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눈 떠보니 슈퍼스타-14화 (14/225)

# 14

Sonata : 울려 퍼지다 (1)

#Sonata : 울려 퍼지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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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rry(가제)_sample.mp3’ 파일을 보내온 용감한외동에게 답장을 보내 심준 팀장이 직접 연락을 취했다.

바로 그 주에 계약을 위해 카페에서 용수철을 만난 심 팀장은 용수철의 거구와 거친 분위기에 압도당했다. 게다가 용수철이 나이트 DJ로 일하고 있다는 말에 편견을 가질 뻔도 했으나 심 팀장은 속으로 자신을 나무랐다. 중요한 건 곡이었다.

용수철은 곡 계약과 함께 작곡료 일부를 선지급 받았다. 또 최첨단 장비가 갖춰진 HIT 엔터의 작업실도 쓸 수 있게 되었다.

빠르게 데뷔곡을 향한 준비가 진행되고 있었다.

동시에 케이케이 멤버들에게는 매니저가 생기게 됐다.

“얘들아, 잘 있었어?”

“오, 누나!”

인터폰 화면에 보이는 신인개발팀 안영미를 확인하고 문을 열어준 안형서가 안영미를 반겼다. 안영미는 케이케이 멤버들을 담당하며 연습 스케줄 등을 관리하고 있었다. 이사 날 이후 안영미가 숙소로 직접 찾아온 건 두 번째였다.

미리 연락을 받았던 정윤기도 안영미에게 인사를 했다. 케이케이 멤버들은 안영미의 방문 소식을 듣고 거실에 모두 모여 있었다.

“숙소 상태 한번 봐볼까······. 오, 생각보다 깨끗하네?”

남자 여섯 명이서 사는 집치고는 꽤 잘 정돈되어 있었다. 거실부터 부엌을 대충 둘러본 안영미가 의외라는 듯 물었다. 붙임성 좋은 안형서가 꼬박꼬박 안영미의 옆에서 대답했다.

“사실 어제 이모님 다녀가셨어요.”

“역시 그랬구나···.”

“그리고 지훈이가 결벽증이 쫌 있잖아요. 화장실 청소 맨날해요.”

아역 배우 출신으로 이제는 아이돌 연습생이 된 석지훈은 어렸을 때부터 평범하지 않은 생활을 해서인지 조금 특이한 성향을 몇 가지고 있었다. 석지훈이 약간 머쓱하게 웃었다. 그 옆에 앉은 도욱은 특유의 무뚝뚝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얼굴 좀 한다는 두 사람이 나란히 앉아 있으니 정말로 그림이 됐다.

‘재킷 촬영도 곧 하게 될 텐데, 그러면 역시 두 사람이 메인이 되겠구나.’

안영미는 속으로 생각했다. 아직 신인개발팀 팀원 중 막내라 경험이 부족하긴 했어도 그 정도는 충분히 예측할 수 있었다.

“오늘 내가 왜 왔냐면···. 너희도 이제 매니저가 있어야 하니까.”

“헐! 저희 매니저 생겨요?”

“Oh, my gosh! 매니저라니. 진짜 연예인 같잖아~!”

안영미의 말에 안형서와 김원이 호들갑을 떨었다. 반면 정윤기는 약간 피곤하다는 표정이었다. 본격적으로 매니저가 생기면 지금보다 더 생활에 제한이 많아질 터였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벨이 울렸다. 이번에도 안형서가 달려 나가 문을 열어주었다.

그리고 들어온 건 머리를 올백으로 빗어 넘긴 30대 중반의 남성이었다. 키는 180이 조금 안 될 것 같은 키로 지금의 도욱과 비슷했다. 그의 양손에는 커다란 짐 가방이 들려 있었다.

“오늘부터 너희 담당하실 오백호 실장님이셔.”

다부진 체격에 이름처럼 사나운 인상으로 눈이 부리부리했다. 사람 여럿 잡았을 인상이었다. 멤버들이 쭈뼛거리며 오백호에게 인사했다.

