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눈 떠보니 슈퍼스타-213화 (213/225)

# 213

Hero (1)

-뭐야? 케이케이가 왜 여기서 나와?

-강도욱??? 석지훈???

-내가 보고 있는 게 뭐지???

-ㅠㅠㅠㅠㅠㅠㅠㅠ노래 들으면서도 설마설마했는데 오빠들 맞았구나!!

-와 진짜 쩐다 이런 노래

-노래 부르는 방식 달라서 생각도 못 했음

-케이케이랑은 완전히 다른 분위기네... 와...

-혜성 같은 신인이 나오나 했는데 결국엔 기성 가수라니..실망이네요..결국 한국 가요계..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생각..

-도대체 왜 실망을 해ㅋㅋㅋㅋㅋㅋ

-나물 비빔밥 안 좋아하시나 봐용 아~ 먹고 싶당~

-???ㅋㅋㅋㅋㅋㅋㅋㅋ

-미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석지훈 기타도 칠 줄 알아?

-예전에 팬미팅 때 배우는 중이라고 했었어요... 작곡 공부랑 같이 하고 있다구ㅠㅠ

-진짜 감동이에요ㅠㅠ 생각지도 못한 깜짝 선물 받은 기분♡♡♡

-오늘 인생가요 간 사람들만 계탔네ㅋㅋㅋㅋ

-도욱마리휴지단 정보력 어케 된 것? 휴지들이나 준비하셔라

-진짜 1도 몰랐음

-그저 울지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정체를 숨기고 곡을 내도 음원차트를 휩쓰는 케이케이 클라스!

-벙커21 못생겨서 벙커에서 노래 부르는 애들이라는 뜻이라고 궁예한 애들 지금 어딨냐?ㅋㅋㅋ

-다들 벙커21 얼굴 존못일 거라고 했었는데ㅋㅋㅋ

-존못의 기준이 달라져야 함...

-옴마니 반베홈 ㅇ_x 나는 강도욱일 줄 알았다네

-다음 주 1위는 Bunker21 예약이네

-하긴 벙커가 방송 1위 못한 거 앨범 판매랑 점수 없고 팬 투표 못 받아서인데 케이케이인 거 알려졌으니 담주에는 투표 점수 만점 뚫을 듯

-앨범 내면 더 대박날 듯

-음원 점수만 반영된 건데도 3위라니 이미 대단ㅋㅋ

-음원차트에선 내려갈 생각을 안 함ㅋㅋ 진짜 대단하다 대단해

-레드아이즈의 이제 일 년 수준ㅋㅋㅋㅋ

-매장마다 너무 틀어대서 지겹다고 생각했는데 도욱이가 부른다면 오케입니다~^^~

-아 오늘 방송 못 간 거 정말 천추의 한..다른 방송에도 나오나요?ㅠㅠ

-방금 벙커21 스케줄 확인해 보고 온 키링입니다. 냉무...ㅠ

-케이케이 콘서트 가면 벙커21 콘서트이기도 함 개이득

-곧 팬미팅 한다고 했죠?

‘인생가요’를 보고 있던 시청자 모두 Bunker21의 정체에 놀라고 있었다.

Bunker21의 보컬이 도욱의 음색과 비슷하다는 이유로 케이케이의 강도욱 아니냐는 이야기들도 종종 있어 왔다.

그러나 아무도 확신하지 못했던 것은 창법이 평소 도욱의 것과 너무 달랐기 때문이었다.

거기에 도욱이 Bunker21이라면 ‘들어보세요’ 곡 작업에도 참여했을 텐데 ‘들어보세요’는 도욱이 참여했다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곡이었다.

아무리 장르가 달라졌다고 하더라도 동일 인물이 작곡, 편곡을 할 경우엔 본연의 색이 드러나기 마련이었다. 그러나 코드 진행부터 시작해 쓰는 악기들까지 곡의 모든 부분이 도욱의 이전 작업물들과는 판이하게 달랐다.

당연한 일이었다.

