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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들의 전쟁(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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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에? 상무님? 오늘 콜, 콜이 아니었습니까?”
“다시 말하지 않겠다! 지금부터 무조건 풋 매수다! 풋 매수! 빨리 움직여! 빨리! 서둘러 전량 싹쓸이해서 포지션 잡도록!”
그렇듯 갑자기 떨어진 풋 포지션 매수 지시!
이때, 야간데스크 팀 직원들은 다소 황당한 표정을 지었는데, 왜냐하면 오늘 포지션은 콜이라고 그가 장 시작 전에 분명히 말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장 초반에 집중적으로 콜옵션 매수를 진행했고, 또한 풋옵션 매도에도 적극적으로 뛰어든 상태다. 그런데 갑자기 모든 전략이 순식간에 바뀌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럼에도 평소에 팀장 혹은 상무의 지시를 받으며 기계적으로 투자를 했던 그들은 강세훈 상무가 다시금 또 고함을 지르자, 그때부터 일제히 풋옵션 매수에 뛰어들게 되었다.
“상무님! 저, 계약 5천 개 잡았습니다.”
“상무님, 대략 7천 개 잡았습니다.”
“2만 개 잡았습니다!”
“상무님, 저도···!”
사실, 장 내에 워낙 물량들이 많이 나와 있는 터라, 직원들은 풋옵션 물량들을 쉴 새 없이 집어삼켰고, 그 바람에 풋옵션 거래량은 비약적으로 폭증하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 KHS컴퍼니가 앞서 매도를 마쳤던 풋옵션 매도 물량들은 저절로 청산이 되고 있었고, 결국 KHS컴퍼니는 콜옵션 매수와 풋옵션 매수를 동시에 진행하게 된 상황이었다.
그리고 이때 다시 떨어진 강세훈 상무의 지시!
“지금부터 즉시 콜옵션 포지션, 전량 청산을 시작한다! 손절 청산이니 무조건 물량을 다 털어내도록!! 또한, 김 과장 라인은 지금 즉시 콜옵션 매도 물량 주문을 이 표에 맞춰서 바로 쏟아내도록!”
그렇듯 강세훈 상무는 정신없이 지시를 했고, 직원들은 그 지시에 맞춰 아주 빠르게 일들을 진행했다. 즉, 콜옵션 매도를 통한 콜 포지션 청산 작업 외에도 콜옵션 매도 물량을 늘려, 결과적으로 KHS컴퍼니의 포지션은 콜이 아니라, 완전히 풋으로 바뀌게 된 것이다. 그렇듯 KHS컴퍼니가 주도한 대량거래가 시작되면서, 또한 콜옵션 매도 물량까지 대량으로 나오자, 갑자기 옵션 호가창은 다시금 크게 변하기 시작했다.
다시 말해서, 지금껏 비정상적으로 흐르던 옵션 호가창의 모습은 이제 제자리를 찾게 된 모습인데···. 즉, 주가 하락세의 현재 상황이 전혀 왜곡되지 않은 모습으로 고스란히 옵션 호가창에 반영되게 된 것이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풋옵션 매수포지션 쪽은 거래가 완전히 실종된, 이른바 빗장이 걸린 모습으로 바뀌어 가고 있었고, 반면 콜옵션 쪽은 그때부터 난리가 나기 시작했다.
“와, 이거 갑자기 점점 더 이상해지네. 팀장님. 괜찮겠죠?”
“팀장님, 그럼··· 우리 아까, 그 콜이 아니라 풋인 겁니까?”
“네. 풋입니다! 아까 상무님 말씀 잘 들었죠? 지금부터 모니터에 더 집중하세요. 갑자기 큰 변동 폭이 나타날 수 있고···.”
“우아, 이거 진짜 미친 듯이 움직이네.”
“다들 조용히 하고, 집중합시다!”
그렇듯 호가창의 변동 폭이 갑자기 확 늘어나고 있었는데···. 왜냐하면, 막대한 자금이 콜에서 풋으로 넘어갔다는 것이 호가창을 통해서 낱낱이 드러났고, 그래서 그 결과, 누군가는 무척 당황한 듯, 서둘러 포지션 청산을 시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 호가 변동 폭은 갈수록 커지면서 호가가 그때부터 무섭게 상하를 오가길 시작하는 모습인데, 그럼에도 얼마 지나지 않아 옵션 거래창은 다시금 정상을 되찾는 모습이었다.
