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눈 떠보니 슈퍼스타-72화 (72/225)

# 72

과거여, 응답하라 (2)

***

하이터치회를 비롯한 팬미팅, 그리고 짧지만 TV 출연까지. 도쿄와 오사카에서의 일정을 마친 케이케이 멤버들은 후쿠오카로 향했다.

후쿠오카에서도 도쿄와 비슷한 일정이 기다리고 있었다.

정규 앨범 발매 기념 팬미팅과 악수회. 첫째 날 팬미팅을 하고, 둘째 날 기타큐슈 서일본 종합전시장에서의 악수회가 예정됐다.

후쿠오카 일정이 끝나면 나고야와 요코하마였다.

일주일이 넘어가는 긴 일정에 멤버들은 체력적으로 힘들어했다. 슬슬 한국에 돌아가고 싶다는 말을 하는 멤버도 있었다.

그러나 말만 그렇게 할 뿐, 막상 스케줄이 시작되면 최선을 다해 스케줄을 소화해냈다.

“너희 위해서 내가 컵라면 사온 거 아니겠냐~!”

숙소 바닥에 캐리어를 눕힌 정윤기가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지퍼를 풀고, 캐리어 뚜껑을 열어젖히자 산더미처럼 쌓인 컵라면이 보였다.

안 그래도 호텔 아래 편의점에서 몰래 라멘이며, 오뎅, 야끼소바 빵 등을 간식으로 먹던 멤버들이 이제 한국 라면이 먹고 싶다고 하던 차였다.

다음 일정 때는 마스크 팩을 챙길 게 아니라 고추장 튜브랑 컵라면을 싸오겠다고 안형서는 우울하게 중얼거렸다.

파는 가게도 있을 거라고 코디 중 한 명이 말했지만, 거기까지 나갈 수 있는 환경은 아니었다.

“이게 다 몇 개에요?”

“입이 몇 명인데 이 정도는 가져 와야지.”

도욱은 수긍했다. 후쿠오카 호텔에서 도욱의 룸메이트는 정윤기였다.

정윤기는 오후에 있었던 팬미팅이 끝나자마자 오백호 실장과 함께 서울에 다녀왔다.

정윤기는 ‘쇼미더허니’에 출연하고자 결단을 내렸다. 이후에 곧바로 제작진과 미팅이 있었다.

빡빡한 스케줄에 미팅까지 하느라 하루에 팬미팅, 한국행 비행기, 제작진 미팅, 일본행 비행기라는 일정을 해낸 정윤기의 눈 밑에 다크 서클이 진했다.

후쿠오카로 오는 마지막 밤 비행기를 타고 이제 막 호텔에 도착해 캐리어를 푼 정윤기를 보며 도욱이 물었다.

“많이 피곤하시죠, 형. 미팅은 어땠어요?”

“뭐 별거는 없었고, 잘해보자 이런 거지. 후······.”

정윤기가 눈가를 비비며 답했다. 도욱은 끄덕였다. 정윤기가 느낄 부담감이 상당할 것이다.

“컵라면 노래 부르던 애들이나 불러 봐라, 마.”

“네.”

도욱이 웃으며 휴대폰을 들었다. 케이케이 멤버 여섯 명이 모인 단체방에 라면 먹고 잘 사람 오라고 쓰자 금세 읽었다는 표시가 뜨기 시작했다.

잠시 후.

오 분도 되지 않아 멤버들이 하나둘씩 모여 들기 시작했다.

“자~ 여기가 우리 미남 도욱이와 그냥 리더가 쓰는 방입니다!”

안형서의 손에는 팬마케팅 팀 도라희가 준 캠코더가 들려 있었다. 언제든 일본에서 팬들에게 보낼 영상을 찍고 싶을 때 찍으라고 나눠준 것이었다.

“도욱 군, 키링분들한테 얼굴 좀 보여주세요!”