오백호 실장은 본래 몬스터의 매니저였다. 오백호는 말 안 듣고 날뛰는 사춘기 남자 멤버들 관리는 물론이고, 극성팬들 관리도 철저하게 해냈다. 몬스터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으면서 실장이라는 직책도 주어졌다.

그런 오백호를 케이케이의 매니저로 보냈다는 것에서부터 힛 엔터가 케이케이를 얼마나 집중적으로 관리하고자 하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오백호다. 앞으로 너희와 같이 생활할 거다. 알아서들 잘 따라주면 좋겠군.”

잘 따라주지 않으면 혼쭐을 내겠다는 뒷말이 생략되어 있는 게 분명했다. 남다른 분위기에 멤버들은 바짝 얼어붙었다. 도욱은 가만히 오백호를 보았다.

‘오 실장······.’

오백호, 그는 도욱이 회사를 다니고 있을 무렵에는 ‘오 부장’이 되어 있었다. 스케줄 관리 철저한 거야 당연했고, 지금 본 인상으로는 잘 상상이 가지 않지만 방송가 사람들에게 자신이 맡은 연예인 어필도 잘해 유능함을 점점 더 인정받은 모양이었다.

아라 엔터 쪽에서도 스카우트를 하려는 시도가 있어서 도욱도 들은 이야기였다. 그러나 당시 오백호가 회사를 나와 대표가 되려고 준비 중이었기 때문에 스카우트는 실패했었다.

아무튼 그만큼 실력 있는 인물이었다. 도욱으로선 케이케이의 매니저로 오백호 정도의 인물이 온 것이 만족스러웠다.

‘앞으로 오 실장과의 관계를 이용해서도 여러 가지 일을 할 수 있겠어.’

앞을 내다보는 도욱의 눈이 반짝였다.

그런 생각을 알 리 없는 오백호는 멤버들을 둘러보며 저 나름대로 평가를 내리고 있었다. 단번에 모든 걸 알 수 없지만, 적어도 눈에 반항심이 가득한 철부지는 없어 보였다.

‘신인개발팀에서 공을 들였다더니 애들을 정말 제대로 뽑아 놓은 건가······?’

오백호는 몬스터를 담당할 때보단 수월할 것 같단 예감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이후에 다른 의미로 수월하지 않게 되는 건 상상도 하지 못한 채였다.

그렇게 오백호는 케이케이의 숙소로 입성하게 되었다.

***

작곡가 용감한외동, 용수철과 케이케이 멤버들의 만남은 크리스마스이브에 이루어졌다. 힛 엔터에서 용수철에게 내준 사무실 건물 안 작업실로 케이케이 멤버들과 매니저 오백호가 우르르 들어왔다.

용수철은 오늘도 징이 가슴에 잔뜩 박힌 검은색 라이더 재킷을 걸치고 있었다. 오백호는 댈 것도 아닌 용수철의 험악한 기운에 멤버들은 저도 모르게 어깨를 움츠렸다.

심준 팀장이 용수철과 멤버들을 서로에게 소개시켰다. 멤버들이 보컬이나 랩, 어떤 파트를 맡고 있는지도 첨언했다.

“엇······!”

용수철이 도욱을 소개 받으며 얼굴을 제대로 보곤 외쳤다.

“뭐 문제 있습니까? 작곡가님?”

“이 친구요! 그 제가 만나서 작곡 공모 얘기 들었다던 친구가···!”

“네?”

심준 팀장도 놀라 도욱을 바라보았다. 용수철과 계약할 당시 얘기를 전해 들었었다. 힛 엔터테인먼트 소속 가수라는 사람이 곡을 찾고 있다고 해서 메일을 보냈다는 얘기였다. 계약을 마치고 회사 내에서 찾아보려 했는데 바쁜 와중이라 정신이 없었다.

도대체 어떤 소속 가수가 발로 뛰며 그런 일을 했을까 했는데, 연습생 강도욱이었다.

‘보통 내기가 아닌 줄은 알았지만······.’

