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눈 떠보니 슈퍼스타-37화 (37/225)

# 37

Sensation (1)

# Sensation (1)

[한 발 앞서나가는 트렌디함, 중독적인 사운드, 눈을 뗄 수 없는 퍼포먼스.

모든 것을 갖춘 케이케이의 정규 1집 앨범 전격 발매!

1집 (정규)

아티스트: K.K(케이케이)

장르: 댄스, 팝

발매: 06.10

곡 정보

1. Intro / 작사:용수철, 김원, 정윤기 - 작곡: 용수철

2. Very Sorry / 작사: 용수철, 강도욱 - 작곡: 용수철, 강도욱

3. 낮과 밤 / 작사 : 한유현, 강도욱, 정윤기 - 작곡: 한유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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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Something / 작사 : 쇼펜 - 작곡: 용수철

10. Very Sorry another version / 작사: 용수철, 강도욱 - 작곡: 용수철, 강도욱]

해가 가장 높은 곳에 떠오르는 정오. 케이케이의 1집 앨범이 음원 사이트에 발매됐다.

데뷔 앨범 발표 때와 마찬가지로 티저와 컨셉 포토를 일주일 전부터 공식 홈페이지에 올리고, 보도기사를 냈다.

다른 점이 있다면, 뮤직비디오 공개를 음원 공개 이후로 늦춘 것이었다.

또 팬-마케팅팀에서는 일부러 티저와 컨셉 포토를 공개하는 기간 동안 서비스 차원에서 올려 주던 사진이나 영상도 올리지 않았다. 멤버들의 개인적인 SNS 활동도 막았다. 팬들의 기대감을 최대한으로 증폭시키기 위해서였다.

전부 공개된 앨범 소개와 트랙리스트에 관계자들이나 팬들 모두 오, 하는 감탄사를 뱉었다. 버전을 달리한 10번 트랙을 빼더라도 9곡의 다른 노래가 수록된 앨범이었다.

공을 들인 앨범이라는 것을 트랙리스트만 봐도 알 수 있었다. 다른 아이돌과는 차별화를 둘 지점도 분명했다.

김원과 정윤기, 도욱까지. 세 명의 멤버들이 거의 전곡의 작사에 참여한 셈이었다. 게다가 도욱은 타이틀곡의 작곡자이기까지 했다.

거기에 앨범 참여는 아니었지만, 수록곡 중 무대용으로 쓰일 ‘Something’의 경우에는 박태형이 안무가로서 참여하기도 했다.

다들 형식상 이름을 들이민 수준이 아니었다. 보도 기사에 ‘만들어진 아이돌이 아닌 자신들의 음악을 만들어가는 아이돌’로서 소개하고, 멤버들의 앨범 참여를 전면적으로 내세울 만했다.

데뷔 앨범보다 훨씬 더 멤버들의 참여가 많아졌고, 기여도가 큰 만큼 자신들의 앨범에 대한 애정도도 녹음만 한 가수들보다 높은 게 당연했다.

누구보다도 가장 기다리고, 기대했던 멤버들이었지만 음원이 발표되는 12시. 멤버들 대부분은 모두 잠들어 있었다.

오전까지도 밤을 새워 연습을 하다가 몇 시간 전에서야 겨우 돌아왔기 때문이었다. 어떻게든 음원 발표 시간까지는 안 자려고 몸부림을 치다가 아깝게 한둘씩 곯아떨어지기 시작했다. 한 명이 코를 골자 그 소리를 듣고 연쇄적으로 잠들었다.

컴백을 코앞에 두고 멤버들을 괴롭히고 있는 건 안무 연습이었다.

이번 타이틀곡 ‘Very Sorry’의 안무는 멤버 여섯 명이 한 몸처럼 칼같이 각도와 타이밍을 맞춰 추는 것이 중요했다.

타이틀곡은 후렴구가 반복되는 중독적인 사운드의 훅(Hook) 송이었다. 그러므로 안무는 다양한 대형 등을 활용해 최대한 화려하게, 눈요깃거리를 주는 전략으로 짜여졌다.

대신 후렴구에는 유행이 될 만한 포인트 안무를 만들었다.

지난 후속곡 ‘You’의 안무가 사람들의 입소문을 탄 것을 보고 회사 측에서는 안무에도 큰 포인트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을 한 것이었다.

