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눈 떠보니 슈퍼스타-21화 (21/225)

# 21

떠오른 태양 (1)

#떠오른 태양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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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기가 마지막으로 가사를 제출하고 용 피디에게 컨펌을 받음으로써 타이틀곡 녹음은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타이틀곡 곡명과 앨범명이 결정되었고, 이후에는 앨범에 들어갈 ‘You’도 녹음을 진행했다. 앨범 구성에 변화가 생기기도 했다. <학생 래퍼> 방송이 나가게 되면, 정윤기의 인지도가 올라갈 것은 당연했다.

회사는 그것을 어떻게든 이용하고 싶어 했다. 그때 도욱이 낸 아이디어가 인트로곡 제작 및 선공개였다.

“인트로 선공개요?”

앨범 총 프로듀서로서 그 부분에 대해 고민하던 용수철에게 넌지시 아이디어를 던지자 용수철이 즉각적으로 반응했다.

출신이 갖는 특색과 용수철 본연의 성향 때문인지 용수철은 다른 작곡가들보다 훨씬 더 열린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었다. 도욱이 내는 반보 정도 동시대보다 빠른 아이디어에 즉각적으로 반응했고, 또 트렌드에 맞게 해석해낼 줄 알았다.

인트로곡 선공개는 아직까진 아이돌 그룹의 앨범 홍보 방식으로써 정형화된 방식은 아니었다. 그러나 인트로를 잘만 만들어 놓는다면 확실히 사람들로 하여금 케이케이 앨범 전체를 듣게 할 힘이 되어줄 것이었다. 홍보팀 직원이었던 자로서의 직감이었다.

인트로곡이 상당한 퀄리티로 나올 것이라 믿어서 가능한 작전이기도 했다. 그러한 믿음은 래퍼 정윤기와 프로듀서 용수철에 대한 믿음에서 나온 것이었다.

“네. 짧지만 강렬하게 윤기 형의 랩을 보여줄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아서요.”

“음······. 좀 더 생각해 봐야겠지만, 좋네요. 회사에서 원하는 것도 그런 방향이고.”

용수철은 생각해 봐야 한다고 했지만, 그날 바로 자신이 만들어 놓은 비트들 중에서 이번 앨범의 인트로로 쓰일 비트를 찾기 시작했다. 곡 길이는 50초 정도가 적당할 듯했다.

그리고 정윤기에게는 ‘Sorry but I love you’ 가사 내용의 이전 내용이 될 만한 랩을 써 오라고 지시했다. 덕분에 케이케이의 데뷔 앨범은 정확한 스토리라인을 가진 앨범 전체의 완성도 까지 가진 앨범이 되어가고 있었다.

***

순차적이면서도 동시다발적으로 타이틀곡의 안무 습득, 재킷 촬영, 뮤직비디오 촬영 등이 이루어졌다.

정신없이 일정이 휘몰아쳤다. 멤버들은 눈 뜨고 눈 감는 내내 자유의지라곤 없이 오백호의 지시하에 움직였다. 눈을 뜨고 감는 것조차도 스케줄에 의해 결정됐다. 종일 하품을 하고, 졸린 눈을 비비면서도 멤버들 중 누구도 불평하지 않았다.

데뷔의 때가 매일 더 가까워지고 있음을 몸소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는 동안 <학생 래퍼>의 방송이 시작됐다.

첫 화에 곧장 정윤기의 공연이 방송되었다. 힙합 팬들이 모여 있는 사이트는 물론이고 온갖 커뮤니티가 들썩였다. 모두 정윤기에 대한 칭찬 일색이었다. 정윤기의 지난 시즌 공연까지 회자되며 TOP 4 정도로 머물러선 안 됐다는 의견들이 분분했다.

거기에 도욱의 인터뷰 또한 1차 예선 결과 발표 직전, 방송에 나왔다.

도욱이 언급한 참가자는 20번과 26번. 1차 공연 최고점을 예상한 참가자는 20번이었다.

정확한 예상이었다. 도욱으로선 예상이 아니라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을 말한 것이었지만, 어쨌든 정확한 예상을 한 사람이 되었다. 1차 공연 최고점은 모두의 예상을 깨고 1번이 아닌 20번이었다.

모두 대중성 때문에 1번을 예상했지만, 막상 심사를 볼 때나 점수를 줄 때는 홀린 듯 20번에게 높은 점수를 준 것이었다.

잘생긴 외모에 정확한 분석까지. 도욱은 사람들의 관심을 모으기 충분하다 못해 넘쳤다. 관객석에서 공연을 경청하는 도욱의 모습과 인터뷰 장면이 수백, 수천 장씩 캡쳐되어 인터넷상을 돌아다녔다.

