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눈 떠보니 슈퍼스타-160화 (160/225)

# 160

언제까지나 (2)

***

[역시 정은수다! ‘후계자들’ 첫 방송 시청률 15%]

[또 재벌? 이번에는 조금 다를 것.. ‘후계자들’ 우려 속 순조로운 출발]

[케이케이 ‘후계자들’ OST 참여, ‘말해 봐’ 드라마와 함께 좋은 성적!]

[케이케이, 또 해냈다! 후계자들 OST 음원 차트 고공 행진 중]

[주민호♡김신애 손잡은 그 순간! 최고시청률 16.3%]

[톱스타 주민호 복근 공개에 흔들리는 女心!]

[주민호, 김신애, 박정빈, 이제니까지.. ‘후계자들’ 청춘스타들 다 모였다!]

[주민호-김신애의 엔딩 씬 케이케이의 ‘말해 봐’가 다 했다!]

-후계자들 진짜 재밌어ㅋㅋㅋㅋㅋㅋ

-너무 오글오글..이런 거 왜 보냐..ㅋㅋㅋㅋㅋ 수준 낮아서 못 봐주겠음

-니 수준이 더 낮아 ㄱㅅ얌

-사람 취향 따라 다른 거지ㅎㅎㅎㅎㅋㅋㅋ

-정 작가 거 어차피 뻔한데 보는 사람한테 찬물 끼얹는 거 보소ㅋㅋ 니는 안 보면 되잖아ㅋㅋ

-근데 이번에 다른 것들에 비해서도 심함ㅋㅋㅋㄲ

-와 대사 중에 (사탄의 학교에.....가브리엘의 등장.....) 어쩌구 이거 진짜 충격임

-사.학.가.등!!!!!

-내레이션 한 배우 상줘야 함ㅋㅋㄱㅋㅋ

-이 대사는 인정ㅋㅋㅋ 진짜 나도 힘들었다

-오글거리는 건 사실임 근데 선남선녀 얼굴 보는 맛에 본다

-그래도 이만큼 매번 재밌게 쓰는 작가 없는 듯ㅋㅋㅋㅋㅋ

-이제 1화니까 앞으로 봐야 할 듯ㅋㅋㅋ 확실히 재미는 있음!ㅋㅋㅋ

-심쿵 포인트가 넘 많아~~~♡♡♡♡♡ 케이케이 노래도 좋아용~~♡♡♡

-케이케이 오스트 진짜 짱 좋음!!!

-말해 봐! 딱 나오는데 목소리 너무 좋아서 진짜 감탄함ㅇㅇ 근데 케이케이 곡이었음 이제 OST까지 하는구나 잘나간다!

-케이케이 오빠들 컴백 기다리고 있었는데 이렇게라도 목소리 들으니 너무 좋아요!

-진짜..ㅠㅠ 빨리 나왔으면ㅠㅠ!

-<<<말해 봐 음원차트 순위 높일 수 있게 스트리밍 해주세요>>>

-주민호 개존잘

-케이케이 강도욱도 연기하지 않나? 이번에 후계자들 했어도 어울렸을 듯

-저기요 이미 연기 잘하고 있는 배우들 있는데 경솔한 발언인 것 같은데요

-아니ㅋㅋㅋㅋㅋㅋㅋ왜케 예민하게 부들부들함?ㅋㅋㅋㅋ 무슨 역할로 들어가면 좋을지 언급도 없구만ㅋㅋㅋㅋ어떻게 이게 비교야ㅋㅋ

-경솔 뜻 모르는 부분ㅡㅡ;;

-강도욱 드라마 소취~~~~

-소취가 무슨 뜻입니까? 동계올림픽 소치에서 한다던데

-할아부지..ㅠㅠ 소원성취요..ㅠㅠ

-케이케이 노래 오랜만인 듯! 음원차트 1위까지 올라가길~!

-케이케이 요새 뭐함?

정은수 작가의 ‘후계자들’은 이전 작품들만큼 인기를 끌 것 같진 않았지만, 역시나 순조롭게 시청률 20퍼센트 대를 넘길 것으로 보였다.