그런데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더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테라모터스 주가!
조금 전, 쭉 이어지던 하락세에 반발한 듯 반짝 상승했던 주가가 결국 작은 꼭짓점만 찍은 뒤, 그대로 무너지며 무섭게 추락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382.32 달러.
377.27 달러.
372.59 달러.
364.49 달러.
369.18 달러.
359.73 달러.
350.02 달러.
그렇듯 불과 몇 분 사이에 주가는 어마어마한 대폭락을 하며, 어느덧 350달러 선까지 순식간에 추락해 버린 것이다.
이미 이 폭락만으로도 콜옵션의 패배! 풋옵션 승리는 확정되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이런 주가 추락세는 더욱더 가속화되고 있었다.
“우아! 이거 진짜 미쳤다!”
“와! 또 반전! 드라마 또 터졌다!”
“이게 진짜 꿀맛이지!”
“대표님, 진짜 엄청나신 분이야!”
“와아아! 진짜 엄청나네!”
그렇듯 야간데스크 팀 직원들마다 크고 작은 탄성을 지를 정도로, 곧이어 풋옵션 가격은 무섭게 치솟기 시작했고, 콜옵션 가격은 무섭게 추락하기 시작했다.
물론 그런 반전에도 불구하고, 조금 전 콜 포지션 청산 과정에서 KHS컴퍼니는 막대한 손해를 본 것도 사실이었다.
“음. 손해 규모는?”
“네. 상무님. 현재 집계를 해 보니, 대략 3,200만 달러 정도 손해를 봤습니다. 그나마 이 정도 선에서 그친 게 다행입니다.”
즉, KHS컴퍼니가 조금 전 시도한 콜옵션 투자로 역사상 처음으로 손해를 보게 되었지만, 강세훈 상무는 곧바로 웃으며 괜찮다고 했다. 왜냐하면, KHS컴퍼니는 이미 풋옵션 물량을 거의 싹쓸이한 상태라, 이제 손익분기점을 넘어서는 더 큰 수익이 기대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풋옵션 매도포지션을 냈던 세력들은 부랴부랴 포지션 청산을 하고 싶지만, 지금 미치고 환장할 지경이 되고 있었다. 갑자기 주가가 뚝 떨어지며 손해가 눈더미처럼 늘어났고, 그렇듯 너무 손해가 커서 곧바로 청산 작업을 할 수가 없게 된 것이었다. 사실, 그러고 보면, 현 종목에서 풋옵션 매도 자체는 시장 상황과 다르게 리스크를 안고서 진입한 것이나 다름없는데, 그러나 주가 상승이 아니라 주가가 더 폭락하는 바람에 그 손해가 갈수록 더 가속화된 것이다.
그리고 그로부터 2시간 뒤, 테라모터스 주가가 전날 종가 대비 –25% 수준인 330달러 선을 찍는 순간, 현수는 일제히 익절 청산을 지시하게 되었다.
그리고 곧이어 폭발하듯 터져 버린 초대박 축포!
“우와아아아!!”
이때, 누군가가 힘차게 고함을 질렀고, 동시에 야간데스크 팀 직원들은 앞다투어 요란하게 박수 소리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즉, 누구나 환호성을 지를 수밖에 없을 정도로 이번 투자는 초반 손해를 완전히 불식할 정도로 그 수익이 어마어마했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투자는 풋옵션 매도주문량이 장 초반에 폭발적으로 터져 나온 터라, KHS컴퍼니는 그 대단한 물량들을 게걸스럽게 흡수할 수 있었고, 그 결과 풋옵션 매수 계약량이 이전 투자와 비할 수 없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던 것이다. 그래서 단 몇 시간 만에 KHS컴퍼니는 해외 법인들까지 포함해서 무려 32억 달러에 이르는, 실로 어마어마한 수익을 올리게 된 것이다.
이른바 역대급 투자 대박, 초대박이 터진 것이다!
물론, 그 수익의 반대편에 서 있는 누군가는 좀처럼 씻을 수 없는 천문학적인 피해를 떠안게 될 것인데···. 무릇, 리스크가 무척 큰 옵션 투자에서는, 그 어떤 누구든 최악의 경우 그런 상황이 생길 것을 항상 고려해야 하고 또한 그런 상황을 무조건 감내할 수밖에 없는데, 그것은 어쨌든 어쩔 수 없는 제로섬 게임 논리가 적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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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한편, 이날 새벽 5시.
