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눈 떠보니 슈퍼스타-113화 (113/225)

# 113

아름다운 사람 (4)

Q. 이번 무대 의상은 마크러스에서 협찬을 받았다고 하던데.

A. 그렇다. 마크러스 쪽에서 흔쾌히 허락해주셨다.

Q. 원래 명품을 좋아하나?

명품 브랜드들이 지키려고 노력하는 장인정신들을 존중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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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이번 노래는 이건우에게서 받았다고. 이건우는 자신이 원하지 않으면 어떤 대단한 가수가 와도 곡을 주지 않는 걸로 유명하다. 다른 가수들을 제치고 받은 소감은 어떤가.

A. 이건우 선배님의 노래가 저와 잘 맞았던 것 같다. 많은 고민 끝에 저에게 곡 주기로 결정해 주셔서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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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가장 핫한 스타, 강도욱과의 만남은 무척이나 인상 깊었다.

한 마디로 ‘잘 나간다’는 게 무엇인지 알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인사를 하며 나가는 순간에 마저 그의 귀에서 명품 브랜드 알렌산드로의 귀걸이가 찰랑이며 반짝였다.

“야, 이건 완전······.”

기사 전문을 읽은 오백호 실장이 탁, 소리를 내며 마우스를 집어던지다시피 했다.

오백호 실장의 옆에 붙어 선 구철민은 어쩔 줄 몰라 하며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도욱은 거실 소파에 앉아서 휴대폰으로 기사 댓글들과 커뮤니티 반응 등을 보고 있었다.

팬-마케팅팀에서 처리에 나섰지만 한번 실시간 검색어에 오른 도욱의 이름은 내려갈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다.

일단 ‘강도욱’이라고 하니 사람들이 자꾸만 눌러보고 있어서였다.

강도욱을 누르면 가장 첫 번째로 뜨는 기사가 뉴스패치 최성준 기자의 인터뷰 글들이었다.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기사를 보고 댓글을 통해 갑론을박을 하기 시작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도욱이 물 먹이려고 아주 작정한 새끼네. 이 새끼.”

오백호의 인상이 다시없을 만큼 험악해졌다.

“너는 옆에서 안 막고 뭐 했어, 인마!”

“아······. 이렇게 내보낼 줄은······.”

“내가 너 뭐라고 가르쳤냐. 기자 조심하라고 했지. 중간에 기자가 바뀌었으면 나한테 제때 보고를 했어야지.”

“죄송합니다. 면목 없습니다.”

백짓장처럼 희게 질린 얼굴로 오백호 실장이 허리를 숙였다.

그런 구철민을 바라보던 오백호 실장이 고개를 젓곤 소파에 굳은 표정으로 앉아 있는 도욱에게 물었다.

“도욱이 너······. 진짜 이런 식으로 말한 건 아니지?”

말도 안 되는 이야기였지만, 어쨌든 팬-마케팅팀에서 기사를 내리려고 하는 이 시점에 가장 중요한 건 도욱이 조금이라도 이런 식으로 기사화가 될 만한 빌미를 제공했는가였다.

“아니에요.”

“그래, 네가 그럴 리가 없지.”

오백호 실장은 끄덕였다.

그러나 대부분의 이들은 이미 기사를 전적으로 믿고 있는 듯했다. 본래 누군가를 칭찬하는 일보단 비난하는 일에 더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동조하고, 많은 댓글이 달리는 법이었다.

그런 걸 이용하는 기자들이 너무나 많았다.

-몰랐는데 좀 거만한가 보네? 기사에서 기자의 빡침이 느껴지는ㅋㅋ

-기레기 새끼 믿을 수가 없다 도욱이가 이렇게 말했을 리 없어...

-기레기야 기사 내려라

-강도욱 빠순이 고용했냐? 돈 많이 번 거 맞는 듯ㅇㅇ

-금수저였구나.. 노력형인 줄 알았는데

-이건우한테 곡 까인 다른 가수들 뭐가 됨ㅋㅋ

-명품 어지간히 밝히나ㅋㅋ

-도욱 씨 좋아했는데 의외네요.. 실망..ㅠㅠ

정말이지 생각해 본 적도 없는 방향의 기사였고, 댓글들이었다. 그야말로 ‘창조 논란’이었다.

