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3
From the Universe (1)
마이튜브에 케이케이의 뮤직비디오가 업로드 된 시각은 오후 6시 정각.
오후 6시 10분, 이미 뮤직비디오 조회수는 5천여 건을 돌파한 상태였다. 30분 내에 1만여 건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었다.
엄청난 속도였다.
직전 정규 앨범이었던 ‘푸른 하늘’이 조회수 1만여 건 돌파에 1시간이 걸렸던 것을 생각하면 그 두 배 되는 속도였다.
한국에서 팬이 늘어난 것은 물론이고 해외의 팬이 늘어난 게 주요한 요인이었다.
해외 K-POP 팬들 사이에서 케이케이의 인기는 이미 상당했다. 특히 중국과 일본 등지에서의 인기는 자국 가수에 견주어도 될 만한 수준이었다.
대만, 태국, 베트남을 넘어 인도네시아까지 ‘한류’라는 단어가 있는 곳에서는 모두 케이케이 열풍이 불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큰 파이는 아니지만 매니아층으로 존재하던 서양의 K-POP 팬들에게도 케이케이의 이름은 꽤 알려져 있었다.
서양에서 K-POP을 좋아하는 팬들은 ‘퍼포먼스’를 무척이나 중요시했다. 노래를 부르며 군무에 맞춰 춤을 추는 것은 서양의 밴드나 팝 가수들은 잘 하지 않는 장르였기 때문에 팬을 끌어 모으는 포인트가 됐다.
그런 점에서 케이케이는 K-POP 가수들 중에서도 상당한 실력을 보유한, 서양 팬들의 눈을 사로잡을 만한 그룹이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서양에서 K-POP이나 케이케이를 좋아하는 일은 무척이나 매니악한 일이었다. 높았던 벽을 조금 허무는 역할을 한 것이 LIL과의 작업이었다.
LIL의 음악을 듣는 이들이 케이케이의 음악을 접하게 되었고, 그렇게 조금씩 벽이 낮아지고 있었다.
더군다나 케이케이의 음악은 어느 팝송과 비교해도 전혀 트렌드에 뒤쳐지지 않는 무척이나 ‘컨템퍼러리’한 팝을 추구했다.
그렇게 케이케이의 음악을 접한 이들은 단지 ‘K-POP 가수’의 카테고리에 케이케이를 넣어놓고 한정 짓는 대신 다른 서양 가수와 마찬가지인 팝 가수로 인식했다.
거기에 케이케이의 퍼포먼스까지 본 이들은 환상적인 무대라는 생각과 함께 케이케이의 무대를 보고 싶어 하는, 한국의 팬들과 다름없는 케이케이의 팬이 되어버리는 것이었다.
그렇게 북남미권에서 아직은 얕지만 넓게 나름의 관심이 형성되었다.
케이케이의 신곡 뮤직비디오가 업데이트되자 이들 역시 클릭을 시작했고, 기존의 팬들과 새로 유입된 팬들, 관심층들이 모여 어마어마한 효과를 내고 있었다.
쇼케이스 현장에서 공개된 뮤직비디오에 팬들은 입이 벌어졌다.
“너무······, 너무 좋다!”
“헐 언니! 대박! 진짜 대박이다!”
“으악 나 어떡해. 내 심장······. 씨! 와, 욕 나온다. 욕 나오게 좋다.”
“왜 지훈이가 고생했다는 줄 알겠다. 저거 CG 아니라 진짜지?”
“어어엉, 그때 비공식 스케줄 있어서 두바이 간 거······. 그거네 두바이네.”
“와······. 대단······. 어떻게 저기서 저 춤을 와······.”
“언니이······. 나 눈물 날 것 같음.”
“뭐? 왜 울어?”
뮤직비디오를 보며 팬들은 감탄했다. 동시에 어떤 경이로움을 느꼈다. 노래와 춤, 영상까지. 그 모든 것이 하나의 작품이고, 예술과 같았다.
“그냥······. 케이케이 너무 대단한 것 같아서.”
케이케이 멤버들과 그를 돕는 스태프들까지 노력으로 만들어 낸 작품 앞에서 울먹이는 팬들도 있었다. 비록 자신의 형제도, 자식도, 애인도 아니었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가 너무나 대단해 보였기 때문이었다.
“그러게 진짜 짱이다, 너무. 뭐야 물 위에서도 춘 거?”
거대한 사막 속에서 춤을 추는 장면 이후에 나온 장면은 스튜디오 씬이었다. 멤버들이 발을 구를 때마다 물이 튀기며 물방울들이 화면 속에서 반짝거리며 빛났다.
이후에는 간주로 넘어가며 박태형의 독무 파트가 있었다.
박태형이 혼자 핏되는 검은색 실크 셔츠와 팬츠를 입은 채 3회전 턴을 보여주었다. 박태형이 턴을 마치고 점프하는 순간, 시간이 정지하듯 음악이 멈추고 화면 역시 검은색이 되었다.
1초도 되지 않는 찰나의 적막은 곧 별이 쏟아지는 사막의 밤하늘로 연결됐다.