도욱이 캠코더 앞으로 가 손을 흔들었다. 스태프도 없이 멤버들끼리 있으면서 이렇게 인사를 하고 하는 일이 낯간지러울 만도 한데 안형서가 매번 너무나 자연스럽게 부끄러운 기색도 없이 캠코더에 인사를 하고 다녀서 다른 멤버들도 적응이 완료된 상태였다.

“역시······. 생얼도 눈이 부시네요!”

정윤기가 자신은 얼굴이 엉망이라며 카메라를 피하고, 모자를 눌러 썼다. 그러든가 말든가 안형서는 계속해서 카메라를 들이 밀었다.

“오늘에서야 리더 형이 드디어 리더다운 일을 했습니다!”

“뭐? 너 그런 식으로 하면 국물도 없을 줄 알아?”

“앗···! 정정합니다. 지상 최고의 리더 정윤기 님이 하사하신 컵라면이 여기 있습니다~ 짜잔!”

안형서가 신나서 카메라로 컵라면을 비추며 소개했다.

“상표 가려야 하는 거 아니에요?”

석지훈이 말하자 안형서가 얼른 상표를 가려달라고 외쳤다. 옆에 있던 박태형이 손바닥으로 상표들을 가렸다.

“네······. 매운 라면과 안심되는 라면을 사오셨네! 저는 그렇다면 사나이를 울리는 라면으로! 저는 사나이니까아······.”

그러는 사이 김원이 부스럭거리며 다른 라면은 없나 캐리어를 파헤치고 있었다. 정윤기가 거긴 내 속옷 있는 곳이라며 김원을 말렸다.

안형서가 캠코더를 텔레비전 위쪽에 고정시켰다.

“내일 얼굴 많이 부으면 어떡하죠.”

스프 봉지를 뜯어 스프를 털어 넣으며 석지훈이 걱정했다.

“맛있게 먹으면 안 부어~!”

안형서가 무논리로 답했다.

그때 호텔 방 벨이 울렸다. 멤버들도 다 여기 있으니 올 사람이 없었다. 멤버들의 얼굴에 물음표가 떠올랐다.

누군지 확인하려 문 앞에 갔던 박태형이 무척이나 당황한 얼굴로 멤버들에게 물었다.

“배······ 백호 형인데요?”

멤버들의 얼굴이 굳어졌다. 이미 물까지 부어버린 컵라면을 어디에 치울 수도 없었다.

“저희 매니저 형이 오셨습니다. 너무 무섭네요. 그럼 여기까지······.”

안형서가 그러한 와중에도 캠코더에 인사를 하고는 전원을 껐다.

정윤기가 일어나 박태형 대신 문을 열었다. 눈 한쪽만 겨우 보일 정도로 문을 열어놓고는 무슨 일이냐 묻자 오백호가 여상하게 답했다.

“너희한테 할 얘기 있어서······.”

말하다 무언가 수상했던지 문틈 사이를 본 오백호가 말했다.

“문 좀 더 열어봐. 애들 다 여기 있어?”

“네 모여서 의리 다지고 있다 아입니까.”

“이게 무슨 냄새······!”

오백호의 힘을 정윤기가 당해낼 수 있을 리 없었다. 오백호가 문을 활짝 열었다.

방 안의 광경을 보고는 찌푸리며 멈춰 섰다.

“너네! 내일이 공연인데 이 밤중에!”

오백호의 불호령에 벽에 딱 붙어 서 있던 박태형이 울상을 지었다. 김원이 달려와 오백호를 말렸다.

“형, 저희 너무 배고파서 그랬어요. 한국 그립고······.”

“맨날 캐나다 타령하는 게 무슨 한국이 그리워!”

김원의 말이 씨알도 안 먹히는 듯하자 아예 안형서가 배짱을 부렸다.

“우리 불쌍하지도 않아요? 컵라면 하나만 먹자. 형도 와서 먹어요. 우리가 준다!”

오백호가 기가 막히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면만 먹을게요, 면만. 국물 안 먹으면 괜찮지 않을까요?”

