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1
한 번 더 Ok?! (1)
#한 번 더 Ok?! (1)
박태형이 그냥 춤도 잘 추지만, 아크로바틱에도 소질이 있다는 걸 도욱은 박태형의 연습을 눈여겨보아 잘 알고 있었다. 백텀블링 정도는 박태형에게 손쉬운 동작이었다.
“나······ 혼자서?”
“오? 맞아, 태형이 몸이 가벼우니까. 안 그래도 간주 부분이 너무 무난해서 심심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해볼래?”
박태형은 당황했지만 노윤태는 박수까지 치며 의욕적으로 의견을 받아들였다.
댄서팀을 모아서 멤버들 대신 먼저 해보자고 했다. 케이케이 멤버들과 같은 대형으로 선 댄서팀들이 박태형이 새로 짜온 안무에 도욱이 낸 의견을 더해 춤을 추었다.
“와우, 판타스틱.”
춤을 본 김원이 중얼거릴 정도로 완벽하게 시선을 사로잡는 후렴구 안무가 되어 있었다.
노윤태가 태형을 불렀다. 박태형 자리에 있던 댄서팀원을 빼고 박태형을 시켜 보았다. 다른 멤버들은 별문제 없는 안무였지만, 박태형이 백텀블링을 때맞춰 할 수 있는지부터 체크해 보아야 했기 때문이었다.
노윤태가 후렴구 부분을 맞춰 놓고 음악을 틀었다.
그래, 좋아, 네가, 난-
탁―!
여섯 명의 댄서들이 박태형을 향해 총을 쏘는 듯한 동작을 했고, 박태형이 박자에 맞춰 발을 굴렀다. 가벼운 몸놀림으로 간주가 시작되는 박자에 맞춰 백텀블링을 했다.
한 마리 나비의 날갯짓보다 가벼운 놀림이었다. ‘You’의 리듬과도 딱 맞아 떨어져 노래가 사는 느낌이었다.
‘역시 태형이가 춤을 몇 배는 더 잘 표현하는 부분이 있다.’
도욱은 감탄했다. 댄서팀이 시연했을 때도 좋은 구간이 되었다고 생각했지만, 박태형이 하자 아름답다는 감상마저 들었다.
김원이 손으로 휘파람을 불었다. 다른 멤버들도 저절로 최고다, 를 중얼거리며 작게 박수를 치게 되었다. 어서 박태형과 안무를 연습하고, 함께 무대에 서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
그러는 동안에도 ‘Sorry But I Love You’의 인기는 계속되고 있었다.
아직까지 단번에 얼굴을 알아보는 사람은 적었지만, 케이케이 멤버들은 잠깐 들른 편의점에서도 쉽게 자신들의 노래를 들을 수 있었다.
인생가요 3주 연속 1위를 차지한 케이케이는 SVS 방송국 뒤편의 작은 공터에서 팬들과 미니 팬미팅도 가졌다. 처음으로 팬들을 직접 마주한 케이케이는 공터에 모인 150여 명 정도의 팬들과 함께 단체 사진도 찍었다.
라디오 스케줄을 비롯한 음악 방송 스케줄이 여러 개 있었고, 처음 듣는 이름의 두어 개 행사에서도 공연을 했다. 그러면서 점점 케이케이 멤버들은 자신들의 인기를 체감하고 있었다.
‘이 기세대로면, 조금 아슬아슬하긴 하지만 4주 연속 1위까지 가능하다!’
도욱은 매일같이 음원과 음반 성적을 확인하며 통계를 내고, 분석했다.
그리고 도욱의 예상대로, 놀랍게도 케이케이는 인생가요 4주 연속 1위를 차지하게 됐다.
맨투맨의 1집 성적과 동률이었다. 음반판매량에 있어서만 5~6만 장의 차이로 밀리고 있었고, 음원 성적은 오히려 케이케이가 좋은 편이었다.
4주 연속 1위를 차지하자, 주변의 공기도 조금 더 달라졌다. 그냥 한 번 작은 돌풍을 일으키고 지나가는 신인이 아닌 ‘진짠가?’ 하는 반응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다음 주에는 솔로 여가수와 다른 가수들의 성적이 치고 올라가고, 케이케이의 성적은 하락세를 타면서 순위가 몇 계단 내려가게 되었지만, 여전히 높은 순위를 유지하고 있었다. 케이케이로서는 이미 기대 이상의 성과를 얻은 상태였다.
곧바로 케이케이는 후속곡 준비를 위해 타이틀곡 활동을 접었다. 아직 고등학교를 다니는 학생 멤버들의 중간고사 기간도 다가오고 있어 좋은 타이밍이었다.
