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눈 떠보니 슈퍼스타-32화 (32/225)

# 32

한 번 더 Ok?! (2)

#한 번 더 Ok?! (2)

인생가요 무대를 마치고 내려온 도욱이 입술을 꾹 닫고 생각할 때였다.

“저···, 도욱아······. 무슨 일 있어?”

대기실 복도를 함께 걷고 있던 박태형이 물었다.

깊게 생각에 빠져 있던 도욱의 표정이 안 좋아 보였던 탓이었다. 도욱이 얼른 표정을 풀고 답했다.

“아냐, 그냥. 태형이 넌 괜찮아?”

“나?······. 나는 왜?”

“몸말이야. 너무 무리하고 있는 건 아닌가 해서.”

안무의 반응이 좋다 보니 소개 무대가 있을 때마다 주변에서 박태형에게 백텀블링을 시키고 있었다. 후속곡 활동 기간은 타이틀곡 활동 기간보다 짧을 것이라는 계산 하에 제안한 것이긴 했지만, 그래도 도욱은 박태형에게 무리한 일을 시킨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들었다.

“아! 난 괜찮아······. 덕분에 관심도 많이 받고 좋아···.”

박태형이 쑥스러운 듯 웃었다.

아무리 내성적인 성격이어도 화려한 무대에서 살아가는 가수를 직업으로 선택한 박태형이었다. 가수든 배우든, 연예인들은 기본적으로 타인에게 관심 받고 싶어 하는 욕구가 강한 인물들이었다.

‘박태형도 역시 마찬가지구나. 다행이다.’

도욱은 생각하며 힘내라는 의미에서 박태형의 어깨를 두드렸다.

“그렇다면 다행이네. 힘들면 말해.”

“응! 도욱이 너도.”

박태형의 말에 도욱이 웃어 보였다.

그리곤 다시 2주 정도밖에 남지 않은 활동 기간 동안 어떻게 하면 더 후속곡을 홍보할 수 있을지 생각에 빠져들었다.

***

그러나 며칠 안 가, 도욱의 고민은 도욱이 나설 것도 없이 손쉽게 해결되었다.

새벽 운동을 마치고 돌아온 도욱은 모두가 자고 있을 시간, 거실에서 전화를 하고 있는 오백호를 발견했다.

전화를 끊은 오백호가 이제 막 돌아온 도욱을 발견하곤 손을 흔들었다.

“도욱아 이리로 와 봐라.”

“네?”

“이거 봐라.”

오백호가 보여준 건 컴퓨터 모니터 화면이었다.

음원차트 1위곡엔 당당히 케이케이의 ‘You’가 올라와 있었다.

어제 저녁 일찍 잠들긴 했지만, 어쨌든 그전까진 15위 정도에 머물러 있던 곡이었다. 도욱이 놀라 오백호에게 물었다.

“이게 무슨 일이에요?”

“그러니까 이게 다 무슨 일인지······.”

오백호가 허공을 응시하며 중얼거렸다. 도욱은 다시 한 번 음원차트를 확인했다. 분명히 1위였다.

“될 놈은 된다는 말이 이렇게 또 와 닿을 때가 없다.”

“백호 형.”

“이것부터 봐봐.”

‘역시 사람은 운을 타고 나야 하는 건가’ 하고 중얼거리며 오백호가 마우스를 움직였다. 연예 뉴스 카테고리로 들어가자 가장 메인에 떠 있는 기사는 설레임에 관한 기사였다.

‘국민여동생 설레임 <유한도전> 출연, 놀라운 예능감!’

<유한도전>은 예능 프로그램 중에서는 독보적인 1위 프로그램이었다. 어제 자 방송분의 특별 게스트로 설레임이 출연했다는 내용이었다.

“이게 왜······.”

도욱은 기사를 보면서도 설레임의 유한도전 출연과 ‘You’의 음원차트 1위의 관련성을 찾아내지 못했다.

“설레임 양이 좋아하는 가수로 케이케이를 꼽은 모양이더라고.”

오백호가 답했지만 충분한 답변은 아니었다. 아무리 국민여동생으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설레임이라 하더라도 단지 좋아하는 가수로 언급했다는 이유만으로 음원성적이 이렇게까지 좋아진다는 것에는 무리가 있었다.

여전히 의문스러운 얼굴을 하는 도욱에게 오백호가 피식 웃으며 마우스를 다시금 움직였다.

화제의 동영상을 모아 놓은 메뉴로 들어가자, 클릭이 많은 수대로 화제의 동영상들이 나열되어 있었다.

화제의 동영상 인기 상위권에는 대부분 유한도전의 동영상이 랭크되어 있었다.

그중에서도 1위 동영상의 제목은 ‘(충격 주의) 유한도전의 유해한 아이돌 댄스’였다.