“네, 형. 한 번만 봐주세요.”

“도욱이 너까지······! 아니, 이 라면들은 다 어디서 난 거야.”

뜨끔한 정윤기가 모른 척 시선을 피했다. 석지훈과 도욱까지 나서자 오백호도 말릴 수 없다는 걸 예감한 모양이었다.

“불겠다. 먹기나 해라.”

한숨을 내쉬며 오백호가 말하자 멤버들이 신나서 외쳤다.

“오오, 네! 잘 먹겠습니다!”

멤버들은 자리를 잡고 앉아 후루룩 소리까지 내가며 라면을 먹어치웠다.

오백호는 그 모습을 팔짱을 끼고 바라봤다. 체할 것 같다는 안형서의 말도 듣는 체 마는 체였다.

사실 데뷔 전이나 데뷔 앨범 활동 때 멤버들이 라면을 먹고 있었으면, 발견 즉시 화장실에 라면을 부어 버렸을 것이다.

실제로 오백호는 김원이 먹던 빵을 쓰레기통에 처넣은 적이 있었다. 그때가 트라우마로 남았다며 김원은 이제 크림빵을 먹고 싶지 않다고 했다.

그러나 오백호도 풀어줄 땐 풀어줘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다. 해외에서의 스케줄은 생각보다 많은 아이돌들이 힘들어하고 스트레스를 받아했다.

손발 같은 스태프들이 있었지만, 그래도 언어의 장벽은 커다란 것이었다. 같은 공연이나 팬 행사여도 피로도가 훨씬 올라갔다.

“할 얘기라는 게··· 후루룩, 뭐예요?”

“형서야, 다 먹고 말해라.”

“그래도 궁금한데.”

안형서가 우물우물거리며 답했다.

“일본판 뮤직비디오 조회수도 높고······. 앨범 판매량도 꽤 좋더라고. 반응 오는 것 같으니까 너희 힘내라고 하려고 했는데.”

오백호가 라면을 먹고 있는 멤버들을 보며 헛웃음을 지었다. 따로 힘내라고 할 필요가 없겠다는 뜻이었다.

***

케이케이의 팬 커뮤니티는 아침에 올라온 영상으로 시끌시끌했다.

-태형 오빠 라면 먹는 것도 졸귀..ㅠㅠ

-나도 앞으로 매운 라면만 먹는다! 나는 사나이 형서의 팬이니까!

-라면도 잘 못 먹게 하는 건가

-저번에 라디오 들으니까 원이 오빠는 컴백 전엔 닭가슴살만 먹는 다던데

-떠올리기만 해도 내 가슴이 다 퍽퍽하다!!!

-이번에 일본 오래 가 있네.. 한국 가수는 한국에 있어 줬으면..

-그래도 직찍이랑 이렇게 가끔 떡밥 풀어줘서 다행..;; 공백기 너무 힘들다ㅠㅠ

-일본에서 인기 많아지고 있어서 다음엔 아예 아레나 투어돌 듯

-일본 쪽 반응 어때? 괜찮아? 알못이라... 고생하는데 케이케이 일본에서도 인기 많아졌으면 좋겠어

-반응 상당히 괜찮을걸?

-일본은 노래랑 춤이 중요한데 라이브 무대도 잘하고, 워낙 잘해주니까 반응 좋을 수밖에 없음ㅇㅇ

-말 나온 김에 후기글 퍼왔다! 이 사람 유명한 케이팝 팬인데 이번에 우리 애들 후쿠오카 악수회 갔다 왔나 봄 (발번역 이해부탁)

일본어를 할 줄 아는 케이케이 팬들이 여기저기 일본 팬들의 반응을 퍼다 날랐다. 확실히 일본에서 반응이 오고 있었다.

[오랜만입니다! \(^o^)/

오늘은 K-POP의 떠오르는 강자 케이케이의 악수회!!! 후기로 찾아왔습니다!!!

어제 D TV 메자마시에도 나오던데! 반가웠어!