2주 정도 후속곡 준비 기간을 가지며 멤버들은 각자 밀려 있던 학업에 열중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사이 팬들의 이탈을 막기 위해 팬-마케팅 팀에서 만들어준 SNS 계정을 통해 계속해서 자신들의 셀카 사진을 올리기도 했고, 팬-마케팅 팀에서는 멤버들이 숙소에서 지내는 모습 등을 편집해 아이튜브에 올렸다.
그렇게 후속곡 첫 방 무대 날이 밝았다. 한 곡만 뜨고 사라질 신인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후속곡에서도 평타 이상의 성적을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
케이케이가 ‘진짜’라는 것을 평가받을 날이었다.
***
후속곡 ‘You’의 첫 방송 무대는 음악 방송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케이블 채널에서 하게 되었다.
삼 일 전부터 힛 엔터는 케이케이의 후속곡 컨셉 포토와 뮤직비디오 등을 공식 홈페이지에서 공개했다. 후속곡 방송 소식에 팬들은 음원 스트리밍을 돌리기 시작했고, 이전까지는 음원차트 100위권 내에 없었던 ‘You’가 방송일에는 80위권 내에 진입할 수 있었다.
타이틀곡 ‘Sorry but I Love You’는 여전히 10위 정도의 성적을 유지하고 있었다.
‘케이케이라는 그룹명만 붙어 있어도 노래를 듣게 하려면, 더 이름을 알리고 최소 다음 앨범까지는 이번 타이틀곡만큼 좋아야겠지······.’
도욱은 생각하며 음원차트를 살폈다. 확실히 개인 휴대폰이 생기니 틈이 날 때마다 인터넷을 활용할 수 있어서 좋았다.
‘활동을 접었는데도 30위 안에 맨투맨의 너는 너무 예뻐가 있구나.’
그렇게 도욱이 맨투맨의 음원 성적까지도 체크하고 있을 때였다.
“도욱이 까리한데?”
무대 의상으로 옷을 갈아입고 온 정윤기가 대기실 소파에 앉아 있던 도욱에게 한마디하며 지나갔다.
이번 무대 의상은 가벼운 곡 분위기에 맞춰 가벼운 느낌으로 평상복에 가까운 의상이었다. 평상복이지만 약간은 더 신경 쓴 듯한, 날 좋은 봄날 데이트를 가는 듯한 느낌으로 이른 바 ‘남친룩’을 표방했다.
감각적인 그래픽티셔츠를 기본으로 위에 남방이나 후드, 청재킷 등을 매치하는 형태였는데 도욱은 흰색 반팔 티셔츠 위에 청재킷을 걸친 채였다. 푸른색이 도욱의 얼굴에 무척이나 잘 어울렸다.
“셀카라도 한 장 찍어서 올려야 하는 거 아니에요?”
석지훈도 머리를 손질하고 도욱의 옆에 앉자마자 도욱을 힐끔거리곤 말했다.
“······음.”
도욱이 머뭇거리는 사이 안형서가 달려와선 카메라를 들이댔다.
찰칵, 찰칵, 찰칵. 세 번 연속으로 카메라 버튼을 누른 안형서가 세 장의 사진 중 가장 잘 나온 사진 한 장을 골랐다.
안형서는 곧장 케이케이의 페이스노트 계정에 들어가 짤막한 멘트와 함께 사진을 첨부했다. 그러자 순식간에 추천수가 늘어나면서 댓글들이 달리기 시작했다.
-비삼 외모 미쳤다 ㄷ ㄷ
-형서야 누나 통장 가져가줘! 형서 때문에 누나 데이터 무제한으로 요금제도 바꿨어!
-도욱 오빠랑 지훈 오빠 같이 찍은 거 처음인듯? 지훈 오빠♡♡♡
-도욱아... 그런 표정 지으면... 내 심장이 너무 아프다... 여보세요 119 좀 불러주세요... 도아... 내 심장 가져 가...
-112부터 불러야 하는 거 아님?
팬들은 이 세 사람의 조합을 ‘비삼’ 즉, ‘비주얼 삼각지대’라고 불렀다. 케이케이 멤버들 중 가장 뛰어난 비주얼을 소유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곧바로 달린 댓글들을 보며 안형서가 흐흐, 하고 만족스러운 웃음을 흘렸다. 석지훈도 내심 뿌듯한 미소를 띠웠다.
이들의 페이스노트 계정은 벌써 팔로워가 만 명이 넘어가는 수준으로 빠르게 팔로워가 늘어나고 있었다.