타이틀곡 후보를 두고 회의를 하던 때부터 심준 팀장은 도욱에게 꽤나 깊은 인상을 받았다.

‘오디션에서 단번에 임성안 팀장님 마음을 사로잡았다더니. 단순히 잘생긴 게 다가 아니구나.’

곡을 듣는 음악적 센스가 기본적으로 있는 듯했고, 정면을 응시하며 또박또박 제 의견을 말하는 것이 보통의 열아홉과 달라 보였다.

뚫어져라 자신을 보는 용수철에 도욱이 답했다.

“아, 그때 뵈었던!”

도욱은 용수철을 만날 줄 알고 있었지만, 마치 그 곡의 작곡가가 용수철이라는 것을 모르고 있었던 것처럼 연기를 해야만 했다.

“작곡가셔서 이쪽에 대해 잘 아셨던 거군요!”

“아니, 뭐 잘 안다기보다··· 아무튼 덕분에 좋은 기회를 알아서 이렇게 작곡가로 데뷔하게 됐으니 고맙다고 해야 할까?”

“고맙긴요! 곡 정말 좋았습니다. 좋은 곡 보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도욱이 고개 숙여 인사했다. 용수철은 커다란 체구에 맞지 않게 수줍어하며 도욱의 어깨를 두드렸다. 아무튼 잘 해보자는 뜻이었다.

다른 멤버들이나 오백호는 전혀 영문을 모르는 채였다. 심 팀장이 나서서 간략하게 두 사람의 인연을 소개했다. 멤버들과 오백호가 신기해하며 두 사람을 번갈아봤다.

“인마는 뭐 말도 안 하고 혼자 그런 일을 했나?”

“그냥 답답한 마음에··· 다른 방법은 잘 모르니까요.”

정윤기의 물음에 도욱이 덤덤하게 답했다. 연습생이 된 지 얼마 안 돼 데뷔하게 된 도욱이라, 다른 연습생들에 비해 데뷔에 대한 간절함이 적은 줄 알았는데 오산이었다.

어서 데뷔하려고 자기 딴에는 곡까지 찾아 나섰다는 이야기에 멤버들은 자신들이 도욱에 대해 잘 몰랐음을 인정해야만 했다. 도욱이 부수적인 자기 얘기를 안 해서 더욱 그랬다. 도욱도 정말 데뷔를 하고 싶어 한다는 사실을 멤버들은 새삼 깨닫게 되었다.

“그런 방법으로도 결과적으로 이렇게 딱 작곡가님을 모셔왔으니, 제작팀에 스카우트라도 해 와야 하는 거 아닌가 몰라.”

심준 팀장이 너스레를 떨었다. 심 팀장의 말에 다들 가볍게 웃었다.

가벼운 분위기는 거기까지였다. 용수철의 한마디에 멤버들이 일순 긴장하기 시작했다.

“그럼 일단 다들 어느 정도 실력을 가지고 있는지 보고 싶은데요.”

제대로 편곡을 하고, 파트 분배가 이루어지기 전 멤버들의 실력과 특색들을 확인하는 것은 필수적인 절차였다. 그에 따라 곡은 조금씩 수정될 수 있었다.

용수철의 말에 심 팀장이 순서를 정리했다.

랩 파트인 정윤기와 김원이 먼저 스타트를 끊고, 보컬 파트인 박태형, 석지훈, 강도욱, 안형서 순서로 녹음 부스에 들어가기로 했다. 각자 한 곡씩 연습 레퍼토리 중 가장 자신있는 곡을 부르기로 했다.

작업실에 묘한 긴장감이 돌기 시작했다.

가볍게 실력 파악 정도를 하는 시간이라고는 하지만, 오늘의 평가가 어떤 기준점이 될 수도 있었다. 파트는 3분 정도의 곡을 몇십 초씩 끊어서 공평하게 배분되는 게 아니었다. 메인 래퍼는 누구일지, 메인 보컬은 누구일지가 정해지는 것이다.