도욱은 댓글들을 내려 보다 문득 이진리가 밥을 먹다가 했던 말을 생각해냈다.

숨만 쉬어도 이산화탄소 뱉는다고 환경 해친다고 할 사람들이라는 말이었다.

어지간한 악플에는 도가 큰 이진리의 어딘가 해탈한 듯한 농담이었다. 도욱은 이진리의 심정을 전부는 아니지만 일부 정도는 가슴 깊이 이해할 수 있었다.

억울한 것도 사실이었지만, 이렇게 될지도 모른다고 어느 정도 예상하기도 했었다.

‘이미지라는 게 한번인데, 내가 너무 안일했던 건가······.’

도욱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사실 적극적으로 해명하고 나서기엔 모호한 부분이 너무 많았다. 없는 말을 지어낸 것도 아니었고, 교묘하게 편집해 놓았기 때문이었다.

괜히 긁어 부스럼을 만들 수도 있었다. 몰랐던 사람까지 해명을 하다 보면 알게 되는 것이었다. 며칠 지나면 잠잠해질 정도의 논란이기도 했다.

‘하지만······. 또 쉽게 간과했다가는 이미지가 굳어버릴 수도 있어.’

도욱은 물론이고 다른 회사 사람들도 걱정하는 건 바로 이 부분이었다.

가라앉은 분위기 속에서 오백호 실장의 휴대폰이 울렸다.

도라희 대리로부터 온 전화였다. 오 실장은 빠르게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네. 어떻게 됐습니까?”

구철민과 도욱은 오백호 실장의 통화 내용에 집중했다. 휴대폰 너머에서 도라희 대리의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 예. 알겠습니다. 네 수고하세요.”

오백호 실장이 통화를 끝마치자마자 구철민이 어떻게 됐냐 물었다. 오백호 실장이 숨 돌릴 틈도 주지 않을 기세였다.

구철민은 도욱과 일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도욱의 마음 씀씀이는 이미 잘 알았다. 연예인들에게 이런 논란은 하루가 멀다 하고 생겨나는 논란들이었지만, 구철민은 마치 자신의 일처럼 억울했다.

다른 사람이면 몰라도 도욱의 겸손함은 갓 입사한 말단, 종일 운전을 하며 붙어다니는 로드매니저인 자신이 제일 잘 알았다.

“뭐래요!”

“이 자식이. 인터뷰 때나 이렇게 나설 것이지. 기사 내리면 더 일 커질 수도 있어서 일단은 정정 기사 내기로 했대. 안 내주면 다시는 케이케이 인터뷰 안 한다고 했으니까.”

오백호 실장의 말에 도욱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케이케이나 도욱은 이제 어느 정도의 위치에 올라 있는 상태였다. 언론사를 상대로 싸울 정도는 아니었지만, 이 정도 줄다리기는 가능했다.

“정정 기사는 우리 쪽이랑 얘기하고 낸다니까······. 일단은 기다려봐야지.”

“네.”

끄덕이는 오백호 실장이 어렵사리 말을 꺼냈다. 도욱은 한편으로는 그저 기다리기만 해서 될 일인지에 대해 생각 중이었다.

정정 기사를 낸다고 해도 소속사에서 연락 와서 수정했냐는 비아냥이 따라 붙을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근데 도욱아······.”

“네. 말씀하세요.”

“정정 기사 내는 걸로는 계속 이 이미지 남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오백호 실장의 말에 구철민이 미간을 찌푸렸다.

“그렇다면 큰일이잖아요?”

도욱은 오백호 실장이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 것도 같았다. 도욱도 방금 전 했던 생각이기도 했다.

“그 사실을 밝히면 어떨까 한다.”

정확히 도욱이 생각했던 부분이었다.

“저도 생각하긴 했는데······.”

도욱이 내키지 않는다는 듯 말을 흐렸다. ‘그 사실’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는 구철민은 무슨 사실이냐 묻고 싶었지만 분위기상 말을 꺼내지 못하고 있었다.

“너무 이 일 수습하려고 이용하는 것 같아서······.”

