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눈 떠보니 슈퍼스타-80화 (80/225)

# 80

미래를 향해 달려라 (1)

케이케이 정규 2집 ‘Howl’의 앨범 및 음원 발매일.

우선적으로 자정에 뮤직비디오가 선공개 됐다. 뮤직비디오는 두 가지 버전이었다. 한국어 버전과 중국어 버전이었다.

중국어 버전의 공개는 중국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선전 포고이기도 했다.

<케이케이 중국 진출 초읽기!>

<새로운 모습으로 나타난 케이케이, 더 업그레이드된 모습!>

<케이케이 뮤직비디오 공개! 두 가지 버전 출시>

뮤직비디오가 공개되자 발 빠르게 기사가 뜨기 시작했다.

팬들은 공개된 뮤직비디오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이번 앨범의 컨셉은 지난 앨범인 ‘LAST DANCE’와는 확연한 차이가 있었다.

자유로움을 표방했던 ‘LAST DANCE’ 달리 모두 같은 교복 마이에 흰색 티셔츠를 입고 통일성을 강조했다.

컨셉적으로는 ‘Very Sorry’에 가까웠고, 그때보다 훨씬 남성미를 강조한 상태였다.

멤버들 모두 몸을 만들기 위해 필사의 노력을 했고, 약간의 보정을 거친 뮤직비디오 속에서 빛을 발했다.

게다가 편집점 없이 원테이크로 제작된 뮤직비디오 속 케이케이는 마치 리듬을 가지고 노는 듯한 생생한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있었다.

절로 어깨를 흔들거리게 되는 리듬과 중독적인 사운드.

다음 날 공개된 음원은 진입 순위 1위를 무리 없이 찍으며 케이케이는 저력을 과시했다.

태화그룹에서 투자받은 자금 덕분에 어느 때보다 빵빵한 사운드를 자랑했다. 앨범 곳곳에 세심하게 신경 쓴 티가 났다. 전문가들은 케이케이의 음악적 성장에 놀라워했다.

프로듀서로서 도욱의 능력에 대해서도 앞으로가 항상 더 기대되는 아이돌이자 아티스트라는 기사가 연달아 나왔다.

-강도욱 사기캐네..ㄷㄷ

-연기 잘해서 신인 연기자인 줄 알았는데 아이돌 멤버였다니..

-2분 18초에 복근 까는 거 누구임? 케이케이 좋아지려고 함

-김원이요!!!ㅋㅋㅋ 케이케이 많은 사랑 부탁드립니다~!

-민기네 그룹 파이팅!!!

-중국어 버전으로 들으니까 또 색다른 느낌~!

-얘네는 군대 안 감?

-다들 몸 만드느라 고생했을 듯 복근 위에 대고 빨래하고 싶다!

-안형서는 근육 잘 안 붙는 스타일인 듯?ㅋㅋㅋ

-나보다 다 한참 어린데 설렌다...☆

-완전 남자다잉~

최근의 아이돌들이 미소년적인 면모를 내세우며 활동하는 때에 거친 남성의 이미지를 차용한 케이케이의 전략은 대중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어느덧 다른 그룹과 차별화되면서 케이케이만의 독보적인 색을 가지기 시작한 것이다.

“하아··· 하아, 형 저 물 좀.”

“어, 여깄어!”

안형서가 헉헉대며 물을 찾자 구철민이 빠르게 안형서에게 물을 건넸다.

‘인생가요’에서의 무대를 막 마친 케이케이 멤버들은 진이 다 빠져 있는 상태였다. ‘Howl’의 안무는 쉬는 구간 하나 없이 계속해서 이어지는 격한 안무였다.

“어떻게 매번 더 어려워지냐.”

안형서가 밉지 않게 투덜댔다.

“그러게요······.”

웬만한 춤은 어려워하지 않는 박태형 조차 이번 안무를 하면서는 체력적인 한계를 느꼈다.

컴백 이후 음악방송, 팬 사인회, 라디오, 케이블의 아이돌 전문 예능까지, 정신없이 몰아치는 스케줄 때문에 체력 소모가 심하기도 했다.

케이케이의 인기가 올라가면서 케이케이를 찾는 곳이 많아졌고, 음악방송 위주로 활동하던 지난 활동과 달리 이번 활동부터는 더 본격적으로 TV 노출을 많이 하자는 게 회사 측의 전략이었다.

“너희 몸 관리 잘해라. 아프면 안 돼.”

“그게 맘대로 되나요.”

오백호 실장의 말에 정윤기가 불퉁하게 답했다.

육체적인 피로도가 상당해서 말은 그렇게 했지만, 멤버들 모두 이 상황에 감사하고 있었다. 음악방송 활동을 하다 보면 자신들과 같은 연차에 데뷔했지만, 아직까지도 이름을 알리지 못한 그룹을 많이 볼 수 있었다.

자신들이 운이 좋아서 인기를 얻게 된 것이라는 걸 멤버들은 늘 잊지 않으려고 했다.

