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눈 떠보니 슈퍼스타-62화 (62/225)

# 62

확장팩 (1)

***

지직거리는 화면 이후, 팟! 하는 효과음과 함께 김원이 등장한다. 막 샤워를 하고 욕실에서 나온 상태이다. 머리를 말리며 노래를 흥얼거린다.

“라라라라라, 라라라라, 스트, 대에엔스으으!”

방으로 들어와서도 ‘LAST DANCE’ 노래를 흥얼거리고 있다.

방 책상 위에 달린 카메라에 가까이 다가와서 인사한다.

“레이디스 앤 젠틀맨! 김원이에요. 좋은 아침~ 굿 모닝~! 어제 티저 공개된 거 보셨어요? 이 부분까지만 나왔었죠? 제가 더 불러보겠습니다!”

그때 자고 있던 박태형이 꿈틀거리며 일어났다.

“형?! 안······ 돼요······.”

“잠결에도 스포를 막겠다는 굳은 의지! 굿모닝 태형~!”

김원이 카메라를 떼서 손에 들고는 박태형의 가까이로 다가갔다. 졸린 눈을 비비며 이제 겨우 일어난 박태형의 모습을 잡았다.

“보이~! 웨이 컵, 웨이 컵~!”

“일어났어요······.”

“제 룸메이트 태형입니다. 이렇게 가까이서 보는 건 처음인데······. 귀엽네요.”

정신이 든 박태형이 부은 자신의 얼굴을 깨닫고는 이불을 뒤집어 쓰려 하지만 이미 늦었다. 김원이 박태형의 볼까지 카메라를 줌인했다.

“오, 태형아 너 볼에 점이 있네?”

“네? 네······. 형, 저 세수도 안 했는데······.”

카메라를 피하려는 박태형을 끈질기게 김원의 카메라가 따라붙었다.

“그냥 보아서는 잘 보이지 않는 작은 점이 전부 하나, 둘, 셋······ 일곱 개야.”

“일··· 일곱 개나요?”

“어. 시청자분들 잘 보세요. 이게 바로 태형이의 볼 위에 있는 게자리, Cancer입니다.”

김원은 종종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는 방식과 다른 방식으로 사물을 관찰하고는 했다. 그런 자신만의 세계에 빠지면 누가 말려도 소용이 없었다.

박태형은 김원을 피하는 일을 포기한 채 볼을 카메라에 가만히 내어주고 있었다.

“진짜 점 연결하면 모양이 게자리야! 신기하다.”

“몰랐어요······.”

“헤라클레스한테 밟혔던 게가 태형이 볼 위에 올라가 있네요. 여기 이렇게 네 개의 점을 연결하면 생기는 사각형 안에 원래는 프레세페 산개 성단이 있어야 하거든요? 갈릴레오 갈릴레이가 발견한 성단이에요.”

박태형은 다시 잠이 들 것처럼 멍해졌다.

‘성단이 뭐지······.’

김원의 별자리 강의가 시작되자 박태형은 멍하니 생각했다.

그러한 박태형의 생각을 읽기라도 한 듯 김원이 성단에 대한 설명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김원의 길어지는 설명에 ‘그렇게 이른 아침 김원의 강의가 시작되었다...’ 하는 자막과 함께 화면은 빨리감기 되며 다시 지지직 거렸다.

지직거리는 화면 이후, 팟! 하는 효과음과 함께 이번에는 카메라에 얼굴 정면을 보이고 있는 석지훈이 등장한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카메라에 대고 예의바르게 인사한 석지훈이 인사가 끝나자 인상을 찌푸린다.

“드디어 형서 형이 방을 나갔습니다.”

고정되어 있던 카메라를 떼 손에 든 채 방안을 주욱 훑은 석지훈이 안형서의 침대 위와 자신의 침대 위를 번갈아 화면에 잡았다.

“이쪽이 형서 형, 이쪽이 제 침대입니다. 저는······.”

석지훈이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참을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카메라를 다시 고정시킨 석지훈은 창문을 열고 방 청소를 시작했다.

빠르게 움직이며 쓰레기를 버리고, 방을 쓸고 닦는 석지훈의 모습이 빠르게 나타났다.

석지훈은 침대 위의 이불도 마치 호텔 침구처럼 주름 하나 없이 펼쳐놓고, 베개도 중앙에 가지런히 놓았다.

석지훈의 화장대 위에는 남자치고 많은 화장품들이 있었다.

“제 깨끗한 피부의 비결에 대해 물어보시는 팬 분들이 많은데 비결이라 하면, 역시 타고 나는 겁니다.”

잠시 정적.