악수회 날이었던 금요일.. 날이 흐렸어요..

새로 산 우산을 챙겨 들고 출발~☆

지하철에 있던 케이케이 앨범 광고!

(사진)

가는 길이 험했습니다만 그래도 괜찮았어요(。・ˇ_ˇ・。)

도욱 군과 악수할 수 있다는 생각에 아무래도 좋아졌어!

이곳이 바로 기타큐슈 서일본 종합전시장!

(사진)

줄 서 있는 사람들...

요즘 K-POP 좋아하는 일본인에게 케이케이의 인기가 정말 대단한 것 같아~!

단체 판넬과 멤버별 판넬이 있어서 앞에서 사진도 찍었어!ψ(`∇´)ψ

두근두근 거리는 마음으로 굿즈는 도욱 군 개인 굿즈를 구매!

긴 기다림 후..

드디어 도욱 군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감상은...역시 도욱 군은 아름답고 반짝반짝했다☆

이 세계의 얼굴이 아냐!

맞잡은 도욱 군의 손은 정말로 따뜻했다.

소문대로 일본어도 굉장히 잘하고,

마지막 인사 때 일본 가요를 불러줘서

어쩐지... 눈물이 날 뻔했습니다.

아, 다른 멤버들 모두 대응이 좋았어요!

모두 친절~~~~! 형서군은 윙크를 정말 잘해요!

소중한 시간이었던♪ 최고의 금요일♪

악수회에 다녀와 좋은 기분을 간직하고 싶어서

끝나고는 한정 초밥을 먹었어요ww]

그리고 다음 날, 케이케이의 일본 정규 1집 앨범 는 오리콘 위클리 차트 1위에 올랐다.

***

“데일리는 많이들 해도 위클리는 정말 대단한 거예요~ 다들 일본 다녀오느라 수고 많았어요!”

한국에 돌아온 멤버들을 맞이한 건 케이케이 담당자인 도라희였다.

도라희의 말에 멤버들의 어깨에 힘이 들어갔다.

일본에서의 반응이 좋을 거라는 예상은 있었다. 일단 한국에서 인기가 많으면 해외 K-POP 팬들에게도 인기가 많은 건 당연한 이치였다.

거기에 ‘Very Sorry’ 무대에서 보여주는 케이케이의 칼군무는 일본 팬들이 선호하는 퍼포먼스였다.

예상은 했지만, 오리콘 차트 위클리 1위까지 찍자 조금 얼떨떨한 감도 있는 멤버들이었다.

국내에서 맨투맨이 ‘엑셀레이터’로 큰 반응을 얻고 있었지만, 아무대로 해외에서 얻어 온 명예에 더 큰 무게를 실어주는 게 대중들이었다.

힛 엔터에서는 일본에서의 뜨거운 반응을 대대적으로 기사로 내보냈다.

“성과가 있어서 다행이에요.”

도욱의 말에 모두 동의했다.

이제 당분간은 다음 앨범 준비에 매진할 때였다.

그동안 정윤기는 쇼미더허니에 출연할 예정이었다. 도욱은 얼마 후면 시작될 대한예술종합학교 커리큘럼을 따라야 했다.

공백기이자 휴식기라고도 할 수 있었지만, 마냥 쉴 수 있는 시간은 아니었다.

“그나저나 오 실장님.”

“네?”

오백호가 무슨 일이냐는 듯 도라희에게 답했다.

“조 팀장님이 보자고 하시던데요. 도욱 군도요. 알려줄 소식이 있다고······.”

“오~ 도욱이 또 광고 찍는 거 아이가!”

도라희의 말에 정윤기가 말했다. 박태형도 그런 거 아니냐고 물어왔다. 도라희가 손을 저었다.

“광고 아니고······.”

도욱이 도라희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도욱은 기다리고 있는 스케줄이 있었다.

“드라마라고 하던데요?”

도라희의 말에 멤버들이 술렁였다. 도욱이 주먹을 꽉 쥐었다.

‘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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