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4
시작 (3) 完
도욱이 아는 미래는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새로운 도전이 더 뜻깊게 느껴졌다.
‘아니, 이제 이쪽 분야에서는 거의 없을지도······. 너무나 많은 것들이 바뀌었다.’
케이케이와 도욱으로 인해 바뀐 것들이었다.
“십 년 뒤에······. 우리는······. 어디까지 가 있을까?”
도욱의 옆에 앉은 태형이 조용히 중얼거렸다.
“글쎄······.”
도욱도 알지 못했다. 그러나 가능한 한계는 설정하고 싶지 않았다. 한계를 설정하는 순간 그 안에 갇히고 말 것이다. 조금 무모해 보일지라도 계속해서 함께 날아오르고 싶었다.
“다음 노래 제목······. 생각난 것 같아.”
도욱의 말에 박태형의 눈이 호기심으로 물들었다.
‘To the sky’.
케이케이 정규 4집 앨범의 제목이었다.
***
‘히어로즈 2’ 한국 개봉일.
종일 케이케이와 도욱에 관한 기사가 쏟아졌다. 실시간 검색어를 장악한 것은 물론이고, 지하철이나 버스만 타도 케이케이의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히어로즈 2’의 사전 예매율은 95퍼센트에 달했다. 상영관 과독점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로 온 영화관의 상영관은 ‘히어로즈 2’로 도배되어 있었다.
대형 배급사가 낀 영향도 있었지만, 배급사에 의한 독점은 아니었다.
그만큼 많은 관객들이 ‘히어로즈 2’를 원하고 있었다.
원래에도 인기가 많았던 ‘히어로즈’ 시리즈.
최초의 동양인 아니, 한국인 히어로의 등장은 대한민국 관객들을 전부 스크린 앞으로 불러 모으기 충분했다.
히어로뿐 아니라 케이케이 멤버들의 공연 장면까지 포함되어 있었다.
할리우드 영화에 한국인이 엑스트라 배우로만 출연해도 홍보 거리가 되는 판국에, 이 정도 열기는 이상할 것도 없었다.
거기에 개봉 직전 아시아 국가 중 많은 팬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한국은 잘 찾지 않아 빈축을 사던 ‘히어로즈 의 히어로들이 방한을 하기도 했다.
그것도 히어로 중에서도 중심축이라고 할 수 있는 빌리언맨의 헐버트가 방문했다. 헐버트의 방문에 인천공항은 마비가 될 정도였다.
헐버트는 한국에 머물며 한 총 10개의 인터뷰에서 모두 도욱을 언급하며, 도욱을 칭찬했다.
전 세계의 언론들이 헐버트의 인터뷰를 받아 적으며 ‘히어로즈 2’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배우로 도욱을 뽑고 있었다.
전 세계 케이케이의 팬들도 들썩였다.
케이케이의 정규 4집 앨범 ‘To the sky’의 뮤직비디오가 공개되고 음원이 발매되는 날이기도 했기 때문이었다.
난리였다. 뮤직비디오와 음원 공개 시간은 오후 6시였다.
V TV와 TBN의 합작으로 전 세계에 생중계 될 케이케이의 컴백쇼도 오후 6시.
오전은 ‘히어로즈 2’에서의 도욱과 케이케이, 오후는 ‘To the sky’였다.
그야말로 케이케이, 그리고 도욱의 날이었다.
[THIS IS REAL MAN]
뉴욕 타임스퀘어를 비롯한 세계 각지의 전광판에는 도욱의 팬들이 걸어 놓은 도욱의 할리우드 데뷔와 케이케이의 컴백을 축하하는 광고가 걸렸다.
“도욱아, 영화 개봉 축하한다!”
“축하해!”
“지금 반응 대박이야! 영화 본 사람들이 다 너 칭찬하느라 장난 아니다.”
“당연하지! 분량마다 킬링 포인트잖아~!”
다함께 모인 멤버들은 저마다 휴대폰으로 ‘히어로즈 2’의 반응을 확인하며 도욱에게 축하 인사를 건넸다.
멤버들은 시사회를 통해 모두 관람을 마친 상태였다.
“진짜 같대요. 도욱 씨 보면 이제 리얼맨 능력 숨기고 다니는 것 같을 것 같다고······. 이젠 초능력이든 뭐든 분명히 비밀이 있을 것 같다고······.”
석지훈의 말에 박태형도 크게 동의한다는 듯 끄덕였다.
‘비밀이라······.’
모두 그럴 수 있겠다며 웃었지만 실제로 비밀을 간직하고 있는 도욱만은 웃지 못한 채 잠시 생각에 잠겼다.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해 개봉일과 컴백일을 같은 날로 잡았지만, 사실 도욱에게는 무척이나 부담되는 일이었다.
