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5
에필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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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스튜디오 녹화는······ 저도 정말 떨리는데요. 사상 초유! 역대급! 게스트가 나오기 때문입니다.”
“전현유 씨 같은 프로 방송인이 떨려하시면, 저 같은··· 그··· 만화가는··· 어어··· 지금 너무 긴장이 돼서···.”
“이분 약 먹어야 하는 거 아니에요?”
“기완 씨 시작 전에 청심환 안 드셨어요?”
상암동 MVC 스튜디오 ‘혼자 사는 사람’의 녹화 현장은 평소의 몇 배로 부산스러웠다.
‘혼자 사는 사람’은 1인 가구가 많아진 시대를 반영한 리얼리티 예능으로 혼자 사는 연예인의 하루를 따라다니며 보여주는 프로였다. 최근 방영되고 있는 예능 중 가장 높은 시청률과 화제성이 있었다.
인기 연예인은 물론, 유명 웹툰 작가와 스포츠 스타들까지 출연하며 그 인기를 더해가고 있었고, 벌써 방영한 지도 3년이 지나 어느덧 MVC의 간판 프로그램이자 장수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다.
그때 스튜디오 문을 열고 고정 패널 중 한 명인 안형서가 들어왔다.
“오, 형서 씨!”
“형서 씨, 형서 씨만 기다렸어요! 오늘······ 게스트가 너무 특별하니까.”
안형서는 ‘혼자 사는 사람’을 자리잡게 한 일등공신이라고 할 수 있었다.
케이케이 멤버들은 동반 입대 후, 제대해 각자의 분야에서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었다.
안형서의 경우 OST의 황태자로 불리며 인기 드라마가 되려면 안형서를 섭외하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OST 분야에서 이름을 날렸다.
그러다 오랜만에 출연한 예능이 ‘혼자 사는 사람’이었다. 안형서는 케이케이 팬들만의 지지가 아닌 일반 대중의 관심을 받는 상태였고, ‘OST 음원 부자’로 알려진 안형서의 사생활에 관심을 갖는 이들이 많았다.
고급 빌라에 살지만 홈쇼핑을 보고, 친구들과 요리를 해먹는 등의 평범한 일과를 보내는 모습은 그러한 관심에 부응하는 것이었다. 거기에 종일 노래를 부르고, 흥이 넘치는 안형서의 모습은 예능적 재미가 충분했다.
그 덕분에 음원 부자에 이어 흥부자라는 별명을 얻으며 안형서는 ‘혼자 사는 사람’을 고정 출연자가 된 상태였다.
“너무한 거 아니에요? 저도 케이케이인데···!”
안형서의 말에 전현유가 웃으며 얼른 자리에나 앉으라고 안형서를 달래는 척했다.
방송가에서 케이케이 멤버들이 가지는 영향력은 여전히 대단했다. 아니, 이전보다 더 다양한 분야에서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
안형서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오늘 ‘혼자 사는 사람’의 특별 게스트로 나올 인물은 케이케이 멤버들 중에서도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진 이였다.
“그럼 형서 씨도 오셨으니 이제 오늘 게스트를 모시겠습니다. 바쁜 스케줄로 인해 한국 TV에 출연하는 게 정말 오랜만이죠. 특별히 형서 씨가 불러주세요.”
“네. 그럼 불러 보겠습니다. 도욱아! 강도욱!”
안형서가 부르자 세트장 뒤에 있던 도욱이 문을 열고 걸어 들어왔다.
도욱의 등장에 스튜디오가 술렁였다.
전현유와 기완, 박나라가 자리에서 일어서며 도욱을 맞이했다.
그렇게 흰 셔츠에 검은색 바지를 차려 입은 도욱이 여유로운 웃음을 만면에 띠우며 모두와 인사했다.
***
“안녕하세요. 강도욱입니다. 이렇게 ‘혼자 사는 사람’에 나오게 돼서 영광입니다. 오랜만에 한국 프로그램 출연이고, 한국 팬분들을 만나게 되는 자리라··· 저도 조금 떨리네요.”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도욱의 집.
카메라를 앞에 둔 도욱이 인사를 하고 있었다
“원래 집은 한국에 있지만··· 지금은 ‘리얼맨 2’ 촬영을 위해서 미국에 거주하고 있습니다.”
‘히어로즈 2’에 이어 도욱은 ‘히어로즈 3’에도 출연했다. 그러면서 ‘리얼맨’의 영화 세계관 속 중요도가 올라갔고, ‘리얼맨’으로 단독 개봉하는 엄청난 일까지 해냈다
단독 개봉 이후 리얼맨은 빌리언맨을 대적할 만한 ‘히어로즈’ 인기 캐릭터로 자리잡았다. 그렇게 ‘리얼맨 2’까지 개봉을 앞두고 있었다.
