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눈 떠보니 슈퍼스타-67화 (67/225)

# 67

포뮬러(formula) (1)

***

서태준 LIVE 공연 당일.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

숙소와 회사 앞을 가리지 않고 케이케이 멤버들을 따라다니는 팬들이 있었기 때문에 멤버들은 두 팀으로 차를

나눠탄 채 체조경기장에 도착했다. 노출을 최대한으로 줄이기 위해서였다.

힛 엔터테인먼트 측에서는 서태준의 요구를 최대한으로 지키기 위해 보안을 최우선사항으로 두었다.

물론 케이케이 멤버들이 두문불출하며 공연을 연습한다는 정도의 소문 정도는 팬들 사이에서 돌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무슨 공연인지까진 알려지지 않은데다 그 공연이 서태준의 공연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케이케이가 곧 단독 콘서트를 하는 것 아니냐는 추측 정도가 가장 신뢰를 얻고 있었다.

마치 대통령이라도 경호하듯 삼엄한 보안 속에서 공연 리허설이 진행됐다.

멤버들은 4분 정도되는 자신들의 공연 시간을 기다리며, 서태준의 리허설 현장을 지켜보는 영광을 누렸다.

“와, 이런 노래였구나······.”

멍하니 무대 위를 보던 안형서가 중얼거렸다.

서태준의 신곡을 들은 멤버들은 후두부를 맞은 듯한 충격을 받았다.

전에 없던 장르는 아니었으나 매니아 장르라고 불리는 록에 팝적인 요소가 절묘하게 가미되면서 대중가요로 손색없는 노래가 되어 있었다. 그럼에도 록의 ‘하드’한 느낌은 사라지지 않은 채였다.

이전에 이미 들은 적 있는 노래였으나 도욱 또한 다시금 감탄했다.

‘이 시대에 이런 노래를 들고 나올 수 있다는 게······ 정말 대단하다. 이런 곡을 쓸 수 있는 능력도, 자신감도!’

신곡뿐만이 아니었다.

이전에 발표됐던 히트곡들은 역시 언제들어도 좋은 노래들이었다.

도욱의 옆에 선 정윤기가 리듬을 타며 가사 하나 빠짐없이 노래를 따라불렀다.

이후 케이케이의 공연 순서에는 서태준이 준비한 댄스팀이 무대 위에 올랐다. 팬들과 기자들이 공연장에 오고 있었기 때문에, 서태준은 본 공연까진 케이케이를 무대에 올리지 않을 생각이었다.

케이케이의 수준은 이미 서태준이 3일에 한 번꼴로 영상을 통해 전달받아 확인한 상태였다.

서태준과 직접 이야기를 나누진 못했지만, 서태준이 케이케이의 실력에 만족스러워한다는 이야기를 토미에게서 들을 수 있었다.

멤버들은 댄서들을 보며 자신들의 위치를 확인했다.

실제로 무대에 서면 느낌이 다를 테니 불안한 부분도 있었지만, 일주일 동안 삼시세끼 먹고 자는 시간 외에는 죽을 듯이 연습한 무대이니 잘할 자신 또한 있었다.

길었던 리허설을 끝으로 본 공연이 시작되었다.

장엄한 무대 음악과 함께 흑백으로 처리된 서태준의 무대 영상 클립이 화면에 떠오르자 공연장을 꽉 채운 팬들이 술렁이며, 공연 1분 만에 눈물을 흘리는 팬들까지 나왔다.

8년의 기다림이었다. 서태준을 기다렸을 팬으로서는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는 순간이었던 것이다.

리허설 때도 굉장하다고 생각했지만, 정말로 굉장한 무대는 지금부터였다.

아티스트의 퍼포먼스는 그 아티스트를 사랑하는 청중을 만날 때 가장 완벽해진다는 것을 케이케이 멤버들은 그 순간 모두 느꼈다.

대기실에서 공연 무대를 모니터링하며 케이케이 멤버들은 가슴 한편이 벅차오름을 느꼈다.

서태준의 천재적인 무대에 대한 경이와 팬들의 광기 어린 환호가 케이케이 멤버들의 가슴에 새겨졌다.

