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눈 떠보니 슈퍼스타-211화 (211/225)

# 211

새로운 서막 (3)

서중원 본부장에게 구속 영장이 발부되고 현장 구속이 결정된 것은 증거들이 너무나 명백한 데다 국외 도주의 위험이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충격에 휩싸인 서중원 본부장의 양팔을 수사관들이 붙잡았다. 처음 몇 번 벗어나려 소리를 지르며 발버둥 치던 서중원 본부장은 비서를 비롯한 사무실 사람들이 숙덕이며 몰려들자 행동을 멈췄다.

수사관들은 서중원 본부장을 끌고 나가기 시작했다.

아라 엔터테인먼트 사옥은 이미 발칵 뒤집혀 있었다. 서중원 본부장이 구속된다는 사실이 내부에 파다하게 퍼져 나갔다.

물론 직원들 중 누구도 서중원 본부장의 안위를 걱정하는 이는 없었다. 앞으로 회사가 어떻게 될지, 또 자신은 어떻게 되는지에 대한 이야기들을 하며 수군댔다.

서중원 본부장 사무실 앞에 모인 직원들이 보내는 시선들은 더는 권력의 정점에 선 본부장을 보는 눈이 아니었다.

‘조금 전까지도 내게 조아리던 것들이!’

서중원 본부장은 주먹을 꼭 쥐었다.

수사관들은 그의 표정을 보고는 포박한 팔에 힘을 주었다.

이미 대표나 이사회부터도 서중원 본부장에게 등을 돌린 상태였다. 구속되더라도 ‘어떻게 잘해 보면 된다.’는 생각은 더 이상 서중원 본부장의 머릿속에 떠오르지 않았다.

뇌물을 받았던 고위 간부들은 꼬리 자르기에 급급할 터였다.

다만 아내에게서 날아온 이혼 서류가 아니었다면, 그는 어떻게든 검찰의 수사에서도 빠져나갈 생각을 했을 것이다.

증거들이 다 명명백백하더라도 아내의 집안에서 손을 써주면 형량을 줄이기라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그러나 아내마저도 등을 돌린 상태였다.

아내는 집안 망신을 시키지 않으려고 소송까진 가지 않고 합의이혼을 결심했을 것이다.

아내가 등을 돌렸을 이유야 묻지 않아도 뻔했다. 주민아가 정 이사나 검찰에게 증거를 넘겼다면, 아내에게도 손을 썼을 가능성이 높다.

물론 서중원의 아내가 단지 주민아와의 불륜 관계만으로 서중원에게서 돌아섰다고 보긴 어려웠다.

아내가 애지중지 여기던 아들 서강준.

서강준이 국민의 지탄을 받으며 외국에 도피 유학을 간 신세가 된 것만으로 이미 서중원 본부장에 대한 아내의 믿음에는 크게 금이 간 상태였다.

이후에도 서중원 본부장이 대표 자리를 노리느라 서강준의 일에는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던 것은 그녀의 큰 불만이기도 했다.

그러나 서중원 본부장이 다시 서강준을 데려온다고 하니 참았던 것이다. 때 이른 시기에 기사가 나가며 서강준의 미래가 더욱 불투명해진 것에 아내는 완벽하게 마음을 돌렸을 것이다.

‘기사가 터진 날 곧장 아내부터 구슬렸어야 했던 건가······.’

잠시 생각하던 서중원 본부장은 이내 고개를 저었다. 이 모든 일의 원흉은 주민아였다.

‘주민아 그년 혼자 이 모든 일을 꾸몄을 리 없어. 분명히 뒤에 누군가 있다. 이런 씨X!’

그러나 누구인지 짐작도 가지 않았다.

정 이사가 가장 유력한 후보였지만, 정 이사는 아라 엔터테인먼트의 일원이기도 했다. 검찰이 아라 엔터테인먼트의 중역을 구속하면 회사에도 영향이 갈 게 분명했다. 서중원 본부장을 끌어내리는 데 검찰까지 동원하는 짓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도대체······.’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어디에서도 악행만을 일삼던 지난날에 대한 후회는 없었다. 그저 눈앞에서 놓쳐 버린 자신의 야망에 대한 분노뿐이었다.

‘내가 뭘!······. 무엇을 잘못한 거지? 어디서부터 잘못된 거지!’

서중원 본부장의 뒤편으로 그가 쓰던 사무실은 수사관들에 의해 마구잡이로 파헤쳐지고 있었다. 엉망진창으로 날아다니는 서류철들과 뒤집어진 명패. 마치 서중원 본부장의 현재 같았다.