‘들어보세요’의 작곡 및 편곡자는 석지훈이었기 때문이었다.

케이케이 멤버들은 데뷔 초창기부터 도욱의 영향으로 직접 앨범에 참여하는 것에 많은 관심을 두고 있었다.

석지훈도 마찬가지였다. 도욱은 물론이고 정윤기나 김원까지도 가사를 쓰고 하며 곡 작업에 열을 올리는 일들을 매일 보다 보니 배우는 것도 다 그런 것들이었다.

곡 작업에 대한 기본 지식들이 케이케이 활동을 하며 쌓여 나갔고, 석지훈은 취미로 하던 기타도 조금 더 본격적으로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특히 정윤기가 작곡한 곡이 케이케이 앨범의 수록곡이 되는 것을 보고 말은 하지 않았지만 많은 자극을 받았다.

한창 ‘캠핑 48시간’으로 이름을 알리던 때였다. 그것도 너무 감사한 일이었지만, 자신의 본업이 음악인 만큼 음악적으로도 성장해 나가고 싶었다.

석지훈은 ‘캠핑48시간’ 하차 이후 투어를 돌고, 여러 가지 공연을 하는 동안에도 끊임없이 공부했다.

이미 기본적인 실력이 바탕으로 있었던 데다 주변의 모두가 석지훈의 조력자가 되어 주었다. 일단 멤버들부터가 모두 음악에 대해 일가견이 있는 좋은 선생님들이었다.

시간이 조금 없을 뿐, 장비들도 완벽히 갖춰져 있었고, 작곡 등을 공부하기 최적의 상황이었다. 앨범제작팀 심준 팀장도 자신의 조카벌인 석지훈이 인기에 자만하지 않고 음악을 공부하는 모습에 감동하며 석지훈에게 이론적으로 많은 도움을 주었다.

누구보다 석지훈에게 많은 도움을 준 건 도욱이었다. 석지훈이 재능이 없는 것 같다고 암담해할 때마다 이런 저런 조언으로 정신적 조력자가 되어준 것은 물론이고 세심하게 챙겨주며 석지훈이 모든 장비를 갖출 수 있게 해준 것도 도욱이었다.

그렇게 석지훈 본인의 노력과 많은 이들의 도움으로 미국 공연 중 탄생한 곡이 ‘들어보세요’였다.

물론 석지훈이 작곡한 첫 번째 곡은 아니었다.

‘들어보세요’의 처음 파일 제목은 ‘석지훈 ver.21’이었다.

“이거다!”

“이건데?”

“와······. 진짜 이거 지훈이 네가 쓴 거 맞아?”

석지훈이 내놓은 21번째 곡이었다. 21번째 버전에서야 석지훈은 케이케이 멤버들이 만족할 만한 곡을 쓸 수 있었다.

사실 21번째 곡은 만족 정도가 아니었다. 심준 팀장은 당장 앨범을 내야 한다고, 감이 그렇게 말하고 있다고 난리를 피울 정도였다.

그러나 케이케이 앨범에 싣기에는 너무 케이케이의 음악과 거리가 멀었다.

‘들어보세요’는 어쿠스틱 기타로 시작하는 전주부터 귀가 녹는 듯한 느낌이 드는 곡이었다.

언제나 예의 발라 딱딱해 보일 때마저 있는 석지훈이 작곡했다고 하기엔 놀라운 곡이었다. 거기에 학원 등을 다니며 공부를 한 것이 아니라 실전 먼저 경험하며 공부를 했기 때문인지 코드 진행이나 악기를 쓰는 방식 모두 기존의 곡들과는 미묘하게 달랐다.

그것이 석지훈의 곡 ‘들어보세요’에 대중들이 열광하게 된 이유이기도 했다.

듣기 너무나 편안하면서도 색다른 느낌이었다.

오케이 유닛 앨범과 함께 석지훈 솔로 앨범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그러나 솔로보다는 듀엣이 더 어울린다는 게 작곡자인 석지훈의 판단이었다.

당시 도욱은 도욱대로 여러 가지 생각이 많을 때였다.

