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눈 떠보니 슈퍼스타-173화 (173/225)

# 173

50X100X200 (2)

“네, 무슨 일이에요?”

정신없는 상황에 이대형 팀장이 당황하며 물었다.

“비······, 저희 케이케이가, 비, 빌보드에······!”

답하는 남효진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직원으로서도 놀랐지만, 케이케이의 팬이기도 한 남효진이었다. 팬으로서 더욱 기쁜 소식이었기 때문에 남효진은 자신의 상사에게 소식을 전하면서도 믿기 힘든 느낌이었다.

“빌보드요?’

남효진의 말에 이대형 팀장이 되물었다. 동시에 휴대폰 화면에 뜨는 메시지들을 보았다. 가장 최근 메시지가 잠금화면에 떠 있었다.

레코드사에 다니는 친구로부터 온 메시지였다.

[대형아 너 케이케이랑 일한다고 하지 않았냐? 빌보드 차트에···.]

뒷부분은 잘려서 보이지 않았지만, 남효진이 전하려는 소식과 같은 소식인 게 분명했다.

“네. 오늘 발표된 빌보드 차트에 진입했어요!”

“어······, 소셜 50 말입니까?”

남효진의 답에 이대형 팀장이 다시 물었다.

빌보드 차트는 미국의 차트였다. 한국 음원 사이트마다 순위 차트가 있고, 앨범 집계량을 집계한 앨범 차트가 있듯이 미국에도 차트가 있었고, 그중 하나가 빌보드 차트였다.

그중에 하나라고는 하지만 미국 내에서도 세계에서도 가장 공신력 높은 차트로 ‘빌보드 차트’ 진입은 미국 시장 내에서의 영향력은 물론이고 세계 어느 음악시장에서든 알아주는 차트였다.

빌보드 차트 내에는 세 가지 주요 차트가 있었는데 ‘소셜 50’, ‘핫 100’, ‘빌보드 200’이 그것이었다.

‘소셜 50’은 디지털 시대가 되면서 가장 최근 생겨난 차트였다. 21세기 가수의 인기를 측정하는 데 더는 예전과 같은 방법으로만 측정할 수 없었던 것이다. 가수를 소비하는 대중들의 소비 방식이 노래를 듣는 것만이 아닌 이제 다양한 방법으로 진화하고 있었다.

때문에 생겨난 ‘소셜 50’ 차트는 말 그대로 SNS, 페이스 노트나 마이 튜브를 비롯한 다양하고도 대중적인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내에서 얼마만큼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지에 대한 차트였다.

각종 SNS 계정 팔로워 수, 페이지 뷰 수, 스트리밍 횟수 등을 ‘소셜 지수’로 데이터화해 집계한 것으로 쉽게 생각하면 전세계에 인터넷을 통해 해당 가수에 대한 많은 정보를 생산 및 소비할수록 높은 순위가 되는 셈이었다.

케이케이는 데뷔 초부터 SNS를 활용한 마케팅을 공격적으로 시행했다. 팔로워나 뷰가 분산되지 않게 한 SNS당 하나의 계정만을 운영하며 팔로워 등을 늘려 나갔다.

덕분에 케이케이의 인기와 함께 ‘소셜 지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때문에 빌보드 내에 있는 ‘소셜 50’에는 이미 케이케이가 상위권에 진입해 있는 상태였다.

인터넷 및 SNS가 발달한 데다 한류의 영향으로 ‘소셜 50’ 내에는 케이케이뿐 아니라 종종 다른 한국의 인기 가수들도 진입해 있었다.

그것만 해도 이미 대단한 것이었지만, ‘소셜 50’에 진입한 것으로 이렇게 난리가 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게 이대형 팀장의 생각이었다.

이대형 팀장의 물음에는 기대가 담겨 있었다.

이번에 ‘Continue’를 냈을 때 세계 시장에 대한 큰 포부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었다.

