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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부메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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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그래서 김 대표님께서 저희의 입장을 조금이나마 이해해주시면서 또한 배려해 주시면 저희로서는 무척 감사하겠습니다. 물론 저희는 이 시점에서 아주 진지하게 또한 무척 조심스럽게 이번 일들을 대처하려고 아주 노력하고 있습니다. 음··· 그래서 김 대표님, 제가 무례하게도 계속 질문들을 먼저 드리고 있는데, 절대 노여워하시지 마시고, 좀 더 여유롭게 들어주신다면 저희는 무척 감사하게 생각할 겁니다. 음. 괜찮겠습니까?”
“아, 근데 질문들이 좀 많은가 보죠?”
“아닙니다. 김 대표님. 아까 서두의 그 질문이 가장 중요했고, 이 다음 것들은 그렇게 중요한 것들도 아닙니다.”
“네. 좋습니다. 말씀하십시오.”
“음. 그럼 먼저, 죄송합니다만, 혹시 그분과의 관계가··· 흠, 저희로서는 도저히 그 교차점을 확인할 수가 없습니다.”
“네?”
“아, 이거 죄송합니다. 그럼 다시 묻겠습니다. 혹시 KHS컴퍼니··· 이 회사가 그분의 회사입니까?”
그러니까 아주 놀라운 수익률을 보이며 아주 빠르게 급성장을 하고 있는 KHS컴퍼니가 바로 막씨밀리아노 헤수스의 비밀 회사냐고 최학진 실장은 물어보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그러고 보면, 전후 사정상, 대명그룹 측에서 충분히 그런 의심을 가질 만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현수는 바로 고개를 저었다.
“그건 아닙니다. KHS컴퍼니는 제 이름 영어 약자를 딴 회사. 당연히 제 회사입니다. 제가 세웠고, 제가 키울 회사입니다.”
“음··· 알겠습니다. 그럼 그분과의 관계가···?”
이때, 현수는 막씨밀리아노 헤수스와의 관계를 일시적 계약에 묶인 파트너 관계라고 말할까 하다가, 구태여 그런 이야기까지 최학진 실장에게 말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자신이 시시콜콜한 이야기까지 공개할 이유도 없거니와, 현재 최학진 실장은 자신을 단단히 오해하고서 뭔가 정보를 캐가려는 목적도 있는 것 같아, 구태여 이런 상황에서 자신과 관련된 일들을 남김없이 알려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음. 죄송하지만 그 점은 말할 수가 없습니다.”
그렇듯 현수가 단칼에 자르자, 최학진 실장은 이때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는 반응을 보이며, 그 다음 질문을 바로 이어 나갔다.
“네. 알겠습니다. 그럼 앞으로··· 김 대표님께서는 저희 그룹의 지분 의결권을 어떻게 사용하실 생각이십니까?”
이때, 그 질문을 아주 조심스럽게 하면서 무언가 불안한 눈빛을 보이고 있는 최학진 실장. 사실, 김주연 전무가 오늘 아침에 보고한 최학진 실장의 이력을 보면, 최학진 실장은 보통 사람이 아니었다. 그런데 그런 사람이 자신의 앞에서 아주 정중한 데다가 또한 무언가 두려워하는 눈빛마저 보인다는 것이 현수로서는 무척 재밌는 일이었다.
‘하긴, 회사의 모든 힘은 결국 지분에서 나오니까··· 그러니 재계 1위 대명 그룹마저도 나 앞에서 꼼짝을 못하는구나.’
그리고 그제야 현수는 어느 정도 알 것 같았다. 막씨밀리아노 헤수스가 어떻게 음지에서 막대한 힘을 발휘할 수 있는지···. 그는 정말 자본주의 사회의 금융 파워를 아주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는 사람 같았다.
“하하, 최 실장님. 아, 최 실장님이 염려하시는 부분이 무엇이든, 하지만 제가 의결권을 쥐고 있는 이상, 절대 걱정하지 마십시오!”
“···?”
