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6
What is your name (5)
“이게 도대체 왜······.”
이대형 팀장은 빠르게 기사를 클릭했다.
기사에는 케이케이가 세계적인 팝스타 LIL과의 앨범을 준비 중이라는 내용이 있었다. 앨범 발매 시기는 현재 미정이며 곡 작업에 들어간 상태라는 내용 또한 담겨 있었다.
굉장히 간략한 기사였다. 대체적인 내용은 맞았지만 케이케이의 앨범이 아닌 LIL의 앨범인 것은 틀린 점이었다.
‘대충 흘려듣고 쓴 모양이네······.’
이대형 팀장은 빠르게 기자의 이름을 확인했다. 이대형 팀장의 리스트에도 있는 연예부 기자였다. 그러나 딱히 다른 기획사와 친하다거나 힛 엔터와도 접점이 있는 기자가 아닌, 평범한 연예부 기자였다.
댓글에는 당연하게도 믿을 수 없다는 반응과 함께 어떻게 성사된 것인지 궁금하다, 기대된다 등의 호의적인 반응들이 대부분이었다.
호의적인 반응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아직 이러한 기사가 나갈 때가 아니었다.
LIL의 콜라보 스페셜 앨범에 도욱의 곡이 실리지 아닐지 확정된 게 나이었기 때문이었다.
기자가 어디서 정보를 듣게되었는지 알아보는 건 나중 일이었다. 우선은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후속보도 들을 막기 위해 기사를 내려야 했다.
“효진 씨! 잠깐 이것 좀 확인해주세요.”
“넵!”
이대형 팀장의 부름에 사무실에 앉아있던 남효진이 자리에서 일어나 이대형 팀장의 책상 앞으로 왔다.
남효진은 얼마 전까지도 팬-마케팅팀의 인턴이었다가 최근 사원이 된 직원이었다. 하는 일이 많았지만 최근의 주된 업무는 언론 및 방송, 광고 관계자 대응이었다.
“여기 이 기사······. 확인 좀 해 봐요.”
이대형 팀장의 목소리에서 어쩔 수 없이 피곤이 섞였다. 아직 협의 중인 프로젝트의 경우 언론이 끼게 되면 이래저래 일을 그르치는 경우가 많았다.
‘물론 당연히 도욱 씨의 곡이 LIL의 마음에 들어서 앨범에 참여해야겠지만······.’
다행이라면 LIL쪽에서 앨범에 관해서 딱히 비밀유지 조항을 넣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LIL쪽의 입장은 워낙 많은 가수들과 콜라보를 하기 때문에 어디서든 말이 흘러나갈 수 있고, 그것으로 홍보 효과를 누릴 수도 있단 것이었다.
실제로도 다른 영국 가수와의 콜라보 얘기가 외국에서는 인터넷상에서 슬금슬금 퍼지는 중이었다.
남효진이 눈대중으로 기사를 확인하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 남효진은 얼마 전 이대형 팀장의 지시를 받아 LIL과의 콜라보 성사 시 홍보 전략을 세우고 이후를 대비해 보도 자료를 작성 중이었다.
“이게 어떻게······.”
“그건 내가 알아볼게요. 효진 씨는 얼른 정정 기사 작성해서 보내도록 해요.”
“어······. 사실 무근이라고 할까요?”
“아뇨. LIL과 작업 관련 연락이 오간 것은 맞지만, 정해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해주세요.”
남효진이 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침을 한 번 삼킨 이대형 팀장이 덧붙였다.
“아, 그리고 우리 내일 보내려던 기사 있죠?”
“돔 투어 말씀이세요?”
“네. 그거 오늘 다 돌리도록 하세요. 그리고 원래 내일 저녁에 올리려고 했던 투어 티저도 오늘 풀어야겠네요. 디자인팀에서 작업물 다 전달 받아놨죠?”
“네. 기사 보내고, 도라희 대리님 미팅 끝나고 오시면 말씀 드리고 오늘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래요. 최대한 빠르고 정확하게, 알죠?”
“넵!”
남효진이 대답하고는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이대형 팀장은 우선은 단독 보도 기사를 쓴 기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
<케이케이, 일본 5개 돔 투어 확정! 한국 가수로서 두 번째 기록!>
<일본 정복 코앞에 둔 케이케이! 일본에서도 通했다!>
<케이케이, LIL과는 연락만 주고받았다... 멤버들 현재 돔 투어 준비에 열심!>
<케이케이 3월 돔 투어! 일본 진출 이모저모>
-아침에는 LIL이랑 뭐 한다더니 월드스타 가나요?
-LIL이랑은 확정 아니래여ㅋ 돔투어만으로도 대박임!ㅋㅋ
-5개 돔투어면 일본 가수도 하기 힘든 것 아님? 쩔긴 쩐다
-너 케이케이 빠순이지?
-일본에 이 정도 라이브되는 가수 전무할 듯ㅋㅋㅋ 케이케이 자랑스럽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진심 자랑스럽네요. 이런 게 문화 외교입니다ㅎㅎ
-케이케이 군대 갔다 옴?