‘안형서가 꾸준히 페이스노트 계정에 업데이트를 하는 게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지금도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페이스노트였지만, 앞으로는 페이스노트가 인터넷 마케팅의 구심점이 될 정도로 젊은 층에게는 필수적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가 될 것이다. 페이스노트에서 팔로워 수를 많이 보유하고 있는 것도 어떠한 ‘힘’이 되어 줄 게 분명했다.
도욱은 자신도 조금 더 페이스노트를 많이 활용해야겠다고 생각하며 휴대폰으로 다른 페이스노트 계정들을 살폈다.
그러다 맨투맨의 페이스노트 계정 역시 보게 되었다.
맨투맨은 뮤직비디오와 티저 정도만을 올리는 용도로 페이스노트 계정을 활용하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케이케이보다 인기가 많았음에도 케이케이의 팔로워수보다 약간 적은 팔로워를 가지고 있었다.
‘아, 지금쯤이면 혹시?’
맨투맨의 페이스노트를 살펴보던 도욱은 퍼뜩 떠오른 생각에 인터넷 창을 켰다.
[맨투맨 룸(Room)]
‘룸(Room)’은 거대 커뮤니티 사이트 중 하나였다. 커뮤니티 사이트들 중 가장 자유로운 곳이었다. 좋게 말하면 자유로운 것이지만, 다른 말로 하면 제약이 너무 없어 부정적인 이슈가 가장 많이 생기는 곳이었다.
욕설이나 비방이 난무했고, 사생활 관련한 루머가 심심찮게 퍼지곤 했다.
맨투맨이 데뷔한 지 이제 제법 되었고, 인기도 많으므로 룸 내에 맨투맨 룸이 따로 만들어졌을 거라는 생각에서 검색해 본 것이었는데 역시나 ‘맨투맨 룸’이 생겨 있었다.
도욱은 [서준, 강준, 학교] 등의 키워드로 검색을 해나갔다.
역시나 서준의 본명이 서강준이라는 것과 출신 학교가 어디라는 등의 이야기가 퍼져 있었다.
‘하나고등학교······.’
그러나 고등학교는 서강준과 다른 곳으로 진학했던 보명이었다. 자신이 다니고 있는 고등학교를 알아내려면 우선은 서강준의 중학교를 알아내야 했다. 그다음에 그 학교의 졸업자 중 김보명이 진학한 고등학교를 찾아낼 생각이었다.
‘그럼 예전의 나, 그러니까 김보명이 어떻게 됐는지도 알 수 있겠지.’
휴대폰 화면을 보는 도욱의 눈빛이 깊어졌다.
음악방송 스태프가 들어와 이제 무대를 준비하라는 소식을 전해왔다.
도욱은 휴대폰을 내려놓고 옷매무새를 매만졌다. 지금은 다시 무대에 집중할 시간이엇다.
***
후속곡 첫 음악방송 무대는 준비한 대로 이루어졌다.
역시나 박태형이 준비한 안무가 큰 이목을 끌었다. 박태형이 백텀블링을 하는 순간, 객석에서는 커다란 함성이 터져 나왔다.
어느 방송에서도 단연 가장 큰 함성이 터지는 부분이었다.
웬만한 스태프들도 빠르게 몸놀림을 자랑하며 360도 회전하는 박태형을 칭찬하기 바빴다.
“케이케이에는 끼 있는 친구들이 참 많아.”
인생가요 현 피디는 오백호에게 따로 그런 말을 할 정도였다. 아직 신인인 케이케이에게 현 피디가 입에 발린 말을 할 필요도 없으니 진심으로 하는 말이었다.
“저희 애들이라서가 아니라, 정말 크게 될 애들입니다.”
오백호 실장도 흡족한 미소를 감추지 못한 채 답했다.
박태형의 팬들은 무대별로 박태형이 백텀블링하는 부분들을 모아 영상을 편집해 퍼뜨리고 있었다. 덕분에 인터넷에서도 소소하게 화제가 되고 있었다.
강렬한 곡은 아니었지만, 듣기 좋은 노래였기 때문에 음원 순위도 점점 높아져 20위권 내에 진입해 있었다. 오늘 인생가요에서 케이케이 곡의 순위는 6위였다.
순위가 더 올라갈 것 같지는 않았지만, 모두 후속곡 활동치고는 훌륭한 활동이었다고 평가하고 있었다.
회사나 멤버들 모두가 만족한 가운데 아쉬운 마음을 가지고 있는 것은 도욱뿐이었다.
‘역시 후속곡으로 1위까진 무리였던 건가? 뭔가 방법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