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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몰(small) 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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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죄송합니다. 김 전무님. 저 때문에 이런 늦은 시각에 아직 퇴근도 못 하시고······.”
어느덧 밤 10시 3분.
김판석 변호사의 저택에서 저녁 식사를 마친 현수가 청담동 KHS컴퍼니 본사에 도착했을 때, 전략기획본부 김주연 전무는 토요일 밤늦은 시각임에도 아직도 회사에서 일을 하고 있는 상태였다.
“아닙니다. 대표님. 할 일이 많은데, 당연히 일을 해야죠. 뭐, 검사 시절 바쁠 땐 꼬박 밤을 새고, 많이 그랬습니다. 그러니 염려하실 거 하나도 없습니다.”
그렇듯 그가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줘서 현수는 그저 고마울 뿐이다. 그리고 잠시 후, 두 사람은 곧바로 밤늦은 시각, 회의를 시작하게 되었다.
그러고 보면, 현수가 그간 이런저런 일들로 많이 바빴던 터라, 주요 의사결정 업무가 밀려있는 것도 사실이었고, 또한 밤 12시가 되면 더 중요한 회의가 두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다. 즉, 미국법인 쪽과의 화상 미팅. 그래서 그 전까지 현수는 우선 국내 현안부터 따지며 회의를 차분하게 진행해 나갔다.
“···음. 그럼 먼저··· 강진산업에 대한 대응은 어떻게 진행하실 생각입니까?”
“우선, 기본 바닥은 계속 다져나가고 있고, 특히 다음 주부터 강진산업 쪽 일이 좀 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것 같습니다. 즉, 만성적자기업 삼한제지공업에 대한 지분 3.2%를 어제까지 장내 매수를 진행한 끝에 확보했고, 아마 다음 주중으로 추가 지분을 확보한 뒤, 곧바로 공격을 개시할 예정입니다.”
“그럼··· 강진산업 최충식 회장, 검찰 조사 건은 어떻게 되고 있습니까?”
“음. 현재 비공개 출석이 2차례 진행됐고, 그쪽 후배들을 통해서 확인한 바로는 최충식 회장이 현재까지 아주 끈질기게 진술거부권을 행사하고 있다고 합니다. 뭐, 그래도 대대적인 압수수색이 진행된 터라, 혐의 입증이 가능한 증거 확보는 어느 정도 이루어졌고··· 특히 그 피의자가 혐의 사실에 대해 무조건 부정만 하고 있어, 어쩌면 빠른 시일 내에 구속영장이 청구될 가능성이 크다고 합니다.”
“네···. 그럼 그 구속영장이 결국 발부된다면··· 결국 엠솔루션도 큰 타격을 받겠군요?”
“네! 아마 그럴 겁니다. 우선 기존 경영진 쪽에 큰 문제가 있다 보니, 엠솔루션은 어쩔 수 없이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이 될 수밖에 없을 겁니다.”
“음.”
“그래서 당분간 주식거래가 정지될 겁니다.”
“그럼 우리 전략은요?”
“결국, 이 기간을 어떻게 좀 더 효과적으로 활용하느냐, 이런 쪽에 좀 더 초점을 맞추고 향후 대응할 생각입니다. 즉, 이번 사태가 본격화된다면, 총 1.2% 지분율을 가진 조양투신과 제일캐피탈 쪽은 그 부담감이 아주 커질 수밖에 없을 겁니다. 만약 상폐로 가게 된다면, 그쪽 담당 부서는 통째로 날아갈 가능성도 커지고, 결국 그쪽과 협상하기에 좀 더 유리해진 게 사실입니다. 또한, 한편으로는 삼한제지공업을 압박하기에도 아주 좋은 시점입니다.”
“네. 좋습니다. 어떡하든 우리는 엠솔루션을 좀 더 깨끗하게 정리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게 더 현명한 방법입니다. 그러니 강진산업, 조양투신, 제일캐피탈까지 이번 기회에 확실하게 다 털어내고 가도록 하죠. 그렇게 된다면, 엠솔루션이 앞으로 크게 도약하는 데 큰 밑바탕이 될 겁니다.”
