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눈 떠보니 슈퍼스타-106화 (106/225)

# 106

혼자 부르는 노래 (2)

KVS 방송국 카페 앞에서 함께 사진을 찍었던 중년 남성이었다.

“아······. 저번에 지나가다가 갑자기 부탁하셔서 거절하기가 힘들었어요. 죄송해요.”

도욱은 우선 오백호 실장에게 양해부터 구했다.

개인적인 사진 촬영은 매니저의 허락 없이는 웬만하면 금지되어 있었다. 금지라고는 하지만 결국 멤버들의 편의를 위한 조치였다. 한번 사진을 찍어주기 시작하면 끝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아냐. 방송국 안이었으면 더 어쩔 수 없는데. 뭐.”

“그런데 그 사진은 어떻게······.”

“이 사람, KVS 예능국 사람이야. 얼마 전에 예능국장 됐다던가.”

오백호 실장이 아예 사진을 게시한 이의 페이스노트 계정을 보여주며 도욱에게 자신의 휴대폰을 건넸다.

오 실장의 휴대폰을 받아 든 도욱은 중년 남성의 페이스노트 계정을 찬찬히 살폈다.

[대스타와 한 장ㅋㅋ

예진이한테 보여줬더니 좋아하긴커녕 아빠만 찍었냐면서 울음보터짐ㅋㅋ

근데 이 정도면 나도 안 꿀리지 않음?

#KVS #강도욱 #잘생김

-헐..ㅠㅠ 국장님 강도욱 어디서 만나셨어요? 배경 보니까 카페같은데..ㅠㅠ

-명국이 형 완전 꿀리는데 무슨 소리에요..

-예진이 케이케이 팬이었구나 형님이 예진이 데리고 강도욱 보여주러 가야 하는 거 아니에요?

-조 국장님 인물 안 죽었네!

-선배님! 오랜만이에요~ 강도욱 진짜 잘생겼죠? 저는 왜 복도에서도 한 번 못 보는지;;]

[[공유] ‘캠핑 48시간’은 어떻게 국민예능이 되었나... -제일일보-]

[KVS 50주년 행사에서 한 컷ㅋㅋㅋ]

[오랜만에 만난 동창놈들~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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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게요. 예능국장이신가 보네요······.”

도욱이 끄덕였다. 오백호 실장은 페이스노트가 활성화된 이후 방송가 사람들을 팔로해 놓고 그들의 행적을 체크하고 있었다.

“어. 딸이 케이케이 팬인가 보네.”

오백호 실장이 뿌듯한 얼굴로 말했다.

예능국장이면 직접적으로 케이케이와 관련되는 일은 적었지만, 음악 방송이든 홍보 차원에서 나가는 프로그램들도 모두 예능국 소속 프로그램이었기 때문에 잘 보여 두면 실보단 득이 많을 터였다.

“그······. 백호 형······.”

도욱은 오백호 실장에게 휴대폰을 다시 돌려주며 머릿속으로 조명국 예능국장에 대해 다시금 떠올렸다.

잠시 스치듯 만났을 뿐이지만, 아주 좋은 인상은 아니었었다. 페이스노트 계정을 보니 어린 가수라고 도욱을 무시하고 무례하게 굴었다기 보단 원래가 가벼운 인물이었던 듯싶었다.

아무튼 지금으로서는 그가 예능국장이라는 사실이 중요했다.

‘엄우석 PD에게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그런······.’

도욱의 부름에 오백호 실장이 답했다.

“뭐 할 말 있어?”

“그게, 음······.”

“이제 네가 뭐 말할 것처럼 운만 떼도 기대된다, 나는! 빨리 말해봐라.”

오백호 실장이 웃으며 도욱을 재촉했다.

도욱의 입에서 나온 아이디어들을 받아들이면서 케이케이는 지금의 자리까지 올 수 있었다.

이 바닥에서는 경험자라고 할 수 있는 오백호 실장조차 생각하지 못한 의견들을 도욱은 선뜻 제시하곤 했고, 처음에는 그게 과연 가능할까 싶은 일들도 하다 보면 모두 이루어지곤 했다.

이제 오백호 실장은 가끔씩 도욱이 무슨 제안을 하진 않을지 도욱을 살피게 됐다.

“캠핑 48시간 아시죠?”

“캠핑 48시간? 당연히 알지······. 너 설마······!”

오백호 실장의 눈이 번쩍 뜨였다.

“그게 가능하겠어?!”

오 실장의 놀란 목소리가 쩌렁쩌렁하게 울려 퍼졌다.

대기실에 있던 스태프들과 다른 쪽에 가 있던 멤버들이 모두 무슨 일이냐는 듯 더 놀란 눈으로 오 실장과 도욱 쪽을 바라보았다.

오 실장의 목소리가 언뜻 잘못 들으면 화난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기 때문이었다.

“아냐, 아냐. 화내는 거 아니니까 일들 봐.”

손을 저으며 오백호 실장이 자신에게 쏠린 시선을 분산시켰다. 도욱도 피식 웃어버리자 멤버들도 안심한 듯 다시 원래 하고 있던 일에 집중했다.