“네 마음도 알겠지만, 이런 이미지 오래 끌어안고 있어봐야 앞으로 좋을 일 없다. 빨리 해결해서 아예 없애 버려야지.”

오백호 실장 말이 맞았다.

“그 방법이 가장 확실하겠죠.”

“그래.”

도욱은 수긍했다. 오히려 이미지를 더 좋게 만들 기회이기도 했다.

“그럼 그렇게 해주세요. 그리고 백호 형. 최성준 기자에 대해서도 조금만 알아봐주시겠어요?”

“안 그래도 이 팀장이 알아봤는데 서울신문 사회부 기자였다던데? 이번에 뉴스패치로 이직한 모양이더라구.”

“사회부 기자가 왜······.”

아무래도 연예부 기자는 사회, 정치부 기자보다는 전문성을 낮게 평가받고는 했다. 도욱의 가슴속에 더욱 커다란 의구심이 생겨났다.

“돈을 더 준다고 했나 보지 뭐. 아무튼 그래서 별다른 정보도 없어. 이쪽은.”

오백호 실장이 혀를 차며 답했다.

도욱은 계속해서 최성준 기자가 누구였는지 생각해내려 애썼다. 누구인지 정확히 알아야 답답한 가슴속 무언가가 뚫릴 듯했다.

***

바로 다음 날, 인터뷰 기사는 정정되었다.

오해의 소지가 있어 전문을 올린다는 설명구와 함께였다.

Q. 이번 무대 의상은 마크러스에서 협찬을 받았다고 하던데.

A. 그렇다. 감사하게도 마크러스 쪽에서 흔쾌히 허락해주셨다. 좋은 무대를 만들기 위해서 의상에 힘써주신 한정아 스타일리스트님께도 감사드린다.

Q. 원래 명품을 좋아하나?

명품을 좋아한다고 말하긴 어렵다. 좋아 보이면 가리지 않고 해본다. 명품 브랜드들이 지키려고 노력하는 장인정신들을 존중할 뿐이다.

.

.

Q. 이번 노래는 이건우에게서 받았다고. 이건우는 자신이 원하지 않으면 어떤 대단한 가수가 와도 곡을 주지 않는 걸로 유명하다. 다른 가수들을 제치고 받은 소감은 어떤가.

A. 이건우 선배님께 곡을 받은 건 정말로 영광이다. 제 선생님이기도 하셨던 김우연 선배님의 도움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만남이었다. 그래서 잘 봐주신 것 같다. 또 ‘제발 가지 마’ 노래가 저와 잘 맞았던 것 같다. 많은 고민 끝에 저에게 곡 주기로 결정해 주셔서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

본래 이렇게 정정 기사를 내는 일까지는 잘 없었지만 힛 엔터테인먼트의 요구를 최성준 기자는 의외로 순순히 받아들였다.

오히려 데스크 쪽에서 어렵다는 식의 답변을 해왔었다.

어쨌든 전문이 공개되자 댓글의 전반적인 반응들이 도욱을 옹호하는 쪽으로 바뀌었다.

“어, 이거 봐. ‘역시 이럴 줄 알았다. 아 다르고 어 다른 건데, 쯧쯧! 기사 잘 쓰세욧!’ 이렇게.”

“말투 뭐냐······.”

“이렇게 읽어줘야지~!”

안형서가 댓글을 실감나게 읽어내려 가자 정윤기가 비웃음을 흘렸다.

“마, 진짜 내가 다 억울했는데 다행이다.”

정윤기의 말에 옆에 있던 멤버들도 끄덕였다. 자신들이 아는 도욱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욕을 먹고 있는 모습이 멤버들에게도 너무나 억울했었다.

“팬들한테 욕먹어서 억지로 정정 기사 쓴 거 아니냐는 반응도 있네요······.”

석지훈의 말에 안형서가 한숨을 쉬었다.

인터뷰 기사가 난 후 팬들은 조직적으로 모여 항의 메일을 수백 통씩 보냈었다. 뉴스패치 신문사 게시판도 항의글로 도배가 되어 있었다.

“괜찮다. 어차피 그 기사도 나간다며.”

“네.”