별이 쏟아지는 듯한 느낌이었다. 뮤직비디오를 시청하고 있던 모든 이들이 그 화면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밤하늘 위로 편곡된 뮤직비디오 버전의 ‘Continue’ 반주가 흘러나왔다. 조용히 흘러나오던 반주의 분위기가 반전되며 원래의 파워풀한 ‘Continue’가 나왔고, 화면도 확 밝아지며 다시 뜨거운 태양 아래 사막이 되었다.
“뮤비 진짜 잘 뽑았네.”
“그러에요. 케이케이로 돈 꽤 벌었을 텐데······. 돈 제대로 쓸 줄 안다는 느낌이네요.”
“감독은 누구야?”
“여기 정보가······. Howl 찍었던 감독이네요.”
“원래는 별로 안 유명했지? 하여튼 될라면 누굴 데려와서 써도 된다니까. 이번에도 또 대박 나겠는데?”
“이번엔 완전 초대박이겠어요.”
“빨리 써. 빨리. 블록버스터 스케일······. 뭐 이런 단어 넣어서 기사 쭉 뽑아 봐.”
현장에 초대되었던 기자들의 손이 빨라졌다.
좋은 기사를 써달라고 따로 부탁을 받기도 하는 게 기자들의 삶이었다. 사실 좋은 기사보다는 부정 이슈로 기사로 자극적인 기사를 쓰는 게 클릭수를 높일 수 있어 자신들에겐 더 이득이었다.
그렇지만 때로는 자발적으로 좋은 기사를 쓰게 되기도 했다.
바로 이렇게 정말 제대로 잘 만든 음악을 가수가 가지고 나왔을 때였다. 너무 명백했기 때문에 오히려 이때는 자극적인 문구를 뽑아내는 것보단 빠르게 많은 정보를 기사에 넣는 것이 중요했다.
기자들은 미리 힛 엔터테인먼트 측으로부터 배부 받은 보도 자료에 있는 자료를 토대로 뮤직비디오 촬영지와 뮤직비디오 감독, 촬영 기간, 촬영 중 에피소드 등을 집어넣었다.
거기에 쇼케이스 현장 사진을 첨부했다.
뮤직비디오 상영이 종료되자 팬들의 환호가 끝없이 이어졌다.
함께 뮤직비디오를 보고 있던 멤버들이 벅찬 표정으로 무대 위로 올라왔다.
완성된 뮤직비디오를 이미 보긴 했었지만, 이렇게 보니 기분이 남달랐다. 긴장도 됐다. 객석의 분위기를 살피느라 멤버들은 뮤직비디오를 보면서도 자꾸만 뒤를 돌아보게 되었다.
팬들의 황홀한 얼굴을 보자, 멤버들은 자신들도 황홀한 기분이 되었다. 좋은 무대로 보답하고 싶은 마음이 커졌다.
기합이 바짝 들어간 상태로 케이케이는 무대를 시작했다. 이 역시 오늘 처음으로 공개하는 ‘Continue’ 무대였다.
Con― Con―Continue!
우리는 계속해서 전진―!
We are still young, are forever young
We go on!
너를 언제까지나 부를게, 나는 언제까지나 달릴게-
Con― Con―Continue!
우리는 계속해서 전진―!
“전진!!!······. 달릴게!!!”
“전진!!!······.”
이미 자정에 공개된 음원을 통해서 타이틀곡인 ‘Continue’의 가사를 다 외워 온 팬들이 노래를 따라부르며 케이케이를 응원했다.
“와아아······.”
“꺄아!”
“아악―!!!”
후렴구와 함께 케이케이의 군무가 시작되자 여기저기 비명과 신음이 교차했다.
어느새 검은 옷을 입고 다가온 댄스팀원들이 멤버들의 뒤편에 섰다. 스무 명에 달하는 댄스팀원들이 무대에 올라오자 무대가 꽉 차 보였다.
흰 옷에 빨간색으로 포인트를 준 멤버들의 뒤에 서니 커다란 그림자 같기도 했다.
멤버들과 댄스팀은 하나가 된 것처럼 움직이며 팔과 다리를 절도 있게 뻗었다. 쿵, 쿵, 무대가 울리는 듯했다.
제자리에서 달리는 듯한 안무를 하며 누군가는 붙잡고, 누군가는 도망가는 듯한 연기가 녹아 있는 안무가 이어졌다.
각자 다른 안무를 하는 듯하면서도 그 안에서도 질서가 있었고 터질 듯한 힘이 느껴졌다. 절로 입이 벌어지는 광경이었다.
동작을 맞추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 노력했을지 보는 이들도 그려지는 무대였다.
뮤직비디오에서 박태형이 혼자 독무로 돌던 턴 시간에는 댄스팀이 빠르게 빠져나가고 멤버들이 그 뒤에서 박태형의 독무가 더 돋보일 수 있게 보조했다.