‘후계자들’의 시청률만큼 순조로운 건 케이케이가 부른 OST ‘말해 봐’의 인기였다. 드라마를 보지 않는 이들까지도 ‘믿고 듣는 케이케이’라는 생각으로 클릭을 하면서 음원 순위 2위로 음원 차트에 진입했다.

방송이 거듭되면서 ‘말해 봐’의 인기는 점점 더 높아졌고, 현재까지도 발라드 가수인 허건의 곡과 음원 차트 1, 2위를 다투고 있었다.

컴백을 앞두고 다음 앨범이 잘 되지 않을까 불안했던 케이케이 멤버들의 마음까지도 달랠 만한 수준의 성적이었다.

그리고 그 시각. 한국에서 자신들을 찾는 팬들을 뒤로하고, 케이케이는 사막 한복판에 서 있었다.

***

“큰일이요?”

“What happened?”

“뮤직비디오 촬영······. 저번에 컨셉 바뀌었다고 했었죠?”

“아, 그러게. 우리가 컨셉 수정 회의 못 들어갔지. 스케일만 커지는 정도라더던데, 어디에요? 해외라도 가는 거예요?!”

“근데 형, 뭐가 큰일이라는······.”

오백호 실장이 뮤직비디오 촬영지가 결정됐다는 소식을 전하자 케이케이 멤버들이 앞다투어 물었다.

이전의 뮤직비디오 컨셉은 타이틀곡에 담아 낸 청춘의 열정과 땀, 계속 되는 노력 등을 표현하기 위해 거울과 물을 활용해 촬영하는 것이었다.

일단 거울로 뒤덮인 거울의 방을 만들 예정이었다. 형상이 미로처럼 끝없이 반복해서 보이는 장면들을 보여주면서 ‘계속 된다’는 메시지를 전하려 했다. 반짝거리는 효과를 조명과 CG로 더해 그 모습을 더 아름답게 표현하는 게 주된 기법이었다.

은하수와 같은 느낌을 배경으로 유리 바닥에 물을 1cm 정도 깔아두고 멤버들이 춤을 추는 장면은 후렴구의 단체 군무를 보여줄 메인 장면으로 뽑아놓은 상태였다.

물이 튀기면서 여러 가지 장면들을 뽑아낼 수 있을 듯했다.

그러나 컴백 일정이 미루어지면서 팬-마케팅팀, 앨범제작팀에서는 뮤직비디오 촬영 외주 업체와 새로 미팅을 가졌다.

권흥조 제작이사의 지시 하에 뮤직비디오의 더 키우기로 결정됐던 것이었다.

이제 자본도 넉넉해지고 시간도 생긴 만큼 세계 시장 진출을 노리는 만큼 그 명함이라고 할 수 있는 뮤직비디오에 더욱 투자하자는 게 권흥조 이사의 생각이었다.

멤버들은 스케일이 더 커진다고 하니 더 큰 스튜디오에서 더 고가의 장비로 촬영하는 정도를 생각했었다.

“와우······.”

그러나 멤버들이 도착한 곳은 아랍에미리트의 두바이였다.

비행기에 실려 한 번의 경유를 하고 14시간 만에 두바이에 도착한 멤버들은 넋이 빠질 수밖에 없었다. 뉴욕 때와 마찬가지로 한국과는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고개를 아무리 꺾어도 다 볼 수 없는 정도의 화려한 고층 건물에 멤버들은 압도당하고 말았다.

뮤직비디오 촬영팀은 다음 날 다른 비행기로 도착하기로 돼 있었다. 컨디션 관리를 위해 멤버들은 두바이 중심에 있는 호텔에 묵으며 하루의 휴가를 보냈다.

널따란 호텔방은 무려 72층에 위치해 있었고, 72층의 방에서는 통유리를 통해 두바이의 도시 전경이 한눈에 내려다 보였다.

호텔방 자체도 모두 최신식 시설을 갖추고 있어 무척이나 좋았다.

태양빛이 강렬한 두바이의 날씨는 무척이나 더웠지만, 그것은 바깥의 일일 뿐 호텔 룸 안은 천국이나 마찬가지였다.

푹신한 침대를 구르며 멤버들은 열대과일 주스를 마시고, 호텔 수영장에 가서 수영을 하는 등 뮤직비디오 촬영이 아닌 휴가를 온 듯, 휴식을 만끽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비행시간이 길어 피곤했다는 것 외엔 오백호 실장이 말하는 ‘큰일’의 뜻을 전혀 알 수 없었다.

