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눈 떠보니 슈퍼스타-70화 (70/225)

# 70

포뮬러(formula) (4)

-진짜임???

-대한예술종합에 붙었다고? 대박이네ㅎㅎ

-강도욱 연기도 잘하는 줄 몰랐네ㅋ

-끼 있는 애들은 뭘 해도 잘하는 것!

-왜 대학 소식 없었나 했는데 주원대 떨어지고 대예종 준비했나 보네...

-저기 들어가기 힘든 데라고 아는데..역시 연예인 빽ㅋㅋ

-진짜 무식한 소리 좀 하지 마라 연예인이라서 더 들어가기 힘들고 연예인 안 뽑기로 유명한데

-그러게 말이야ㅋㅋㅋㅋ 가만히 있으면 중간은 가지ㅋㅋㅋㅋㅋㅋ 대예종 출신들이 들으면 기절할 듯

-근데 주원대 실음과 뭔데 강도욱 깠냐?

-보는 눈 엉망인 게 예전 명성 아닌 듯?

-서준미만잡인가보오ㅋㅋ

-그러니까 이상... 서준보다 강도욱이 노래 못함?

-히트곡이 몇 갠데 실음과에 못 들어감?

-주원대 땅 칠 듯ㅋㅋ

-강도욱 하나가 뭐라고 주원대가 땅을 쳐요 강도욱 빠순이임?

-도욱 오빠 팬 맞는데ㅋ 뭐긴 뭐야 노래 잘해 작곡 잘해 빠지는 게 없는 사람 떨어뜨렸으면 땅 치는 게 맞는 거지

-강도욱도 못 붙은 주원대 홍보모델이 서준인 게 더 이상ㅋ

-케이케이 팬분들 괜히 서준 오빠 머리채잡지 말아주세요;;;

-머리채 잡는 게 아니라 진심 의문

댓글창이 들썩이고 있었다.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뜨거웠다. 인기가 많아진 만큼 케이케이나 도욱에 대한 관심도도 상당히 올라간 상태였기 때문이었다.

대부분의 댓글은 도욱의 대한예술종합학교 합격에 놀라워하거나 도욱의 다재다능함을 칭찬하는 반응이었다.

대한예술종합학교 연기과는 이름만으로도 명성과 위엄이 넘치는 학교였다. 인기가 많다고 들어갈 수 있는 여타의 대학 방송연예과와는 차별화된 곳이었다.

입학한다는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 실력을 인정받은 셈이었기 때문에 소식을 접한 이들은 도욱의 연기 실력을 궁금해 했다.

동시에 주원대 실용음악학과 불합격에 대한 의문도 떠올랐다.

현재 주원대 실용음악학과의 얼굴은 맨투맨의 서준이었다. 사람들은 주원대라는 얘기에 당연스럽게 서준을 떠올렸다.

서준과 도욱이 어느 정도 라이벌 구도를 구축하고 있는 것도 사람들이 연관을 짓는 데 한몫했다.

댓글러들 중의 일부는 ‘서준이 합격한 주원대를 왜 강도욱은 못 갔나’로 시작해 ‘서준이 낫냐, 도욱이 낫냐’의 문제로 본질을 흐리고 있었다.

그러나 이 본질을 흐리는 이들이야말로 도욱이 원하는 댓글 반응이었다.

도욱은 포털사이트를 나와 휴대폰 브라우저에도 즐겨찾기 해둔 사이트 ‘보물섬’으로 들어갔다.

회원제로 운영되는 커뮤니티로 아이돌에 관심 있는 여성 팬들이 모여 있는 성인 커뮤니티 사이트였다. 엄격한 회원제로 운영되는 만큼 대형 커뮤니티보다 인원은 적었지만, 성인 위주이다 보니 유용한 정보들이 많이 모이는 곳이었다. 방송 관계자도 심심찮게 보였다.

제목 : ㄱㄷㅇ 주원대 떨어졌었다는 기사 보고 놀란 보물들 모여 봐라

친구가 주원대에서 일하는데 주원대 예대 예전부터 비리 장난 아니라더라

뭔가 있는 것 같지 않음?

-합격한 것도 아니고 떨어졌는데 어떻게 비리랑 무슨 관련..

-붙은 사람들이 이상하다는 거?

-이거 고도의 돌려까기 아니냐?

-ㅇㄹ 엔터 소속가수들 해마다 입학하는 거 말하는 건가?

-ㅅㅈ 돌려까기 맞네ㅇㅇ

-분란글 삭제 부탁

도욱은 어느 정도 의혹을 제기하는 데 성공했음을 확인했다.

지금은 의혹 제기 수준이었지만, 한 번 제기된 의혹은 점점 더 커져 기정사실화 되어갈 게 분명했다.

실제로 비리가 만연했기 때문이었다. 주원대와 아라 엔터의 커넥션이 있다면, 이를 제대로 파헤치는 일은 위쪽의 도움이 필요했다.

