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수익률 1,000,000배-154화 (154/170)

<내 수익률 1,000,000배>

헷지 펀드(1)

-63-

‘어? 근데 이건··· 너무 생소한 전화번호인데?’

즉, 발신자를 정확히 식별하기 힘든 전화, 그런 전화가 현수에게 지금 갑자기 걸려온 것이었다. 특히, 발신 번호 자체가 너무 특이해서, 현수는 국내 쪽 전화보다는 외국에서 걸려온 전화가 아닐까 하는 그런 생각까지 하게 되었다.

‘음. 근데 이거 국제 스팸 전화는 아니겠지?’

그때, 잠깐의 고민이 이어졌는데···. 그러나 그 고민은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왜냐하면, 뉴욕법인 외에도 각종 해외 법인들을 거느리고 있어, 혹시나 그쪽에서 걸려온 긴급 전화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수는 곧바로 통화 버튼을 누르게 되었다.

“여보세요?”

그리고 그때, 현수의 귓가에 들려오는, 아주 익숙한 노인의 목소리. 아주 밝은 웃음소리와 함께 상대는 자신의 정체를 곧 밝혔는데, 뜻밖에도 그는 막씨밀리아노 헤수스, 바로 그 유대인 노인이었다.

“음. 어쩐 일이십니까?”

그렇듯 현수의 목소리는 곧바로 차분하게 가라앉으며, 무척 침착해지고 있었다. 사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어찌 되었든 막씨밀리아노 헤수스는 아주 대단한 능력을 가진, 그러면서도 아주 은밀한 세계적 헷지 펀드의 수장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어떤 상황에서든, 그와의 대화에 무척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하하하, 먼저 자네한테 축하부터 하겠네. 조금 전, 한국 쪽 소식을 들었네. 정말 놀라운 반전이더군?”

반전?

이때, 현수는 곧바로 머리를 굴린 뒤, 차분하게 대답했다.

“혹시 하한가···?”

“하하. 그거 말이네. 그런데 어떻게 그걸! 그렇게 완벽하게 예측했나? 더군다나 상대가 제법 대단한 사람이었다던데?”

“음. 그저 운이 좋았습니다.”

“허허! 자네 특기가 또 나왔군! 그런 겸손의 말은 나한테 더 이상 필요가 없네. 특히, 그런 완벽한 승리는 절대 운이라는 요소를 함부로 결부시킬 수 없지. 좀 더 자세히 설명해 줄 수는 없겠나?”

그렇듯 헤수스가 노골적으로 물어오자, 현수는 조금 긴장했는데···. 그러나 이때 현수는 잠깐의 당황함을 지우고 곧바로 아주 영리하게 대답했다. 즉, 생각해 보니, 괜한 대답으로 헤수스 같은 거물에게 자신의 능력과 관련된 의심을 주기보다는, 오히려 다른 쪽으로 유도해서 헤수스가 지닌 놀라운 정보력의 범위를 한 번 더 들여다볼 기회를 얻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하하, 좋습니다. 그러나 제가 직접적으로 제 분석을 설명해 드리는 것보다··· 오히려 저는 당신이 저에 대해서 어느 정도 수준까지 아는지 그게 더 궁금합니다. 자, 어떻습니까? 과연 제가 어떻게 하한가를 맞췄을까요?”

그렇듯 현수가 도리어 질문을 던지자, 잠시 조용해지던 헤수스. 그러나 이내 그는 껄껄 웃으면서 대답했다.

“허허허. 자네는 아직도 날 너무 과소평가하는 군. 이런 사소한 것에 나는 크게 연연하지 않네. 그래서 내가 아는 바에 대해서 먼저 이야기하지. 우선, 장 개시 전, 자네 휴대폰으로 통화 기록이 하나 있던데, 혹시 그거 때문인가?”

그 말에 현수는 헤수스의 놀라운 정보력에 흠칫 놀랐으나, 그럼에도 목소리는 여전히 침착함을 유지하고 있었다.

“네. 맞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아주 중요한 이유들 중의 하나일 겁니다.”

즉, 친구 서명석과의 통화 때문에 현수의 머릿속에 유니언테라피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가 생긴 것은 사실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현수의 결정에 아주 큰 영향을 끼친 것도 사실! 그래서 당시 미래 호가를 읽을 때, 호가가 한동안 결정되지 않았는데, 그것은 결국 현수의 마음이 그때까지 결정이 안 되었다는 의미일 것이다. 즉, 다시 말해서 이제 현수는 스스로가 미래에 상당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그런 위치가 된 것이다.