-오빠들 아직 20대 초반이삼..
-중국이랑 다른 아시아권에서도 인기 있지 않나? 슈스 인정각ㅋㅋ
-대상가수 케이케이입니다^0^!
-일본에서 안형서가 콜라 원샷하고 고생하던데 고생한 보람은 있어서 다행이네
-맘찢ㅠㅠㅠㅠㅠㅠ
-그거 웃기던데ㅋㅋㅋㅋㅋ 스게스게ww
-진짜 인터넷 휩쓸었지ㅋㅋ 나도 따라해 봤다가 죽을 뻔
-함부로 따라하면 안 돼요 저 방에 다 뿜어서 엄마한테 ㅈㄴ혼남
-ㅋㅋㅋㅋㅋㅋㅋㅋㅋ븅...
-가라! 엔화 원정대!
-자 이제 시작이야! (엔화를!) 엔화를 버는 여행!
-ㄲㄲㄲ 들린다 들려~~~ 엔화 벌어오는 소리가~~~
-나도 좀 나눠줬으면..
-케이케이 한국 활동은 언제 하나요? 케이케이 기다리다 눈 빠지겠다능
-일본가면 함흥차사 되던데 케이케이도 그 루트타면 어캄?
-한국 앨범도 돔투어 끝나면 바로 나온다 했음ㅇㅇ
-안 쉬나 보네 소처럼 일하네 진짜ㅜㅜ;
-이제 소보다 더 열심히 일하는 듯..
-강도욱 얼보싶 강도욱 티비에 많이 나오게 국가에서 할당량 지정해줘야 함 못 채우면 강제 출연
-얼굴 보고 싶다고? 나도
-뉴스 앵커 하면 안 되냐 매일 보고 싶다
-짜증나는 뉴스보다 강도욱 얼굴이 유잼인 건 인정
돔 투어 기사가 나가자 사람들의 시선은 일단 돔 투어 쪽에 몰렸다. LIL과의 작업을 여전히 기대하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확정이 아니라고 하니 일단 기다려 보자는 반응들이었다.
그 시각, 도욱은 작업을 마친 파일을 메일에 첨부하고 있었다.
“긴장 되네······.”
도욱으로서도 긴장될 수밖에 없는 순간이었다.
수정을 하든, 방향을 틀어서든 당연히 도욱의 곡을 쓰는 일이 아니었다. 작곡자 강도욱은 처음으로 ‘클라이언트’라고 할 수 있는 아티스트를 만난 것이었다.
작곡가라 하면 이미 만들어놓은 곡을 잘 맞을 만한 가수에게 주는 경우도 있었지만, 의뢰를 받아 곡을 작곡하게 되는 경우도 있었다.
‘앞으로의 작업들에 많은 영향을 끼치게 될 거다.’
보내기 버튼을 클릭해 앨범제작팀에 메일을 보내놓고, 도욱은 마우스에서 손을 뗐다.
도욱이 앨범제작팀에 파일을 보내면, LIL에게는 앨범제작팀에서 전달하기로 돼 있었다. 앨범제작팀 담당자가 도욱의 메일만 기다리고 있을 테니, 곧바로 작성해둔 메일 내용과 함께 LIL에게도 전달될 것이었다.
메일에는 도욱이 작업한 곡의 의도와 설명을 영어로 번역해 넣을 예정이었다.
고심 끝에 화살을 골랐고, 화살은 이미 쏘아 진 상태였다. 더 이상의 걱정이나 긴장은 무의미했다.
도욱은 그렇게 생각함과 동시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일본 돔 투어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었다.
멤버들은 지난 일본 공연 때는 없었던 새 정규 앨범의 일본어로 된 수록곡들은 완벽히 숙지하고, 돔 투어용으로 새롭게 짜인 무대 세트리스트를 익혀야만 했다.
도욱도 곡 작업 중이었지만 단체 연습은 무조건 참석해 연습에 매진했다.
이제 곡 작업이 끝난 만큼 LIL에게서 피드백이 올 때까지 개인 연습 시간도 제대로 활용할 수 있을 듯했다.
***
도욱이 연습실로 나오자 먼저 와 있던 멤버들이 도욱을 반겼다. 멤버들 분위기가 평소보다 시끌시끌했다. 도욱이 의아한 얼굴로 바라보자 박태형이 말했다.
“우리······. 광고 하나 더 한대.”
“무슨 광고?”
도욱은 물으며 휴대폰을 꺼내 메시지를 확인했다. 오백호 실장과 구철민, 케이케이 멤버들이 모두 있는 단체방에 오백호 실장이 보내온 메시지가 있었다.
곡을 보내고 곧바로 준비를 하고 나오느라 미처 확인하지 못했던 메시지였다.
“콜라 광고!”
김원이 외쳤다.