두 사람이 동시에 주목을 받으면서 정윤기와 도욱이 모두 한 소속사의 연습생이라는 사실까지 인터넷에 알려지게 되었다. 힛 엔터에서는 이때다 싶은 마음으로 케이케이라는 그룹이 준비 중이며 이달 말에서 다음 달 초 데뷔한다는 기사를 냈다.

도욱이 데뷔를 한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일반인의 얼굴을 퍼다 나른다는 일말의 제약도 사라져 도욱의 인터뷰 영상까지 올라오게 되었다.

여자들이 많이 가는 인터넷 카페에서는 해당 동영상이 게시된 글 댓글이 천여 개까지 달리며 데뷔하면 무조건 팬하겠다는 사람들이 상당했다.

[내가 너 인성도 갑이라고 댓글 달았다!!!]

연습실에만 박혀 있다 보니 인기를 체감할 수 있는 부분이 적었던 도욱이다. 사촌 누나인 강서현에게 온 메시지를 보며 도욱은 일이 잘 되어가고 있음을 겨우 느꼈다.

속속들이 다른 학교 친구들에게서도 인터넷에 뜬 도욱을 보았다는 메시지가 도착했다.

이후 <학생 래퍼> 방송이 계속되면서 도욱은 잘생긴 외모를 떠나 ‘노스트라다미남’으로 추앙받기 시작했다. 1차 공연 때는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26번이 점점 자신의 기량을 발휘하며 우승 후보가 되었기 때문이었다.

도욱의 인터뷰가 인터넷에 화제라 26번 참가자조차 방송 인터뷰에서 노스트라다미남을 언급하며 알아봐주셔서 감사하다는 유머 섞인 발언을 하기에 이르렀다.

20번과 26번이 모두 TOP 4에 진출한 후, 도욱의 소속사와 방송사가 짜고 치는 고스톱 아니냐는 반응도 있었지만, 누군가 인기를 얻게 되면 어쩔 수 없이 생기는 반발 정도였다.

“마, 26번 잘 될 줄 어떻게 알았냐.”

“도욱아······. 나 좀 무서우려고 해.”

소집령이 떨어져 TV가 있는 회의실로 온 멤버들은 옹기종기 모여서 요즘 거의 유일하게 향유하는 취미생활이라고 할 수 있는 <학생 래퍼> 재방송을 보고 있었다.

방송을 보며 혀를 차는 정윤기와 안형서에 도욱이 피식 웃었다.

“26번이 정말 잘하는 것 같아서 말한 것뿐이에요.”

“하긴 기본 스킬은 뛰어났지. 그래도 그날 조금 평범하긴 했는데······. 인마는 얼굴만 있음 됐지, 듣는 귀도 있네.”

정윤기가 한탄하듯 중얼거리자 다른 멤버들도 모두 동의하며 끄덕였다.

그때 신인개발팀 임성안 팀장과 오백호 실장이 회의실로 들어왔다. 곧바로 풀어져 있던 몸을 긴장상태로 돌린 멤버들이 두 사람에게 인사했다.

인사를 받으며 임성안 팀장이 회의실 가운데 자리에 앉는 동안 오 실장이 리모컨으로 채널을 돌려 공중파 방송 중 하나인 SVS 채널을 틀었다.

딱 맞춰 무대 하나가 끝나고 MC석으로 카메라가 돌아와 있었다.

“레임 씨! 너무 슬픈 소식이 있다고 들었는데요?”

“네, 잠시만요! 저 눈물 좀 닦을게요. 다음 주로 맨투맨이 이번 앨범 활동을 접습니다. 다음 주 굿바이 무대······ 마음의 준비하고 시청해주세요!”

“하지만 또 금방 돌아온다고 하니까 너무 슬퍼 마시고요. 반가운 소식도 있습니다! 다음 주엔 무서운 신인의 데뷔 무대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네! 케이케이의 데뷔 무대! 기대 많이 해 주세요~!”

“자, 그럼 1위 후보를······.”

팟―

오백호가 TV 전원을 껐다. TV 화면을 보고 있던 멤버들의 얼굴이 하얗게 질려 있었다. 평소 무슨 일에도 무심한 얼굴을 유지하던 도욱조차 긴장감을 감추지 못한 채였다.

모두 다음 주가 데뷔 무대라는 걸 알고는 있었지만, 이렇게 방송에서 연예인 MC들에게 언급되는 그룹명을 듣고 보니 또 달랐다.

도욱은 데뷔 무대도 무대지만, 맨투맨을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깊은 생각에 빠지게 됐다.

“다들 전달받았겠지만, 데뷔는 다음 주 SVS ‘인생가요’ 무대입니다. 마지막까지 잘 준비합시다.”

“네!”

임성안 팀장의 말에 멤버들이 답했다. 임성안 팀장은 계획한 스케줄을 발표했다.