뮤직비디오 내용은 감독님이 오시면 자세히 설명 들으면 된다는 말로 오백호 실장이 설명을 피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다음 날.

뮤직비디오 촬영팀과 함께 메이크업과 의상을 담당할 코디들과 회사 직원 몇 명 등 스태프들이 모두 도착했다.

준비를 마친 케이케이 멤버들은 현지 가이드의 차에 탄 채 이른 아침부터 촬영장으로 향하게 됐다. 멤버들은 기대감에 부푼 채 전날 인터넷을 통해 뮤직비디오 촬영을 할 만한 장소도 모두 찾아 본 상태였다.

“마디낫 수크? 거기 가는 거예요? 거기서 촬영하나?!”

안형서가 들뜬 목소리로 물었다.

마디낫 수크는 어제 찾아본 곳 중 있던 두바이의 유명한 관광지였다. 사진 한 장만 보아도 ‘중동!’이라는 느낌이 나는 장소였다.

그곳을 배경으로 뮤직비디오를 찍으면 이국적이고 신비로운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을 듯했다.

안형서의 물음에 다른 멤버들도 뮤직비디오 내용을 설명해줄 조수석의 최 감독을 보았다.

최 감독은 이번 타이틀곡 뮤직비디오 촬영을 맡은 감독이었다.

이전에 ‘Howl’ 뮤직비디오를 함께 촬영했던 최 감독이었다. 당시 원테이크 기법으로 뮤직비디오를 촬영해 ‘Howl’의 리드미컬한 안무를 잘 살려주었었다.

회사에서는 케이케이의 감각적인 동시에 화려한 퍼포먼스를 살려야 하는 만큼 이번 뮤직비디오의 감독으로 최 감독을 적임자로 판단했다.

사실 최 감독은 창작물은 21세기의 걸맞은 세련된 창작물을 내놓으면서도 실제로는 3류 영화감독 같은 분위기를 풍기는 사람이었다.

때문에 멤버들은 ‘Howl’의 뮤직비디오 촬영 당시, ‘과연 저 감독님이······.’라는 의심을 가지고 촬영을 해야만 했다. 결과물은 최 감독의 실제 모습과는 달리 무척이나 감각적이었다. 덕분에 멤버들은 이제는 최 감독이 비록 허름한 점퍼에 등산 바지를 입고 패션 테러리스트의 모습을 하고 있어도 뮤직비디오의 퀄리티에 대한 걱정은 하지 않았다.

안형서의 물음에 최 감독이 뒤집어쓰고 있던 오래된 캡 모자의 끝을 매만지며 능청맞게 답했다.

“아닌데? 그 오늘 촬영은 사막이야! 오 실장이 설명 안 했다고 그랬나?”

“네?”

사막이라는 말에 놀라 물은 건 박태형이었다. 박태형은 자신이 물어놓고 더 놀라서 입을 가렸다. 놀란 바람에 입 밖으로 소리가 먼저 나온 듯했다.

“사막! 딱 떠올려 봐! 광활하고, 신비롭고······! 자연이란 얼마나 위대한지!”

“예? 그게 무슨······.”

최 감독의 때 아닌 사막 예찬에 도욱마저 무슨 말이냐 묻게 되었다. 도욱의 질문에 그제야 최 감독이 제대로 설명했다.

“그런 아름다운 광경과 그 속에서 땀 흘리며 역동적으로 춤을 추는 케이케이의 모습을 말이야~ 담아낼 거란 말이지!”

정윤기는 이미 두 눈을 감은 채 창에 이마를 기댄 채였다. 자신의 미래를 예견한 듯했다.

다른 멤버들은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뜨고 ‘아니겠지’ 하는 표정을 지었다. 석지훈이 고개를 저었다.

“사······ 사막에서요?”

“그러취~!”

최 감독이 큰 소리로 외치자 현지 가이드이자 운전기사 역할을 하고 있던 무하마드가 놀란 표정을 짓자 최 감독이 ‘낫띵, 낫띵!’ 하고 되지 않는 영어로 무하마드를 안심시켰다.