저 위에 자신들이 서게 된다는 것이 첫째로 설렐 수밖에 없는 부분이었다.

‘언젠가 저런 자리에 우리도 설 수 있겠지?’

말은 하지 않았지만, 눈빛으로 알 수 있었다. 모두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케이케이의 무대 순서가 되었다.

조명이 모두 꺼지고, 암전이 되면서 커다란 무대 위가 암흑에 휩싸였다. 무대를 둘러싼 관객석의 불빛들이 조용히 반짝였다.

관객들은 호흡을 돌리며, 다음 무대가 시작되기를 숨죽여 기다렸다.

곧 다음 무대의 전주가 흘러나왔다.

서태준의 곡 중 가장 인기가 많았던 곡인 ‘GO BACK SCHOOL’의 전주에 관객들이 소리를 내질렀다.

체조경기장이 울릴 만한 함성에 무대 위에 대형을 갖춘 채 서 있던 케이케이 멤버들은 전율을 느꼈다. 엄청난 기운이 몸 속으로 밀려드는 듯한 기분이었다.

동시에 팟―! 핀 라이트 조명이 여섯명의 멤버를 비췄다.

멤버들은 팔을 내뻗으며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서태준이 아닌 다른 인물들의 등장에 소리를 지르던 관객들이 앞다투어 무대 위의 인물들이 누구인지에 대해 알아내려 애썼다.

처음에는 댄서들인 줄 알았는데 검은색 차이나 카라의 교복을 입은 여섯 명의 자태가 댄서로만은 보이지 않았다.

풀샷 안무를 보여주던 VCR 화면이 도욱의 얼굴을 비쳤다. 이후에는 다시 풀샷. 박태형 독무 원샷. 현란하게 움직이는 여섯 명의 교복 군단에게 어느새 관객들은 마음을 빼앗기고 말았다.

초대석의 기자들이 웅성거리며 들썩였다.

“뭐야! 쟤네 그냥 댄서들이 아닌데?”

“강도욱? 방금 강도욱 아니었어?”

“강도욱이 지금 왜 여기에, 케이케이? 지금 케이케이야?!!!”

기자들이 각자 무릎 위에 올려놓았던 노트북 위에서 정신 없이 손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확실해? 케이케이?!”

“맞습니다. 선배님! 저기 독무추는 쟤가 박태형이에요!”

“야, 김 기자! 사진 빨리 찍고 무대 끝나자마자 전송해.”

“넵!”

커다란 카메라를 든 기자가 빠른 속도로 셔터를 눌러댔다.

관객석에서도 케이케이를 알아 본 이들이 술렁였다.

“케이케이가 우리 태준짱 공연에 왜 나와?”

“그러게 우리 태준짱이 아무나 부를 리도 없는데······.”

다른 가수의 등장이 마냥 반갑지만도 않았으나, 서태준에 대한 무한한 믿음이 있기도 한 팬들이었다.

게다가 무대 위의 케이케이는 완벽하게 서태준의 8년 전 모습을 재현하고 있었다.

“잘하긴 잘하네.”

팬들 대부분의 반응이 그랬다. ‘잘하긴 잘한다.’

한 명이 아닌 여섯 명의 안무에 맞게 재해석된 부분들도 있었는데 그 부분들 또한 서태준 팬들의 눈에도 마음에 들 만큼 뛰어난 춤 실력을 자랑했다.

케이케이의 댄스 무대가 끝이 날 무렵, 다시 한 번 ‘GO BACK SCHOOL’의 후렴구가 시작되며 서태준이 와이어를 매단 채 무대 중앙 천장 위에서 서서히 내려오고 있었다.

꺄아아아아― 고조된 함성이 고막을 찢을 듯했다.

“그래!”

“(그래----)!!!”

“그래!”

“(그래----)!!!”

“이제 지난 사랑은 됐어!”

서태준이 선창하면, 팬들이 뒤이어 따라불렀다. 완벽한 호흡이었다.

무대 위에 선 서태준이 스탠드 마이크를 붙잡고, 노래를 불렀다. 케이케이 멤버들은 머리가 뜨끈할 정도로 열정을 다해 안무를 마쳤다.