실력이 비슷할수록 더 치열한 싸움이 되곤 했다. 댄스 파트 메인이라 보컬은 조금 약한 박태형이나, 연기자로 더 큰 꿈을 가진 석지훈을 제외하고 남은 네 명에게는 아주 중요한 순간이었다.

먼저 정윤기가 첫 번째 타자로 녹음실 부스 안으로 들어갔다. 남은 사람들은 차례를 기다리며 대기 소파에 앉았다.

부스 앞 기계 앞에는 용수철과 심 팀장이 앉아 있었다.

“아오, 엄청 떨리네.”

데뷔가 확정되고 연습 차원에서 녹음실을 써본 적이 있긴 하지만, 초면인 작곡가 앞에 서니 정윤기도 조금 긴장이 됐다. 녹음실 부스 마이크 앞에 선 정윤기가 혼잣말을 하는 것이 바깥의 사람들에게도 들렸다.

정윤기는 연습생이 되기 전, 오디션 <학생 래퍼>에서 최후의 4인까지 진출한 실력자였다. 방송이나 공연 경험이 있는 셈이었다. 그런 정윤기가 긴장하는 모습을 보니 남은 사람들은 더 긴장이 됐다.

“아, 아. 원, 투. 원투.”

“윤기, 준비 다 됐어?”

“옙. 곡 주세요!”

정윤기가 준비한 곡은 힙합 그룹 다이나믹 트리플의 곡이었다. 헤드폰으로 곡이 흘러나오자 언제 긴장이 됐냐는 듯 정윤기가 랩을 시작했다.

정윤기는 가볍고 빠른 래핑스타일을 추구했다. 빠르면서도 정확한 딕션이 일품이었다. 학생 래퍼 때보다도 훨씬 발전해 있었다.

반면에 뒤이어 들어간 김원의 래핑은 묵직했다. 활발하고 발랄하기까지 한 김원의 평소 이미지와는 달리 랩을 시작하자 저음으로 외국곡인 렌드릭의 랩을 소화했다.

도욱은 자신의 차례에 잘해야 한다는 생각도 하고 있었지만, 이 기회에 멤버들의 실력을 더 정확하고 객관적으로 파악해 보고 싶었다. 녹음실에 들어간 멤버들을 보는 도욱의 눈이 예리했다.

“···다들 실력이 상당하군요.”

용수철은 약간 놀랄 수밖에 없었다. 요즘 아이돌을 준비하는 아이들의 실력이 뛰어난 건 알았지만, ‘아이돌’이라는 틀에 가둬둔 채 생각한 게 사실이었다.

“저희 애들, 정말 열심인 애들이에요.”

심준 팀장이 뿌듯함을 감추지 못한 채 중얼댔다.

그다음이 박태형과 석지훈이었다. 뛰어나다는 느낌은 아니었지만 그럭저럭 느낌이 있었다. 박태형은 남자치고 미성이라 깨끗했고, 석지훈은 독특한 비음이 있었다. 조금 더 다듬으면 곡에 포인트를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도욱의 차례였다.

도욱이 녹음실 안으로 들어가자 용수철은 자세를 좀 더 바르게 고쳐 앉았다.

유리벽을 사이에 두고 새삼 다시 보아도 얼굴에서 빛이 나는 듯한 잘생김이었다. 저 정도 얼굴이면 대충만 노래를 해줘도 절을 해야 할 것 같았다.

그럼에도 용수철은 조금은 더 기대하고 있었다. 멤버들 모두 실력이 좋은 편이었고, 도욱도 그랬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었다. 도욱이 자신의 곡을 잘 소화해준다면, 눈과 귀를 사로잡을 환상적인 무대가 펼쳐질 게 분명했으니까.

도욱이 선택한 곡은 김건부의 ‘잠 못 드는 밤 눈은 내리고’였다. 진지한 발라드로 가창력을 보여줄까도 싶었지만, 어쨌든 타이틀곡은 템포가 있는 곡이었다. 가창 능력과 동시에 뛰어난 리듬감을 보여주고 싶었다.

손가락을 부딪어 리듬을 타며 도욱이 노래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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