“제가 쓰는 화장품들입니다. 이거는 스킨이고요. 스킨 바르고 나면 로션 조금 바르고, 수분크림으로 마무리를 합니다. 아침에는 그렇고······. 밤이 중요한데. 밤에는 스킨, 로션, 에센스를 바르고요. 제가 피부가 예민하기 때문에 천연 화장품을 씁니다. 그리고 매일매일! 마스크팩을 합니다. 여기에는 없고 냉장고에 넣어놨습니다.”

각을 맞춰 일렬종대한 화장품들을 카메라에 잡으며 석지훈이 설명했다.

“어? 이게 왜 이렇게 됐지······. 잠시만요.”

그러다 세워 놓은 향수 중 비뚤어진 것이 보이자 석지훈은 잠시 카메라를 내려놓고 향수 병의 위치를 꼼꼼하게 맞췄다.

위치를 맞추다 보니 먼지가 조금 쌓인 것들이 보였다. 석지훈은 서랍에서 깃털처럼 생긴 먼지털이를 꺼내 먼지를 털어내기 시작했다.

그렇게 청소에 정신을 놓아버린 석지훈의 뒷모습과 함께 지지직 거리며 효과음과 함께 화면이 넘어갔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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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K 방송이 전파를 타고 나가자 팬들의 반응은 상당했다.

방송이 나갈 때마다 멤버마다 하루에도 수십 개의 별명이 생길 정도로 각 멤버들의 개성이 뚜렷하게 드러나는 방송이었다.

신윤호 PD는 한 회차 안에 여러 개의 소주제를 달아 한 소주제당 10분이 넘어가지 않는 선에서 편집했다.

지루할 수 있는 부분들은 과감하게 편집하고, 빠르게 전환되는 화면들에 팬이 아닌 이들도 지루한 감 없이 화면에 집중할 수 있었다.

쓸데없이 과장된 부분도 없었고, 억지 섞인 미션, 게임 등도 하지 않았다. 연습을 하는 모습이나 숙소에서의 생활 등 사람들이 아이돌에게 정말로 알고 싶은 장면들만 액기스처럼 모아 놓은 방송이었다.

덕분에 K.K 방송의 시청률은 2%를 넘었다. 케이블 아이돌 리얼리티 예능으로는 역대급 시청률이었다.

회차를 거듭할수록 십 대를 겨냥한 광고 협찬이 늘어났다. 특히 석지훈이 소개했던 화장품들이 팬들 사이에 입소문을 타면서 PPL도 많이 들어왔다.

처음 신윤호 PD가 약속했던 음악 방송에서의 컴백 무대 지원 스케일도 커질 예정이었다. 컴백 기념 야외 특설 무대를 세우는 것까지 방송사 측에서는 고려 중이었다.

TBN과 케이케이 모두에게 윈윈인 방송이 되어가고 있었다.

***

‘LAST DANCE’ 뮤직비디오가 공개됐다.

음원 공개 시간은 한 시간 뒤인 오후 6시였다.

뮤직비디오가 공개되자마자 화면 캡쳐 이미지와 함께 뮤직비디오 관련 기사가 우후죽순 올라왔다.

힛 엔터 측에서 미리 보내놓은 보도자료를 바탕으로 한 기사들이었지만, 개인적인 의견이 추가된 기사들도 많았다.

호평일색이었다.

계나리 뮤직비디오에 이어 케이케이의 뮤직비디오까지 성공적으로 연출함으로써 진영 감독은 뮤직비디오 감독으로서 완전히 자리를 잡게 됐다.

편집된 뮤직비디오는 노래, 연기, 연출 모두 완벽했다.

노래가 좋다는 이야기와 도욱의 연기에 대한 칭찬도 댓글마다 가득했다.

-노래 개좋다

-믿듣케~ 믿고듣는케이케이~

-작곡 또 용감한외동? 강도욱?

-공동 작곡ㅇㅇ

-강도욱 사기캐네ㅋㅋㅋㅋ연기도 존잘

-도욱이가 흘린 눈물..보고 누나 마음 찢어져서 운다..눈물이 대동강물처럼 흘러 넘치는구나..도욱아 너 울린 새끼들..누나가 죽이러 간다..경찰아저씨들 뭐하세요..저 폭력범 새끼들 안 잡아가고..

-죽이러 가는 거면 님은 살인인데ㅋㅋㅋ 님이 먼저 잡혀갈 듯;;

-국보 77777호 강도욱

-케이케이 짱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대박나자 케이케이^^~!!!

-티저에 나왔던 후렴구 부분 고막에 벌써 새겨짐 수능금지송으로 미리 지정하길ㅎㅎ

한편에서는 이전의 케이케이 노래보다 조금 어두운 것 같다는 의견도 나왔다. 빠른 비트 때문에 몸이 저절로 흔들릴 만큼 신나는 분위기의 곡이었지만, 베이스로 깔린 멜로디는 확실히 서정적이었다.

그러나 도욱은 밝지만은 않은 부분이 대중들에게 더 유효할 것이라 생각했다.

