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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오른 태양 (7)
#떠오른 태양 (7)
클릭한 기사에 첨부된 이미지에는 1위 수상 소감을 하는 도욱 옆으로 계나리가 창백하게 굳은 표정을 하고 있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아··· 아무래도 그때 놀란 게 가시지 않은 것 같은데.’
사실 뒤쪽의 가수들 중에서도 어두운 표정이 몇몇 있었다. 케이케이가 1위의 기쁨으로 금세 직전의 사고를 잊었을 뿐이었다. 대부분은 직전의 사고로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던 와중이었다.
계나리 역시 마찬가지였다. 음반점수에서부터 케이케이에게 밀리고 있었기 때문에 딱히 1위를 하지 못해서 기분이 상한 게 아니었다.
‘그렇지만 상황을 모르는 이들은 무대 사고와 계나리의 표정을 연결 짓지 못하고 1위 후보였던 계나리를 오해하는 게··· 어쩌면 당연하다.’
계나리 관련 기사는 대체로 그런 식이었다. 오해라는 반박 기사가 계나리 측에서 나왔지만, 모두 믿지 않았다.
계나리에게 안 좋은 댓글을 다는 이들은 대부분 케이케이의 팬이기도 했다.
‘음······.’
조금 더 기사를 둘러본 도욱은 이번엔 팬 카페에 들어갔다.
케이케이 팬 카페의 팬들은 어제 1위로 여전히 축제 분위기였다. From. K.K 방에 안형서가 어젯밤 남긴 글엔 댓글이 벌써 600개 정도 달려 있을 정도였다.
새벽에 정윤기가 랩 가사를 쓰듯 라임을 맞춰 남긴 글도 있었다. 도욱은 글쓰기 버튼을 눌렀다.
[제목 : 사랑하는 팬 여러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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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엠씨를 보느라 많이 떨렸는데 잘 도와주신 설레임 선배님 감사합니다.
마지막까지 힘을 내주셔서 방송이 더 무사히 끝날 수 있었던 거 같아요!
1위 발표 때 현장 상황이 많이 정신없었는데, 그럼에도 저희 케이케이의 1위를 진심으로 축하해 주신 계나리 선배님께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무엇보다 팬 여러분, 늘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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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작성한 후 몇 분 정도가 지나자 팬들의 댓글이 달리기 시작했다. 도욱을 향한 사랑 고백이 주된 내용을 이루었다. 간간이 계나리가 축하를 해줬나 본데? 같은 댓글도 있었다.
도욱은 댓글들을 확인하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때마침 오백호가 멤버들을 깨우기 위해 일어나 나오고 있었다.
“어? 도욱인 벌써 일어났냐?”
“네.”
“하여튼 부지런하긴. 가서 너희 방 애들 좀 깨워라. 나는 저쪽 방 애들부터 깨워야겠다.”
“네. 다들 평소보다 늦게 자서 더 깨우기 힘들겠어요.”
“허허, 그러게.”
오늘은 음악방송 스케줄은 없었지만, 라디오 스케줄이 있는 날이었다.
***
오후 두 시 타임의 라디오에 케이케이는 삼십 분 정도 출연했다.
각자 멤버 소개와 화제가 되고 있는 어제의 1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케이케이의 앨범에 있는 두 곡을 듣고, 광고가 조금 나가고 하다 보니 삼십 분은 훌쩍 지나가버렸다.
라디오에서 마지막 인사를 하기 직전, 케이케이는 DJ를 통해 실시간 음원 차트에서도 1위를 하게 되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무사히 라디오 스케줄 하나를 마친 데다 음원 차트 1위 소식까지. 케이케이 멤버들은 신나는 마음을 가눌 데가 없었다.
“와우, 크레이지~!!!”
라디오 부스를 나온 김원이 소리를 질렀다. 부스 밖 라디오 프로그램 스태프들의 웃음이 터졌다. 오백호가 김원을 자제시켰다.
노래가 연속 두 곡 정도 재생되는 동안, DJ도 부스 밖으로 나와 케이케이를 배웅했다. 첫 만남이었는데 반가웠고, 앞으로도 자주 자신의 라디오에 나와 달라는 이야기를 전했다.
옆에 있던 작가도 나서서 케이케이를 칭찬했다.
“시간이 너무 짧아서 아쉬웠어요. 다음번에는 풀타임으로 코너 만들 테니까 나와 주세요.”
오백호가 영업용 미소를 띠며 초대만 해달라는 식으로 말했다. 멤버들도 고개 숙여서 감사하다 인사했다.
“그나저나 도욱 군? 지금 인터넷에서 난리던데. 저도 영상 보고 깜짝 놀랐어요.”