“나도 지금 처음 보는데 엄청 웃겼다더라.”

설명하며 오백호가 동영상을 클릭했다.

플레이버튼을 누르자 야외에 세워 놓은 가설무대 위에 케이케이와 비슷하지만 전혀 다른 느낌의 하위호환 버전 옷을 입은 유한도전 멤버들이 춤을 추고 있었다.

이전 상황은 다음과 같았다.

봄소풍을 테마로 한 방송에 설레임이 특별 게스트로 초대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 유한도전 멤버들은 설레임에 대해 사전조사를 시작한다.

인생가요 대기실에서 설레임을 만난 유한도전 멤버들은 설레임에게 질문 세례를 던지고, 설레임은 당황스러워하면서도 센스 있게 질문들에 대답을 해준다. 그 질문들 중 하나가 좋아하는 가수와 노래였다. 그때 설레임이 말한 것이 케이케이였다.

“케이케이가 누구요?”

“아, 이 형 또, 무식한 티내네. 요즘 핫! 한 신인 아이돌 몰라요?”

“내가 무식한 게 아니고 나이가 든 거지. 아이고, 젊은 놈이 늙었다고 구박하네······.”

“레임 씨 구해도 줬잖아요! 그 영상 봤어요~!”

아직 케이케이를 모르는 멤버들도 있었고, 설레임을 구해준 케이케이 멤버에 대해 아는 멤버도 있었다. 그렇게 티격태격하는 모습이 나오면서 케이케이의 이름이 몇 번 언급되며 방송을 타게 된다.

거기까지만 해도 사실 생각지 못한 큰 홍보가 되는 부분이었다.

그러나 나아가 유한도전 멤버들은 설레임을 깜짝 놀래주고, 기쁘게 해주기 위해 설레임이 좋아한다는 가수 케이케이의 노래를 준비하게 된다.

준비 과정에서 멤버들은 케이케이의 음악과 무대를 찾아보게 된다. ‘Sorry but I Love You’는 대부분의 유한도전 멤버들이 들어본 적 있는 노래였다.

“나 이건 알아!”

“나도 알아! 벗 알러뷰우우우~! 흐흐.”

그리고 다음 튼 무대 영상이 ‘You’ 무대 영상이었다.

짜임새 있는 무대 구성에 흥미롭게 무대를 보던 유한도전 멤버들 중 나재석이 소리쳤다.

“와우~! 이거 하죠! 이거! 이거다!”

나재석이 외치며 여기저기 카메라를 향해 손가락 총을 쏴댔다. 나재석은 ‘You’의 후렴구 안무인 총을 쏘고, 백텀블링을 하는 부분에서 크게 감명을 받았다.

나재석의 의견에 이걸 자신들이 어떻게 하냐는 반대 의견도 나오긴 했으나 반대 의견은 바로 묵살 당했다. 곧장 ‘You’ 무대를 준비하기에 이른다.

그러고 나서 바로 화제의 동영상에 편집되어 있는 방송분, 게스트로 나온 설레임을 단 한 명의 관객으로 두고, 가설무대 위에 선 유한도전 멤버들의 모습이 나오게 된다.

전주부터 급하게 배운 티가 나는 우스꽝스러운 안무에 어색한 몸짓의 유한도전 멤버들 때문에 설레임이 그야말로 빵 터지는 모습이 화면에 잡혔다.

거기에 저질스러운 라이브까지 시작되자 웃음을 참을 수 없는 지경이 되었다. 그러나 모두가 설레임을 위한 무대라는 생각으로 어느 때보다 ‘엄격, 진지, 근엄’한 태도로 무대에 임하고 있었다.

사실 그래서 더 우스운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것이기도 했다.

“너랑 걷던 그 기이이일~!”

안형서의 고음 파트였던 ‘너랑 걷던 그 길’ 부분에서는 결국 안형서를 맡은 유한도전 멤버가 음이탈을 내고야 말았다. 그러나 웃기는커녕 마치 최고의 노래를 불렀다는 듯한 뻔뻔한 표정으로 일관하고 있었다.

방송에선 교차 편집을 통해 케이케이의 무대 영상 원본과 비교해 놓았다.

그리고 하이라이트 부분인 후렴구였다.

모두 총을 쏘며 자신이 가장 잘 나가고 멋진 듯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한 명씩 단독샷으로 잡히며 그 옆에 커다랗게 붉은 글씨로 ‘잘생김’이라는 자막이 붙었다. 캡쳐되어 여기저기 짤로 쓰일 만한 모습이었다.

가운데 서 있던 유한도전 멤버가 며칠 동안 땀 흘려 연습해 온 백텀블링을 시도했다.

해골바가지 모양 수십 개와 함께 실패라는 자막이 떴다.