한국에서 댄스 음악만큼 사랑받는 게 발라드 음악이었다. 한국인의 정서라는 게 있었다. 정서적으로 잘 맞아떨어질 거라 확신했다.

그리고 진입 순위 1위를 기록하며, 음원차트에 ‘LAST DANCE’가 올라온 순간 도욱은 자신의 생각이 맞았음을 확인했다.

“피디님, 1위입니다.”

도욱의 말에 의자에 기대 앉아 다리를 떨고 있던 용수철이 고개를 들었다.

용수철과 다시 한 번 작업을 하게 될 수도 있겠지만, 언제가 될지 모르는 먼 미래의 일이었다. 용수철도 그 정도는 예감하고 있었다.

두 사람은 마지막으로 함께 작업한 ‘LAST DANCE’의 음원 공개를 앞두고 시간을 내 고급 레스토랑으로 저녁을 먹으러 왔다.

특별히 저녁을 사고 싶다는 용수철의 제안 때문이었다.

새로운 도전을 위해 떠나는 것이지만, 당연히 아쉬운 마음도 있을 용수철이었다. 그런 용수철의 마음을 헤아리며 도욱은 내일 컴백 무대 준비로 정신이 없음에도 용수철의 저녁 식사 제안에 응했다.

식사를 마칠 시간이 때마침 음원 공개로부터 한 시간이 지나 진입 순위가 발표될 시간이었다.

후식으로 나올 커피를 기다리며 용수철은 초조한 마음을 다리를 떠는 것으로 대신하고 있었다.

앨범이 나올 때마다 케이케이 멤버들만큼이나 프로듀서였던 용수철도 마음을 졸였다.

“하······ 다행이군요.”

“네. 감사합니다, 피디님. 피디님 덕분이에요.”

“아뇨. 내가 감사해야죠. 도욱 군 덕분에 거둔 유종의 미인 거요.”

종업원이 따듯한 커피와 녹차를 각각 용수철과 도욱의 앞에 놓았다.

그리고 식사가 끝나길 기다렸다는 듯 쭈볐거리며 앞치마 주머니에 넣어 온 종이와 펜을 꺼냈다.

“저······ 케이케이 멤버 강도욱··· 맞죠? 싸인 한 번만······.”

그냥 도욱만 있었으면, 조금 편한 마음이었을 텐데 앞에 있는 용수철이 워낙 험악해 보여서 종업원의 목소리가 떨렸다. 대화를 방해당했다는 기분에 용수철이 표정을 굳혔기 때문에 더욱 무서워 보였다.

“네. 펜 주세요.”

도욱이 몸에 밴 매너처럼 웃어 보이며 펜 뚜껑을 열어 망설임없이 종이 위에 사인했다.

어딜 가든 사인이나 사진을 요청 받는 일이 잦았기 때문에 익숙했다. 사진 요청은 상황에 따라 대체로 거절하지만, 사인 정도는 어디서나 해주는 편이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진짜 팬이에요!”

도욱의 사인 종이를 붙들고 여러 번 감사 인사를 하며 종업원이 뒷걸음질했다.

그런 종업원을 보며 마지막까지 도욱이 미소를 지었다.

“이제 정말 프로군요.”

“하하, 당연한 걸요.”

“도욱 군. 그동안 정말로 고마웠어요. 회사 작업실 나가더라도 자주 연락하고 보면 좋겠는데······.”

“물론이죠, 피디님! 저도 피디님 없으면 이렇게까지 작곡 활동할 수도 없었을 겁니다. 그래서 걱정이기도 하고요.”

용수철의 말에 도욱이 솔직한 속내를 내비쳤다.

케이케이의 대박을 위해 짜인 전략들이 잘 먹혀들었던 건 모두 좋은 곡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게 도욱의 확고한 생각이었다.

‘가수라면 좋은 곡 없이는 어떠한 방법으로도 잠깐의 인기는 몰라도 완벽한 성공을 이룰 수 없다.’

때문에 작사, 작곡은 물론이고 프로듀싱까지 뛰어난 능력을 보여주었던 용수철의 빈자리를 채우는 것에 대한 생각이 많은 도욱이었다.

회사에서 몇 명 추려놓은 프로듀서가 있긴 했으나 능력이 조금 못 미치거나, 이후에 문제가 될 만한 인물들이었다.

“걱정은 내가 더 걱정이지. 케이케이는 걱정할 거 없을 거요.”

“그게······.”

“다음 앨범 프로듀서가 아직 안 정해진 거라면 내가 추천하고 싶은 인물이 있어요.”

용수철이 커피 잔을 들어 호로록 커피를 들이켰다. 평범한 커피 잔이었는데 용수철의 손에 들리자 미니어쳐같이 작게 보였다.

도욱의이 눈을 빛내며 물었다.

“그게 누군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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