‘어떻게 이렇게 모든 것이······.’

너무나 빠르게 일순간에 무너졌다.

이십 년 가까이 쌓아온 것들이었다. 그런데 서중원 본부장은 지금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끝이다.’

마침내 서중원 본부장은 생각했다. 자신의 삶은 이미 끝이었다. 검찰 조사나 재판까지 갈 것도 없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자신에게 조아리던 사무실 직원들의 시선이 비수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끝까지 고개 숙이지는 않았다. 그것이 그에게 남은 마지막 자존심이었다.

그러나 누가 보아도 우스운 자존심일 뿐이었다.

그는 자신이 가장 권력을 누리며 위세를 떨치던 곳에서 군림하던 이들로부터 손가락질받으며 초라한 끝을 향해 걸어 내려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 길에는 그가 뿌린 악행의 씨앗, 서강준으로 인해 피해받았던 피해자의 형이 지키고 서 있었다.

“비키세요!”

“자자, 비키십쇼.”

아라 엔터테인먼트 사옥의 입구에는 기자들이 진을 치고 서 있었다.

서중원을 끌고 가는 수사관들이 기자들을 물렸다.

플래시 소리가 유난히 경쾌하게 강남 한복판에 울려 퍼졌다. 지나가던 이들도 기자들이 모여 있는 것을 보고는 무슨 일인가 관심을 가지며 기웃댔다.

따라 나오던 아라 엔터테인먼트 직원들은 혹여 신문에 자신의 얼굴이 실릴까 도망치듯 건물 내부로 되돌아 들어갔다.

엄청난 숫자까진 아니었지만, 아직 제대로 수사가 시작되지 않은 사건이었던 데다 서중원 본부장이 국내 10대 대기업의 임원도 아닌 점을 감안하면 놀라운 관심이었다.

검찰 쪽 사람들도 기자들이 온 것에는 조금 당황한 듯싶었다.

끝까지 뻣뻣하게 고개를 들고 있던 서중원마저도 결국에는 카메라들을 피해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이미 최성준 기자가 들고 있던 카메라에 그의 얼굴이 대문짝만 하게 찍힌 상태였다.

***

[아라 엔터테인먼트 최고실무자, 검찰 구속...]

[맨투맨 출신 서준 父, 아라 엔터테인먼트 내부 횡령 혐의로 구속]

[구속된 서중원 본부장, 내연녀까지 있었던 것으로..이혼 절차 밟는 중]

[서 씨 부자 수난기, 학교 폭력부터 검찰 구속까지]

[연습생 데려다 스폰까지? 끔찍한 서중원 본부장의 행적들...]

[아라 엔터테인먼트 대표, 이번 사태 유감 표명...서 본부장 개인의 욕심일 뿐]

[서준 부, 악질적인 범행들 많아.. 실형 살게 될 듯]

-와... 콩가루도 이런 콩가루가 없다

-인상 더럽게 생김 퉤

-뭐 심은 데 뭐 난다고ㅋㅋ 서준 괜히 인성쓰레기였던 게 아님ㅋ

-서준은 진짜 아예 끝났구나

-자기 아들 친구들이었을 텐데.. 그런 애들 다 팔아넘기구..ㅠㅠ 진짜 인간의 탈을 쓴 악마다ㅠㅠㅠ

-스폰받은 새끼들도 수사해야 하는 것 아니냐???

-수사 들어간다는 기사 봄

-하다 또 꼬리 잘리겠지ㅋ 아무튼 저 새끼라도 잡혀서 다행ㅋ

-이게 무슨 수난이냐 더 당해야 한다

-제대로 수사해서 정의 구현 하자~~!!

-주민아 은퇴한 것도 관련 있는 것 아님?

-괜히 이번 일로 아라 엔터 연예인들까지 피해자 만들지 맙시다

-내 친구가 주민아 코디 친구였는데 주민아가 우주에서 온 연인 찍고 인기 너무 많아지면서 힘들었다고 함 어린 나이에 데뷔해서 지쳐 있었던 것 같음

-인간쓰레기가 여기 있었네

-요즘 아라 엔터 줄줄이 성적 그저 그랬던 게 다 이 새끼 때문임?

-사방신화 만든 것도 이 사람이지만 해체하게 만든 것도 이 사람

-재계약 안 하면 보복하기로 유명

-연예계 더러운 줄 알았다만 진짜 더럽다 더러워!

-맨투맨 다음 앨범에 영향 없을까ㅠㅠ

-저도 그게 걱정이에요..