“···네?”
“응? 아직 몰랐어요? 아까 점심때쯤 뜬 건데.”
오백호나 멤버들 모두 영문 모를 얼굴을 하자 작가가 오히려 되물었다. 정신없이 준비하고, 이동하느라 밥도 차 안에서 먹었다. 인터넷을 할 시간이 없었던 게 당연했다.
작가가 자신의 휴대폰을 뒤적여 영상을 보여주려고 할 때였다.
오백호의 휴대폰이 울렸다. 발신자는 설레임의 매니저였다. 스페셜 MC도 끝나 이제 연락할 일이 없는데, 무슨 일인가 싶어진 오백호가 양해를 구하고 자리에서 전화를 받았다.
오백호가 잠시 전화를 받으러 복도로 나간 사이, 라디오 작가가 자신의 휴대폰으로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도욱의 영상을 보여주었다.
어제 있었던 인생가요 생방송 무대의 방송 사고 현장이 담긴 영상이었다.
영상의 화질은 선명한 편이 아니었다. 휴대폰 기본 카메라로 찍은 영상이었다. 개인 촬영이 금지되는 현장에서 개인 소장 차원에서 몰래 찍은 것이라 그런지 흔들림도 심했다.
‘도욱의 영상’이라고 하기도 좀 그랬다. 영상을 찍고 올린 이는 계나리의 팬이었다. 때문에 카메라의 초점은 계나리에게로 가 있었다. 왼쪽에 선 도욱과 설레임이 얻어걸린 수준이었다.
그렇지만 그럼에도 무대가 무너지는 순간, 도욱이 설레임의 손을 잡아채는 장면과 설레임이 도욱의 도움으로 무대 아래로 떨어지지 않고 겨우 안정을 취하는 장면, 이에 놀란 계나리를 비롯한 주변 가수들의 표정 같은 것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직전까지만 해도 무대 아래 팬들에게 인사를 해주며 기분 좋게 웃고 있던 계나리의 표정은 이후로 창백하게 질려 딱딱해져 있었다.
“생각보다 사고가 크게 날 뻔했던데요?”
“아······ 조금.”
작가의 물음에 도욱이 어색하게 웃으며 답했다. 옆에 있던 DJ도 자기도 제대로 보자며 휴대폰을 가져가선 다시 한 번 영상을 재생시켰다.
“오, 진짜네. 설레임 구해주는 거, 무슨 영화 주인공 같은데? 사랑과 전쟁?”
“네?”
“사랑과 영혼이겠죠. 그리고 보디가드 말씀하고 싶으신 것 같은데······.”
“맞아! 보디가드!”
무식을 뽐내는 말실수로 유명한 DJ가 말하자 작가가 어이없어 하며 내용을 정정해 주었다. 케이케이 멤버들은 웃음이 터지기 직전의 상태였으나, 차마 대선배인 DJ를 비웃을 수 없어 웃음을 애써 참았다.
다행히 통화를 마친 오백호가 돌아왔다.
케이케이 멤버들은 라디오 DJ와 스태프들에게 인사를 하고 스튜디오를 나왔다.
차로 돌아온 오백호가 아까 작가가 말한 영상은 무엇이냐고 물었다. 조수석에 앉은 정윤기가 영상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오백호가 휴대폰으로 내용을 확인했다.
안 그래도 오백호가 확인하지 못한 메시지 중엔 신인개발팀 안영미가 보내온 링크가 있었다. 링크를 누르자 영상의 원본 출처인 커뮤니티 페이지 게시글이 떴다.
[제목 : 인생가요 방송 사고 설레임 구하는 강도욱(나 계나리 팬 맞고 억울해서 올림)]
소장용으로 몰찍한 건데 억울해서 올린다
그날 현장간 사람이면 다 알 거다
무대 바닥 무너져서 머 될 뻔했다
강도욱이 설레임 구했다ㅋ 설레임 팬들은 강도욱에게 절하도록ㅋ
영상 올리는 이유는 알다시피 나리 누나 욕먹어서임
이게 1위 못 해서 표정 안 좋은 건지 놀라서인지 영상 보고 판단 부탁
+인생가요는 딴짓 말고 사과나 해라
게시글의 댓글은 천여 개가 넘는 댓글이 달려 있었다.
계나리의 팬들은 물론이고, 설레임과 케이케이의 팬들, 인생가요에 출연했던 온갖 출연진들의 팬들이 모이는 장이 되었다.
무대 설비를 제대로 하지 않은 인생가요 측을 향한 비난이 쏟아졌다. 안전불감증 아니냐는 말까지 나돌았다. 설레임이 저대로 떨어져 다쳤으면 어쨌을 거냐는 설레임 팬들의 원성이 가장 컸다.