가수로서, 제작자로서는 그래미에서 수상한 도욱이었고 배우로서도 이미 영화 ‘하이퍼’로 아카데미상을 휩쓴 도욱이었다.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유일무이한 존재였다.
매일매일 도욱을 보고자 하고, 도욱과 일하고자 하는 이들이 전 세계 각자에서 연락을 해왔다.
그렇지만 도욱은 늘 자신이 처음 활동을 시작한 한국을 잊지 않았다.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을 잃으면 세계에서 가지는 자신의 독특한 위치도 다른 이들과 다를 바 없어질 거라는 게 도욱의 생각이었다.
군 제대 직후 도욱이 선택한 활동도 다름 아닌 한국의 드라마였다.
이전에 드라마를 한다면 함께하기로 했던 정은수 작가의 ‘태양의 후계자’에 출연하며 도욱은 또 한 번의 정점을 찍었다. 시청률은 물론이고 엄청나게 많은 유행어도 탄생시킨 드라마였다.
군 복무 기간의 공백을 메울 만한 엄청난 열풍이었고, 해외 활동에도 영향을 주어 도욱의 복귀는 순풍에 돛을 단 듯한 느낌으로 이루어질 수 있었다.
그 때문에 ‘리얼맨 2’ 홍보 차원에서 출연하는 프로그램도 한국의 프로그램을 우선순위에 놓았다.
특히 ‘혼자 사는 사람’이라면 멤버인 안형서가 출연하고, 추천한 프로그램이었기 때문에 고민하지 않고 출연을 결정했다.
인사와 함께 도욱의 자연스러운 일상이 공개되었다.
‘리얼맨 2’ 본촬영은 이미 작년 연말 끝났었다. 그러나 편집 과정에서 발생한 대본 수정으로 추가 촬영인 진행되고 있는 상태였다.
그런 탓에 도욱은 김지연의 앨범 작업도 병행하고 있었다.
도욱의 하루 일과는 새벽 5시부터 시작돼 끊임없이 이어졌다.
새벽 5시의 조깅, 6시 샤워 후 간단한 아침 식사와 함께 뉴스 시청, 7시 촬영장으로 출발해 메이크업, 오후 늦게까지 이어진 촬영······.
그리고 저녁 시간에는 김지연 앨범 제작 관련한 관계자 미팅이 있었다. 관계자 미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도욱은 소파에 앉아 잠시 쉬는 듯했지만, 삼십 분도 되지 않아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캘리포니아 집에 마련된 음악 작업실에 틀어박혀 음악 작업을 개시했다.
밤 10시가 되어서야 도욱은 침대에 누워 휴식다운 휴식을 취했다. 그러나 그것마저도 완전한 휴식은 아니었다.
도욱은 최근 칸에서 상을 받은 영화들을 탐구하며, 영화 속 음악과 연기들을 동시에 분석하고 있었다.
“무슨··· 하루를 48시간처럼 사시네요.”
“저렇게 살면 피곤하지 않으세요?”
도욱의 첫째 날 촬영분을 본 전현유와 기완이 혀를 차며 물었다.
“도욱아······ 너 진짜 여전하구나! 도욱 씨는 케이케이 활동 때도 저렇게 살았습니다. 정말 존경스러운 친구죠.”
안형서의 말에 전현유와 기완이 고개를 저었다. 박나라는 샤워 장면 때 공개된 도욱의 복근 얘기를 하고 싶을 뿐이었다.
“전 사실 익숙해서······.”
도욱의 말에 야유가 쏟아졌지만, 도욱은 여유롭게 어깨를 으쓱일 뿐이었다.
“사실 매일 저런 건 아니고. 저도 쉴 때도 있어요. 다음 날을 보시면······.”
그렇게 자연스럽게 둘째 날 촬영분으로 넘어갔다.
둘째 날은 촬영이 없는 날이었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새벽 5시에 일어나 조깅을 하는 모습은 감탄스러울 정도였다. 땀 흘리며 달리는 도욱의 호흡은 흐트러짐이 없었고, 연기자와 음악가로서 활동을 병행하는 체력의 비밀을 엿볼 수 있었다.
집으로 돌아온 도욱은 조금 쉬다가 또다시 작업실로 들어가 작업을 시작했다
“쉬는 날이라면서요!”
“저게 쉬는 거라서······.”