<서태준, 무사귀환. 대한민국 뒤흔든 서태준 컴백!>

<또 새롭다! 서태준, 서태준, 역시 서태준!>

<케이케이 깜짝 등장! 서태준과 콜라보 무대...>

<8년만의 복귀 무색, 시간은 서태준을 향해 흐른다.>

<대선배 서태준과 공연... 케이케이, 올해의 가장 핫한 가수 증명!>

유명 포털사이트는 서태준의 공연으로 뒤덮였다. 실시간 검색어도 온통 서태준의 공연과 신곡에 관한 내용이었다.

그중에는 케이케이도 물론 있었다.

***

서태준과 미팅을 갖던 날.

도욱이 서태준에게 ‘드리고 싶다던 말씀’은 다른 게 아니었다. 서태준의 노래 리메이크에 대한 허락을 구하고자 함이었다.

서태준은 고심했다.

사실 서태준의 노래들은 아직까진 단 한 번도 리메이크 된 적이 없었다.

은퇴 초반에는 서태준의 위용이 너무나도 대단했기 때문에 함부로 리메이크를 하겠다고 나선 이가 없었다.

이후에는 종종 리메이크 제안이 들어왔지만, 서태준 선에서 거절당했다.

서태준이 자신의 노래가 남의 손에 의해 훼손되는 것을 극도로 꺼려한 탓이었다.

‘그런 탓에 내년 쯤에서야 서태준 노래의 리메이크가 시작된다. 리메이크 된 노래는 큰 관심을 받으며 어느 정도의 인기를 누린다.’

서태준의 곡을 처음으로 리메이크한 가수라는 타이틀을 도욱은 가져오고 싶었다.

타이틀의 문제를 떠나서 서태준의 명곡들을 시대에 맞게, 케이케이에 맞게 재편곡하고 싶은 욕심 또한 있었다.

“리메이크라······. 들어보고 결정해도 되겠습니까?”

“거절이신 가요?”

서태준의 답에 도욱이 되물었다. 자신보다 훨씬 어린, 이제 갓 스무살 된 도욱의 당찬 물음에 서태준이 헛웃음을 터뜨렸다.

“아니. 돌려서 거절하는 게 아니에요, 후배님. 저는 리메이크에 마음이 열려 있어요.”

도욱은 고개를 끄덕였다. 서태준이 말을 이었다.

“그렇지만 여태 리메이크를 한다면서 사람들이 내게 보내온 곡은 리메이크라고 부를 수 없을 만큼 원곡과 똑같거나, 원곡이 생각도 나지 않을 만큼 너무 달랐어요.”

도욱은 정확하게 서태준의 말의 의도를 파악했다.

그렇게 도욱은 서태준의 이야기를 머릿속에 새긴 채 편곡 작업을 진행했다.

그리고 공연이 있기 며칠 전, 서삼원에게 메일을 보냈었다.

“얘들아! 나와 봐라!”

공연 이후, 드디어 거의 두 달여만에 첫 휴식을 갖게 된 멤버들이 숙소에서 쉬고 있을 때였다.

오백호 실장의 목소리에 방에 있던 멤버들이 하나둘 거실로 나왔다.

개인적인 스케줄이 또 생겨버려 방송국에 간 정윤기를 제외한 멤버들이 모두 모였다.

“이게 뭐예요? 실장님?”

석지훈이 놀라 물었다. 김원은 이미 그 앞에 서 감탄을 하고 있었다.

“왓 어 원더풀!”

오백호 실장이 거실 한편에 옮겨놓은 건 관상용 화분이었다. 그러나 보통 집안에서 키우는 화분이라고 하기엔 사람 몸집만 한 크기였다.

그나마 케이케이의 숙소가 남자 여섯 명이 살기에도 넓은 평수라 어울리는 정도였다.

“이거 서태준 쪽에서 보내왔다. 공연 도와준 거 고맙다고.”

서태준이 보낸 선물이라는 말에 안형서가 나서 휴대폰을 들어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페이스노트에 자랑해야겠어요!”

“그래 이건 여기저기 자랑해도 좋을 일이지. 그리고 도욱아······.”