개봉 후 관객들의 반응을 보며 평가를 살피는 일만 생각해도 긴장되고, 신경이 곤두서는데 케이케이의 컴백일이기까지 했다.
도욱의 떨리는 마음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멤버들은 더욱 ‘히어로즈 2’에 관한 뜨거운 반응을 전하며 도욱의 긴장을 풀어주었다.
그러나 사실 멤버들도 곧 있을 컴백을 앞두고 긴장하고 있긴 마찬가지였다.
“고마워요, 다들······.”
셔츠부터 바지까지 흰색으로 맞춰 입고 선하게 웃으며 인사하는 도욱은 마치 천사가 강림한 듯한 모습이었다.
다른 멤버들도 다름없이 깨끗한 흰색 차림이었다. 물론 얼마 안 가 모두 땀에 푹 젖어들겠지만.
이제 ‘To the sky’ 컴백쇼 5분 전이었다.
‘To the sky’는 여태까지 케이케이가 발매한 곡들과는 완전히 다른 몽환적인 분위기의 곡으로 프로듀서인 도욱에게도, 케이케이에게도 도전이었다.
그렇다고 케이케이의 색을 버린 건 아니었다. 몽환적인 사운드를 쓰는 동시에 파워풀한 리듬도 잊지 않았기 때문에 ‘Continue’나 ‘Connection’ 정도 수준의 군무가 들어가 있었다.
거기에 가사의 내용도 ‘Connection’과 이어지는 내용이었다.
‘Connection’이 우리는 연결되어 있으니 언제든, 어디든 나를 불러 달라는 내용으로 팬들의 마음을 울렸다면, ‘To the sky’는 함께 손을 잡고 같은 곳을 향해 비상해 보자는 내용이었다.
케이케이의 팬들은 노래로서 케이케이와 한 계단씩 밟아 올라와 그 고지에까지 함께 갈 예정이었다.
“마, 심호흡 한번 다들 하자.”
리더인 정윤기의 말에 멤버들이 다 같이 모여 심호흡을 했다.
벌써 몇 번째 컴백임에도 안형서는 청심환까지 복용한 상태였다.
“그······. 그럼 갈까요···.”
박태형의 말에 모두가 다 모여 손을 올렸다.
“갑시다!”
도욱이 외쳤다.
무대에 올라가기 전 함께하는 케이케이의 구호가 대기실에 한목소리로 울려 퍼졌다.
대기실 밖, 십만여 명이 모인 팬들이 케이케이를 기다리고 있었다.
흰 옷을 입은 도욱과 케이케이 멤버들이 무대를 향해 달려 나갔다.
무대로 통하는 입구에 다가서자 멀리서 들려오던 함성이 커지며 귓가를 울리고 있었다.
도욱은 심장박동이 빨라지는 것을 느꼈다.
또 한 번, 케이케이가 역사를 쓰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앞으로 계속될 역사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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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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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그래미 시상식.
도욱은 방금 전, 프로듀서상을 손에 거머쥐었다.
도욱으로서는 두 번째 그래미 수상이었다.
첫 그래미 수상은 미국에서 발매한 케이케이의 정규 6집 앨범이었다.
수상을 마친 후 계단을 내려오는 도욱에게 수많은 이들의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도욱에게 꽃다발을 전한 건 이 자리에 함께 온 가수, 김지연이었다.
후보자 선정부터 심사에 이르기까지 내부에서는 많은 논란이 있었고, 치열한 경쟁도 있었다. 그러나 결국 올해의 프로듀서는 김지연의 앨범 ‘SAINT’를 프로듀스한 도욱이었다.
김지연은 미국에서 데뷔해 미국을 기반으로 활동한 가수가 아니었다. 활동명도 한국 이름 그대로인 ‘김지연’인 것만 봐도 알 수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논란이 있었다.
케이케이가 그래미를 수상한 것도 엄청난 파란이었다. 케이케이가 발매한 6집 앨범이 정식으로 미국에서 발매한 앨범이긴 했지만, 그래미는 보수적인 시상식이었다. 세계적인 가수이긴 하지만 ‘미국 가수’로 분류되지 않는 케이케이에게 그래미 시상식의 자리를 내어주어도 될지 당시에도 논란이 있었다.
그러나 케이케이였다. 케이케이는 세계인 모두가 사랑하는 가수였다.
케이케이라는 거대한 바람을, 그래미라고 해서 거부하기 힘들었다.
그렇게 한국 출신 최초의 그래미 수상자가 탄생했었다.
당시의 수상이 ‘미국 가수’에게 수상한다는 암묵적 기준을 깬 일이었다면, 이번엔 그래미의 가시적 심사 기준이었던 ‘미국판 정식 앨범 발매’라는 기준까지 깨지는 일이었다.