“땀 빨리 닦고, 일어나라. 곧 1위 발표네.”

대기실 의자에 앉아 숨을 고르고 있던 도욱도 오백호 실장의 말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컴백 주에 이미 1위를 차지한 케이케이였다. 오늘까지 1위를 하면, 2주 연속 1위였다.

당분간 컴백하는 대형 가수가 없었기 때문에 팬들은 몇 주 연속 1위를 할 수 있을지 점치며 기대감을 부풀리고 있었다.

***

“어제 또 1위 했다면서요? 축하해요!”

팬-마케팅팀 회의실.

도라희의 축하에 멤버들이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으며 감사 인사를 했다. 어느덧 회사 트로피 진열대에는 케이케이의 1위 트로피들이 셀 수 없이 많아지고 있었다.

“대리님 되셨다면서요. 승진 축하드려요.”

도욱의 말에 도라희가 머쓱해하며 웃었다.

“오오, 도 대리님!”

“도 대리님!”

안형서가 박수를 치기 시작하자 다른 멤버들도 괜히 더 오바하며 박수를 쳤다.

‘도 대리’라고 하니 어쩐지 도다리가 생각나는 게 사실이었다. 멤버들의 웃는 얼굴에는 그러한 웃음도 아주 조금은 포함돼 있었다.

“휘익, 휘익―!”

김원이 휘파람을 불며 난리를 부렸다. 쑥스러워하던 도라희는 박수가 너무 길어지는 듯하자 정색을 하며 자리를 정리했다.

“이제 일 얘기 할까요. 그럼.”

“어······. 네······.”

안형서가 조금 쫄아서 굳은 표정으로 답하자 옆에 있던 정윤기가 그런 안형서를 보며 몰래 낄낄댔다.

“일단 앨범 얘기 먼저 할게요~!”

도라희가 언제 정색을 했냐는 듯 다시 밝게 말했다. 아하하, 멤버들도 괜히 웃으며 답했다.

“이번에 앨범 초동이 11만 장이 나왔어요.”

“진짜요?”

“와······.”

“언 빌리버브으으을!”

바쁜 스케줄을 소화하느라 미처 앨범 판매량까지는 확인하지 못했던 멤버들이 놀라 입을 다물지 못했다.

도욱은 이미 확인해서 알고 있었던 사실이지만, 다른 사람의 입을 통해 다시 한 번 들어도 기분 좋은 사실이었다.

도라희가 뿌듯한 미소를 지으며 의미를 되짚었다.

“이거는 정말 대단한 거예요. 음원 시장 생기고, 음반 초동 십만 장 넘긴 게 사방신화 정도밖에 없으니까.”

음반 강자라고 불리는 아라 엔터테인먼트 소속의 맨투맨, 지난 번 앨범이 잘되긴 했지만 초동 9만장, 지금까지의 총판매는 14만장 정도였다. 추이대로라면 케이케이의 ‘Howl’ 앨범이 더 많은 판매량을 기록할 게 분명했다.

‘간격이 확실히 벌어지고 있어.’

도욱은 생각했다. 앞으로도 착실히 서강준보다 앞서나갈 생각이었다.

그리고 사방신화도, 최후에는 아라 엔터테인먼트의 서중원 본부장까지 칠 것이다.

“중국 버전 앨범을 낸 게 효과가 좋았어요! 중국 쪽에서 만 장 단위로 공구해갔다고 하니까.”

“역시 대륙!”

안형서가 외치며 신나했다.

“중국어 가사 배우느라 고생한 보람이 있어서 다행이죠?”

“하아. 그르게요.”

일본 앨범을 녹음할 때도 그렇고, 외국어로 가사를 녹음할 때면 가장 고생하는 정윤기가 깊이 동의했다.

“태화그룹 쪽에 보고했더니, 중국 예능 프로랑 연결해줘서 가서 공연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정말입니까?”

가만히 듣고만 있던 오백호 실장이 물었다. 무척 좋은 기회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네. 자국어로 된 노래니 충분히 TV 출연도 가능하다는 모양이에요. 중국 내에서 요즘 케이케이 반응이 괜찮기도 하고요.”

“좋네요.”

“문제는 중국까지 오가고 준비하려면 시간이 꽤 들어서, 섭외 들어온 한국 예능을 골라내야 할 것 같은데. 거의 다 좋은 프로들이라······.”

말하자면 행복한 고민이었다.

“일단 팬-마케팅팀 내부 회의 통해서 몇 개 추려봤어요. 1안은 인생투게더, 토크쇼고요.”

“인생투게더, 저 진짜 좋아하는데!”

막내인 석지훈이 진심으로 좋아하는 프로인지 답지 않게 흥분하며 열을 냈다.

“2안은 달려맨이에요.”

도라희가 말한 프로들은 공중파 간판 예능들이었다. 정윤기가 말했다.

“우리 진짜 슈스인갑네. 인생투게더에 달려맨이라니······.”

