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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한테 그런 기회가 있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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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토요일에 할아버지 댁에 오신다고 들었는데···.”
그렇듯 박신혜는 눈치껏 화제를 전환했는데, 이때 현수의 표정은 좀 바뀌고 있었지만, 처음만큼 표정이 밝아지지는 못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럼에도 현수의 목소리 톤은 조금 더 높아지고 있었다.
“근데 정말 김판석 변호사님이 신혜씨 외조부님이 맞으세요? 이 차장님한테서 귀띔받고서, 저 깜짝 놀랐습니다.”
그런데 그 순간, 박신혜는 좀 놀라는 표정이다.
“어머! 그 이야기도 이미 알고 계세요? 지금 말씀드리려고 했는데··· 네. 맞아요. 제 외할아버지세요.”
“하하, 역시 그랬군요. 김판석 변호사님은 정말 대단하신 분인데, 그래서 그런 고아한 기품이 신혜씨한테서도 나타났던 거군요.”
“네에? 아아, 아주 고마우신 말씀이신데, 김 대표님! 전 그 정도는 절대 아니에요. 할아버지야 존경받지만 저야 뭐···.”
“하하, 어쨌든 대단하십니다!”
“네. 감사합니다. 김 대표님.”
그렇게 그 이야기는 우선 마무리한 뒤 그녀는 곧이어 이번 주 토요일 저녁 식사 건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아마 저도 그날··· 할아버지 댁에 가게 될 거예요.”
“아, 그러시군요.”
“그런데 그때, 혹시··· 김 대표님, 오해하시지 마세요.”
“네?”
“저희 할아버지께선 무척 청렴한 분이라고, 그런 소문과 평판이 아주 자자했잖아요? 또한, 남들한테 베푸시는 것도 무척 좋아하시고··· 음, 그런데 할아버지 댁이 무척 으리으리해요.”
“···??”
“좀, 일종의 모순 같죠?”
“아뇨. 그럴 리가요. 법조계 쪽은, 변호사 수익만 해도 어마어마할 텐데···.”
“아뇨. 그런 게 아니라, 그 집은 할아버지가 번 돈으로 장만한 집이 아니에요. 예전에 기자들이 와서, 그걸 보고서 좀 이상한 기사들을 쓴 적도 있는데. 그때마다 해명하시느라 할아버진 많이 힘드셨다고 하더라고요.”
“네? 그럼?”
“저희 할머니 집안이 상당한 부잣집이에요. 물론 지금은 예전보다 못하지만. 그래도 할머니 덕분에···.”
“아. 그게 그랬군요.”
“네. 이제 아시겠죠? 그럼 김 대표님! 며칠 뒤, 토요일 날, 뵙도록 하죠. 전 이제 촬영하러 가야겠어요. 더 늦었다간 큰일나니까요.”
그렇듯 대화를 마친 뒤, 그녀는 촬영장 쪽으로 걸어갔는데, 이때 저만치 걸어가고 있는 박신혜 기상캐스터의 뒷모습은 무척 아름다운 게 사실이었다.
그러나 현수에겐 참 이상한 일이었다.
어찌 되었든 그녀의 입에서 전 여친 혜정의 이름이 거론되는 순간, 묘하게도 그녀에 대한 호감이 한없이 추락되는 느낌이 들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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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잠시 후 촬영장에 도착한 박신혜 기상캐스터, 그녀는 잠시 대기하며, 한쪽 대기석에 앉아 있게 되었다.
이때, 그녀는 자신의 일기예보 대본을 다시금 확인해 봤고, 한편으로는 잠깐 딴생각을 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촬영 대기 신호가 떨어지지 않자, 결국 그녀는 휴대폰을 만지다가, 잠시 후 자신의 친구 김상희에게 조용히 카톡을 보내게 되었다.
→ 상희야 뭐해? 난 지금 촬영 대기 중
그리고 그로부터 30초 정도 지나자, 다행히 답톡이 바로 날아왔다.
← 촬영? 오늘도 녹화야? 난 지금 남친이랑 밥 먹는 중 ㅎㅎ
→ 치이, 좋겠다
← ㅎㅎㅎ
→ ㅇㅇㅇ
← 그러니까 너도 빨리 남친 사겨
→ ㅠ.ㅠ 부러버 부러버ㅠ
← 근데 너, 오늘도 혹시··· 봤어?
→ 뭘?
← 뭐긴 뭐야, 김현수지! ㅎㅎ
→ 아, 김현수?
← 그래. 어땠어?
→ 음. 뭐··· 아까 잠깐 복도에서 이야기도 나눴는데···
← 진짜? 진짜?
→ 응
← 무슨 이야기?
