했습니다. 그럼 우선 마탑의 첫 번째 목표는 돈을 버는 것이군요."
"……음, 뭐. 일단은 그렇다고 해둘게. 그보다."
이제부터가 진짜 내가 묻고 싶었던 본론이다.
"네가 아까 말한 그 마법이라는 거, 나도 쓸 수 있는 거야?"
그녀는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천명했다.
"긍정. 이 지구상의 그 누구도, 마법으로 탑주를 능가할 자는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