전현유의 외침에 도욱이 답하자 전현유가 몸서리쳤다.
그러나 도욱으로선 쉬엄쉬엄 시간에 몰리지 않은 상태로 이런저런 시도를 하고, 작업을 해보는 일이 즐거운 휴식이었다.
오전 11시쯤 도욱은 브런치를 먹으러 집 밖을 나섰다.
캘리포니아의 햇빛이 ‘리얼맨 2’ 촬영을 위해 키운 도욱의 근육을 더 돋보이게 했다. 박나라의 입이 다물어질 줄 몰랐다.
도욱의 캘리포니아 집 차고에는 세단부터 고급 SUV까지 다섯 대 정도의 차가 있었다. 한국의 집에는 한국에 맞는 3대의 차를 더 보유하고 있었다.
날씨가 좋았기 때문에 도욱은 푸른색이 감도는 스포츠카를 골라 탔다. 운전하는 모습이 광고와 같았다.
도욱이 차를 몰고 도착한 곳은 근처의 레스토랑이었다. 그곳에서 도욱은 이웃 사촌이기도 한 에리얼을 만났다.
“설마··· 에리얼입니까?”
“아··· 네. 에리얼과는 곡 작업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이웃에 있어서 가끔 테니스도 치고······.”
에리얼은 현재 빌보드 1위를 하고 있는 미국의 싱어송라이터였다.
노래노 노래였지만, 전형적인 금발의 미인이었다. 미리 와서 기다리고 있던 에리얼이 도욱을 보곤 가볍게 포옹했다. 도욱을 보는 에리얼의 눈이 반짝이고 있었다.
화면을 보던 패널들은 입을 모아 에리얼이 도욱에게 관심이 있는 듯하다고 했지만, 도욱은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두 사람은 일상적인 이야기를 나누며 즐거운 분위기로 브런치를 마쳤다.
에리얼과의 브런치를 마친 도욱은 집으로 다시 돌아와 수영장으로 갔다.
도욱의 캘리포니아 집에는 50여 평 정도에 달하는 야외 수영장이 있었다. 야외 수영장을 본 패널들의 입이 벌어졌다. 웬만한 워터파크보다 좋은 시설이 갖춰져 있는 곳이었다.
수영을 하며 휴식을 즐기는 도욱에 ‘노린 것 아니냐.’며 전현유가 부러움에 핀잔을 주었지만, 도욱은 정말로 평소대로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뿐이었다.
오후가 되자 수영을 마친 도욱의 집으로 손님이 찾아왔다.
도욱이 문을 열자, 보이는 것은 김원이었다.
“어! 김원 씨!”
정말로 오랜만에 보는 김원의 얼굴에 박나라가 외쳤다. 안형서의 얼굴에도 반가움이 스쳤다.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활동하는 도욱과 달리 김원은 아예 미국에 거주하고 있었다.
김원은 군 제대 후 별안간 유학길에 올랐다. 가수 활동을 위해 미뤄두었던 공부를 마저 하고 싶다는 이유였다.
놀기 좋아하고, 시끌시끌한 김원의 이미지를 생각했던 이들은 김원이 어떻게 공부를 할까 싶었으나 김원은 타고난 머리와 대외적 이미지와는 다른 끈기로 하버드에 입학했다.
하버드에 입학한 김원은 문화인류학을 전공하며 놀라운 과제들을 수행했다. 유명 연구지에도 김원이 게재한 논문들이 소개될 정도였다.
그러면서도 종종 개인적으로 작업한 곡들은 뮤직클라운드에 올리며 래퍼로서의 자신도 잃지 않았다. 뮤직클라운드에 올라온 김원의 곡들은 모두 무료였지만, 어마어마한 후원금을 받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 김원이 캘리포니아에 온 것은 다른 이유가 아니었다. 오늘은 케이케이 멤버들이 모두 모이기로 한 날이었다.
“형! 형. 오랜만이에요. 같은 미국에 있어도 너무 머니까······.”
“그러니까. 다른 멤버들은 아직?”
“네. 이제 비행기 도착했을 테니까 곧 오겠죠?”
이미 도욱의 집에 몇 번 와 본 김원은 자연스럽게 냉장고에서 음료수를 꺼내 마시며 소파에 앉았다.
“요즘 공부는 어때요?”
“힘들지······. 그래도 케이케이 활동하면서 키워놓은 체력이 도움이 많이 된다니까.”
“하하. 하긴 그때만큼 바쁘기도 힘드니까.”
도욱은 김원의 맞은편에 앉았다. 오랜만에 만났지만 어떠한 어색함도 없는 두 사람이었다.
