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0
아름다운 사람 (1)
<‘캠핑 48시간’ 새로운 멤버 영입...케이케이 멤버 중 하나! 오늘 첫 촬영...>
<케이케이 강도욱 솔로로 홀로서기! 이건우와 손잡았다!>
<강도욱...솔로에 이어 ‘캠핑 48시간’까지 접수 완료?!>
<‘캠핑 48시간’ 측 케이케이 멤버 중 누구인지는 일급 기밀!>
‘푸른 하늘’ 활동이 끝난 후 잠시 휴식기에 들어간 케이케이에 조용하던 팬 커뮤니티는 금세 복작복작해졌다.
갑자기 쏟아진 두 가지 소식에 모두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도욱의 솔로 앨범 소식도 놀라운데 ‘캠핑 48시간’ 고정 출연진이 되었다는 소식까지 들려오니 도욱의 팬들은 정신이 없을 수밖에 없었다.
-도욱이 솔로라구욧? 소리 질러!!!
-도욱이 결국 솔로 하는구나 생각보다 빠른데?
-설마 내가 생각하는 그 이건우야? 강도욱 클라스ㄷㄷ
-언제나 상상 이상의 그것임
-근데 이건우면 발라드? 너무 기대돼~~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캠핑 48시간! 자다가 일어났더니 이런 대박 소식이라니! 누가 돼도 응원한다!
-예능이니까 형서 아닐까? 원이나?
-정윤기 예능 소취ㅠㅠ
-도욱 오빠 솔로;;; 정말 쉬지 않고 일하는 것
-강도욱..우도욱으로 성 바꿔야 함 진짜 소처럼 일하네
-캠48도 아무래도 도욱 오빠일 듯
-내 친구 아빠가 관계잔데 캠48 도욱이 출연 확정임ㅋ
-헐 솔로에 캠핑까진 무리 아님?
-그러게 또 몸 아픈 건 아닌지 진짜 걱정된다ㅠㅠ
-걱정되는 마음은 알겠는데 캠48 같은 프로그램 나가는 거 도욱이한테 진짜 좋은 일이고.. 완전 국민 스타될 수 있는 기회
-캠48 안 나가도 도욱오빠 정도면 이미 인지도는 갑이지 않음?
-그래도 캠48 같은 예능 인지도랑 다르지..
팬 커뮤니티는 도욱의 솔로 앨범과 ‘캠핑 48시간’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하루에도 수백 개씩 글이 쏟아졌다.
도욱이 솔로 앨범 활동과 앞으로 케이케이 활동까지 하면서 과연 ‘캠핑 48시간’에 출연이 가능한 것인지, 애초에 ‘캠핑 48시간’ 출연자가 도욱이 맞는 것인지 토론의 장이 열린 것이다.
그러면서 팬 커뮤니티 중 활성화된 커뮤니티 랭킹 1위에 오르기도 했다.
도욱이 팬들에게 원했던 부분도 이런 것들이었다. 홍보팀 시절, 도욱이 인턴 때부터 해온 일이 팬 커뮤니티 모니터링이었다. 그때 느꼈던 바는 팬들이 생각보다 이런 저런 일들을 추측하길 좋아한다는 것이었다.
때로는 확실한 기정사실보다 불확실한 사실들에 더욱 몰려들어 이러쿵저러쿵 이야기들을 나눴다.
사방신화 팬들과 벌어지는 약간의 신경전 외에는 별다른 이슈가 없는 팬들에게 이런 작은 이야깃거리가 팬들의 활동을 활성화 시키는 데 도움이 될 거라고 도욱은 판단했다.
대중들도 마찬가지였다. ‘캠핑 48시간’에 출연하게 되는 케이케이 멤버에 대해 여러 가지 추측을 하면서 여러 말들을 퍼다 날랐다.
‘캠핑 48시간’ 측에서는 인터넷상에서 케이케이의 화제성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한편으로 엄우석 PD는 케이케이와 도욱의 인기에 놀라며 조명국 예능국장의 말이 어느 정도 일리가 있었음은 인정했다.
‘조 국장님 주장대로 강도욱을 특별 게스트로라도 출연시킨 건 정말 잘한 일인 것 같군.’
동시에 케이케이의 예능 멤버로 석지훈은 언급되지 않는 것을 보면서 자신의 선택에도 만족스러워했다.
‘의외성에 사람들이 또 한 번 놀라겠지? 그리고 석지훈이 스타가 된다면, 그건 모두 캠핑 48시간의 공이다. 석지훈이 잘만 해준다면······.’
도욱도 엄우석 PD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거기에 ‘캠핑 48시간’과 엮이면서 자신의 솔로 앨범에 대한 기대도 한층 높아진 상태였다. 두 이야기가 마치 하나의 이야기인 것처럼 엮여 있었기 때문이었다.
도욱은 생각했다.