일단은 이곳 성인 커뮤니티에 얘기가 나온 만큼 증거들이 등장할 가능성이 있었으므로 도욱은 계속해서 ‘보물섬’을 체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강도욱아-!”

그때, 호텔 방 문이 활짝 열리며 안형서가 외쳤다. 침대에 앉아 휴대폰을 보고 있던 도욱은 잠시 휴대폰을 엎어두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도쿄에 도착한 멤버들은 단체로 도쿄 시내 관광을 나갔다 오던 길이었다.

일본 정규 앨범 준비에 시험 준비까지 병행하며 고단했던 도욱만 숙소인 호텔에 남았었다.

“이게 다 뭐······.”

갑작스럽게 몰려든 멤버들에 도욱은 조금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오백호 실장까지 만면에 미소를 띠운 채 함께였다.

한 개의 초가 꽂힌 케이크를 들고 박태형이 천천히 도욱 쪽으로 다가왔다.

“합격 축하 파티 해야 한다 안 하나!”

정윤기의 말에 그제야 도욱은 케이크의 의미를 이해했다.

“뭘 이런 걸 다.”

도욱은 머쓱한 채로 중얼댔다. 김원이 고개를 저으며 이런 건 제대로 축하를 해줘야 한다고 콩그래추레이션~ 하며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안형서가 어서 초를 끄라고 재촉해 도욱은 가볍게 입 바람을 불어 초를 껐다.

입학 축하 케이크라도 해주자는 이야기는 박태형의 아이디어였다.

물론 자신이 지원한 대학은 웬만하면 갈 수 있는 대학이었지만, 자신은 대학에 붙고 도욱이 대학에 떨어졌던 게 내내 마음에 걸렸던 박태형이다.

김원도 박태형의 케이크라도 사가자는 제안에 크게 동의했다. 도욱의 주원대 불합격 소식을 옆에서 함께 지켜본 김원도 이유모를 부채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리도 멤버들 모두 도욱이 얼마나 이러한 결실을 맺기 위해 노력해왔는지 알고 있었다.

물론 도욱 개인의 일이었지만, 케이케이에게도 좋은 일이라고 멤버들은 진심으로 생각했다.

여섯 멤버들이 모두 미주알고주알 서로의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지내는 단짝 친구 같은 사이는 아니었다. 그것은 오히려 종일 붙어서 생활하며 시간을 보내는 가족 같은 사이여서였다.

도욱은 한마음으로 축하해주는 멤버들을 보며 뭉클해졌다.

자신보다 한참 어린 멤버들이었다. 그럼에도 점점 진정한 ‘친구’가 되는 것 같아서······. 도욱은 편안한 마음으로 미소 지었다.

“뮤비에서 연기 잘할 때부터 내 알아봤다 아이가.”

정윤기가 케이크를 써는 도욱의 옆에 서서 바람을 잡았다. 그러더니 석지훈을 보고 말했다.

“내년엔 니도 도욱이 따라서 대예종 딱 들어가라, 마.”

“······저는 자신 없습니다. 연기 스타일도 그쪽이랑은 좀 달라서.”

석지훈이 어려운 일이라는 듯 고개를 저었다.

“지훈이까지 들어가면 딱! 케이케이에 대예종 출신이 둘! 그럼 우리 막 그런 거잖아. 연기돌?”

“여섯 중 두 명만 연기를 할 줄 아는데 연기돌?”

안형서의 호들갑을 정윤기가 차단했다.

“지훈이는 지훈이 원하는 데 가면 되지.”

도욱이 호텔에 구비되어 있는 접시에 케이크를 나눠주며 대화를 정리했다.

지켜보던 오백호 실장이 도욱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그동안 수고 많았다.”

“아니에요. 감사합니다.”

“학교생활까지 하려면 바쁘겠지만······.”

오백호 실장이 말을 골랐다. 괜한 말로 도욱의 사기를 꺾을 생각은 없었지만 염려되는 부분을 짚고 넘어갈 때이기도 했다.

도욱은 잠자코 오백호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무슨 걱정을 하는지 표정을 보니 대충 알 것 같기도 했다.

“네가 알아서 잘하겠지만 말이다.”

“편하게 말씀하세요, 형.”

“절대 본업이 가수인 것 잊어서는 안 된다. 알지?”

도욱은 오백호 실장의 이런 점을 인정했다. 역시 괜히 부장 자리에까지 오르고 여기저기 스카우트 제의를 받는 게 아니었다.

늘 적절한 때 적절히 소속가수의 관리를 할 줄 알았다. 관리라는 건 스케줄만이 아니었다. 데뷔 후 시간이 지나고 인기를 얻어 정신이 해이해질 때쯤의 멘탈까지 관리해주는 것이다.

관리자로서 훌륭한 덕목을 갖춘 셈이었다.

“그럼요.”

“형도 참, 걱정할 사람을 해야죠.”

안형서가 도욱의 편을 들며 말했다. 초코케이크를 입에 넣고 우물거리던 박태형도 안형서의 말이 맞다는 듯 끄덕였다.