‘명확하게 빌보드 차트를 노린다고는 너무 터무니 없는 꿈일까 차마 입에 담지 못했지만······.’

남효진이 세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네. 소셜 50은 당연히요. 1위예요. 2주 연속. 그리고 빌보드 200에도 들었어요.”

“빌보드 200······.”

“네. 79위요! 한국 아이돌 가수로는 최, 최초 아닌가요?”

이대형 팀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빌보드 200만이 아니라 지금, 핫 100에도 올라가 있어요!”

남효진의 목소리에서 흥분이 뚝뚝 떨어졌다. 남효진은 손을 불끈 쥐었다. 빌보드라니, 꿈만 같았다.

빌보드 차트 진입은 모든 음악인들의 꿈이었다.

한국 모든 아이돌이나 가수의 꿈은 음원차트와 음악 방송 ‘1위’였고, 그다음은 가요대상 ‘대상 수상’이라고 할 수 있었다.

이 꿈조차도 손에 잡히지 않는 꿈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너무나 많았다. 당장 힛 엔터테인먼트에 막 들어와 연습생 생활을 하고 있는 이들에게는 데뷔도 멀어 보일 터였다.

그런데 이제 모든 가수들이 꿈만 꿀 뿐 이루려고도 생각조차 하지 못하는 것을 케이케이는 지금 이루어낸 것이다.

한국뿐 아니라 세계인들이 케이케이의 음악을 알고, 케이케이의 음악을 사랑해 준다는 뜻이었다.

빌보드 차트 세 개 중 나머지 두 개인 ‘빌보드 200’과 ‘핫 100’은 ‘소셜 50’과는 그 무게가 달랐다.

‘빌보드 200’은 전 세계 음반 판매량을 집계한 것이었고, ‘핫 100’은 간단히 말하자면 음원 스트리밍을 기준으로 한 차트였다.

마이튜브 뮤직비디오 재생 횟수만 해도 엄청난 기록을 써내려 가고 있었다. 천만 뷰를 넘기면서부터는 그저 매일이 기록의 연속이었다.

그러한 기록을 내는 것은 한국 팬들의 사랑만으로는 불가능했다. 전 세계 인구가 움직이고 있다는 뜻이었다.

거기에 SNS 모니터링도 하고 있는 남효진은 하루에도 몇 번씩 해외 각지의 음악 채널이나 라디오 방송에서 ‘Continue’와 ‘Go low, Go high’가 재생됐다는 인증글이 올라온다는 이야기를 이대형 팀장에게 보고한 바 있었다.

‘해외에서 인기가 는 것 같다고는 생각하긴 했지만······.’

멤버들조차 해외 팬이 많아진 것 같다고 마이튜브나 페이스노트 댓글들을 보며 말한 적 있었다. 최근 공연장에서도 확실히 다른 색의 눈을 가진 이들은 물론이고 히잡을 쓴 팬들까지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체감을 할 수 있을 정도였으니 물밑에서는 더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었던 것이다.

“심지어 핫 100에는 두 곡이나 진입했어요. ‘Continue’랑 ‘Go low, Go high’ 두 곡 전부요.”

남효진의 말에 이대형 팀장은 얼른 자신의 컴퓨터로 빌보드 차트를 확인했다.

‘소셜 50’ 2주 연속 1위

‘핫 100’ 67위, 90위

‘빌보드 200’ 79위

대단한 성과였다.

그때 이대형 팀장의 전화가 울렸다.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힛 엔터테인먼트 팬-마케팅팀 이대형 팀장님 전화 맞나요?

“네. 맞습니다.”

-저는 한국 빌보드 마케팅팀 전진영 대리입니다······. 통화 가능하실까요?

“가능합니다. 무슨 일이신가요?”

빌보드는 한국에도 분사가 있어 한국 빌보드 차트를 따로 운영하고 있는 상태였다. 그러나 이미 메이저 음원 차트가 공고한 한국이었기 때문에 한국판 빌보드 차트는 그리 공신력 있는 편은 아니었다. 미국 빌보드 차트 소식을 접하는 용도로만 이용되는 수준이었다.