“왜요, 우리 유한도전에도 나갔었잖아.”

“그건 잠깐 인터뷰한 거고.”

“하긴. 진짜 쩐다.”

안형서가 짧게 두어 번 박수를 쳤다. 도라희 대리가 말을 이었다.

“아시겠지만 인생투게더 같은 경우엔 토크쇼라 게스트한테 집중도가 있는 프로에요. 멤버들 얘기도 할 수 있고, 캐릭터 설명도 되고요. 다만,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없으면······.”

“노잼······.”

어디선가 신조어를 알아온 김원이 중얼거렸다.

“그쵸. 그 ‘노잼’이 될 수 있다는 거고. 달려맨은 몸으로 하는 거니 기본적인 재미는 보장되지만, 게스트 위주 프로는 아니라서 케이케이 멤버들이 부각되지 않을 수도 있어요. 뭐, 다 하기 나름이겠지만요.”

도라희가 설명을 마치고 오백호 실장에게 의견을 구했다. 잠시 생각하던 오백호 실장이 답했다.

“아무래도 처음 하는 정식 예능이니 달려맨이 좋겠는데요. 위험부담도 적고.”

오백호 실장은 아무래도 토크쇼에 나가면 말실수를 해 구설수에 오르기 쉽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게다가 요즘 같은 때는 도욱과 서준을 비교하는 이들이 많았다. 그러한 질문이 분명히 나올 것이다.

‘얼마 후면 달려맨이 정식으로 중국에 수출되면서 큰 인기를 얻는다. 달려맨에 출연해두면 분명 도움이 될 거야.’

도욱은 생각하며 오백호 실장의 의견에 동의했다.

“저도 달려맨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래요?”

두 프로 모두 인기 프로였다. 어디든 좋았던 멤버들은 오백호 실장과 도욱이 모두 달려맨으로 의견을 모으자 더 얘기할 것도 없다는 반응이었다.

“달려맨! 달려맨!”

“옷 벗고 달려도 돼요? 나 식스팩 만드느라 너무 고생해서 자랑 더 하고 싶은데···.”

“원이 형 닭가슴살만 먹더니 미쳐버렸나봐!”

김원의 말에 안형서가 미친 듯이 웃었다.

어쨌든 화기애애한 반응 속에서 케이케이는 ‘달려맨’에 출연하기로 결정했다.

***

SVS ‘달려맨’ 촬영일.

오늘 달려맨은 캠퍼스 특집으로 이루어졌다. 현세대학교 캠퍼스에서 인기 많은 가수인 케이케이를 초대했다는 식으로 안내 멘트를 치고 케이케이를 소개했다.

케이케이 멤버들이 나오자 환영하는 박수가 쏟아졌다. 멤버들은 달려맨 유니폼을 입은 채 쑥스러워하며 가운데로 나와 섰다.

모두 떨려하면서도 신난 기색이 역력했다.

촬영이 막 시작됐음에도 불구하고 촬영 장비들을 보고, 달려맨 촬영 소식을 접한 현세대 학생들이 몰려들어 촬영을 구경 중이었다.

게다가 게스트가 케이케이라는 소식에 케이케이의 팬들까지 속속들이 현세대 캠퍼스로 찾아오고 있었다.

덕분에 스태프들이 인파를 정리하느라 애를 먹고 있었다. 어느 정도 정리가 되고 촬영이 겨우 시작된 것이었다.

“···그럼 멤버들 소개를 마쳤으니까 먼저 오늘의 미션부터 소개하겠습니다! 본 미션은 나중에 공개되고요. 사전 미션부터 말씀해주시오.”

MC의 말에 PD가 확성기에 대고 미션을 발표했다.

“오늘의 사전 미션입니다. 현세대 물리학과 학생을 찾아서 코끼리 코를 10번 돌고, 손뼉을 다섯 번 연속해서 치는 겁니다.”

미션이 발표되자 달려맨 멤버들이 웅성웅성댔다. 케이케이 멤버들은 사전 미션임에도 의지를 활활 불태우고 있었다.

“그럼 지금부터 출발하세요!”

긴말없이 곧바로 미션이 진행됐다.

출발 신호에 모두 정신없이 뛰어나가기 시작했다. 카메라가 각각의 출연자들에게 따라붙었다.

도욱은 우선 물리학과 학생이 있을 만한 단과대 건물을 찾기 위해 교정 안내판이 있는 곳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도욱이 정신없이 안내판을 보며 이과대학을 찾고 있을 때였다.

카메라가 곁에 있어 다가오지 못하던 여학생 몇이 큰 용기를 내어 도욱에게 말을 걸었다.

“저······ 물리학과 찾고 계시는 거예요?”

“네! 혹시 물리학과 학생이세요?”

도욱이 반가움에 돌아보며 되물었다.

그리고 도욱은 여학생 무리에 있는 한 여학생을 보고는 잠시 시선을 떼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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