케이케이는 이미 정상이었고, 도욱을 모르는 이는 국내에 없었다. 물론 언제나 최선을 다해야겠지만, 케이케이라는 이름이 있는 이상 어느 정도만 해도 성공이 보장되어 있음은 분명했다.

그러나 여전히 도욱은 성장하고 싶었다. 도전하고 싶었다.

그런 정신들을 잃어버리게 되는 것이 도욱은 두렵기까지 했다.

또 언젠가는 케이케이의 인기도 사라질 것이라는 것. 케이케이라는 이름이 사라지면, 그다음에는 아무것도 못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영원한 건 없다는 명제하에 인간이기 때문에 느끼는 두려움이 있었다.

그래서 생각하고 있던 게 자신의 이름이 아닌 다른 이름으로 노래를 불러보는 것이었다.

오만한 도전이라고도 할 수 있었지만, 도욱은 다시금 ‘케이케이 멤버 강도욱’, 이미 스타가 된 ‘강도욱’이 아닌 그저 노래하는 강도욱만으로도 인정받을 수 있는지 알고 싶었다.

‘때마침’이었다.

도욱은 케이케이라는 정체를 숨기고 곡을 내 보는 것을 제안했다.

석지훈으로서도 케이케이의 석지훈이 낸 곡이라고 하면 그에 따른 관심이 엄청날 게 분명했고, 그런 것들이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었다.

두 사람은 그렇게 ‘Bunker21’을 결성하게 되었다.

‘들어보세요’라는 곡에 맞춰 도욱은 창법을 바꾸었고, 석지훈은 평소 케이케이 앨범에는 쓰지 않던 가성을 썼다.

아주 잘 들어 보면 두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지만, 심준 팀장 정도가 아니면 두 사람이라는 사실을 알긴 어려웠다.

그러한 과정에서 박태형이 ‘댄싱댄싱’ 프로그램 회의 시간에 곡을 추천했다.

Bunker21이 서중원 본부장의 중요 카드 중 하나였던 채은호의 솔로 앨범에 방해가 된 건 기가 막힌 타이밍이라고 할 수밖에 없었다.

발표된 Bunker21의 ‘들어보세요’는 음원차트에서 당당히 1위를 차지했다.

***

‘인생가요’ 1위 발표의 시간.

오늘 출연진들이 모두 무대 위에 올라와 있었다. 도욱과 석지훈도 그 자리에 올라와 있었다. 카메라는 1위 후보도 아닌 두 사람을 계속해서 비추고 있었다. MC인 오빈도 방송이 문제가 아니라 도욱에게 말을 걸고 싶어 하는 모습이었다.

무대 아래의 현주혁 PD는 입이 찢어질 듯한 얼굴이었다. Bunker21의 무대가 ‘인생가요’ 역대 최고 실시간 시청률을 기록했다는 소식을 접했기 때문이었다.

내일 시청률표가 떠야 알겠지만, 이 정도면 SVS에서 금일봉이 나올 만한 시청률이었다.

“오늘의 1위는······.”

큐 카드를 든 다혜가 떨리는 목소리로 VCR 화면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제야 VCR 화면에는 채은호와 소녀들이 나란히 잡혔다.

음반 점수와 음원 점수가 발표되었다.

음반 점수는 채은호가, 음원 점수는 소녀들이 높은 상태였다. 둘 다 큰 차이가 나지 않고 비등비등했기 때문에 마지막 투표 점수에서 1위가 결정될 듯했다.

긴장감으로 가득한 순간이었다.

“1위는······.”

오빈이 다시금 긴장감을 고조시키며 말했다.

오빈은 채은호를, 다혜는 자신의 팀인 소녀들을 응원하며 1위가 결정되길 기다렸다. 도욱이 소녀들에 투자한 것을 아는 석지훈도 소녀들을 마음속으로 응원하고 있었지만, 도욱의 마음은 조금 달랐다.

‘채은호도 1위를 할 만한 좋은 가수야······.’