→ 몰라ㅋ
← 쳇!
→ ㅇㅇ
← 근데 김현수, 진짜 유명해졌더라
→ 그치?
← ㅎㅎ
→ 참, 오늘··· 아까 나온 유튜브 영상··· 혹시 봤어?
← 응. 봤어. 아까 남친이 보여줬는데, 그거 보고 깜짝 놀랐다. 너무 멋지더라. 사람이 어떻게 그렇게 변했을까?
→ 그럼 기사도 봤어?
← 그냥 미쳤더라. 우리 도서관 와서, 날마다 주식 책만 빌려 가서 읽더니··· 언제 그렇게 대단해졌을까···
→ 그래, 그러고 보면 사람 앞일은 아무도 모르나 봐
← 맞아! 특히 혜정이가 정말 안 됐잖아! 그나마 좀 진정한 것 같더라. 하지만 뭐해! 날마다 신문이며 방송이며 그 사람이 나오는데···
→ ㅇㅇ
← 거기다가 엄청난 부자도 됐다며?
→ 음. 그렇대
← 혜정이 바보! 그런 남자를 차다니!!! 나한테 그런 기회가 있었으면, 진작에 꼬셨다!!! ㅎㅎ
→ ㅋㅋ
← 그 바람에 혜정이 엄마도 무척 마음고생이 심한가 봐ㅠ 그러게 눈이 삐었지. 그런 사람을 몰라보고··· 참! 신혜야! 너도 방송 때문에··· 그 사람 계속 볼 거면, 그냥 한번 대시해 봐
→ 응???
← 혹시 모르잖아. 혜정이랑 상관없이···
→ ㅇㅇ
← 설마 새로 사귄 여친 없겠지?
→ 몰라ㅋ
← 그러고 보면 김현수는 이제 완전 다른 사람이 된 거잖아. 재벌이나 다름없고··· 남친 아니··· 신랑감으로 그보다 더 좋은 사람이 어딨냐?
→ ㅎㅎ
← 아아앗 미안ㅠ 신혜아, 지금 남친이 카톡한다고 난리, 난리ㅠ
→ 그래. 식사해
← 다음에 또···
그러고는 카톡창을 닫은 박신혜는 잠시 뭔가를 고민하듯 생각하다가 이내 길게 숨을 내쉬고 있었다.
촬영과 관련된 어떤 문제가 비로소 해결된 듯, 한동안 무척 바빴던 PD가 자신에게 드디어 손짓을 했기 때문이다.
이제 곧 자신은 일기예보 녹화 촬영을 시작해야 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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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어느덧 어둠이 점점 더 깊어지고 있는 밤 9시 정각.
SBC 밤 11시 오늘의 주식 코너 녹화 촬영을 마친 현수는 SBC방송국에서 나와, 드디어 자신의 청담동 집을 향하게 되었다.
이때, 자신의 아우디 뒷좌석에 앉은 현수는 자신의 뒷머리를 뒤로 바짝 붙이며, 잠시 눈을 감고서 오늘 일들을 머릿속으로 정리하게 되었다. 그러고 보면, 드디어 오늘의 스케쥴이 다 끝나게 된 것인데, 사실 오늘은 다른 어떤 때보다 무척 일들이 많았던 게 사실이었다.
즉, 새벽에는 미국 프랭클린&크로스 로직스 풋옵션 투자 성공으로 초대박이 터졌고, 오전 중에는 더 퍼스트 제너레이션 II 인방 촬영에 참여했고, 이때 대진테크 상한가라는 꿀맛을 보기도 했다. 물론, 유니언테라피 하한가 예측을 하면서 회원들의 반응이 급랭하는 모습을 보기도 했으나, 결국 자신의 예측이 맞았다는 게 밝혀지자, 그 모든 것들이 순식간에 급반전하며, 다시금 실검 1위에 오르는 큰 명성을 떨치게 되었다.
그리고 그 결과, KP커뮤니케이션의 무료회원 숫자는 다시금 폭증하듯 늘어나게 되었고, 특히 유료회원 전환율도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었다. 결국, 이런 추세가 앞으로 좀 더 지속된다면, 올해 KP커뮤니케이션 매출 목표를 300억 원이 아니라 이제 500억 원대로 상향 조정해야 할 것 같았다.
‘하하, 창석이 입이 완전 찢어지겠네.’