그렇게 갑작스러운 사막 촬영으로 놀란 멤버들을 싣고 차는 두바이의 사막에 도착했다.

망망대해라는 말은 바다에만 쓰는 것인 줄 알았는데, 망망대사(沙)였다. 처음 보는 사막의 광경은 최 감독의 말대로 광활하고 아름다웠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였다. 뜨거운 태양이 정수리 위에서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멤버들은 제각각의 의상을 입고 일렬로 대형을 맞춰 서 보며 위치를 확인했다. 잠시 서 있었을 뿐인데도 이마에서 땀이 주르륵 흘러내려왔다.

거기에 대형을 맞추느라 몇 발자국 움직이는 것조차 버거운 면이 있었다. 움직일 때마다 발이 모래 속으로 푹푹 빠져 신발은 금세 모래 범벅이 되었다.

더위에 약한 정윤기는 움직일 생각도 하지 못한 채 손 부채질을 하며 기력 없이 서 있었다.

“이게 다 무슨 일이냐······.”

안형서가 멍하니 중얼거렸다.

“보통 이런 건 CG로 하지 않나요? 그게 이것보다 돈 덜 들지 않을까요?”

석지훈은 오랜만에 완벽하게 안형서의 말에 동감하고 있었다. 이게 다 무슨 일인지 생각하기 힘들었다.

코디가 다가와 땀으로 번진 메이크업을 다시 한 번 더 수정해주었다.

“웁, 모래, 모래 들어갔어요. 누나!”

립 제품을 바르느라 입을 벌리고 있던 김원이 입에 모래가 들어갔다고 난리였다. 퉤, 퉤 하고 모래를 뱉어내는 모습이 정신이 없었다.

안 그래도 바람이 불 때마다 모래가 입과 콧속으로 들어오는 듯해 멤버들 전부 찝찝하던 차였다. 눈도 따끔거리는 듯해 자꾸 비비게 됐는데 그럴 때마다 코디가 눈 화장 지워진다고 성화였다.

“여기서······. 춤을 추는 게 가능할지 모르겠어······.”

몸을 움직여 보던 박태형이 말했다.

옆에 있던 도욱이 걱정스럽게 박태형을 보았다. 여기서 가장 몸이 가벼운 게 박태형이었다. 박태형이 춤을 출 수 없는 환경이라면, 다른 멤버들은 말할 필요도 없었다.

“어렵겠어?”

걱정스럽게 도욱이 묻자 조금 더 움직여 보던 박태형이 답했다.

“출 수 있긴 한데······. 그냥 바닥에서처럼은······.”

“아무래도 어렵겠지.”

도욱은 끄덕였다.

회사나 뮤직비디오 팀에서나 많은 고민 끝에 결정한 일일 것이다. 불가능하다는 생각이었으면 시도도 하지 않았을 테니 불가능은 아니었다.

‘다만······.’

도욱은 생각했다.

촬영팀은 분주하게 촬영을 준비 중이었다. 리허설을 진행한 후, 석양이 지는 시간에 맞춰 케이케이가 안무를 하는 모습을 찍어내려면 서둘러야 했다.

장비를 옮기는 것만 해도 굉장한 수고가 들었다. 스태프 모두 팔을 걷어 부치고 얼굴을 수건으로 칭칭 감은 채 사막에 촬영 장비를 세팅했다. 장비에 모래가 들어가지 않도록 준비하는 것도 일이었다.

“와. 가젤!”

“뭐? 어디, 어디!”

와중에 가젤 세 마리가 김원의 눈에 잡혔다. 멤버들의 시선이 가젤이 있는 쪽으로 향했다. 늘씬한 가젤들이 빠르게 사막 저편으로 사라졌다.

“마, 신기하긴 한데······.”

정윤기가 이마의 땀을 닦으며 힘없이 중얼댔다. 도욱도 끄덕였다. 어떤 그림이 잡힐 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운 곳이긴 했다.

보기에만 아름답고, 춤을 추기엔 아름답지 않다는 게 문제였지만.

‘과연······. 춤까지 아름답게 뮤직비디오에 담길 수 있을까.’

걱정 속에서 최 감독의 촬영 스탠 바이를 알리는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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