“그래서 말인데요.”

“헉. 그래서 벌써 다음 앨범을 준비하자는 건 아니지? 이제 막 일본 앨범 준비 끝났는데!”

도욱이 얼마나 워커홀릭인지는 가장 가까이에 있는 멤버들이 가장 잘 알고 있었다. 안형서가 지레 겁을 먹고 물었다. 도욱이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그래서 말인데 윤기 형 일이요. 뭐냐고 물어보려고 했어요.”

“아, 그거!”

도욱이 주제를 꺼내자 오 실장도 마침 다 모인 김에 얘기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얼마 전 정윤기는 ‘학생 래퍼’ 연출로부터 프로그램 출연 제의를 받았다.

새로 기획하는 성인 버전 래퍼 서바이벌 프로그램인 ‘쇼미더허니’ 출연 제의였다. 결승전까지 간다면 첫 경연부터 마지막 경연까지 두 달 정도에 걸쳐 진행되는 프로그램이었다.

팀 활동이 아닌 정윤기 개인활동이 되는 셈이었다.

서바이벌 프로그램인 만큼 스트레스도 상당할 테고, 실력에 대한 논쟁도 분분할 게 분명했다. 잘 된다면 이름을 알리는 데 큰 도움이 되겠지만, 그만큼 분란만 일으킬 위험성도 높았다.

‘쇼미더허니라······. 엄청난 인기를 얻는 프로그램이다.’

도욱은 정윤기가 제안 받았다는 프로가 ‘쇼미더허니’란 것을 듣자마자 고민에 빠졌다.

‘이전에는 케이케이의 인기가 덜했기 때문에 출연 제의를 받지 못했거나, 출연 제의를 거절했던 건가?’

도욱이 알기로 정윤기는 ‘쇼미더허니’에 출연한 이력이 없었다.

때문에 도욱은 더욱 고민이 될 수밖에 없었다. 알지 못하는 미래였다. 프로그램 자체의 인기는 상당했지만, 오백호나 정윤기가 걱정하는 그대로 논란도 많은 프로였다.

‘그야말로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인 프로다. 과연 득일까, 실일까······.’

정윤기가 자신의 생각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놨다.

“학생 래퍼하면서 개고생하기도 했고, 마. 괜히 내가 케이케이 이름에 먹칠만 하는 걸까봐 걱정된다. 이제 내가 잃을 게 많아졌잖냐.”

다른 멤버들 또한 진지한 얼굴이 됐다. 무엇이 좋다, 나쁘다 쉽사리 결정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정윤기의 말대로 케이케이의 이름에 먹칠을 할 수도 있었지만, 반대로 이름을 더 빛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내 혼자 결정할 일 아니고, 다 같이 결정해야 할 것 같았다. 나가든, 안 나가든.”

멤버들이 끄덕였다.

도욱은 기억을 되짚었다. ‘쇼미더허니’의 출연진들을 떠올렸다. 현재 정윤기의 랩은 학생 래퍼때보다 훨씬 더 발전한 상태였다.

‘확실히 경쟁력이 있다. 당시 우승자의 실력과 비교했을 때도 아주 크게 떨어지는 느낌은 아니야.’

도욱은 정윤기를 바라보며 말했다.

“형. 형만 자신 있으면, 형이 원하는 대로 하면 될 것 같아요.”

“그러게······. 난 형이 못 할 것 같진 않은데, 오히려 잘할 것 같은데. 문제는 형 너무 힘들까봐······. 너무 힘들 것 같으면 하지 말구.”

도욱에 이어 안형서까지 진지하게 말하자 정윤기는 멤버들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자신을 신뢰한다는 느낌이 정윤기의 마음을 든든하게 했다.

다른 멤버들 또한 별반 다르지 않은 의견을 내놓았다.

정윤기가 고심하는 표정을 지으며 끄덕였다.

“그래. 더 생각해볼게.”

사실 이미 정윤기의 마음을 출연에 기울어져 있었다. 멤버들만 지원해준다면, 래퍼로서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컸던 것이다.

‘정윤기 개인의 인지도가 높아진다면······. 케이케이로선 잃을 게 없다. 실력까지 인정받는다면 더 좋겠지.’

도욱은 생각하며 정윤기와 함께할 이후의 모습을 머릿속에 그리기 시작했다.

***

다음 날. 시부야 사거리의 고층 건물에 자리잡은 거대 전광판에는 케이케이의 단체 사진이 떠올랐다.

나카모토 사의 적극적인 푸시 아래 이루어진 광고였다.

정규 앨범 발표 기념 악수회장으로 가기 전, 광고를 확인하러 차를 타고 온 멤버들은 도쿄 중심에 걸린 자신들의 사진을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

그리고 서울에서는 공중파 방송국 월화 드라마 <해와 달의 연인>의 서브 남자주인공으로 발탁된 서준이 제작발표회 현장에서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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