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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수익률 1,000,000배-145화 (145/170)

<내 수익률 1,000,000배>

파란의 인방(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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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8시 46분 43초.

진짜 인방 시작까지 채 얼마 남지 않은 시각이었다.

이때, 현수는 다소 굳은 표정으로 유니언테라피 호가창을 쳐다보고 있었는데, 이때 다시금 확인한 어제 종가는 30,700원이었다.

그리고 현재 장전 동시호가 시간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현재 이 종목 호가는 큰 변동 폭 없이 대략 30,450원 선에 호가가 맞춰지고 있는 모습이었다. 이것은 전일 종가 대비 –0.81% 수준이다.

‘음. 근데 알고 나니까, 도무지 이해를 못 하겠네. 왜 김준성은 이런 종목을 골랐지? 김준성 특기가 제약바이오주라고 했는데···.’

즉, 뒤늦게 알게 된 진실. 그리고 그런 진실을 알게 된 터라, 현수는 도저히 이 종목 추천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뒤늦은 후회도 물밀 듯이 밀려오고 있었다.

‘음. 차라리 내가··· 종목 추천 선택권을 가질 걸 그랬나?’

사실, 이번 인방 대결에서 현수는 김준성에게 종목 추천 선택권을 주는 대신, 자신은 최종 종가, 즉 최종 전망을 예측하는 그 마지막 인방 시각 결정 권한을 가지게 되었다. 즉, 두 사람이 합의한 내용은 종목 추천 선택권과 최종 전망 예측 시각 결정권을 각기 나눠 가지는 것인데···.

이른바, 최종 전망 예측 시각 결정권이라는 것은 바로 이런 것이었다. 즉, 예를 들어, 현수가 오후 1시쯤 ‘차트 상, 이건 무조건 상한가 갑니다!’ 이렇게 외치게 되면, 김준성 역시 동일 시각에 정확히 자신의 최종 의견을 밝혀야 하는 방식인 것이다. 왜냐하면, 정규장이 끝날 때까지 두 사람이 계속 중계만 한다면, 대결 자체가 무색해지기 때문이다.

결국, 미리 자신의 의견을 공지하고, 나중에 종가 결과를 보면서, 누가 이겼냐를 판가름하겠다는 것인데···.

물론 최종 전망 발표 시각 20분 전, 현수는 미리 문자메시지로 그 시각을 공지하기로 쌍방 합의한 상태였다.

그러다 보니, 이번 인방 대결에서는 자신이 잘 아는 좋은 종목을 잡는 것도 아주 중요한 일이지만, 또한 중계 중에 정말 확신이 드는 시간대를 잘 잡아 종가 예측을 하는 것도 아주 중요한 일이었다.

그런데 뜻밖에도 김준성은 다소 하자가 있는 제약바이오주 유니언테라피를 선택했고, 그 하자를 서명석을 통해서 알게 되자 현수는 지금 인방을 앞두고서 갑자기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하필 이런 종목을···.’

그러고 보면, 사실 친구 서명석과 통화하지 않았더라면, 차라리 현수는 좀 더 편안하게 인방 중계를 했을지 모른다.

왜냐하면, 대다수 사람들이 인식하듯, 코스닥 상장된 종목들 중에는 아주 비전이 높고 또한 재무적으로 아주 탄탄한 종목들도 많이 있지만, 정말 누가 봐도 쓰레기나 다름없는 그런 종목들도 더러 있기 때문이다.

즉, 만성 적자.

부채비율 수백%!

걸핏하면 전환사채 발행.

그러다가 주가가 바닥을 기면 슬그머니 나타나는 전환사채 전환가액 조정 공시.

그리고 때가 되면 늘 터지는 유상증자 공시!

거기다가 일반 주주들을 무시하는 불성실 공시에 공시 벌점까지···.

그런데 그뿐만이 아니다.

각종 세력들까지 기생하면서 걸핏하면 주가를 후려치고, 때로는 난데없이 주가를 확 끌어올려 상한가 몇 방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그런 유형의 개잡주들이 주식판에 버젓이 존재하고 있지 않은가.

거기다가 그런 기업에 만약 테마 이슈라도 붙게 된다면, 한순간 테마주 광풍을 타고서 그 주가는 하늘 높은 줄 모르게 날아오르게 된다.

그러다가도 또 폭락하고, 또 날아오르고, 또 그때마다 돈이 몰리고···.

그렇듯 상장 상태가 유지되는 한, 개미들의 돈을 뽑아먹으며, 또 다른 돈 잔치들이 매번 벌어지게 되는 것이다.