계나리만 괜한 오해를 샀다는 댓글도 많았다. 글쓴이가 글을 쓴 보람이 있는 부분이었다.
그리고 빠르게 잘 대처한 도욱에 대한 칭찬도 쏟아졌다. 댓글 중에는 도욱이 아침에 작성한 팬 카페 글을 캡처한 것도 있었다.
그리고 커뮤니티 게시글에는 도욱의 이름이 제목으로 된 글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영상 중 도욱이 손을 가로채 설레임을 끌어당기는 부분만을 GIF 형식의 움직이는 짤로 만들어 첨부한 글이 영상 글 다음으로 인기가 많았다.
‘몸놀림이 예사롭지 않다, 사고 현장에 대고 이런 말하기 좀 그렇지만 너무 설렌다, 설레임 설렜겠다, 완전 남자다!’와 같은 반응들까지. 여러모로 뜨거운 반응이었다.
“젠틀맨 베이비~!”
뒷자리에서 함께 글을 본 김원이 외쳤다.
포털 사이트에 들어가서 기사들을 확인하자 인생가요 방송 사고와 도욱에 대한 기사가 한 바닥이었다. 더해 케이케이에 대한 긍정적인 얘기도 많았다.
‘여기까지 의도한 건 아니었지만, 현재로서 이슈몰이도 제대로 한 데다 이미지까지 좋다. 계속 이런 식이면 좋겠는데······.’
도욱은 기사를 보며 생각했다.
인생가요 측에서는 벌써 보도 자료를 배포해 부주의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는 것과 설레임 및 전 출연진에게 다시 한 번 사과를 한 상태였다.
인생가요 제작진은 어떻게든 빠르게 사고 이슈가 빠르게 지나가게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때문에 영상을 올린 이에게 문제를 제기하거나 하진 않았다. 괜한 잡음을 만들고 싶지 않은 것이다.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요즘에는 핸드폰으로 다 인터넷해서 그때그때 다 안다는데 우리만 너무 늦게 알았네···.”
안형서가 오백호 들으란 듯이 중얼거렸지만, 오백호는 듣는 척도 하지 않고 차를 출발시켰다.
“형! 듣고 있어요?! 듣고 있냐고요~!”
“안형서. 까부는 거냐?”
시끄럽게 굴던 안형서가 오백호의 말에 입을 다물었다. 많이 편해져 장난을 치는 안형서였지만, 오백호가 인상만 써도 아직까진 금세 기가 죽었다.
“아, 도욱아. 휴대폰 든 김에 통화 목록에 있는 설레임 매니저한테 전화 좀 넣어라.”
“전화요?”
“그래, 설레임 양이 그날은 놀라서 인사도 제대로 못 한 것 같다고 너한테 제대로 인사하고 싶다고 하더라.”
“안 그래도 되는데······.”
“고마운 쪽 마음도 있는 거니까. 통화 한 번 해.”
도욱은 고개를 끄덕이곤 통화 버튼을 눌렀다.
“전화를 한다고?!”
안형서는 자기가 설레임과 통화를 하는 것도 아닌데 부끄러움에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어떻게. 나도 바꿔줘. 나도 안부 물어보게 해줘.”
호들갑을 떠는 안형서에 오백호가 다시 한 번 일침을 가했다.
“형서, 까불지.”
“아······ 설레임과 직접 통화라니·········.”
그러나 안형서의 호들갑이나 기대감과는 달리 통화는 감사합니다와 괜찮습니다, 한두 마디만 나눈 채 싱겁게 종료되어 버렸다.
***
힛 엔터 사옥으로 돌아온 멤버들은 다시 연습을 시작했다.
내일은 케이블 음악 방송이 있었고, 인생가요 1위 후보에 다시 올라 있기도 했다.
실시간 음원 차트 1위, 음반 판매량은 매일매일 오름세였고, 팬 카페 회원수도 하루에 천 명 단위로 늘어나고 있었다. 인터넷 투표나 생방송 문자 투표도 문제없다는 뜻이었다.
이대로라면 인생가요 2주 연속 1위는 따놓은 셈이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연습을 게을리할 수도 없었다.
이번 주까지는 1위를 할 만한 대형 가수가 없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다음 주에는 음원 절대 강자라고 불리는 중견 여가수가 컴백하는 주였다.
2주 연속 1위만으로도 갓 데뷔한 신인에게는 큰 꿈을 이룬 것이었지만, 여기에 안주할 수는 없었다.
오백호는 라디오 스케줄을 끝내고도 땀 흘리며 연습하는 멤버들을 불러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