즉, KP커뮤니케이션은 확실하게 인방 업체로 그 토대를 갖출 수 있게 된 것이다. 물론, 현수의 입장에선 매출 500억 원짜리 기업은 그리 큰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현수는 KP커뮤니케이션을 단순 매출 500억 원짜리 기업이 아니라 그 이상으로 보고 있는 것도 사실이었다. 즉, KP커뮤니케이션은 이 정도 선에서 만족하는 기업이 아니라, 앞으로 더욱더 성장할 수 있는 그런 기업으로 보고서, 현수는 최근에 KP커뮤니케이션의 비전 역시 좀 더 상향 조정한 것도 사실이었다.
‘그래. 각종 비즈니스 콘텐츠들을 좀 더 확대하고, 또한 SBC2 케이블 방송 외주계약까지 따낸다면, 회사가 갈수록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날 수 있을 거야.’
즉, Stock24가 케이블 방송사 KPG 인수했듯, KP커뮤니케이션 역시 그런 일들을 충분히 해낼 수 있다고, 현수는 보게 된 것이다.
‘그러니까 이 정도 선에서 절대 머물 게 아니라··· 더 큰 세계! 전세계를 무대로 대단한 인터내셔널 방송도 가능할 수 있어.’
다시 말해서, 그는 미국증시뿐만이 아니라 각 나라 증시를 대상으로 한 개별적인 국가별 해외 투자 방송, 이른바 지금껏 누구도 하지 못한, 금융 투자와 방송을 결합시킨 거대한 사업 비즈니스 창출까지 생각하게 된 것이다.
이른바,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이 세계 시장을 석권했듯, 새로운 다국적 인방 콘텐츠들이 웹을 통해 출시된다면, KP커뮤니케이션은 앞으로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할 여지가 있다고 그는 본 것이다.
그리고 만약 실제로 그렇게 된다면, 앞으로 현수는 금융계의 마크 저커버그라는 별칭이 붙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음. 어쨌든 비즈니스는 비즈니스니까.’
그게 과연 성공할지는 모르겠지만···. 그럼에도 현수는 어쨌든 남들보다 더 좋은 위치에 있는 것은 사실이었다.
어느 나라 증시든, 어느 나라 금융 상품이든 상관없이, 미래 호가를 읽는 능력은 현수 고유의 능력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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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님. 도착했습니다.”
한편, 차 안에서 그렇듯 깊은 생각에 잠겨 있던 현수는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서 차에서 내렸는데···. 그리고 잠시 후 그는 자신의 집으로 들어서게 되었다.
먼저, 옷을 모조리 벗은 그는 샤워부터 했고, 그런 뒤 좀 더 개운해진 모습으로 책상에 앉아, 아직 남아 있는 몇몇 잔일도 마무리했다.
즉, KHS컴퍼니 전자결재 서류들을 확인하고, 아주 꼼꼼하게 코멘트들을 달거나 혹은 결재 승인을 하기로 했는데···.
그렇듯 그 일을 끝낸 뒤, 다시 시간을 보니 어느덧 밤 11시가 거의 다 되어가고 있다. 그래서 그는 곧바로 TV를 켠 뒤, 자신의 주식 캐스터 방송을 피식피식 웃으며 쳐다봤고, 곧이어 박신혜 기상캐스터의 일기예보를 유심히 쳐다보기도 했다.
정말 다시 봐도 이쁜 여자. 특히, 실물은 더 아름다운 여자.
그러나 더 이상의 관심은 그의 마음속에서 순식간에 사라진 게 사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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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그래도 저 정도 외모라면 연예계 쪽으로 진출해도 되겠어.’
그렇듯 현수는 간단히 마음속 품평만 하고서 바로 TV를 껐는데···. 그런데 실제로 요즘 박신혜 기상캐스터의 이름은 포털사이트마다 실시간 검색어로 자주 등장하고 있었고, 또한 그녀의 사진들과 일기예보 영상들은 각종 블로그마다 쉴 새 없이 도배가 되고 있는 상황이었다. 즉, 각종 덕후들, 그리고 일반인들을 중심으로 그녀의 인기는 나날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물론, 그런 인기는 최근의 현수만큼의 아주 대단한 인기가 아닌 것만은 어쨌든 사실이었다.
한편, 그로부터 시간은 좀 더 빠르게 흘러가 어느덧 밤 12시가 다 되자, 이때 현수는 최인영한테서 카톡이 오지 않을까 하고 잠시 초조하게 기다렸는데···. 그런데 오늘 그녀는 야간 촬영이 있다고 하더니, 역시나 카톡이 날아오지 않고 있었다.
‘음. 할 수 없지 뭐···.’
결국, 아쉬워하며 현수는 휴대폰 화면을 바로 끄려고 했는데···. 그런데 바로 그 직후, 현수의 휴대폰이 갑자기 요란하게 울리게 시작했다.
누군가 이 야밤에, 현수에게 전화를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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