‘첫 촬영이 끝나면 아무리 비밀을 유지하려고 해도 조금쯤은 말이 새어나갈 거다······. 그래도 멤버가 두 명이나 와 있으니 확신은 못 할 테고······
첫 방송은 일주일 후였다.
그때쯤 도욱의 솔로 앨범 활동도 시작될 예정이었다.
***
다시 난지도캠핑장, ‘캠핑 48시간’ 촬영장.
“자, 상의할 시간은 15분 드리겠습니다! 새 멤버를 찾아주세요!”
진원과 이석근이 고개를 저었다.
“이게 무슨 윌리를 찾아라야······.”
“윌리는 생김새라도 알지!”
두 사람이 투덜대는 사이 김재민은 한 명, 한 명 탐색을 시작했다.
“다 분장을 하신 거네요?!”
“당연한 소리를!”
김재민의 뻘한 소리에 강천호가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본격적으로 모든 출연진들이 한 명, 한 명의 얼굴을 뚫어져라 살폈다.
“이 중에 연예인 찾으면 되는 건가?”
진원의 말에 모두들 연예인이 분장을 한 듯한 모습을 찾았다. 그러나 워낙 분장을 꼼꼼하게 한 터라 전부 모르는 얼굴로 보일 뿐 연예인으로 생각되는 이는 없었다.
“어우······. 이분은 냄새까지 분장한 거예요?!”
도욱의 앞에 선 이석근의 말에 모두들 인상을 찌푸리면서도 웃어버렸다. 도욱은 정말 거리의 사람이라도 된 듯 음울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이며 뒷걸음질 쳤다.
이석근은 절레절레 고개를 저으며 누군지는 몰라도 보조출연자분이 열연하신다고 멘트를 날렸다.
이때 진원은 석지훈의 앞에 가 있었다.
“아니 분장을 해도 조금 잘생긴 것 같은데 이분은?”
“어? 잘생겼다고?”
잘생겼다는 말에 다른 사람들을 살피던 출연진들이 우르르 석지훈의 앞으로 몰려갔다.
석지훈은 자신 앞에 몰려든 출연진에 자신의 정체가 발각되는 것은 아닌지 등 뒤로 땀을 흘리고 있었다. 그러나 표정만은 덤덤했다.
석지훈도 나름 아역 연기자출신이었다. 오히려 당황을 숨기며 빙긋 웃으면서 손을 흔들어 보이기까지 하는 여유 있는 행동을 했다.
유심히 바라보던 출연자들이 아닌가 보다며 물러났다.
“5분 남았습니다.”
엄우석 PD의 냉정한 말에 출연진들이 아우성이었다.
“이거는 진짜 모래알에서 김 서방 찾기 아이가!”
흥분한 강천호가 사투리를 뱉어냈다. 진원이 불퉁한 얼굴로 엄 PD에게 따져 물었다.
“뭐 힌트라도 줘야 하는 거 아니에요?”
“가수 출신 연예인입니다.”
“연예인? 그건 우리도 알고······. 가수인 게 지금 무슨 힌트에요! 이렇게 다 분장을 시켜놓고!”
“한 명씩 말이라도 해봅시다!”
이석근이 말했지만 열 명의 분장인들은 약속된 대로 다같이 말을 하기 시작했다. 열 명이 동시에 말하니 목소리를 듣기가 너무나 어려웠다.
출연자들이 의심 가는 분장인의 앞으로 가 목소리를 들으려 집중했지만, 역시 무리였다.
“어?!”
그때 진원이 큰소리를 내며 소리쳤다. 모두의 이목이 진원 쪽으로 향해다.
“아! 뭐야! 찾았어!!!”
진원의 말에 다들 큰 눈을 떴다. 진원은 도욱의 앞에 서 있었다.
“이야! 아 석근이 형, 이 사람을 아니라고 하면 어떡해요!”
“뭐야, 뭐야. 누군데!”
도욱이 당황한 채 표정을 굳혔다. 그 순간 엄우석 PD도 굳어 있었다. 사실은 당황한 척하는 연기였다. 엄우석 PD도 도욱도 출연진들이 어쩌면 도욱 정도는 알아볼 거라고 생각했다.
사실 이목구비가 워낙 뚜렷해 웬만한 분장으로는 숨기기 어려운 점도 있었다.
당황해하는 엄 PD의 얼굴을 보며 더욱 정답을 확신한 듯 진원이 입꼬리를 올렸다.
“케이케이 강도욱이잖아!”
“뭐라꼬? 강도욱?!”
강천호가 도욱이라는 말에 헐레벌떡 도욱의 앞으로 왔다. 자꾸만 고개를 숙이는 도욱에게 핀잔을 주며 고개를 들게 했다. 한번 도욱이라고 생각하기 시작하니 정말로 도욱이었다. 출연진들은 쾌재를 불렀다.
“그럼 그분으로 선택하시겠습니까?”