-이번에 업데이트된 빌보드 차트 보셨는지······.”

“네, 지금 막 봤습니다.”

-보셨군요! 축하드립니다. 지금 이쪽에서도 축하 중이었어요. 한국 가수가 진입한 건 한 5년 만인가 그래서······.”

전진영 대리의 목소리에도 기쁨이 묻어 나오고 있었다. 한국 빌보드가 특정 가수를 응원하는 입장은 아니었지만, 같은 한국인으로서 기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곧 기사가 엄청나게 나겠네요! 저희 쪽에서도 낼 예정입니다.

“아, 네. 축하 감사합니다. 저희는 이제 막 알아서 경황이 없네요.”

-그러시겠어요. 얼른 본론만 말씀드리겠습니다. 다름이 아니라 본사에서 연락이 와서요. 케이케이를 인터뷰하고 싶다고······.

“본사에서요?”

-네. 그쪽에서도 케이케이의 차트 진입이나······, 현지 반응이 심상찮다고 판단한 모양입니다.

휴대폰을 든 이대형 팀장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뭐지······.’

이미 대단한 일이 벌어지고 있었지만, 앞으로는 더 대단한 일이 펼쳐질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

“Unbelievable!”

김원이 양옆의 관자놀이를 짚으며 외쳤다.

안형서는 휴대폰을 손에서 놓지 못하고 있는 상태였다. 계속해서 인터넷상에서 케이케이와 빌보드를 번갈아 검색하며 반응들을 살피고 쏟아지는 칭찬의 글들을 보며 기쁨을 누리고 있었다.

“마, 이게 무슨 일이가.”

정윤기가 한숨을 쉬듯 말했다. 아직도 얼떨떨한 모양이었다.

멤버들이 하나둘 사무실에 모인 건 빌보드 차트 진입 소식을 접한 후였다. 정윤기와 김원은 오케이 앨범 준비로 작업실에 있었고, 안형서는 숙소에, 박태형은 보컬 레슨을 받는 중이어서 팬-마케팅팀 회의실로 금세 모일 수 있었다.

도욱 또한 ‘우주에서 온 연인’ 촬영을 앞두고 이강연 선생에게 연기 수업을 받던 중 소식을 듣고 평소보다 빨리 수업 자리를 정리했다.

“지훈이도······ 소식 들었어요?”

박태형이 자리에 없는 석지훈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내며 물었다. 석지훈은 ‘캠핑 48시간’ 촬영장에 가 있는 상태였다. ‘캠핑 48시간’ 촬영 중에는 휴대폰도 보지 못하는 일이 허다했기 때문에 박태형은 이렇게 기쁜 소식을 석지훈이 아직 듣지 못했을까 걱정된 것이다.

“철민이 형한테 오 실장님이 전화하셨대.”

박태형의 물음에 도욱이 답했다.

오백호 실장도 상기된 얼굴로 자신이 전화했다고 말했다. 구철민은 석지훈의 촬영에 동행한 상태였다.

“영상 통화! 영상 통화라도 할까? 지금도 촬영 중이려나?”

안형서가 즉흥적으로 제안했다. 멤버들이 일제히 오백호 실장을 쳐다보자 오백호 실장이 알았다는 듯 구철민에게 연락을 취했다.

‘캠핑 48시간’ 녹화 중이긴 했지만, 차 안에서 이동 중인 상황이므로 전화가 가능할 것 같다는 이야기에 멤버들은 신이 나서 재빨리 석지훈에게 영상 통화를 걸었다.

한 화면에 다섯 명의 멤버가 모두 나올 수 있도록 옹기종기 모여서 전화를 거는 모습이 소풍가기 전날 들뜸을 감추지 못하는 학생들과 같은 모습이었다.