[형서가 한 건했다. 우리 단체 콜라 광고 3개월짜리 간다! 이제 너희 몸값 많이 올랐어ㅋㅋ]
동시에 도욱도 오백호 실장의 메시지를 확인했다.
어쩐지 멤버들이 안형서를 둘러싸고 있었다.
안형서는 무척이나 기분이 좋은 듯했다. 어깨를 으쓱거리며 다 나한테 고마워하라고 난리였다.
“고맙다, 고마워. 마, 고마워 죽겠네!”
안형서의 성화에 못 이겨 정윤기마저 안형서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게 됐다.
“고마워요. 음료 광고 해보고 싶었는데.”
도욱도 거들자 안형서가 턱을 치켜들었다. 그런 안형서를 보던 석지훈이 물었다.
“근데 형, 광고주가 또 그거 하라고 하면 어떡해요? 원샷?”
“나 그거 두 번은 못 해!”
“그거 할 줄 아는지 알고 섭외한 거 아니겠어요?”
“편집으로 어떻게 안 되나?”
안형서가 당황하며 하는 말에 석지훈이 뒤편에서 음모가 가득한 웃음을 짓고는 안형서에게는 진지한 표정을 내보이며 말했다.
“연습해야 되는 거 아닐까요.”
“헐? 그런가?”
안형서가 진지하게 고민하는 사이 연습실 문이 열리며 안무 선생인 노태현과 댄스팀이 우르르 들어왔다.
노태현은 십 분 뒤부터 안무 연습을 시작할 거니 그때까지 몸을 풀어두라고 말하고는 자신도 몸을 풀기 시작했다.
흩어져 몸을 풀면서도 멤버들은 콜라를 주로 마셔야 할 건 안형서가 될 거라며 안형서를 놀리는 일을 멈추진 않았다.
그때, 댄스팀원들 중에서 가장 나이도 경력도 많은 이가 다가와 물었다. 현재 댄스팀과는 케이케이 두 번째 앨범부터 함께 활동했기 때문에 친분도 꽤 두터워 형, 동생 하는 사이였다.
“LIL이 앨범 참여한다는 거 진짜야?”
“예? 그런 건 아니구. 그냥 뭐 연락만 오고간 거예요.”
“아 그래? 진짜로 연락한 거야? 대박이다. 우리도 막 미국 공연 같이 가고 그러는 거 아냐, 나중에?”
안형서의 답에 댄스팀원이 신나서 떠들어댔다. 안형서는 어쩐지 도욱의 눈치가 보였다. 벌써 이런 기대를 받으니 이제 막 곡을 보내고 돌아왔을 도욱이 부담스러울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되기만 하면 바랄 게 없죠.”
그러나 도욱은 편안한 얼굴로 댄스팀원을 향해 답했다.
댄스팀원이 돌아서 가고 나자 안형서는 괜히 부담만 되게 왜 기사가 벌써 나갔는지 모르겠다고 투덜댔다.
이대형 팀장이 알아보고는 있었지만, 기자 쪽에서 별달리 의도가 있었던 것도 아니었고 지인에게 흘려들었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어서 기사의 근거지를 찾기는 쉽지 않을 듯했다.
도욱은 이제 케이케이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도가 높은 만큼 별수 없이 흘러나가는 정보가 많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관심이 많아질수록 감당해야 할 리스크도 늘어나는 법이었다.
‘손해가 생기는 일이 아니라 그나마 다행이다. 중요한 일은 더 조심하는 수밖에······.’
도욱은 생각하며 안형서에게 답했다.
“저는 괜찮아요. 그래도 빠르게 처리해주신 덕분에 기사 한두 개 난 게 전부고. 정정도 됐고.”
“그래. 그리고 LIL이랑 진짜 작업하면 되지! 마음에 안 든다고 우리랑 못 하겠다고 하면 수정해 준다고 해. 우린 LIL 코러스만 해도 상관없어.”
“아니에요. 안 그러게 해야죠.”
“그래. 곡은 진짜 좋던데. 릴형 귀에도 맘에 들었으면 좋겠다.”
“벌써 형이에요?”
“너무 친해 보이냐? 그럼 릴 선배님?”
“데뷔연도로 따지면 저희가 선배일걸요.”
“아 그럼 릴 후배님.”
곧 안무 연습이 시작되었다. 도욱을 비롯한 멤버들은 무섭게 집중하며 땀을 흘렸다.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는 순간 흘리는 땀만큼 투명한 땀이 없었다. 어떠한 사심도 섞이지 않은 그저 무대를 향한 열정만으로 이루어진 땀이었다.
***
다음 날, LIL에게서 온 답변은 더 잘 들어보고 연락을 주겠다는 형식적인 답이었다.
이후로 LIL쪽의 연락은 꽤 오래 오지 않았다.
시간은 빠르게 흘러 일본 돔 투어의 첫날인 오사카 쿄세라 돔 공연일, 긴장감 속에 공연을 준비하는 도욱에게 LIL의 답변이 드디어 도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