어쨌든 여러모로 신경을 쓴 안무이다 보니 난이도가 굉장히 높았다.

“하아암, 도욱아······ 너······ 깼어?”

거실에서 널브러져 있던 안형서가 뒤척이다 잠에서 깨어났다. 테이블에 앉아있는 도욱을 발견하곤 물었다.

“네. 좀 전에 일어났어요.”

도욱도 피곤한 건 마찬가지였다. 세 시간 정도를 겨우 잔 도욱이 거칠어진 턱을 쓸어내렸다. 체력 관리를 워낙 잘해놔서 그나마 깰 수 있었지, 아니었다면 도욱도 기절 상태였을 것이다.

“···으, 지금 몇 시?”

“열두 시 이십 분이요.”

“헉!”

소파에 누워 있던 안형서가 벌떡 일어났다. 아니, 벌떡 일어나려고 했다. 마음만 급했지 몸이 따라주지 않아 발이 꼬여서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았다. 눈도 잘 안 떠지는 상태로 안형서가 물었다.

“반응 어때?! 아, 내 발.”

“괜찮아요? 반응······. 팬들은 좋다고 하는데. 차트 순위 이따 나오니까 다시 주무세요.”

“아······, 아니 기다릴 수 있는데······.”

웅얼대던 안형서가 다시 거실 바닥에 쭈그린 채 잠들어버렸다.

오후 두 시가 되어서야 멤버들은 조금부터 다시 시작될 연습을 위해 잠에서 깼다. 도욱도 음원차트 진입 순위만 확인한 후 잠시 눈을 붙였다 다시 일어났다.

멤버들이 하나둘씩 좀비처럼 일어나 거실로 모여들었다.

“우리 어떻게 됐어? 맨~!”

김원이 거실에 제일 먼저 나와 있는 정윤기에게 물었다.

정윤기는 밥 먹고 연습갈 준비하라는 오백호의 가열찬 전화를 받고 가장 먼저 일어나야만 했다. 오백호는 음악 방송 스케줄 조정 때문에 미팅에 간 상태였다.

“잠깐만. 지금 보는 중.”

정윤기가 휴대폰으로 확인하는 사이 뒤이어 안형서가 눈을 뜨며 도욱을 찾았다.

“도욱이가 본 댔는데. 도욱아! 나 좀 깨워주지.”

“저도 곧바로 잠들어가지고······. 저희 진입 순위는 3위였어요.”

“뭐어?!”

“오 마이 가쉬!”

안형서가 안 그래도 토끼 같은 눈을 더 토끼처럼 뜨며 깜박였다.

잠 자고 싶어, 밥 먹고 싶어- 하는 말도 안 되는 랩을 중얼거리던 김원 또한 감탄사를 연발하며 머리를 쥐어뜯었다.

석지훈과 박태형 또한 멍하니 도욱을 봤다.

“허, 진짜네. 지금도 우리 3위네.”

정윤기의 확인 사살에 모두가 감격했다. 각자의 휴대폰으로는 컴백 축하한다는 가족과 친구들의 메시지가 속속들이 도착하고 있었다.

역시 데뷔 앨범을 통해 인지도를 높인 게 음원 순위에 큰 영향을 주었다.

또 사실 팬덤만 커진다고 해서 음원 순위가 잘 나올 수 있는 건 아니었다. 대중들에게도 음악이 괜찮은 그룹으로 유한도전과 같은 국민 예능을 통해 이름을 알렸기 때문에 이룰 수 있는 순위였다.

“이러다 내일이면 1위 하는 거 아냐?”

“서레발치지 마!”

안형서의 설레발, 그러니까 ‘서레발’을 경계하며 정윤기가 외쳤다.

사실 1위까진 어려울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필이면 컴백 시기와 겹쳐 생각지 못한 복병이 나타났기 때문이었다. 앞으로도 절대적인 음원 강자가 될 가수.

현재 음원 차트 1위와 2위를 지키고 있는 남자 솔로 가수, 김우연이었다.

“아, 배고프다. 일단 밥 시키자.”

“난 제육이요!”

“미 투!”

“제육볶음 부탁드립니다.”

“저 제육볶음 먹을게요.”