‘하긴, 유니언테라피도 아직 상장기업이니까, 상폐 전까지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몰라. 그리고 바이오 신약 기술 재현성 실패가 사실이라고 해도··· 공시되기까진 아직 시간이 남아 있을 테고.’

그렇듯 나쁜 종목 추천에 대한 면피를 하고 싶었지만, 그럼에도 생각하면 할수록 여전히 무척 골치 아픈 일인 것은 사실이었다.

그러나 이미 인방 촬영은 코앞이라, 현수는 할 수 없이 마음을 가다듬고서 유니언테라피 오늘 종가를 조심스레 들여다보게 되었다.

어쨌든 오늘 인방은 곧 시작될 거라, 어쨌든 대비를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데 바로 그때!

찝찝한 마음이던 현수의 눈에 생각지도 못한, 아주 뜻밖의 일이 바로 눈앞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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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이게 대체 왜 이러지?’

지금 현수는 호가창을 뚫어져라 쳐다보다가, 이내 두 눈이 점점 더 커지고 있었다. 즉, 평소와는 전혀 다른 변화가 눈앞에서 나타난 것이다.

예를 들어, 호가 39,900원, 즉 +29.97% 상한가가 읽혀지는 바로 그 순간, 숫자가 갑자기 휙 바뀌어져 버리는 것이다.

그러고는 눈앞에 나타난 21,500원, 즉 –29.97% 하한가!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었다.

그때부터 호가가 쉴 새 없이, 39,900원과 21,500원을 오가며, 휙휙 바뀌는 모습이었다. 즉, 숫자가 하나로 결정되지 않고 쉴 새 없이 바뀌면서, 현수의 두 눈을 점점 더 어지럽게 만들고 있었다.

윙윙.

마치 하늘과 땅이 계속 바뀌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인데···.

그러다가 결국 참을 수가 없어 얼른 눈을 꼭 감았다가, 정확히 3초 뒤 호가를 뚫어져라 쳐다보게 된 현수.

‘??!!!’

그 순간, 현수는 자신도 모르게 온몸에 힘이 팍 들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바로 그 무렵, 인방 제작 담당 조영우 PD의 목소리가 힘차게 터져 나오고 있었다.

“지금 바로 카운트다운 들어갑니다! 모두 집중하세요! 김 대표님! 지금 곧 시작합니다. 1번 카메라 봐 주세요!!”

그리고 그 목소리에 반응하며 현수는 바로 고개를 들었고, 그 순간 인방 시작 카운트 다운은 시작되고 있었다.

···10, 9, 8, 7, 6, 5, 4, 3···.

특히, 방송 시각 정각 3초 전, 조영우 PD는 ‘스탠바이 큐!’를 힘차게 외쳤고, 그리고 드디어 정확히 8시 50분 정각이 되면서, KP커뮤니케이션의 두 번째 프로모션 방송, 더 퍼스트 제너레이션 II 개미군단의 주식방송은 드디어 본격적으로 인터넷 방송 송출을 시작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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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음. 안녕하십니까? 개미군단 김현수입니다.”

그렇게 드디어 시작된 방송.

이때, 현수는 조금 전 굳어있던 표정과 달리 아주 환하게 웃으며 카메라를 향해 인사했는데···. 그리고 그는 아주 밝은 목소리로 계속 말을 이어 나갔다.

“회원님들 반갑습니다. 다시 한번 회원님들께 인사를 드리게 되어 정말 기쁘고 또 행복합니다. 하하, 오늘 저는 KP커뮤니케이션의 성공적 인방 런칭에 대해 회원님들께 깊이 감사드리며, 오늘 모든 회원님들께서 함께 보실 수 있는 특별 방송을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그럼 이제부터 저 개미군단은 인터넷 BJ로서, 더 퍼스트 제너레이션 II, KP커뮤니케이션 프로모션 주식방송을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러고는 현수는 여전히 밝은 목소리로 오늘 추천 종목들에 대한 소개를 시작했다. 그런데 바로 이때, 현수는 약간 멈칫했으나 그건 그리 오래 가지 않았고, 이내 눈빛을 반짝이며 다소 뜻밖의 말을 꺼내게 되었다.

즉, 그는 오늘 추천 종목을 한 가지 종목이 아니라, 종목 하나를 더 보태어, 총 두 가지 종목을 추천하겠다고 말한 것이다.