“그리고 또··· 투자가라면 누구나 판단 근거로 삼는, 그 객관적인 데이터들을 절대 무시할 수 없겠지?”

“네. 맞습니다. 유니언테라피의 재무 상태는 엉망이었으니까요. 그런데 그게 전부는 아닙니다.”

그렇듯 현수는 계속 답을 유도하고 있었는데, 다행히 헤수스는 거부감없이 현수의 말을 받아주고 있었다.

“그래, 그렇지. 그게 절대 전부가 될 수가 없지. 투자는 데이터만으로 움직이는 것은 절대 아니니까. 만약 투자가 데이터대로 움직였다면, 모든 사람들은 무조건 수익을 낼 수밖에 없겠지.”

“네. 그럼 그 다음 이유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유? 이유라? 하하하, 하하하.”

그리고 이때, 낮은 웃음 소리를 연거푸 내던 헤수스. 그러나 그 웃음은 그리 오래 가지 않았고, 그는 곧 대답했다.

“자네의 힘이 생각보다 대단하더군.”

“···?”

“뭐, 공매도를 끌어오는 것은 생각보다 쉬우면서도 또한 그렇게 쉬운 일도 아니지. 오히려 부담감이 큰 게 사실이니까. 특히, 기업의 가치를 낮출 때 공매도를 쓰는 이들이 생각보다 많으나, 이번처럼 아주 폭발적으로 나온 공매도는 나도 처음 봤네.”

“···.”

“즉, 자네 발언권이 그만큼 커졌다는 의미겠지. 다들 충격적으로 받아들이고, 또 움직일 수밖에 없을 정도로 자네의 목소리가 커졌다는 말이네. 그러고 보면 가장 세속적이고 가장 위력적인 게 돈이 아닐까. 특히, 돈을 노리고 모인 집단에서는 그 돈의 흐름을 아는 사람이 그 집단의 가장 위대한 지배자가 될 수 있네. 오늘 자네는 그 돈의 지배자 위치에 잠시 올라가 있었다고 나는 평가하네.”

“음. 너무 과찬입니다.”

“허나 오늘 일 이전의 자네의 놀라운 능력에 대해선 나는 아직 어떤 분석조차도 할 수가 없네. 특히, 어제 프랭클린&크로스 로직스 주가 폭락은 또 어떻게 알고서 투자를 넣었는지 무척 놀랍더군.”

그렇듯 헤수스의 입에서 줄줄 흘러나오고 있는 현수와 관련된 각종 정보들. 이때 현수는 조금 전 그의 물음에 대한 대답 대신에 그런 유도 신문 형태의 질문을 역으로 던지길 잘 했다고 생각했다.

그 덕분에 헤수스가 가지고 있는 자신에 대한 큰 관심과 각종 정보 파악 정도를 확인하게 되었는데···. 그러나 이때 이런 사실들을 알게 되자, 한편으로는 더 크게 부담스러운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곧 이어지는 헤수스의 말 때문에 현수는 잠시 그 생각을 접을 수밖에 없었는데, 아주 뜻밖의 말이 헤수스의 입에서 흘러나왔기 때문이다.

“허나 그 프랭클린&크로스 로직스 투자 성공은 크게 축하하기 이전에··· 앞으로 자네한테 좀 안 좋은 일들이 될 수가 있네.”

“네? 대체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궁금한가? 그러나 그 대답을 하기 전에 내가 자네한테 하나 묻겠네.”

“···?”

“그는 꽤 신사적인 사람이지만, 혹시 자네가 그 클리프 줄리어스 회장에게 몸을 의탁할 생각은 아니겠지?”

“네??”

“간단히 충고부터 하지. 누군가의 패밀리가 되는 순간, 그 위로 절대 올라갈 수가 없네. 오히려 나 같은 사람이 자네한테는 더 편안할 거네. 적도 아니고, 아군도 아니고··· 오로지 큰 목적을 위해 잠시 손을 잘 잡아주는 그런 사람으로서 말이네.”

“음.”

“허허허! 아직 자네는 아무런 결정조차 못 했나 보군. 그렇듯 신중한 것은 나쁘지 않으나, 시간은 사람을 기다려주지를 않네. 투자자가 기회를 놓치는 것만큼 더 억울한 것은 없지. 좋아. 이제 그 이야기는 그만하고··· 오늘 내가 자네한테 전화를 하게 된 이유이자 목적에 대해서, 이제 설명하겠네.”