“다들 제육? 그럼 나도 제육 간다!”

정윤기가 메뉴를 취합했다. 모두 제육볶음으로 메뉴가 통일될 때였다. 박태형의 선택만이 남아 있을 때였다.

“저······. 참치··· 김치찌개······.”

“어? 태형이 참치김치?···.”

당연히 같은 메뉴를 선택할 줄 알았던 박태형의 의외의 선택에 정윤기가 잠시 멈칫했다.

“그래! 우리도 이제 찌개 하나 더 시킬 짬은 됐잖아?!”

안형서의 말에 정윤기가 미간을 찌푸렸다.

“이제 데뷔 3개월 차거든? 안형서, 너 옥상으로 좀 올라와라.”

“아 장난도 못 치나? 얼른 주문이나 해요, 리더님~!”

그렇게 투닥거리며 멤버들은 거실에서 배달 될 음식을 기다렸다.

첫 음악 방송 무대는 5일 후에 있을 인생가요 무대였다. 첫 무대를 앞두고 잠 잘 틈도 없어 텔레비전 시청은 사치에 가까웠다. 잠시지만 짬이 생기자마자 모두 텔레비전 앞에 모였다.

마침 요즘 인기 있는 예능 프로그램이 재방송으로 나오고 있었다.

“이거 보자, 이거!”

“뭐예요? 형 아는 프로그램이에요?”

리모컨을 들고 있던 석지훈이 물었다. 프로그램을 보자고 한 건 안형서였다.

“너 이거 몰라? ‘옛 가수왕’? 요즘 인기 장난 아냐~!”

연습 시간 중에도 안형서는 휴대폰으로 ‘옛 가수왕’의 동영상 클립들을 재생해보곤 했다. 다른 멤버들도 한 번씩은 영상을 본 적 있는 프로였다. 석지훈만이 처음 들어보는 표정으로 불퉁하게 말했다.

“옛 가수왕이라니. 무슨 욕도 아니고.”

중얼거리는 석지훈에 안형서가 고개를 저었다. 막내가 막내답게 귀여운 맛이 없는 게 안형서의 불만이라면 불만이었다.

방송 중인 부분에선 가창력이 뛰어난 여가수가 80년대를 풍미한 트로트 가수의 노래를 새로운 버전으로 리메이크해 열창 중이었다.

“와··· 진짜 잘 부른다.”

박태형이 순수하게 노래를 들으며 감탄했다. 도욱 또한 여가수의 노래를 감상했다.

‘옛 가수왕. 당시에는 이례적으로 시즌 2까지 나온 인기 프로그램이었다. 노래 잘하는 숨겨진 가수들이 많이 발굴되기도 한······.’

음악 예능 프로그램 ‘옛 가수왕’은 과거의 기라성 같은 곡들을 보컬 능력이 뛰어난 가수들이 경연의 형식으로 재해석해 무대를 선보이는 프로그램이었다.

현재 김우연이 음원 차트 1위와 2위를 모두 차지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한 프로였다. 차트 1위에 있는 곡이 해당 프로그램에서 리메이크 해 불렀던 ‘좋아할수록’이었다.

2위로 오른 곡이 김우연이라는 가수가 재평가 받으며 알려지게 된 1집 앨범의 타이틀곡 ‘꿈이었으면’이었다. 조금 전 도욱은 음원차트를 보면서 ‘꿈이었으면’이 차트에 있는 것을 보고 남다른 감회에 젖기도 했다.

‘이대로 2집 앨범을 내면 선생님은 정말로 한국에서 손에 꼽히는 보컬리스트로 인정받으시겠지.’

여가수의 다음 무대로 나온 것이 김우연이었다.

김우연은 인기가 워낙 많은 데다 경연에서도 계속 이겨 거의 고정 수준으로 출연했다.

“김우연이다!”

“아······. 우리 음원 차트 위에 계신······.”

안형서의 외침에 정윤기가 안타깝다는 듯 중얼댔다.

김우연의 ‘꿈이었으면’은 놀라운 음원차트 역주행과 앨범 재판매의 형태를 보이며 가요 프로그램에서 몇 주씩이나 1위를 하고 있기도 했다. 현재 아이돌 그룹만이 1위를 할 수 있다는 가요 프로그램에서 보컬리스트의 1위는 웬만한 저력으로는 불가능한 것이었다.