“앞에서 말씀드렸듯이 저희는 경영권과 무관합니다. 즉, 의결권은 절대 함부로 사용되지 않을 겁니다. 다만, 저희가 원하는 것은 저희 KHS컴퍼니의 안전과 또한 몇 가지 부탁들뿐입니다. 음. 예를 든다면, 최근에 저희 회사에 대한 압수수색 논의가 일부 사정기관 쪽에서 돌아다녔고, 흠, 그래서 저희는 괜한 구설수에 오르고 싶지 않아 사전에 그 일을 한번 차단한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뭐, 또 그런 일들이 다시금 벌어질 수도 있는 일이고, 그래서 저희는 좀 더 확실하게 대명그룹을 통해서 이런 부분들을 처리하고 싶습니다. 음, 어떻습니까? 대명그룹에서 저희를 도와주시겠습니까?”
그러자 최학진 실장의 표정이 다시 밝아졌다.
“아, 김 대표님, 정말 감사합니다. 그리고 비공식적인 최대주주님의 뜻인데 저희가 당연히 책임지고 막아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저희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무조건 힘을 쓰겠습니다. 다만, 대명그룹 경영체제에 혼란만 없다면, 저희는 무조건 김 대표님과 그 뜻을 함께할 것입니다.”
그렇게 힘 있게 말하던 최학진 실장은 곧이어 자신의 검정색 서류가방에서 무언가를 꺼내어 현수에게 건넸다.
“근데 이거 참! 일이 참 공교롭다고 하더니, 마침 저희가 바로 나설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 같습니다. 김 대표님, 이걸 먼저 보시겠습니까?”
이때, 현수는 최학진 실장으로부터 몇 가지 서류들을 넘겨받았는데, 의아해하며 그 서류들을 쳐다보다가, 현수의 표정은 이내 굳어지고 말았다.
“음. 아시다시피, 확실한 비위 사실이 없는 이상, 압수수색이 현실적으로 힘든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누군가의 다른 의도가 들어갈 경우, 그런 일들은 아주 쉽게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최학진 실장은 그렇듯 검찰 내부 흐름에 대해서 간단히 설명했는데, 이때 현수는 정신없이 그 서류들을 쳐다보게 되었다. 왜냐하면, 그 서류들은 바로 대검찰청에서 흘러나온 내부 자료, 즉 KHS컴퍼니 수사지시 관련 내부 문건들이었다. 그리고 놀랍게도 문건 작성 날짜가 아주 최근 날짜다.
“음. 근데 대체 이걸 어떻게···?”
“네. 그날 회장님으로부터 직접 연락을 받고··· 이후 저희 인프라에 KHS컴퍼니를 추가했는데, 바로 이게 나왔습니다.”
“음.”
“그래서 혹시 몰라 제가 좀 더 자세히 알아봤고, 그래서 그 추가 자료들까지 뽑아오게 됐습니다.”
“음. 하지만 대체··· 이게 어떻게 된 겁니까?”
이 순간, 현수는 무척 의아할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저번 압수수색 건은 대림금융투자 서한진 전무와 일성은행 김신욱 상무와의 딜을 끝낸 뒤, 그 압수수색 건을 올 연말까지 미뤄놓지 않았던가. 그런데 그 압수수색 추진 건이 다시금 최근 문건에 등장하고 있었다.
“네. 그건 제가 한번 알아보니, 대검찰청 위쪽 라인으로 청탁이 들어간 것 같습니다.”
“네? 청탁이라고 하시면?”
“음. 보통 이런 일들은 투서 파문 외에도 수사 압력, 수사 청탁 등으로 빠르게 전개가 되는 일입니다. 즉, KHS컴퍼니에 대한 적대 세력이 수사 청탁을 넣은 겁니다.”
“음. 하지만 그런 일이 이미 있어, 저희 쪽에서 먼저 차단한 적이 있는데···.”
“네. 그렇다면 더 간단하군요. 그 세력이 거기서 멈추지 않고 그 위쪽 라인을 다시 건드렸을 겁니다. 일반적으로 아주 끈질긴 자들의 특성상··· 아, 하하. 근데 김 대표님! 이거 좀 다시 생각해 보니, 좀 우습군요.”