-아라 엔터가 구멍가게도 아니고 사람이 저 사람밖에 없겠냐 한 명 없어도 다 잘 굴러감

SVS ‘인생가요’ 사전녹화가 진행되는 스튜디오의 대기실.

기사와 댓글들을 보며 스크롤을 내리는 도욱의 얼굴에는 아무런 표정도 없었다.

역시나 예상대로 아라 엔터테인먼트 쪽에서는 서중원 본부장이라는 꼬리를 잘라내기로 한 모양이었다.

서중원 본부장이 개인적으로 뇌물 청탁을 받은 건이나 회사 공금을 횡령한 혐의는 모두 낱낱이 까발려져 그의 형량에 적용될 예정이었다.

문제는 스폰에 관한 건이었다.

스폰을 받았던 이들은 고위급 방송국 관계자들이나 언론사 대표들, 대학 교수들과 각종 사업장의 대표들까지 분야를 가리지 않을 정도였다.

그러나 이유민 대표를 통해 검찰 쪽 입장을 들은 바로는 인사들 중에서 일부만 수사에 들어간 상태라고 했다.

너무 높은 위치에 있는 자들은 검찰 쪽에서도 건드리기 힘든 모양이었다.

도욱이 원했던 것이 사회 정의 구현까진 아니었으니 이 정도면 도욱에게는 충분했다.

그러나 씁쓸한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서중원이 만약 더 권력의 핵심에 가까운 쪽에 있었더라면······.’

아마 도욱의 복수는 더 장기전이 되었을 것이고, 성공 여부의 확률도 떨어졌을 것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복수를 했을 것임은 분명했다.

도욱은 고개를 저었다.

‘다행이 서강준도, 서중원도 완벽하게 몰락시킬 수 있었다.’

도욱이 무언가 함정을 파고 죄를 덧입힌 것도 아니었다. 도욱은 그저 그들이 돈과 권력을 이용해 법적, 도덕적 심판을 피해가는 것을 막기 위해 타이밍을 쟀을 뿐이었다.

두 사람은 자신들이 저지른 죗값을 치르게 되었다. 그것만으로도 그들은 범죄자가 되고, 범죄자의 아들이 되고, 재산 몰수에 가정 파탄까지. 인생은 회복될 수 없이 시궁창에 처박히게 되었다.

‘스스로의 잘못 때문이라는 걸 깨닫지 못할지도······.’

그러나 거기까진 도욱도 상관하고 싶지 않았다.

어쨌든 도욱의 복수는 완벽하게 끝이 났다.

끝이었다.

김보명이 아닌 강도욱의 삶을 시작했을 때부터 끊임없이 바라오던 그 ‘끝’이었다.

기뻤고, 통쾌했다.

기사를 써 올린 후 도욱에게 지난날들에 대한 고마움을 전하는 최성준 기자의 목소리에서는 희열마저 느껴졌다.

도욱도 마찬가지였다.

예전과 같았으면 동시에 허무하기도 했을 것이다. 목표가 복수 하나밖에 없던 시절이었다면 말이다. 그러나 도욱에게는 새로운 목표들이 있었다. 앞으로의 인생을 함께 해나갈 소중한 사람들도 너무나 많았다.

잠시 씁쓸한 기분이 들기는 했지만, 그것 또한 새로운 목표가 될 수 있었다.

‘시간이 더 지나면 내가 실제 살던 나이보다도 나이가 많아지겠지. 이미 바뀐 것들이 많아 미래를 다 알지 못하지만······. 그 후로는 미래를 단 한순간도 알 수 없다. 어쩌면 그때부터가 진짜 강도욱 인생의 시작일지도······.’

도욱은 생각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 형. 딱 일어나네. 얼른 가요!”

옆에 앉아 있던 석지훈도 함께 자리에서 일어났다.

“팬들 없이 하는 녹화는 진짜 처음인 것 같아요. 데뷔 무대 이후로는?”

“하긴. 근데 우리 데뷔 때도 한 열 몇 명 정도 팬들 있지 않았나.”

“맞아요. 그 연습생 시절부터 팬들인······.”

두 사람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대기실 문 밖으로 나섰다.

두 사람이 나선 대기실 문 앞에는 다른 가수들의 대기실과 마찬가지로 커다랗게 가수명이 쓰여 있었다.

[Bunker21

-관계자 외 출입엄금-]

***

그 시각, 사무실에서 신인개발팀 임성안 팀장과 케이케이의 후속 그룹에 대한 회의를 하던 오백호 실장은 한 통의 전화를 받게 되었다.

이대형 팀장으로부터 온 전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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