미국에서 발매한 앨범이 아닌, 한국에서 발매해 유통된 앨범이었다.
그럼에도 앨범 ‘SAINT’는 다른 나라는 물론이고 미국 내 모든 차트에서 1위를 하고 있었다. 3개월이 넘는 기간 동안 내려갈 생각조차 하지 않으며 전 세계에 내내 울려 퍼지고 있었다.
도무지 그래미 측에서도 자신들의 보수성을 깨지 않을 수 없는 일이었다.
김지연의 허스키하면서도 부드러운 독특한 보이스, 그리고 도욱이 만들어 낸 다채로우면서도 듣기 편안한 멜로디가 만들어 낸 기적 같은 노래였다.
더 놀라운 점은 김지연이 도욱이 직접 얼마 전 마이튜브에서 발굴해 낸 이제 갓 스무 살이 된 아마추어 출신이라는 것이었다.
타임지에서 선정한 영향력 있는 인물 100인에 들어갈 만큼의 영향력을 가진 도욱과 이제는 하나의 거대한 엔터테인먼트 산업 회사가 된 힛 엔터테인먼트의 홍보력 등이 이 모든 것들을 뒷받침해주어 가능한 일이기도 했다.
“ㅊ······, 축하드려요! 프로듀서님!”
김지연의 축하에 도욱이 미소 지었다. 지긋한 나이까진 아니었지만, 새로운 길을 열고 역사를 만들어 가는 사람이 짓는 미소치고는 너무 담백하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오히려 꽃다발을 전하는 김지연의 손끝이 조금 떨렸다.
일 년 전만 해도 생활고에 시달리며 근근이 마이튜브에 노래를 올리던 일이 꿈만 같이 느껴졌다. 도욱은 꿈같은 현실을 김지연에게 선사해준 이였다.
되레 도욱이 떨고 있는 김지연의 어깨를 다독였다.
도욱이 그랬듯 김지연은 많은 젊은이들의 꿈과 희망이 될 것이었다.
그리고 다음 날.
오랜만에 케이케이가 한자리에 모였다. 도욱의 두 번째 그래미상 수상, 이번에는 프로듀서상 수상에 대한 축하는 이미 어젯밤 메시지와 통화를 통해 다 나눈 상태였다.
“도욱이 오늘도 근사한데?”
“아, 도욱이는 나이 들수록 더 잘생겨지는 것 같아!”
박태형과 안형서의 말에 도욱이 조용히 미소 지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멤버들은 조금씩 변하기도, 또 변하지 않기도 했다.
가장 큰 변화라면 역시 내향적이기만 했던 박태형이 어느덧 케이케이 활동 외 개인 사업을 할 정도로 활동적인 사람이 됐다는 것이다.
방송 활동도 바꿔놓지 못했던 박태형의 수줍은 성격은 댄스 아카데미를 열어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바뀔 수 있었다.
좋은 춤을 가르치겠다는 열정이 박태형을 바꾼 것이다.
“이제는 하다가 이런 데까지 와 보네······.”
여전히 예의 바르지만 멤버들과는 말을 놓고 친구처럼 지내게 된 석지훈이 말했다.
멤버들은 미국항공우주국 본관에 와 있었다.
미국항공우주국에서는 내년, 노마드 2호를 태양계에 쏘아 올릴 계획을 갖고 있었다.
10년 전 보낸 노마드 1호에는 세계 각국의 언어로 된 인사말과 클래식 음악들이 담긴 골든디스크가 함께였다. 어떤 생물체가 살고 있을지 모를 우주에 지구의 문화를 보낸다는 의미였다.
그리고 이번 노마드 2호 역시 우주선에 실릴 수 있게 특별 제작된 골든디스크가 실릴 예정이었다.
그리고 골든디스크 속 노래 10곡 중 한 곡이 바로 케이케이의 ‘To the sky’였다.
지구의 21세기를 표현 할 대표곡으로 선정된 것이다.
본관 입구에 들어서자 미항공우주국 소속 직원이 나와 케이케이 멤버들을 안내했다.
홍보의 일환으로 멤버들에게 어떤 우주선에 케이케이의 곡이 실리게 될지 견학의 기회를 준 것이었다.
“우주선을 보게 될 줄은 몰랐네.”
“저도요, 몰랐네요. 전혀······.”
정윤기의 말에 도욱이 답했다.
멤버들은 직원의 안내에 따라 미항공우주국의 로비를 걸어 나갔다.
조용한 로비에 멤버들의 걸음 소리가 울려 퍼졌다.
다른 사람과 마찬가지로 알 수 없는 미래를 살아가는 도욱의 발걸음은 진지하고, 힘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