“네?”
“그 세력 말입니다. 하하, KHS컴퍼니가 어떤 곳인지 안다면, 절대 이런 짓을 못 할 텐데···. 흠. 그럼 대표님! 이 건은 바로 저희가 처리하겠습니다. 더는 괜한 일로 신경을 쓰시지 않게 저희 선에서 모두 정리하겠습니다. 그리고 추가로, 그 청탁자를 저희가 확인하게 되면 어떻게 처리하면 되겠습니까? 원하신다면 역으로 압수수색을 돌려줄 수도 있습니다.”
압수수색을 돌려준다? 즉, 상대가 되레 압수수색을 당하게 된다는 말이다. 그리고 그 말을 아주 쉽게 내뱉고 있는 최학진 실장의 모습에서 현수는 이때 대명그룹의 막강한 저력을 피부로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한편, 현수는 좀 묘한 생각도 들었다. 왜냐하면, 누군가 위쪽 라인에 청탁을 했다는 최학진 실장의 발언에 곧바로 Stock24를 떠올렸기 때문이다.
‘음. 근데 Stock24는 대명그룹의 가신그룹일 텐데···.’
즉, Stock24 이정기 회장은 정진태 회장의 오랜 친우이자 정진태 회장의 오랜 가신으로 분류되고 있는 인물이 아닌가. 또한, 이정기 회장의 자체 인맥 역시 무시할 수가 없는데, 그는 청와대 수석비서관, 각 부처 장·차관 등을 역임한 사람이라, 아직도 그 파워를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시점에서 현수는 은근히 궁금해졌다. 만약 Stock24가 자신을 노린 거라면, 그런 상황임에도 대명그룹 측이 어떻게 행동할지···. 그래서 현수는 바로 이렇게 대답했다.
“그럼 최 실장님만 믿겠습니다. 그리고 아시다시피, 제가 말씀드린 의결권 제한은 상호 신뢰 하에서 이루어지는 겁니다. 즉, 대명그룹을 위해서 무엇이 가장 중요한지는 최 실장님께서 더 잘 판단하시리라고 믿습니다.”
이때, 현수는 조금 전과 달리 다소 딱딱한 목소리로 말을 이어 나갔는데···. 그 바람에 최학진 실장의 표정은 바로 굳어지고 있었다. 물론, 현수의 그런 의도된 행동 때문에 최학진 실장은 KHS컴퍼니에 대한 공격을 절대 가만히 두지 않겠다는 현수의 강한 의지를 읽게 된 듯, 그래서 곧 이어진 그의 목소리에는 좀 더 힘이 실리고 있었다.
“네! 무슨 말씀이신지 명심하겠습니다! 김 대표님! 저희 내부에서도 KHS컴퍼니를 가장 우선시해서 모든 일들을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김 대표님! 대명그룹이 그간 이런저런 잘못들을 많이 저질렀으나 그럼에도 한국 경제의 주축임을 절대 잊으셔서는 안 됩니다. 꼭 부탁드립니다!”
그렇듯 현수와 최학진 실장과의 대화가 어느 정도 끝나갈 무렵, 바로 그 시각 Stock24 이원진 부사장 역시 자신의 최측근인 강상식 전무와 더불어, 자신의 부사장실에서 몇 가지 주요 사안들에 대한 논의를 계속 이어 나가고 있었다. 즉, 그들 역시 공휴일임에도 회사 일로 정신없이 바쁘게 하루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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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그럼 이번에는 확실하게 들어간다는 말씀입니까? 아시다시피, 강 전무님, 이번에는 꼭 확실하게 들어가야 합니다. 저번 인방 사태도 있고, 프랭클린&크로스 로직스 같은 일이 또다시 터질 수도 있는 일입니다. 음. 금융계에서 너무 독보적인 상대가 나타나면, 앞으로 우리가 그 파이를 먹는 것이 더 힘들어질 수도 있는 법입니다. 그렇게 된다면 Stock24의 위치는 점점 더 주저앉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듯 이원진 부사장은 무척 심각한 표정을 하고서 말을 하고 있었는데, 그런 그의 모습에 강상식 전무는 고개를 끄덕이며 바로 말을 이어 나가고 있었다.