케이케이 멤버들은 서로에게 가족이었다.
아무리 오래, 멀리 떨어져 있었어도 어색함을 느낄 사이가 아니었다.
두 사람은 함께 앉아 대형 TV로 케이케이 시절의 무대를 함께 감상했다. 추억에 잠겨서도 저 부분에선 정윤기가 안무를 틀렸다며 낄낄댔다.
두 사람이 케이케이의 무대를 보며 추억을 되새기는 사이 나머지 멤버들이 우르르 도착했다.
한국에서 온 멤버들이었다.
정윤기는 한국에서 대형 힙합레이블을 세워 많은 힙합 가수들을 배출해내고 있는 걸출한 제작자가 되어 있었다. 한 기획사의 대표답게 정윤기에게선 이제 중후한 멋이 배어 나왔다.
집 안으로 들어오며 정윤기가 내민 건 구하기 힘든 고가의 와인이었다. 함께 마시자고 정윤기가 사온 것이었다.
뒤이어 박태형이 얼굴을 내밀었다.
“도욱아! 원이 형!”
경쾌한 목소리로 도욱을 두 사람을 부르는 박태형 또한 유명 댄스 아카데미의 대표이긴 마찬가지였다. 박태형이 세운 댄스 아카데미는 전국은 물론 세계적인 체인을 가진 아카데미였다.
캘리포니아에도 분점이 있었기 때문에 도욱이 캘리포니아에 머무는 동안 태형도 자주 와 함께 시간을 보내곤 했다.
두 대표의 뒤를 이어 들어온 건 석지훈과 안형서였다. 제대 후 석지훈은 ‘bunker21’ 활동을 홀로 이어 나갔다.
석지훈은 앨범마다 새로운 신인을 발굴해냈다. ‘bunker21’은 최고의 신인 등용문이 되어 있었다. 그중 최고의 신인은 역시 제이유였다. 제이유는 현재 국내 원톱의 여자 솔로 가수가 되어 있었다.
동시에 힛 엔터테인먼트에서 이사직을 맡게 되었다.
“우리 석 이사님 왔어?”
박태형의 말에 석지훈이 형들을 밉지 않게 흘겼다.
“다들 대표면서······.”
석지훈도 이제 꽤 나이가 있었지만, 오히려 어릴 때 안 하던 막내 노릇을 하고 있었다.
“난 스튜던트야.”
“하버드······.”
중얼거리는 석지훈에 도욱이 석지훈의 어깨를 두드렸다.
오랜만에 함께 모인 케이케이 멤버들이 웃고 떠드는 모습이 방송되었다.
여섯 멤버들 각자는 많이 변해 있기도, 또 변하지 않기도 했다.
그러나 여섯 멤버가 모두 모인 케이케이의 모습은 이전과 같이 훈훈한 모습이었다.
한때 매일같이 역사를 써 내려가던 이들이었다. 그리고 지금도 그 역사는 계속되고 있었다.
훈훈한 케이케이 멤버들의 모습에 화면을 보는 패널들의 입가에도 흐뭇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
“휘유······! 정말 잘봤습니다. 여전한 모습들이 보기 좋네요. 다 같이 있는 모습을 보고 싶었던 케이케이 팬들한테 좋은 선물이 되겠어요.”
전현유의 정리 멘트에 도욱이 웃으며 그랬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자신들의 모습을 본 안형서의 표정은 무척이나 밝았다.
그리고 그때.
스튜디오 불이 꺼졌다.
“무슨······!”
도욱이 놀란 사이 다시 한번 스튜디오 문이 열리며 케이크에 초를 꽂은 채 멤버들이 들어오고 있었다.
“생일 축하합니다― 생일 축하합니다― 사랑하는 도욱이―”
생일 축하 노래와 함께였다.
정윤기와 김원, 박태형, 석지훈까지. 멤버들의 깜짝 등장에 도욱의 눈은 더 커질 수 없을 만큼 커졌다.
촬영일인 오늘은 도욱의 생일이었다.
도욱의 눈가가 촉촉해졌다. 언제 받아도 멤버들에게서 받는 축하는 기쁘고, 감동적이었다. 그리고 이번처럼 서프라이즈로 진행된 생일 파티는 정말로 오랜만이었다.
각자의 분야에서 바빠 한 번 모이기도 힘든 멤버들이 이렇게 또 한 번 자신을 위해 모여준 것도 고마웠다.
그렇게 또 한 번의 생일이 지나가고 있었다.
케이케이의 스페셜 앨범 발매를 일주일 앞둔 시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