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수익률 1,000,000배-144화 (144/170)

<내 수익률 1,000,000배>

파란의 인방(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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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들부들.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은 이민수 전무. 그는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꽉 쥔 주먹으로 힘껏 책상을 연거푸 내려쳤다.

쾅! 쾅!

그러나 그럼에도 도저히 분이 풀리지 않은 그. 결국, 눈앞으로 보이는 펜과 결재 서류를 집더니, 사정없이 저만치 던져 버리고 있었다.

“아, 시발! 이게 뭐야!! 좇 같네!! 최현진 시발 년!”

그는 곧바로 전화기를 들고 있었다.

그리고 곧이어 짧은 통화연결음이 끝나고, 누군가가 전화를 받았는데, 바로 최현진 상무였다.

“야!! 최현진!! 지금 내가 대체 뭘 보고 있는 줄 알아!!! -4,700만 달러야!! 무려 -4,700만 달러!! 너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

성난 이민수.

“뭐!!! 천하의 김현수 대표도 꼬라박았다고? 아이씨. 그 새끼 이야긴 왜 해!! 그렇다고 내 돈이 어디 돌아오냐? 아이씨! 너! 이거 만기일 전까지 복구 안 되면, 너 죽어도 안 본다!! 순 지맘대로야!! 듣기 싫어!!! 끊어!!! 아이씨, 듣기 싫다니까!!! 에이씨!!!”

그렇듯 짜증 섞인 신경질을 확 쏟아내던 이민수 전무는 쾅! 소리를 날 정도로 전화기를 내려치며 바로 전화를 끊어 버렸다.

“김현수? 그 새끼가 뭐라고? 아이 시발! 좇 같네! 내가 왜 그년 말을 들어서 아침부터 이 지랄이야. 아이씨! 열 받아 미치겠네!”

그러고 보면, 지금껏 천재라고 해서 매번 모임 때마다 떠받들어줬던 최현진 상무. 그러나 지금에서야 알고 보니 세상 물정 모르는 순 멍청이가 아닌가. 카이스트 박사에다 완전 천재라고 하더니, 완전 바보에 완전 멍청한 여자였다. 그걸 믿고서 투자를 한 자신은 지금 바보가 되어버린 것이다. 그저 최현진 상무한테 속았다는 생각만 이민수 전무는 머릿속에 떠오를 뿐이었다.

쾅! 쾅! 쾅!

그래도 화가 풀리지 않은 이민수 전무는 주먹으로 데스크를 다시금 힘껏 내려쳤고, 한편으로는 목 주변이 답답한지 넥타이 한쪽 부분을 쭉 늘어뜨리며 매듭을 느슨하게 풀었다.

“4,700만 달러, 이게 대체 얼마야? 무려 550억 원이다! 무려 550억 원!!”

즉, 아무리 투자 실패라고 하더라도 하루아침에 550억 원에 가까운 돈을 날리는 것은 정말 치명적인 실패였다.

물론, 만기일까지 아직 남아 있어, 앞으로 이 투자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일이지만, 그러나 이 정도 급의 피해가 발생한 이상, 손해가 천문학적으로 늘어날 수도 있는 일이었다. 그래서 더 큰 피해를 막으려면 손절 청산이 답일 수밖에 없는 상황. 그러나 피해 액수가 너무 커서, 지금은 꼼짝달싹할 수도 없게 된 게 사실이었다.

- 전무님. 계속 새벽에 전화를 드렸었는데, 음, 그게 도저히 연락이 안 돼서···. 어쨌든 이 종목 현지 분위기 최악입니다. 그게··· 새벽 3시쯤, 현지 FBI 조사 결과가 발표되었는데, 이게··· 으음. 경영진들은 즉각적으로 반발 보도를 냈지만, 그 분위기가 좀···.