“네. 부사장님. 저도 이 위기에 대해서 아주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습니다. 우선, 민국당 조국환 의원 라인을 통해서 청탁을 한 거라, 이번 건은 아주 확실합니다. 저번에 세진금융 도발 때도 도움을 주셨는데, 이번 일도 적극적으로 돕겠다고 하셨습니다. 음. 다만, 세진금융 쪽이 우리 일을 계속 모니터링하고 있어, 이번 일을 좀 더 다양한 측면에서 진행하기에는 좀 무리가 있습니다.”
“흠. 세진금융, 그자들! 진짜 눈에 가시같군요. 흠, 하지만 큰아버지 일도 있으니까 어쩔 수 없죠. 우선은 좀 더 두고 보는 수밖에.”
“네.”
“참! 일하기 힘드네요. 우리가 세진금융 같은 곳을 넘어서면 금방 대한민국 금융 라인을 확 거머쥘 것 같은데··· 흠! 그런 와중에 KHS컴퍼니 같은 곳이 혜성처럼 등장해 우리 위치를 위협하고 있고···.”
“걱정하지 마십시오. 부사장님. 이번 조사만 시작되면 KHS컴퍼니 성장세도 확실히 꺾일 겁니다. 치솟을 때 제동을 걸어주면 힘이 꺾이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음. 제가 김현수 대표가 꼭 싫다는 게 아닙니다. 좀 더 좋은 관계를 계속 유지하고 싶은데···. 하지만 김 대표는 너무 빨라요. 너무 무섭게 달려가고 있단 말입니다. 흠, 어쩔 수 없이 우선은 좀 세게 누른 뒤, 다음 행보를 진행하도록 하죠. 참! 롱텀 펀드와의 협력은 어떻게 되고 있습니까?”
“우선은 그쪽이 원하고 있는 자금 규모만큼··· 최대한 맞추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게 쉽지는 않습니다.”
“음. 그쪽 전체 규모가 몇천억 달러라고 하던데, 맞습니까?”
“네. 근데 제 느낌은 그 이상일 수도 있을 것 같고, 어쨌든 우리한테 할당된 30억 달러를 최대한 맞춰볼 생각입니다. 이것저것 담보까지 달아서 빌린다면 얼추 그 정도 자금을 확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네. 그럼 기한에 맞춰 최대한 준비해주십시오.”
“네. 부사장님.”
“그리고 대충 아시다시피, 조만간 아주 큰일이 일어나게 될 겁니다. 그 때문에 국내 증시, 금융계 역시 그 영향권에서 절대 자유롭지 못할 겁니다. 참! 코스피 지수 관련 옵션들과 선물들도 서둘러 구매해 두시죠. 롱텀 펀드만 믿을 게 아니라, 우리도 다른 주머니를 차고서 대응해야 합니다. 지수 하락, 즉 풋 포지션으로 매수해주십시오.”
“네. 부사장님.”
“또한, 해외 옵션 투자도 시작해 보도록 하죠. 특히, KHS컴퍼니 쪽 투자 패턴 분석한 게 나왔다고 하던데, 그걸 기반으로 한번 움직여 봅시다. Copycat이라고 우리를 놀려도 상관없습니다. 아무리 지저분해도 이 바닥은 오로지 승자만이 살아남습니다.”
“네. 부사장님.”
그렇듯, Stock24 내부에서도 은밀한 업무지시가 이어지고 있었다.
그런데 그로부터 일주일 뒤, 아주 뜻밖의 일이 Stock24 역삼동 본사에서 일어나게 되었다.
즉, 금감원 자본시장조사국 검사역들 외에도 서울중앙지검 검사와 수사관들이 Stock24 역삼동 본사에 갑자기 나타나, 자본시장법 위반, 주가 조작, 외환거래법 위반, 배임, 탈세 등의 혐의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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