정윤기의 말에 도욱이 끄덕였다.

“걱정 말고 무대 잘하고 와.”

“안 해요. 걱정.”

도욱의 말에 멤버들이 든든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도욱은 오늘 서울시에서 열리는 ‘청소년 희망 콘서트’ 무대 스케줄이 있었다.

멤버들의 응원을 받으며 도욱은 무대를 위해 숙소를 나섰다.

***

<케이케이 강도욱, 얼굴만 잘생긴 게 아니라 마음까지 잘생겼다!>

<강도욱 케이케이 때부터 지금까지 음원 수익 1년여 넘게 기부중..>

<기부천사 강도욱! 청소년들을 위해 억 소리 나는 기부!>

힛 엔터테인먼트 측에서 낸 기사는 다름 아닌 도욱의 기부에 관련한 기사였다.

사실 도욱은 자신의 이름으로 음원 수익이 발생해 통장으로 들어오던 순간부터 수익의 5% 정도를 청소년들을 위한 단체에 기부하기 시작했다.

특히 ‘학교 폭력 근절’ 관련 캠페인을 진행하는 단체에 가장 많은 액수의 돈을 기부해왔다.

이 사실은 멤버들도 알지 못하던 사실이었다.

오백호 실장과 정산을 해주는 회사 재무팀 정도만 알고 있었다.

도욱은 자신이 다시 한 번 기회를 얻게 된 데에는 모두 뜻이 있다고 생각했다. 아무에게나 쉽게 주어지는 기회가 아니었다. 설령 뜻이 없다고 해도 뜻은 만들어 가면 되는 것이었다.

도욱은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할 생각이었고, 기부는 그 일환 중 하나였다.

지금도 자신과 같은 이유로 고통받고 있는 이들을 위해 할 수 있는, 현재로는 최선이라는 생각이었다.

‘그 일을 이렇게 알릴 생각은 없었지만······.’

도욱은 기사가 난 것을 보며 생각했다.

구철민은 시청 앞에서 행해지는 행사장으로 가기 위해 운전을 하는 중이었다.

특히 학교 폭력 근절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일부러 기사에 실었더니 마침 댓글에 요즘 학교 폭력이 심하며, 진짜 관심이 많이 필요하다는 얘기들이 달려 있었다.

‘그래······. 이런 관심이라도 모을 수 있다면, 다행이지.’

그때 도욱의 휴대폰이 울렸다.

모르는 번호였다. 워낙 극성팬들이 도욱의 번호를 알아내 전화를 해오는 일이 잦았기 때문에 도욱은 웬만하면 전화를 받지 않는 편이었다.

그래도 한 번 정도는 받아보고 끊을 생각으로 전화를 받았을 때였다.

“여보세요?”

-아, 강도욱 씨 전화 맞습니까?

그러나 목소리는 남자였다. 얼마 전에도 들었던 목소리. 도욱은 상대방이 신원을 밝히기도 전에 남자가 누구인지 알아챘다.

“네, 맞습니다. 기자님.”

최성준 기자였다.

-안녕하세요. 지금 통화 가능하실까요?

“네. 가능합니다. 말씀하세요.”

-죄송······ 합니다.

직접 사과 전화까지는 올 줄은 몰랐던 도욱이었다.

-오해가 있습니다. 제가 그렇게 기사를 내려던 건 아닙니다. 그리고······ 학교 폭력 근절을 위한 단체에 기부했다고 하시던데······.

그리고 그 순간, 도욱은 최성준 기자가 누구였는지 기억해낼 수 있었다.

서강준이 괴롭혔던 건 도욱만이 아니었다. 고등학교에 가서는 또 다른 피해자가 있었다. 과거에 그 피해자가 서강준의 만행을 밝혔지만, 모두 거짓처럼 여겨져 오히려 그 피해자만 몰매를 맞았었다.

‘최성준 기자. 그래······ 이름이 익숙하다 했지. 기자라는 직함까지도······.’

최성준은 그 피해자의 형이었다.

‘서강준의 폭력 행위를 알리려던 피해자의 친형!’

도욱은 최성준에게 물었다.

“네, 맞아요. 기자님. 혹시······ 시간 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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