“하루에 한 명씩 재킷 사진을 공개하고, 방송 당일 자정에 뮤직비디오와 음원을 동시에 공개할 거예요. 앨범은 바로 다음날인 월요일에 전국 매장에 풀리게 될 겁니다.”

“······!”

모두 어쩐지 숨이 막히는 기분이 됐다.

“그리고 오늘 자정부터 인트로곡 선공개를 시작합니다.”

시작은 당장 오늘부터였다.

***

케이케이의 데뷔는 원래보다도 훨씬 더 큰 판이 되었다.

애초에 도욱이 계획했던 건 데뷔곡의 인기 정도였으나 데뷔를 준비해 나가면서 더 빠르게, 더 많이 인기를 얻을 방법이 생겨났고, 그에 대해 잘 대처한 덕분이었다.

인트로는 음원 차트 80위권 정도에 진입한 정도였다. 그러나 곡이 좋았기 때문에 인트로를 들어본 이들이라면 모두 앨범이 나오기를 기대하게 되었다.

또 정윤기의 정식 데뷔 첫 곡이라는 좋은 홍보거리였기 때문에 기사가 여러 개 나왔고, 그중 하나는 포털 인기 뉴스가 되었다. 덕분에 매일 자정마다 있는 재킷 사진 공개 소식을 연예계에 관심이 있는 이들이라면 모두 알게 되었다.

정윤기와 도욱이 이슈 몰이를 한 데다 케이케이에게는 석지훈이라는 이슈거리가 될 만한 비밀 카드도 있었다.

예상대로 석지훈이 공개되자 관련 기사 댓글에는 ‘동의보감의 그 석지훈’이 맞냐는 질문과 함께 잘 자라주었구나, 하며 자신의 자식이라도 되는 양 축하의 눈물을 흘리는 댓글들이 넘쳐났다.

재킷 사진이 모두 공개되고, 그다음이 곧바로 앨범 음원 전체와 뮤직비디오 공개였다.

자정이 넘은 시각, 오후에 있을 음악 방송 데뷔 무대를 연습하며 멤버들은 모두 떨리는 마음으로 반응을 지켜보고 있었다. 아예 연습실 한편에 정윤기가 노트북을 연결해 놓았다.

얼마 전부터 스마트폰이라는 것이 개발돼 휴대폰으로도 인터넷을 할 수도 있었지만, 멤버들 중 스마트폰을 가진 이는 한 명도 없었다. 데뷔 직전부터 휴대폰 소지가 한동안 원칙적으로 금지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연습실을 나가서 집에나 가야 휴대폰을 맘껏 사용할 수 있었는데 잠잘 시간도 겨우 있는 요즘에는 간간이 갈 수 있었던 집에도 가지 못했다.

아무튼 그렇게 최신 문물에는 조금 뒤쳐진 덕분에 모두가 17인치 노트북 앞에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헐. 22위다!”

“22위요?”

실시간 음원 차트를 새로고침하며 정윤기가 소리 질렀다. 국내에서 가장 큰 음원 차트 진입 순위는 22위. 아직 무대 한번 하지 않은 신인이 냈다기엔 충분히 좋은 성적이었다. 무덤덤하던 석지훈도 놀라 되물었다.

“미쳤다! 으악. 내 심장!”

안형서가 난리를 치며 연습실 바닥을 굴렀다.

‘좋은 성적이다. 노래가 좋으니 시간이 지나면 순위는 오르게 돼 있어. 이번 활동 내에 1위를 해주면 좋겠는데······.’

도욱은 ‘곡 홍보’에 심혈을 기울여야겠다는 생각을 다시금 했다.

“뮤직··· 뮤직비디오도 봐요···.”

“어, 그래. 뮤직비디오 보자.”

박태형의 말에 정윤기가 마우스를 움직여 인터넷 창을 하나 더 켰다.

www.keykey.com

재킷 사진 공개를 시작으로 케이케이에게는 공식 홈페이지도 생겼다.

역시 시간에 맞춰 공식 홈페이지 대문에는 커다랗게 뮤직비디오 영상이 걸려 있었다.

“오 마이 가쉬, 너무 이상한 기분! 소름~!”

뮤직비디오 최종본은 이미 대표님까지 함께한 자리에서 본 멤버들이었지만, 세상에 공개된 영상으로 보는 기분이 또 남달라 김원이 소리쳤다.

그때 연습실 문을 열고 간식 봉지를 두 손에 든 오백호가 들어왔다.

멤버들은 그렇게나 기다리던 간식이었음에도 자신들의 뮤직비디오를 보느라 정신이 없었다. 오백호도 막 휴대폰으로 이들의 진입 순위와 뮤직비디오 반응을 확인하고 온 것이었다. 오백호가 뿌듯하게 멤버들을 바라보았다. 멤버들만큼이나 오백호도 이들의 데뷔 무대를 기대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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