사실 오백호 실장이 말한 ‘가능하겠’냐는 말의 의미는 도욱이 ‘캠핑 48시간’에 출연할 수 있겠냐는 출연 여부에 대한 가능성을 말한 게 아니었다.

오백호 실장은 어쩐지 도욱이 원하기만 한다면 ‘캠핑 48시간’에 게스트로 출연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문제는 오히려 도욱이었다. 현재 케이케이의 스케줄은 거의 풀로 차 있었다. ‘캠핑 48시간’에 출연하려면 이번 활동이 끝나는 몇 주 뒤에나 가능했다.

“활동 끝나고 단체 게스트로 잠깐 나가는 정도라면 가능하겠지만······.”

“아뇨. 게스트가 아니라 멤버로요.”

“멤버? 그거야말로 가능하겠어?!”

활동이 끝난다고 해도 다른 멤버라면 모를까 도욱에게는 당분간 다음 일정이 꽉 차 있는 상황이었다.

오백호 실장은 혀를 차며 고개를 저었다. 절대 무리였다.

“그리고 거기 새로 멤버를 구한대? 그런 소리는 아직 못 들었는데······. 예능 쪽 소식이라 내가 느린 건가.”

혼잣말을 하듯 상황을 짚는 오백호 실장에게 도욱이 주변을 살피며 조용히 말했다.

“저 말고······.”

“그럼 누구?”

“지훈이요.”

오백호 실장이 도욱을 보며 눈을 껌벅였다.

“지훈이를 멤버로 추천해 보면 어떨까 해서요.”

도욱은 차근차근 방송국 카페 앞에서 엄우석 PD의 통화 내용을 들었던 것을 오백호 실장에게 설명했다.

“엄 PD가 새로운 출연진으로 어린 사람을 생각한단 말이지?”

“네.”

“확실히 요즘 시청률 떨어진다는 얘기가 있긴 했지. 그런 프로에 굳이······.”

엄우석 PD의 능력과 앞으로 더욱 성공할 미래를 잘 아는 도욱으로선 오백호 실장의 말에 고개를 저을 수밖에 없었다.

“코너 조금 손보고, 새로운 출연진 들어가면 금방 회복할 거예요. 지금 시청률 떨어졌어도 일요일 예능 간판인데. 지훈이에게 분명 도움이 될 거예요.”

오백호 실장은 도욱의 말을 새겨듣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도욱과 오백호 실장 두 사람 선에서 결정할 일은 아니었다.

“그래······. 일단 회사에서 논의를 해보고. 지훈이 의견도 중요하고. 트라이를 해보기 전에 우리 쪽 스케줄도 확인해야겠지.”

“아무래도······.”

도욱은 스케줄 부분에 있어서 큰 걱정은 없었다. 케이케이 정규 3집 앨범 다음으로 케이케이의 앨범은 하반기에나 나올 예정이었다.

새해에 짜둔 전체 플랜에 의하면 그랬다. 다음 앨범들은 케이케이의 정규 앨범이 아닌 다른 앨범이 될 예정이었고, 그런 예정대로라면 석지훈의 스케줄이 조금 비는 감이 없지 않아 있었다.

물론 투어 일정 등을 생각하면 케이케이 활동만으로도 다른 이들에 비하면 바쁘다고 할 수는 있었지만, 워낙 바쁘게 활동하는 케이케이 그룹 내에서는 아니었다.

“뭐 찔러 본다고 될 가능성이 얼마나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렇죠.”

“예능국 쪽에 있는 사람한테도 슬쩍 흘려봐야겠어.”

역시 오백호 실장이었다. 불도저처럼 밀어붙이기만 하는 게 아니라 몸을 사릴 땐 사렸지만, 괜찮다 싶은 의견이 들어오면 주저함 없이 빠르게 일을 진행시켰다.

또 도욱에게는 아직 없는 방송계 쪽 인맥이 오백호 실장에게는 있었다. 착실히 인맥을 쌓아온 덕분이었다.

여러모로 도욱에게 많은 도움을 주는 이였다.

도욱이 석지훈을 떠올린 건 다른 이유가 아니었다.

석지훈은 케이케이의 첫 단독 예능이었던 ‘K.K 방송’에서 결벽증과 바른 말하는 막내 캐릭터로 팬들에게 많은 재미를 선사했다.

거기에 ‘돌아온 K.K 방송’ 몰래카메라 녹화 당시에는 눈물 연기를 보여주며 아역 출신다운 재능을 보여주기도 했다.

‘석지훈도 여러 가지 재능이 있는데······. 그에 비해 아직 빛을 못 본 게 있다. 다른 멤버들에 비해.’

그러한 생각으로 도욱은 ‘캠핑 48시간’의 새로운 출연진으로 누군가 들어간다면 석지훈 정도가 적당하지 않을까 싶었다.