“네. 말씀하십시오.”

“음. 그러니까 이번 프랭클린&크로스 로직스 주가 하락에 표면적으로 보면 FBI 수사의 언론 보도가 결정타였지만, 그러나 실제로는 그 수면 아래에 몇 개의 세력들이 아주 심각하게 관련이 되어있었네.”

“···?”

“특히, 가장 큰 문제가 되는 곳은 영국계 헷지 펀드 쪽인데, 그자들은 아주 영리하고 또 아주 교묘한 자들이네. 즉, 프랭클린&크로스 로직스 수사 정보를 미리 입수한 뒤, 미리 주가를 띄웠고, 나중에 큰 폭락을 통해 큰 시세 차익을 거둔 거네. 즉, 주가 조작이지. 이 사실은 국제금융범죄 조직을 뒤지고 있던 CIA가 이번 일에 개입하면서 좀 더 복잡하게 되었네. 아마 조만간 FBI 쪽에서는 살벌한 내부 감찰 외에도 이 일과 관련된 수사를 아마 대대적으로 벌이게 될 거네.”

“···?”

“왜냐하면, 이번 프랭클린&크로스 로직스 주가 급락 사태 때, 가장 큰 이익을 얻은 곳은 영국 펀드 쪽이고, 그 다음으로 큰 이익을 거둔 곳이 하필 자네의 KHS컴퍼니라고 하더군. 그래서 FBI는 자네 회사에 대해서 아주 집중을 할 생각인 것 같더군. 즉, 자네 뉴욕법인을 먼저 타깃으로 해서, 미친 듯이 뒤져볼 생각인 것 같네. 특히, 현재까지 자네 회사가 미국옵션 쪽에서 천문학적인 수익을 쌓은 전력들도 있어, 아마 대대적인 조사가 시작될 수도 있네.”

“음. 근데 언제 그 정보들을 확인한 겁니까? 저희 쪽 투자가 끝난 지, 아직 하루도 채 지나지도 않았습니다.”

“궁금한가? 그럼 사실대로 말해 주지. 이 정보는 딱 2시간 전에 내가 직접 받은 것이네. 그럼에도 아주 확실한 정보네. FBI 고위층에서 나온 정보니까.”

“으음. 그렇군요. 하지만 저희는 그런 주가 조작과는 전혀 무관합니다!”

“허허, 그거야 자네 말이지. 수사를 하는 FBI는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거네. 그들은 자네를 크게 의심할 거네.”

“으음.”

“다만, 자네가 지금 원한다면 내가 자네에게, 자네한테 딱 필요한 그런 도움을 줄 수 있네.”

“네?”

“이런 게 바로 나 같은 사람이 할 수 있는 일들이지. 내가 당분간 FBI 조사를 막아줄 수 있네. 특히 우리한텐 큰일이 남아 있는데, 이런 구설수에 묶이는 것은 서로한테 좋지 못해.”

“음. 그래서요?”

“참고로 미국이 공정한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이런 상황에서 자신을 충분히 변호할 수 있다는 그런 허황된 생각을 해서는 안 될 거네. 간단한 예로, 미국이 어떻게 이라크를 침공했는지 잘 알지 않나? 대량살상무기(WMD)라고? 하하하! 그게 다 미친 짓이지! 세계 경찰국임을 자처하는 미국에서도 그런 일들이 종종 일어나기도 하네.”

“으음.”

“어떤가? 내가 자네를 도와줄까? 물론 이번 일은 저번 파트너 제의와 무관하게 내가 제안을 하는 거네. 즉, 자네도 날 위해 한 가지 일을 해 주면 되는 거네. 물론, 자네한테 불리한 일은 절대 부탁하지 않겠다고 약속할 수 있네. 아마 오히려 내 일이 끝나게 되면··· 아마 자네는 헷지 쪽에서 아주 큰 명성을 떨치게 될 거네. 다만, 그런 자네가 한국에서만큼은 누구한테도 위협을 당하지 않게, 내가 아주 대단한 권력형 방패를 빌려줄 수도 있네. 물론, 그 근거는 한국 재계 1위 대명그룹의 힘에서 나올 거네.”

그렇듯 뜻밖의 제안을 하고 있는 헤수스의 입에서 또 뜻밖에도 한국의 재계 1위 대명그룹이 언급되고 있었다.

그래서 현수는 더 놀랄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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