“···음. 그래서 제가 오늘 추천할 종목들을 차례로 하나씩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먼저, 제 첫 번째 추천 종목은 디스플레이 제작 및 각종 광학 부품 설계, 3D 솔루션, 3D프린터 사업 분야에 특징주로 떠오른 대진테크라는 종목입니다.”

그렇게 대진테크에 대한 설명을 밝게 쭉 이어 나가다가···.

그리고 곧이어 현수는 표정을 좀 더 딱딱하게 하며 말을 이어 나갔다.

“···그리고 다음 종목을 소개하기 전, 먼저 회원님께 양해의 말씀을 좀 구하겠습니다. 사실, 오늘 이 인방에서는 Stock24 소속의 최고 인기 BJ! 강남귀족 김준성씨와 저와의 아주 흥미로운, 그러면서도 상호 존중하는 선의의 경쟁을 이 중계 과정에 포함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즉, 저희는 같은 종목으로 동시간대 중계를 하면서, 상호 선의의 경쟁을 벌일 예정입니다. 특히, 김준성씨가 추천하고 저도 동의한··· 즉, 유니언테라피 종목은 요즘 시장에서도 큰 주목을 받고 있는 제약바이오주 종목입니다. 물론, 추천 종목이라고 해도 주가 리딩이 각 BJ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 다만, 저희는 선의의 경쟁을 통해서 더 나은 인방 퀄리티를 확보할 생각이며 앞으로 더욱더 노력할 생각입니다. 그래서 모쪼록 즐기시면서 모쪼록 기분좋게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렇듯 배경설명을 마친 현수는 잠깐 모니터를 쳐다봤다. 그리고 이때 실시간 인방 댓글창은 바로 난리가 난 상태였다.

이번 방송이 단순한 프로모션 방송이 아니라, Stock24의 대형 BJ 강남귀족과의 경쟁 구도가 들어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 회원들은 인방 최초 새로운 볼거리의 등장에 갑자기 흥분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특히, 누군가가 올린 댓글은 곧바로 폭발적인 반응의 도화선이 되고 있었다.

「자, 그럼 종합하면, 공식 주식 BJ 1위 강남귀족, 비공식 주식 BJ 1위 개미군단, 이건 그냥 챔피언 결정전이잖아!!!」

「우아아아아!!! 이게 그렇게 되나?」

「두둥, 챔피언 결정전?!?」

「오호, 이거 뭐야? 이 긴장감은···」

「고로, 누가 대장이냐 이거 가리겠다는 거잖아」

「고럼 이거 레전드 방송 되는 거 아냐?」

「존나 갑자기 흥분됨」

「개미군단님, 진짜 강남귀족이랑 겨루는 거 맞죠?」

「ㅂㅅ, 아까 그랬잖아」

「이 방송, 대박 히트 예감ㅋ」

「ㅋㅋ 완전 초흥미진진 ㅋㅋㅋㅋ」

「미친 플모 방송, 존나 재밌겠다 ㅋㅋㅋㅋㅋ」

「아싸! 대박! 이런 재미까지···」

「그럼 강남귀족도?」

「혹시 누구 Stock24 다녀온 사람없슴?」

그리고 잠시 후, 누군가가 재빨리 Stock24 쪽 정보를 퍼 나르고 있었다. 물론 그 누군가는 Stock24 쪽에 이쪽 정보를 퍼 나르고 있을 것이다.

「진짜래! 진짜!!! 강남귀족도 선언!!! 인방대결 시작!!!」

「종목 유니언테라피!」

「진짜였어? 존나 재밌겠다 ㅋㅋㅋㅋㅋ」

「누구 아이디어래?」

「근데 강남귀족 쪽은 좀 구리다. 저쪽은 유료, 우리는 무료」

「뭔 상관이래. 우리는 굿이나 보고, 돈이나 벌고 ㅋㅋㅋㅋㅋㅋ」

「개미군단님, 응원합니다. 홧팅!!」

「저도 응원합니다!」

「파이팅!」

「우리 개미군단님 응원해줍시다!!」

「와우우우!! 파이팅! 파이팅!」

「개미군단님 꼭 이기세요!」

「저도 응원합니다!」

「저도요!」

「개미군단님 파이팅!」

「개미의 신! 파이팅!」

「꼭 이기세요!」

그렇듯 인방 대결은 드디어 불붙기 시작했는데, 다만 차이점은 현수는 갑자기 두 종목을 가지고 나왔고, 반면 김준성은 유니언테라피 딱 한 종목뿐이다.

그리고 잠시 후, 드디어 본격적인 차트 리딩이 시작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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