긴급 전화를 받고서 새벽 일찍 회사에 나온 이원진 부사장은 자신의 책상 위 모니터까지 집어 던지며 발광하다가, 이내 힘을 잃고서 털썩 주저앉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옆에 선 해외옵션투자 본부 이상경 전무는 완전히 얼굴이 창백하게 굳어있는 모습이다.
“···그래서··· 그래서··· 손해가 얼마라고요?”
“으음···.”
“이 전무니-임! 지금 제가, 지금 제가! 손해가 얼마냐고! 다시 물었잖아요!!”
“으음. 부사장님. 50%가량 손절 청산을 진행했고··· 으음, 현재 기준··· 그 청산분 포함하여··· 대략 손해가··· 6억··· 6억 달러 정도 됩니다.”
쾅!
그 순간, 이원진 부사장은 주먹으로 데스크를 힘껏 내려친 뒤,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다가, 이내 떨리는 손으로 자신의 단정한 머리를 힘껏 움켜쥐고 있다.
옵션 투자란 게 그렇다.
막대한 수익이 발생할 수도 있지만, 반대로 천문학적인 손해가 발생할 수도 있는 것이다.
“···으으음··· 이게 어떻게··· 대체 이게 어떻게···.”
“으음. 죄송합니다. 부사장님. 저희 분석대로 풋옵션 매도 쪽을 바로 공략했는데··· 확실히 거대 매도 물량들이 튀어나오는 걸 저도 분명히 확인했고, 으음, 또한 KHS컴퍼니 짓이라고 판단하고서 바로 접근한 건데··· 중간에 갑자기··· 으음··· 콜에서 풋으로 갑작스러운 물량 대이동이 좀 있었습니다. 아마··· 그게 바로 KHS컴퍼니 짓이 아닌가··· 어쨌든 중간에 서둘러 청산하려고 해도, 그 상황이 좀···.”
다시 말해서, Stock24 해외옵션투자 본부는 KHS컴퍼니의 투자 패턴을 분석한 뒤, 그 타이밍을 잡았다고 했는데, 그게 완전히 실패였던 것이다.
“으음. 혹시 상대가··· KHS컴퍼니가 아닐 경우는 없습니까? 다른 세력일 수도 있고··· 즉 다른 쪽에서 투자를 했을 수도 있고···.”
“으음. 부사장님. 죄송합니다. KHS컴퍼니는 무조건 맞습니다.”
“네??”
“야간데스크 팀 직원 한 명을··· 으음. 저희가 어렵사리 회유하는 데 성공했는데··· 그자가 콜 지시를 저희한테 장 초반에 문자로 보내 왔습니다.”
“네에??”
“으음. 장 초반에 KHS컴퍼니가 콜 포지션으로 달려들었던 것은 엄연한 사실이고··· 아아, 죄송합니다. 부사장님!”
“으으윽··· 그게··· 그게 대체! 그게 대체 무슨 소리입니까!! 대체 무슨 소리냐고요!! 제가 아무리 이 전무님에게 전권을 드렸다고 해도··· 그럼···??”
“···.”
“으아악!! 그자가, 아니 그 새끼가!! 우릴 속인 거군요···.”
“음. 그 부분도··· 조만간 확인이 될 겁니다. 으음. 부사장님, 정말 죄송합니다···.”
“아으으으··· Shit! Shit! Shi-t!!! 으으윽!!”
그렇듯 DF 도이치 실란트 펀드를 노렸던 죽음의 키스가 우연히도 Stock24 쪽에도 적용이 되었고, 그 결과 Stock24는 이번 옵션 투자로 Stock24 회사 규모로는 도저히 회복하기 힘든, 아주 천문학적인 손해를 입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런 천문학적인 손해는 DF 도이치 실란트 펀드 쪽도 마찬가지다. 특히, 차세대 인재로 손꼽히고 있던 로베르트 슈타인 이사와 발터 호이스겐 이사, 그들은 얼굴이 완전히 새하얗게 질려버렸고, 이때 프랑크 슐츠 회장이 급보를 받고서 그곳으로 달려왔지만, 이미 그 투자 실패는 누구도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되어있었다.
어찌 되었든 결과적으로 현수의 KHS컴퍼니는 다시 한번 큰 도약을 하게 된 것이나 다름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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