솔로로서의 채은호의 실력은 놀라운 것이었다. 아까 전 직접 눈으로 무대를 보고, 도욱은 도욱 나름대로 많은 자극을 받은 상태였다.

“1위는······. 채은호! 축하드립니다!”

다혜의 발랄한 목소리가 현장에 울려 퍼졌다.

1위가 발표되자 화면을 보고 있던 채은호가 왈칵 눈물을 터뜨렸다.

MC를 보고 있던 오빈의 눈가도 그렁그렁해졌다. 맨투맨이 1위를 했을 때에도 흘리지 않은 눈물이었다.

채은호의 솔로 첫 1위였다. 채은호는 벌써 몇 번이나 1위 후보에 올랐지만, 계속 다른 가수들에게 밀려 1위를 놓치다 오늘에서야 1위를 하게 된 것이었다.

밀려날 때마다 서중원 본부장은 물론이고 전략기획 실장에게도 있는 눈치, 없는 눈치를 보았다. 결과에 대한 책임은 채은호에게 몰려들었다. 거기다 그사이 서중원 본부장이 구속되고, 아라 엔터테인먼트 내부의 분위기는 계속해서 좋지 못했다.

채은호뿐 아니라 맨투맨 멤버들까지 계속해서 마음고생 중이었다.

그랬으니 1위에 눈물이 나지 않을 수 없었다. 트로피와 꽃다발을 받으며 채은호는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했다.

소녀들의 노래는 심지어 ‘우리들의 시간’도 아닌 후속곡이었다. 오늘까지 1위를 하지 못하고 밀렸다면 맨투맨 팬들은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었을 게 분명했다.

그에 비해 소녀들은 데뷔 앨범의 후속곡까지 1위 후보에 올리며 저력을 과시한 것이 되었다. 안타깝긴 하지만 충분했다. 소녀들의 미래는 누가 보아도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1위 발표 시간이 마무리되며, 채은호의 노래 ‘L.U.V’의 전주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무대를 내려가며 도욱은 진심으로 채은호의 1위를 축하했다. 채은호는 눈물을 닦고 밝게 웃으며 도욱을 향해 고개 숙여 인사했다.

***

도욱과 석지훈이 대기실로 돌아온 그때.

대기실에는 두 사람의, 그러니까 Bunker21의 데뷔 무대를 축하하러 온 케이케이 멤버들과 오백호 부장이 있었다.

대기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멤버들이 종이 폭죽을 터뜨리며 케이크를 들이밀었다.

“뭘 다들 바쁘신 와중에 이런 것까지.”

석지훈은 말만 그렇게 할 뿐 기쁜 내색을 참지 못하고 케이크를 커팅했다.

한참 케이크를 나눠 먹으며 분위기가 좋을 때였다. 혼자서 무슨 급한 일이 있는지 시계만 보고 있던 오백호 부장이 심각한 얼굴로 말했다.

“이제 끝이다.”

“왓?”

“뭐, 뭐가 끝이에요?”

케이크를 먹고 있던 김원과 안형서가 되물었다. 도욱은 아까부터 초조한 기색이 역력하던 오백호 부장이 신경 쓰이던 참이었다.

“도욱이 너 이제 갈 시간이야.”

“저······. 어디에 가나요?”

“어. 숙소 가서 짐 싸야 돼. 짐 싸서 미국 가야 돼······.”

오백호 부장은 자꾸만 입가에 퍼지려는 미소를 삼켰다.

“마, 도욱이 혼자 미국에 또 간다고여?”

정윤기의 물음에 오백호 부장이 끄덕였다.

“히어로즈에서 캐스팅 제안이 왔다.”

모두 벙 찐 채 ‘히어로즈’가 무엇인지 생각하다 잠시 사고가 정지한 듯했다.

“설마······.”

도욱이 가장 먼저 입을 열었다. 그 설마였다. 제네럴 코믹스의 영화 ‘히어로즈’. 도욱에게 ‘히어로즈’의 영웅 중 하나로 출연해 달라는 제안이 온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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