“네! 그래서 저희 전략실은 11월 하순 혹은 12월 초순 정도를 이번 인수 프로젝트 완료 시점으로 두고, 국내인수합병팀과의 협의하에 기본 전략을 좀 더 세세하게 구성하고 있습니다. 그 정리가 다 되는 데로 바로 보고하겠습니다.”
“네. 그럼 그건 어느 정도 된 것 같고··· 그럼 다른 인수합병 건들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습니까?”
그렇듯 현수가 다시 질문을 던지자, 이때 김주연 전무는 자신이 준비해 온 다음 자료들을 꺼냈고, 현수가 그 자료를 살펴보는 동안, 잠시 그는 기다려주었다.
“음. 그렇다면··· 로보유닉스와 넷피앤피 쪽은 생각보다 인수합병이 좀 더 무난하게 진행될 수 있다는 말씀입니까?”
“네! 먼저 그 서류에도 나와 있듯이 로보유닉스는 비상장 회사라서 저희 쪽에서 접근하기 어려울 수도 있었는데, 다행히 그쪽 회사 사정 때문에 그쪽에서 오히려 저희의 접근을 아주 많이 반기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특히, 장동형 팀장이 계속 그쪽과 실무협상을 진행하고 있는데··· 그쪽 경영진들이 가장 어려워하고 있는 부채 문제, 이것을 우리가 해결해줄 수 있어, 의외로 좀 더 쉽게 모든 일들이 풀릴 것 같습니다. 특히, 대표님 대외 이미지가 워낙 좋아, 그쪽 경영진들마저 협상에 아주 적극적입니다.”
“아! 그렇단 말이죠?”
“네! 더군다나 인수 뒤, 로보유닉스 체질 개선을 위해 집중 투자를 해 주겠다는 우리 제안에 대해 크게 감동까지 하는 모습입니다. 음. 다만, 경영진 교체 여부에 대해서는 대표님께서 한 번 그 사람들을 직접 보시고, 결정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네. 그럼 그 전에 전무님이 보시기에는 어떻습니까?”
“뭐, 현 로보유닉스 경영진들은 박사급 혹은 석사급으로 상당한 전문성은 있으나··· 다만, 전략실 내부 분석에서도 나왔지만, 그들한테 비즈니스 마인드가 다소 부족하다는 평가가 있습니다.”
“으음···. 근데 김 전무님, 이건 좀 다른 이야기일 수도 있겠는데, 혹시 전무님 주변에··· 아주 괜찮은 인재들이 없을까요?”
“네?”
“뭐, 김 전무님은 원래 법조계에 계셨지만··· 지금은 인수합병 등을 포함한 회사 전략실 업무까지 마다하시지 않고, 도맡아 해 주시지 않습니까? 물론, 검사 재직 때의 경험 덕분에 좀 더 날카롭고 좀 더 꼼꼼하게 일들을 처리해주셔서··· 저한테도 또한 우리 회사 발전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다만, 전무님도 아시다시피, 우리 회사 규모와 다르게, 사람이 너무 부족하지 않습니까?”
“음. 대표님. 혹시 그 말씀은··· 그럼 전문경영인을?”
“네. 맞습니다. 비록 전문 분야는 다르다고 하더라도, 사회 인맥이라는 게 딱 한 분야에만 고정되는 게 아니라, 때로는 분야를 넘어서며 이리저리 연결이 되더군요. 그래서 김 전무님 주변에··· 혹시 괜찮은 분들이 있을까요?”
“으음. 차라리 김상범 전무님이 더···.”
“네. 물론 김상범 전무님한테는 미리 이야기해뒀습니다. 강세훈 상무님한테도요. 추가로 김 전무님한테도 꼭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아, 네. 무슨 말씀이신지 잘 알겠습니다. 그럼 저도··· 제 주변에서, 제 건너 건너 인맥을 통해서 한번 찾아보겠습니다.”
그렇듯 인사 관련 이야기들을 잠시 나누다가, 현수는 다시 인수합병 일로 돌아와, 이번에는 넷피앤피 인수 건에 대해서 질문했다.
“···음. 그리고 지능형 IT 엔진 개발 회사, 넷피앤피! 이 회사는 아직 작은 벤처기업 수준이긴 해도, 이미 상장된 기업이라··· 인수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생각해야 할 것들이 무척 많을 것 같은데, 그건 어떻습니까?”