‘엄우석 PD가 원하는 젊은 인재에 어울릴 거야. 나이는 어리지만 어려서부터 방송 활동을 해온 덕분에 나이 든 사람들에게도 잘할 테고.’

여러 가지 면에서 석지훈은 ‘캠핑 48시간’에 적합한 인재였다. 도욱은 엄우석 PD가 이후의 프로그램들을 진행하며 써온 연예인들을 모두 알고 있었다. 석지훈은 엄 PD가 선호하는 젊은 연예인 유형 중 하나였다.

적당히 잘생기고, 너무 인지도가 높지도 않아 자신의 프로그램을 통해 크게 뜰 수 있으며, 어르신이라 불리는 출연진들과도 잘 어울리는 예의 바른 젊은이.

후보에 고려만 된다면 석지훈은 가장 유력한 후보가 될 거라는 자신이 도욱에게는 있었다.

***

‘푸른 하늘’은 예상대로 음악 방송 1위를 석권하고 있었다.

거기에 앨범 판매량에 대한 이야기로 연일 팬 커뮤니티가 들썩였다.

여러 팬들이 모여 있는 커뮤니티에서는 케이케이 팬들과 사방신화 팬들과의 기싸움이 상당했다.

사방신화 팬들의 가장 큰 자부심이었던 것이 앨범 판매량 부분이었다. 그 부분에서 1등자리를 놓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사방신화 팬들을 초조하게 만들었다.

얼마 전 도라희 대리가 케이케이 멤버들의 연습실로 찾아와 특별히 주의를 주었을 정도였다.

“당분간 팬 카페에 글은 안 쓰는 게 좋을 것 같아요. 페이스노트도 마찬가지고요.”

“네? 그게 도대체 무슨 말씀이세요?!”

가장 활발하게 카페나 페이스노트에 글을 올리는 안형서가 놀란 눈으로 물었다.

자리에 있던 다른 멤버들도 무슨 소리인지 어리둥절하기는 마찬가지였다. 평소 홍보팀에서 일했던 버릇대로 매일같이 기사와 커뮤니티 반응 등을 체크하고 있던 도욱만이 팬-마케팅팀 도라희 대리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요즘 인기가 많아지면서 마찬가지로 안티가 좀 생겼어요.”

“오······. 그럴 줄 알았어요. 와이! 왜 우리를!”

김원이 정말 이해되지 않는다는 듯 물었다. 사실 김원도 얼마 전 자신의 무대 사진이 뜬 기사에 달린 악플을 보고 마음의 스크래치가 조금 가 있었던 상태였다.

딱히 잘못한 게 없어도 인기가 많아지면 그 인기를 시기하는 이들이 생기기 마련이었다.

일전에 조직적인 공격을 당한 적 있었던 석지훈은 오히려 괜한 포털 사이트나 커뮤니티에 들어가는 일은 하지 않고, 자신의 개인 팬페이지에만 들어가 자료만 보는 편이라 의연했다.

“최근에 다른 그룹 팬들이랑 신경전이 한창이라······. 아마 무슨 글을 올려도 악의적으로 해석돼서 돌아다닐 가능성이 있거든요.”

“사진으로 올리는 게 낫겠네요.”

도욱의 말에 도라희 대리가 맞장구를 치며 나섰다.

“맞아요! 그렇다고 아예 활동을 끊었다가는 팬들 쪽에서 서운해 할 테니까 사진 많이 올리면 될 것 같아요~! 어차피 곧 활동 끝나니까······.”

“네. 알겠습니다.”

정윤기가 수긍하며 도라희 대리에게 답했다.

그만큼 케이케이의 일거수일투족을 전체 아이돌 팬덤 전체에서 눈여겨보고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그 말 전하려고 잠시 들른 거 였어요.”

“감사합니다.”

“고마워요, 대리 누나!”

‘팀장 형’에 ‘대리 누나’까지 호칭이 난리였다. 멤버들의 인사를 받으며 연습실 문을 닫고 나가던 도라희 대리가 문 쪽에 서 있던 도욱과 눈이 마주치자 웃으며 물었다.

“아, 맞다. 도욱 군은 벌써 작업 들어갔다면서요?”

“네? 아. 뭐 본격적인 건 아니고······.”

도욱이 뒷머리를 긁적이며 답했다. 도라희 대리가 바쁜 데 정말 쉬지 않고 항상 준비를 하는 것 같다며 감탄했다.

“아니에요. 저도 쉴 땐 쉬고······. 대충 기획이랑 연락만 해뒀어요. 지금은.”

“그래도. 여러 가지 신경 쓰는 게 얼마나 힘든 건데요! 기대하고 있을게요!”

도라희 대리가 무슨 얘기를 하는지 다 알고 있는 멤버들이 마치 자신이 칭찬을 받는 것처럼 뿌듯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기대하셔도 될 거예요! 저희도 기대 중이에요.”

안형서가 팔불출처럼 말하자 도라희 대리도 소리 내 웃었다.

케이케이 정규 3집 앨범 활동이 끝나면, 그다음 앨범은 바로 도욱의 솔로 앨범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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