멤버들은 바닥에 무릎을 모은 채 원을 그리듯 누워 꽃잎처럼 몸을 펼쳤다. 그 가운데서 박태형이 턴을 돌았다. 조금 전의 파워풀했던 모습과는 상반되는 부드러운 매력이 있었다.
머리카락이 휘날리며 턴을 도는 모습부터 누운 멤버들의 모습까지 시야를 채우며 아름답다는 생각을 자아냈다.
그 후 다시 빠른 템포의 곡으로 돌아온 노래는 절정으로 치달았다.
“I’ll be always in your heart―――――!”
안형서가 시원하게 고음을 뽑아냈다. 방금까지 격렬하게 춤을 추던 멤버 중 하나였다. 그런 안형서가 뽑아낸 고음은 라이브라고는 믿을 수 없는 안정된 음이었다. 성량과 호흡 하나 밀리지 않았다.
속이 다 시원해지는 파트였다.
“또 늘었어, 우리 형서 노래 또 늘었어!”
“아흑. 어떡해. 진짜 너무 감동이다.”
안형서의 목 컨디션을 걱정하던 팬들의 걱정이 씻겨져 나가는 목소리이기도 했다.
“――우리는 계속해서 전진.”
시작과 끝은 역시 도욱이었다. ‘역시’라는 말이 너무나 어울렸다.
도욱은 일부러 마지막 파트에서 힘을 빼고 읊조리듯 노래를 불렀다. 말하는 듯한 노랫소리에 노래를 듣고 있던 팬들의 가슴에 울림이 일었다.
정말로 계속해서 전진할 수 있을 것 같은 힘이 있었다.
최선을 다해 무대에 임한 도욱의 앞머리에서 땀이 뚝, 뚝 떨어졌다. 그 땀방울이 다 보일 정도로 도욱의 쇼케이스장에 설치된 화면 가득 도욱의 얼굴이 잡혔다.
‘됐다.’
‘됐어!······.’
뜨거운 열기를 가르는 함성 소리를 들으며 도욱은 빠르게 뛰는 심장의 고동을 느꼈다.
그 순간, 도욱은 물론이고 무대 위에 있던 멤버들, 무대를 지켜보던 팬들 모두 느낄 수 있었다.
이번 앨범은 성공이었다. 이번 앨범의 타이틀곡 무대는 길이 남을 무대였다.
아주, 오래.
***
[케이케이, 블록버스터급 뮤직비디오 공개! ‘Continue’ 대박 예감!]
[영화? 뮤비? 케이케이 두바이 사막 촬영 뮤직비디오 공개!]
[역대급 컴백! 케이케이가 써내려가는 새로운 역사의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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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inue’?! 기록은 계속된다! 마이튜브 100만 뷰 돌파!]
[케이케이의 끝없는 질주! 케이케이, 올해 여름 체조 채운다!]
[日 열도 흔드는 케이케이, 올해 말 돔 투어 한 번 더 한다!]
[케이케이 두바이 관광청 홍보대사 임명! UAE 항공사 모델에도 전격 발탁!]
[케이케이, “저희도 이 정도일 줄은 몰랐어요.” ‘Continue’ 인기 예상 뛰어넘어...]
음악방송 스케줄만 소화할 뿐인 데도 케이케이의 인기는 급상승 중이었다. ‘Continue’ 무대를 한 번 할 때마다 포털사이트 메인에는 ‘Continue’ 무대 장면이 캡처되어 올라왔다.
연일 새로운 소식이 생겨났고, 케이케이에 대한 기사가 쏟아졌다.
케이케이 멤버들은 정신이 다 없을 정도였다.
특히 놀라운 점은 마이튜브 조회수였다. 100만 조회수를 돌파한 게 엊그제 같았는데 곧 1000만이었다.
케이케이의 페이스노트에는 이제 한글이나 일본어, 중국어로만 댓글이 달리는 게 아니었다. 영어는 물론이고 베트남어, 러시아어, 아랍어, 스페인어······. 셀 수 없이 다양한 국적과 언어를 가진 이들이 케이케이의 팬을 자처했다.
앨범판매량은 이미 50만 장선에 달해 있었다. 이러다가 밀리언셀러가 되는 것 아니냐는 말이 회사 내부에서 돌 정도였다.
너무나 뜨거운 반응에 케이케이 멤버들은 몸 둘 바 몰라 했다. 각지에서 인터뷰 요청이 밀려 들었고, 인터뷰 요청이 오는 곳도 한국의 매체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너무 많은 매체를 상대해야 해서 팬-마케팅 팀에서는 증원까지 한 상태였다.
‘Continue’의 활동이 3주에 접어들던 때.
음악방송을 마치고 벤 안에 오른 도욱이 쓰러지듯 잠에 들려는 멤버들에게 말했다.
“저······.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는데요.”
창에 머리부터 대고 눈을 감던 정윤기가 눈을 떴다. 안형서는 들고 있던 휴대폰을 내려놓았고, 김원도 숙였던 고개를 들었다.
“어?”
“뭔데?”
궁금하다는 듯 묻는 멤버들의 얼굴을 도욱이 찬찬히 보았다.
“죄송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