“뭐, 상장 기업이라 회사 가치가 바로 더블링이 되긴 했지만, 자체 보유하고 있는 기술의 가치가 높아, 적절한 인수가를 찾게 된다면 최대주주를 통한 지분 30% 혹은 35%대의 지분 인수가 가능할 거라고 봅니다. 특히, 넷피앤피는 비록 작년에 기술상장을 했지만, 주가는 계속 하락세인 추세이고··· 또한 회사 R&D 펀드 규모가 너무 작아 자체 R&D 사업을 지속하기엔 다소 무리인 상태입니다. 그러나 더 큰 도약을 원하고 있는 경영진들 때문에 현재까지 인수 협상이 아주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때, 현수는 김주연 전무의 설명을 듣고서 잠시 뭔가를 곰곰이 고민하다가, 한편으로는 인수합병 시너지 효과에 대해서 좀 더 집중하게 되었다. 그러다가 문득 떠오른 아주 좋은 생각. 그래서 현수는 곧바로 입을 열게 되었다.
“그럼 혹시··· 이런 식으로 하면 전개하면 어떨까요? 즉, 향후에 로보유닉스와 넷피앤피를 한데 묶어서··· 다시 말하면, 로보유닉스를 넷피앤피를 통해 우회상장한다면, 그건 어떨까요? 물론, 로보유닉스는 비록 적자기업이긴 해도, 꾸준하게 100억 원대 매출이 나오고 있습니다. 반면, 한 해 매출이 고작 10억 원밖에 되지 않은 넷피앤피가 로보유닉스와 한데 묶이게 된다면, 아무래도 아주 탄탄한 기반을 서로 다질 수 있지 않을까요? 즉, 로보유닉스에 부족한 기술을 넷피앤피가 제공하고, 넷피앤피의 부족한 인프라 부분을 로보유닉스가 제공하면, 상호 시너지 효과가 좀 더 극대화되지 않을까요?”
“음. 그건 현실적으로 봤을 때, 제가 봐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다만, 그 부분은 좀 더 기술적으로 접근하는 게··· 아! 그럼 대표님! 관련 전문가들한테 그 평가를 서둘러 의뢰해 보겠습니다.”
“네. 그렇게 해 주십시오.”
“그리고 또한 우회상장, 즉 백도어 리스팅(back door listing)을 하려면, 결국 비상장 상태인 로보유닉스부터 먼저 확보하고, 이후에 로보유닉스를 통해 넷피앤피를 한데 묶으면 되겠군요?”
“네. 맞습니다. 아마 그런 식으로 접근하면, 좀 더 모양새가 좋아질 거고, 또한 그렇게만 된다면 인수합병 시너지에··· 최대주주 변경 호재··· 거기다가 제3자 유상증자 호재, 무상증자까지 이어져, 아마 한동안 주가 상한가를 유지할 겁니다. 즉, 주가는 올릴 수 있을 때, 최대한 많이 올려놔야 합니다. 결국, 우리의 목표는 다른 사모펀드들처럼 기업 경영 쪽이 아니라, 향후 이들 회사를 재매각해서 이익을 창출하는 쪽이니까요.”
“네! 대표님!”
“그리고 마지막으로··· 빅원 씨에스 쪽은 어떻게 되고 있습니까?”
그렇듯 현수가 다시 묻자, 이번에 김주연 전무는 이전과 달리 살짝 미소까지 보이며 바로 대답했다.
“대표님, 하하, 그쪽은 전혀 신경 쓰실 게 없을 것 같습니다. 조만간 그쪽과 세부 계약 합의가 마무리될 것 같고, 대표님께서 사인만 하신다면, 빅원 씨에스는 KHS홀딩스에 딸린 계열사로 바로 합류될 겁니다.”
그렇듯 인수합병 일에 대해서 먼저 논의를 끝낸 뒤, 현수는 곧이어 새로운 투자 계획들도 수립해 나갔다.
즉, 조만간 닥칠 세계 경기 변화에 대비해서, 각국 주가지수 관련 선물옵션들에 대한 선점을 시작하기로 한 것이다.