뒤로 반도 넘어가지 못한 채 그대로 바닥에 넘어지는 모습이 그대로 방송되었다. 그러나 다른 멤버들은 넘어진 멤버를 걱정하긴커녕 여전히 앞을 보며 손가락 총을 쏘고 있었다.

폭소하며 박수를 치는 설레임을 비추는 모습과 함께 동영상은 끝이 났다.

도욱은 동영상 아래 달린 댓글들을 확인했다. 모두 즐거워하며 유한도전 멤버들을 놀리고 있었다. 동시에 원본과 너무 비교된다며 원본을 봐달라는 장난스러운 케이케이 팬들의 댓글도 있었다.

그리고 실제로 노래가 좋고, ‘너랑 걷던 그 길’ 파트와 후렴구에 중독성이 있다면서 ‘You’를 듣겠다는 사람들이 잔뜩 있었다.

그러한 대중들의 관심에 의해서 ‘You’는 급속도로 순위를 치고 올라와 1위가 되어 있었던 것이다.

“방금 전화 온 거 유한도전 작가였어.”

“유한도전이요?”

“방송국 대기실 같은 데서 잠깐만 만나는 걸로 출연해 달라고 하더라.”

예능 출연은 아이돌이 자신의 이름을 알릴 가장 좋은 기회였다.

그것도 공중파의 국민 예능은 그저 인기만으로도 출연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었다. 한 번 출연하기만 해도 인지도를 높이는 데 대단한 영향을 끼치는 자리에 출연할 기회가 굴러 들어온 셈이었다.

“정말 잘 됐네요.”

“당연하지. 그나저나 예능은 첫 출연인데 처음부터 유한도전이라니. 너무 큰 예능이라 실수 없이 잘할 수 있을지 모르겠네.”

“잘할 거예요. 멤버들이 들으면 좋아하겠네요.”

“그래. 그러겠지.”

도욱은 자신과 멤버들을 믿어 보라는 듯 미소 지었다. 도욱의 미소를 보자 불안한 마음도 가시는 오백호였다.

‘이제 겨우 열아홉인데 사람을 참 든든하게 만든다 말이지.’

그렇게 생각하며 오백호는 자리에서 일어 섰다.

“운동 갔다 와서 땀 흘렸을 텐데 얼른 씻어라. 씻지도 못하게 잡아 놨네.”

“아니에요.”

도욱은 앞으로 나갈 방송과 펼쳐질 일들에 대해 생각하며 욕실로 향했다.

***

예상대로 케이케이 멤버들은 쾌재를 부르며 유한도전 출연 소식에 기뻐했다.

특히 외국 유학 시절 유한도전을 보며 모자란 한국어 공부를 하고, 외국인 친구들 사이에서 외로울 때마다 외로움을 달랬다는 김원이 가장 기뻐했다.

“나 정말 못 믿겠어~! 언 빌리버블 맨~!”

김원이 오백호를 거의 끌어안으며 소리를 질러댔다.

“귀 나가겠다.”

김원의 마음을 이해하면서도 귀 옆에서 소리를 질러대니 참을 수 없었던 오백호가 딱딱하게 말하며 김원을 떼어냈다.

그러나 김원은 아랑곳하지 않고 이번엔 정윤기를 끌어안으며 환호했다. 정윤기는 김원에게 붙잡힌 채 난처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상암 MVC, 예능국 대기실.

멤버들은 곧 있을 유한도전 멤버들과의 촬영을 고대하며 촬영을 준비했다.

헤어와 메이크업을 마친 채, ‘You’ 무대 의상과 같은 옷으로 한 명씩 갈아입고 있었다.

첫 공중파 예능인 만큼 무대 의상과 같은 스타일이면서도 특별히 현재 케이케이의 스타일리스트인 루카스가 심혈을 기울인 의상을 입을 예정이었다.

루카스는 오늘도 도욱의 의상으로는 핏 되는 청재킷을 준비해 주었다. 안에 받쳐 입는 티셔츠는 조금 달라붙는 흰색 티셔츠로 최근 부쩍 좋아진 도욱의 상체를 드러낼 수 있게 해주었다.

먼저 옷을 차려입고 남은 멤버들을 기다리던 도욱은 착의를 마치고 돌아온 안형서와 박태형을 보았다.

두 명의 의상에도 역시나 얼핏 보기엔 평범한 것 같지만 루카스의 남다른 센스가 발휘된 ‘남친룩’이 잘 표현되어 있었다.

특히 안형서가 입은 노란색 티셔츠가 안형서의 이미지와 잘 어울렸다.

“형서 형, 잘 어울ㄹ······?!”

잘 어울린다고 칭찬을 하려던 도욱이 말을 멈췄다. 도욱의 일그러지는 표정에 안형서가 깜짝 놀라 되물었다.

“왜 그래, 도욱아?”

“루카스 형 어디 있어요?”

도욱의 질문이 다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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