몇 번의 신호음 끝에 석지훈의 얼굴이 화면에 떠올랐다.

“막내야!!!”

-어? 형들?

“빌보드! 빌보드!”

안형서가 흥분해서 단어만 내뱉자 촬영 중이라 실감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던 석지훈의 얼굴이 대번에 밝아졌다.

-그거 진짜예요? 우리 진짜 빌보드 차트에 들었어요?

외치는 석지훈의 옆으로 ‘캠핑 48시간’의 멤버의 얼굴이 비쳤다. 개그맨인 그가 입을 벌리며 이게 무슨 소리냐고 외치는 것 또한 영상 속에 잡혔다.

“어! 당연히 진짜지!!!”

-와······.

석지훈이 말을 잃자, 옆에 앉은 개그맨이 석지훈의 어깨를 붙잡고 흔들었다.

“너 오면 같이 파티하자!”

“Let’s party together!”

“촬영 잘하고 와, 지훈아!”

저마다 한마디씩 외치자 석지훈이 입을 벌린 채 고개만 끄덕였다. 멍청한 얼굴이 화면에 잡히자 형들이 우습다는 듯 웃었다.

그렇게 전화를 끊은 멤버들은 더욱 기분이 날아갈 듯 좋아져 있었다.

아마 이 장면도 ‘캠핑 48시간’에 나가게 되면서 케이케이의 빌보드 차트 진입 소식이 더욱 더 많은 이들에게 알려질 터였다.

이대형 팀장이 오백호 실장을 비롯한 멤버들을 불러 모은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우선은 빌보드와의 인터뷰 일정을 잡아야 했다.

미국 빌보드에서는 자체적으로 온라인상에 2주에 한 번씩 인터뷰 및 한 주간의 소식을 정리해 웹진으로 발행, 미국 및 세계 음악 시장의 흐름을 전하고 있었다.

케이케이의 인터뷰가 실릴 곳이 바로 그 웹진이었다.

미국 빌보드에서 인터뷰어로 선정했다는 것은 빌보드에서도 주목하는 가수가 됐다는 뜻이었다.

빌보드 차트는 진입이 끝이 아니었다. 진입만으로도 이미 큰 쾌거였지만 앞으로 어떻게 될지 아무도 알 수 없었다. 발 빠르게 대처할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빌보드 인터뷰 외에도 다른 매체에서도 인터뷰를 많이 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당분간은. 스케줄 조정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멤버들 모두 쉬고 싶겠지만······.”

이대형 팀장이 조금 양해를 구한다는 듯 말하자 멤버들이 손사래를 저었다.

“해야죠. 당연히.”

도욱의 말에 이대형 팀장이 웃으며 끄덕였다.

“놓칠 수 없는 기회니까요.”

도욱이 덧붙이며 눈을 빛냈다.

‘차트 진입······. 이제 시작일 뿐이다.’

도욱 또한 이렇게 정말로 빌보드라는 어마어마한 산을 오르게 되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입구를 찾기조차 힘든 산이었다. 하지만 이미 산 초입을 오르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해외 시장 진출 전략도 다시 한번 점검해야 할 것 같다고 이대형 팀장이 말하자 오백호 실장은 믿음직스럽다는 듯 끄덕였다. 마케팅 쪽은 걱정할 필요도 없는 듯했다.

조애니 부장이나 권흥조 이사, 힛 엔터테인먼트의 대표에게까지도 업계 사람들의 연락이 쏟아지고 있었다. 한국 아이돌 최초였다. ‘최초이자 최고’. 앞으로 케이케이가 걸어갈 길은 상상 이상의 길이 될 것임을 오백호 실장 또한 예감했다.

그렇게 기쁨을 나누며 앞으로를 점치고 있을 때, 안형서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네?”

이대형 팀장이 안형서 쪽을 향해 답했다.

“기사 나간 것들이나 반응이 좀······.”

안형서가 머뭇거리며 질문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