특히, 현 주가지수 대비 –5% 지점을 타깃 포인트로 잡을 생각인데, 현수는 그 일을 강세훈 상무를 메인으로 하되, 김주연 전무에게도 그 일을 맡길 생각이었다.
“···음. 그러니까 이번에 투자 쪽도 한번 들여다보시면, 아마 재미가 있을 겁니다. 물론 강세훈 상무님이 많이 도와주실 거니까, 두 분이 같이 진행하시면 향후 업무가 아주 무난하게 진행될 겁니다.”
“네. 대표님. 하하하, 그래서 요즘 주말도 모두 반납하고, 아주 아주 열심히 준비하고 있습니다.”
“아, 죄송합니다.”
“하하하, 아닙니다. 투자 회사에 들어온 이상, 저도 좀 더 넓게 보고서, 또 직접 그런 일들을 제 손으로 직접 해 보고 싶습니다. 뭐 제가 자원한 일이니까, 대표님은 전혀 염려하실 것 없습니다.”
그렇듯 김주연 전무는 형식적인 전략실 실장이 아니라 아주 적극적으로 전략실 일들을 추진하려고 아주 노력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그는 요즘 투자 쪽 일에 완전히 매료된 상태인데, 현수의 거듭된 투자 성공들을 보면서 무척 고무되어, 뒤늦게 그도 이쪽에 큰 관심을 갖게 된 것이다.
물론, 김주연 전무는 워낙 비상한 머리의 소유자이다 보니, 남들보다 훨씬 더 습득력이 뛰어났고, 검사 재직 시절 금융 관련 범죄 수사를 한 전력도 있어, 훨씬 더 빠르게 각종 투자들을 이해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 덕분에 현수는 요즘 김주연 전무에 대한 기대감이 더 커지게 된 것도 사실이다. 즉, 투자에 대한 이해력이 더 높아지게 되면, 향후 전략기획 외에도 각종 대외활동 및 로비 업무 등도 김주연 전무에게 맡길 생각인 것이다.
“···아, 그리고 한 가지 더! 참, 어제 박창석 상무님한테도 말씀드렸지만, 조만간 수시채용 외에도 대대적인 신입·경력사원 공채를 진행해야 할 것 같습니다. 특히, 헤드헌팅 업체에 의뢰해서 우수 인재 확보에도 신경을 써야 할 것 같고, 그래서 그 부분도 박창석 상무님과 협의하되, 김 전무님께서 좀 더 꼼꼼하게 봐 주십시오.”
“네. 대표님.”
지금 김주연 전무는 거의 부사장급이나 다름없는 일들을 하고 있었고, 현수는 그에 대한 믿음이 있어 적극적으로 그 일들을 맡기고 있었다.
그렇게 업무 회의가 계속 진행되다 보니, 순식간에 시간이 흘러 어느덧 밤 12시가 거의 다 되어가고 있었다.
다행히 현수는 딱 시간에 맞춰 그 회의를 마쳤고, 잠시 후 가장 중요한 회의를 드디어 시작하게 되었다.
“···그럼 지금부터는 화상 회의 형태로 바꾸도록 하죠.”
즉, 미국 현지 시각에 맞춰, 현수는 김상범 전무, 김주연 전무가 참여하는 화상 회의 형태로 전환하게 되었는데···.
그리고 잠시 후, 현수는 그들 두 사람에게 아주 놀라운 이야기를 꺼내게 되었다.
“···그래서 우리 KHS컴퍼니 역시··· 조만간 스몰(small) 펀드라는 이름의 헷지 펀드에 그 구성원으로서 참여하게 될 겁니다. 물론 이 헷지 펀드의 구성은 곧 공개가 되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우리가 수행해야 할 일들입니다. 즉, 우리는 조만간 독일계 헷지 펀드와 경쟁을 하게 될 것이고, 그 경쟁을 통해 그쪽 펀드에 아주 상당한 타격에 가하게 될 겁니다. 물론, 그 성공을 담보할 수는 없으나, 그러나 그 성공 확률을 높이는 것은 바로 우리와 우리 파트너들의 일입니다.”
그렇게 현수는 아주 은밀한 이야기들을 이제 시작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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