“결정 끝났다 아입니까!”
출연진들이 모두 도욱의 뒤에 가 서 있었다. 강천호가 확신에 가득찬 채 외쳤다.
잠시간 긴장감을 주기 위해 침묵한 엄우석 PD가 답했다.
“틀렸습니다.”
그 말에 모두들 혼란을 감추지 못했다. 충격을 받은 채 굳어 있었다. 가장 먼저 충격에서 빠져 나온 진원이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앞으로 나와 도욱에게 물었다.
“아니, 진짜 이상하네. 케이케이 강도욱! 맞는데! 제가 집에서 종일 텔레비전 봐서 아는데······! 강도욱 아니에요?”
그때, 도욱이 천천히 떡이 진 듯한 장발 가발을 슥 벗어내며 답했다.
“맞습니다. 강도욱.”
“와······.”
정중하게 답하며 씩 미소를 짓는 도욱의 모습을 카메라 감독이 클로즈업했다. 여전히 얼굴에는 숯칠이 되어 있었지만, 가발을 벗어내고 표정을 푼 도욱의 모습은 숯일을 하고도 ‘잘생김’ 그 자체였다.
출연진들이 감탄한 건 바로 그 부분이었다.
단번에 발견하지 못한 게 이상할 정도로 잘생긴 얼굴이었다. 숯칠을 뚫고 빛이 나는 것 같았다.
그 잘생김에 홀려 있기도 잠시, 출연진들이 난리를 쳤다.
“연예인이라면서요!”
엄우석 PD가 실실 웃으며 답했다.
“네. 새로운 멤버를 소개합니다.”
석지훈이 안경과 가발을 벗으며 성큼성큼 도욱의 옆으로 걸어나왔다. 도욱 정도는 아니었지만, 석지훈 역시 훈훈한 외모를 자랑하고 있었다.
출연진들이 벙 찐 채 석지훈을 바라보았다. 석지훈이 예의 바르게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동시에 형들을 골려 즐거운 막내의 본능을 숨기지 않은 채 웃음기를 띠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석지훈입니다.”
“이건 사기다!”
“두 명이나 있는데 어떻게 맞춰요!”
“감으로 맞추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와, 엄 PD 무서운 사람이네······.”
소름이 돋는다는 듯 어깨를 감싸고 쓸어내리는 등 오바를 한 뒤에야 강천호가 도욱과 석지훈과 인사를 나누었다.
출연진들은 반갑다고 인사를 하면서도 ‘그런데 너 때문에 텐트 취침을 하게 됐다’면서 투덜대기도 했다.
“아까 웃었어! 갔더니 웃더라고! 보통 아니네.”
진원이 석지훈의 연기력을 증언하면서 촬영장 분위기는 한창 더 달아오르게 되었다.
석지훈의 첫 등장은 성공적인 셈이었다. ‘소름돋는 막내’라는 타이틀도 단번에 따게 되었다.
***
‘캠핑 48시간’ 석지훈의 첫 녹화분이 방송되자 역시나 큰 화제가 되었다.
온갖 궁금증과 기대감을 한껏 안은 채 ‘캠핑 48시간’을 시청하던 케이케이 팬들은 고정 멤버가 석지훈이라는 사실에 놀랐다.
녹화 후 풀린 사진에서 석지훈이 있다는 얘기가 돌아 ‘혹시나’ 했었지만 그다지 인지도도 없고, 여태 개인 활동을 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정말로 석지훈 일 줄은 몰랐던 것이다.
팬들조차 놀랐으니 일반 시청자들은 더욱 그랬다. 사실 석지훈을 모르던 사람도 많았는데, 석지훈의 방송분이 ‘재미’가 있었기 때문에 아이돌 멤버가 괜찮겠냐는 우려의 목소리는 금세 사그라들었다.
석지훈은 촬영을 하면서 제 버릇을 버리지 못하고 온갖 곳에서 깔끔을 떨고, 예의 바른 목소리로 형들에게 잔소리를 해 큰 웃음을 선사했다.
거기에 대선배 연기자들과 호흡하던 실력을 발휘해 첫 녹화만에 강호천의 귀여움을 잔뜩 받는 캐릭터가 되었다.
거기에 도욱이 가발을 벗어내며 ‘맞습니다’ 한 장면은 그 회 ‘캠핑 48시간’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엄우석 PD는 김원빈이 영화 <옆집 아저씨>에서 삭발하던 장면과 비교 편집하며 해당 장면의 재미를 더했다.
그리고 도욱에게는 ‘정답남’이라는 새로운 별명이 생겼다. ‘강도욱 얼굴이 바로 정답이다’라는 구호 아래 생겨난 별명이었다.
석지훈의 성공적인 예능 데뷔를 뒤로 하고, 이제 도욱은 솔로 데뷔 무대를 앞두고 있었다.
MC의 소개 멘트가 흘러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