오백호가 도욱을 부르는 목소리가 평소와는 조금 달랐다. 도욱이 다음 말을 기다렸다.

“서태준 씨 답 왔다.”

“네?”

“리메이크 해도 좋대.”

왁, 놀라며 안형서가 외쳤다. 도욱도 놀라기는 마찬가지였다.

“대박, 대박!!!”

안형서의 말대로, 그야말로 ‘대박’이었다.

편곡을 하면서 서태준이 맘에 들어할 거라 자신은 가졌지만, 완벽하게 허락을 받아내니 여간 기쁜 게 아니었다.

“백호 형, 당장 녹음스케줄 잡아주세요.”

“그래, 그래! 심 팀장이랑 의논해볼게.”

“최대한 빨리요.”

“당연하지. 지금처럼 서태준에 대한 관심도 높고, 여론 좋을 때 빨리 터뜨려야지! 도욱이 네가 애썼다, 정말!”

도욱이 희미하게 미소지었다.

곧바로 케이케이 멤버들은 녹음 준비에 들어갔다. 힛 엔터테인먼트에서는 지체없이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케이케이의 활동을 기다리던 팬들은 서태준 곡 리메이크라는 초대형 카드를 내민 케이케이에 흥분감을 감추지 못했다.

케이케이는 팬들에게 정말로 ‘자랑스러운’ 가수가 돼가고 있었다.

***

케이케이는 서태준의 공연이 있은 지 한 달여도 되지 않아 디지털 싱글 앨범을 발표했다.

컨셉 사진과 음원, 뮤직비디오만 공개되는 앨범이었다.

대신 팬들과 기자들을 위해 쇼케이스를 준비했다. 쇼케이스에서는 케이케이의 이전 노래들과 ‘GO BACK SCHOOL’ 무대 재현, 그리고 신곡 발표가 있었다.

팬들은 서태준의 공연장에서 입었다는 검은색 차이나 카라 교복을 입은 멤버들을 제대로 볼 수 있다는 것에 이미 심각하게 만족한 상태였다.

그러나 그게 다가 아니었다. 케이케이가 서태준의 노래를 리메이크한 신곡은 상상을 뛰어넘는 곡이었다.

서태준의 곡을 리메이크한 앨범을 발표한다고 했을 때, 사람들이 생각한 건 모두 ‘GO BACK SCHOOL’의 리메이크였다.

그러나 모두의 예상을 깨고 케이케이가 들고 나온 건 ‘친구에게’였다.

가장 친한 친구에게 자신의 마음을 담담히 이야기하는 듯한 가사가 일품인 노래로 서태준의 노래 중 가장 감성적이고 서정적인 노래였다.

‘친구에게’의 음원은 발표되자마자 진입 순위 1위를 찍었다.

“아······ 눈물날 것 같아! 형서 오빠 노래를 저렇게 잘했나?”

“형서 오빠 노래 원래 잘했거든?”

“나 집에 가서 귀 안 씻을래. 도욱이 목소리 들은 내 소중한 귀······.”

“그냥 씻고 음원 스트리밍하면서 다시 들어, 멍청아!”

이전 곡들보다 훨씬 보컬이 강조된 곡이었다. 도욱의 안정적인 보컬에 이미 심장이 녹을 듯했는데, 안형서의 고음 파트에서는 입을 벌리고 경청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케이케이는 댄스, 힙합, 강렬한 퍼포먼스에만 강한 게 아니라 ‘바람 부는 날’ 아카펠라 버전에 이어 ‘친구에게’로 보컬적으로도 훌륭한 가수임을 입증해냈다.

심지어 ‘친구에게’는 20대뿐 아니라 3, 40대의 귀를 사로잡기도 충분한 노래였다.

‘친구에게’가 발표된 지 일주일 후.

대한민국은 ‘친구에게’ 열풍이었다. 서태준 열풍이자, 케이케이 열풍이었다. 그리고 맨투맨이 기습적으로 컴백을 예고했다.

“맨투맨의 컴백······.”

맨투맨 컴백 티저 영상을 보며 도욱은 눈을 깜박였다. 도욱이 이전에 본 적 있는 그대로의 티저 영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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