“인터뷰 보니까 무서운 사람이던데~! 완전~!”

김원이 봤다는 인터뷰가 무엇인지 도욱도 알 것 같았다.

타이틀부터 자극적인 인터뷰였다. 그러나 기자의 낚시용 타이틀이 아닌, 실제로 김우연이 한 말을 떼어 쓴 것이었다.

<실력이 없으면 무대에서 사라져야 합니다······ 김우연, 가요계에 일침 날려!>

댓글에는 역시 입만 벙긋거리는 아이돌들은 역시 무대에 서질 말아야 한다는, 김우연을 옹호하는 댓글이 넘쳐났다.

노래에 있어서만큼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실력을 가지고 있는 김우연이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발언이었다.

도욱은 텔레비전 속에서 열창하는 김우연을 보았다. 역시 도욱이 아직은 범접할 수 없는 수준의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귀가, 또 마음이 움직이는 노래였다.

‘언젠가는 나도 저런 노래를 부를 수 있을까? 이번 주 인생가요 무대에서······ 한 무대에 설 수 있게 되겠구나.’

존경하던 가수와 한 무대에 선다는 것이 도욱을 긴장하게 만들었다.

‘부끄럽지 않게, 잘해야겠다.’

***

식사를 마친 후, 멤버들은 곧장 연습을 위해 숙소를 나섰다.

멤버들은 컴백을 앞두고 모두 화려한 머리색으로 탈색을 한 상태였다. 이미 티저 등이 뜬 상태였지만, 그래도 방송 전까진 노출을 최대한 삼가라는 회사의 지시가 있었기 때문에 모두 바깥에 나설 땐 비니나 캡 모자 등을 뒤집어썼다.

“헐~ 형서 오빠아아아~”

“윤기 오빠, 여기 한 번만! 한 번만 봐주세요.”

“도욱아! 강도욱! 이거 받아 가!”

“태형아, 나 수민이. 누군지 알겠어? 저번에 인사도 했잖아.”

숙소 앞에는 케이케이 멤버들을 기다리고 있는 팬들이 대여섯 명 정도가 됐다. 사무실 앞에 가면 열댓 명은 될 것이었다.

연습생 생활 때 사무실 앞에 팬들이 모여 있긴 했지만, 규모나 밀도의 차원이 달랐다. 인원도 점점 늘어나고 있었고, 시도 때도 없이 멤버들에게 접근했다.

숙소부터 연습실까지 긴 거리는 아니었지만, 그렇기 때문에 걸어서 가야 했고 조금 곤욕스러운 게 사실이었다. 평소라면 이렇게까지 가까이는 접근하지 못했을 팬들이 오백호가 없다는 사실을 인지하자마자 거의 팔짱을 낄 수준으로 다가왔다.

숏컷 머리의 여학생이 도욱에게 착 달라붙어선 쇼핑백과 편지봉투를 함께 내밀었다.

도욱은 힐끔 여학생을 보곤 편지봉투만 빼서 받곤 고갯짓만 까딱한 후, 그대로 여학생을 지나쳤다. 여학생에 쇼핑백까지 손에 쥐어주려 뒤쫓았지만 도욱은 받지 않았다.

‘편지까진 정성이 있으니 어쩔 수 없지만······ 선물까지 받아주기 시작하면 더 심해지겠지.’

도욱은 최대한 걸음을 빨리했다. 다른 멤버들도 마찬가지였다.

팬들은 모두 고마운 존재였지만, 정도에 따라서 ‘사생팬’은 다른 문제였다.

스마일 맨으로 통하는 김원조차 사뭇 진지한 얼굴을 하곤 소리를 지르는 팬들을 향해 손가락으로 조용히 하라는 신호를 보냈다. 숙소 앞이다 보니 다른 주민들에게 피해를 줄까 염려됐다.

“이런 데 오시면 안 돼요.”

정윤기가 조금 굳어서 말하자 팬들이 그래도 주춤하며 물러섰다.

“아!!!”

그때였다. 석지훈이 소리를 지르며 자신의 팔을 붙잡은 여학생의 손을 쳐냈다.

순간적으로 주변의 공기가 싸늘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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