그렇듯 조금 전 투자팀 박주식 부장이 전해온 말에 의하면, 현지에서 대형 악재가 터졌고, 그래서 장 마감 때까지 하방 매도 기세가 아주 엄청났다고 한다. 물론, 그나마 한 가닥 희망이라는 것은 막판 매집 기세가 대단해서, 다행스럽게 종가가 그 정도 선에서 끝났다고 한다. 다만, 내일 장은 도저히 예측할 수 없게 된 상태. 결국, 장 초반에 서둘러 손절 청산을 하느냐, 아니면 좀 더 기다린 뒤 그 손해를 줄이느냐, 그것도 아니면 피해가 더 누적되느냐, 이런 아찔한 상황에 놓이게 된 거라고 했다.

‘아이씨, 김현수 그 새끼 좇도 아니네! 하긴, 제 딴 놈이 뭐라고! 괜히 신경만 계속 썼네. 아이씨이, 근데 이 일은 대체 어떻게 해? 아버지도 곧 아실 테고, 아이씨! 대체 뭐라고 말하냐고!’

그렇듯 짜증이 다시 솟구친 이민수 전무는 갑자기 양 손가락에 힘을 주고서 자신의 머리를 뻑뻑 긁다가, 불현듯 정신을 차렸다.

“할 수 없지. 다른 투자로 이걸 덮는 수밖에!”

즉, 전자·전기 쪽 사업을 맡고 있는 형보다 자신이 아버지의 인정을 받으려면, 결국 이번 일은 무조건 덮는 게 맞았다.

사실, 자신이 주로 담당하고 있는 금융계열사 한성금융투자의 실적은 나날이 하락 추세를 걷고 있는 상황인데···. 특히, 최근 주식 인터넷 방송 업체들이 난립하면서 세일즈&트레이딩(S&T) 관련 수익들은 갈수록 감소하고 있었고, 또한 저번에 터진 미국발 대형 펀드 사건 때문에 전분기 대비 이익이 곧 마이너스가 날 상황이었다. 다만, 채권 관련 자산 운용 수익은 무척 안정적인 편인데, 금융투자사가 이런 안정적인 수익에 절대 만족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으음. 미국 펀드 일은 어쨌든 Standard Julius를 통해서 해결부터 하고··· 또한, 요즘 주가지수가 우상향이니까, 코스피, 코스닥 ETF(exchange traded fund: 상장지수펀드) 발행부터 서둘러야겠어. 원유 ETF, 인버스 ETF 상품도 빨리 발행하고. 특히, 경기가 나쁘지 않으니까 서둘러 FX마진 포함 CFD(contract for difference) 쪽도 더 늦기 전에 공격적 투자를 시작해야겠어.’

그렇듯 생각을 정리하면서도 이민수 전무는 다시 짜증이 팍 나고 있었다.

“아이씨! 또 짜증 나네! 대체 밥버러지 새끼들은 왜 이런 일 하나 제대로 못 해!! 하나같이 월급만 축내는 밥버러지 새끼들!! 이런 거 하나 제대로 대응조차 못 하고! 시발! 내 눈치만 보는 부장 새끼부터가 마음에 하나도 안 들어! 어디 아침부터 한번 죽어봐라!”

그리고 그때부터 그는 부장급 이하 직원들을 하나둘 호출하기 시작했는데···. 그렇듯 아침부터 그가 직원들을 대상으로 아주 심각하게 신경질을 부리던 바로 그 시각, 현수는 서둘러 KHS컴퍼니 본사에서 빠져나와, 잠실 쪽에 자리 잡은 KP커뮤니케이션의 새로운 본사 겸 인방 촬영장으로 향하고 있었다. 다름이 아니라, 현수는 오늘 아침 8시 50분부터 시작되는 더 퍼스트 제너레이션 II 개미군단의 주식방송 프로모션 촬영을 위해서, 잠실 KP커뮤니케이션 본사로 향하고 있는 것이었다.

-61-

“김 대표. 준비 다 됐어? 지금 아주 급한데···.”

어느덧 아침 8시 30분.

그러고 보면, 어젯밤부터 오늘 새벽까지 진행된 KHS컴퍼니의 프랭클린&크로스 로직스 옵션 투자. 그 투자가 아주 성공적으로 마무리된 터라, 현수는 강세훈 상무 이하 직원들을 격려하기 위해 KHS컴퍼니 본사를 방문해야 했고, 결국 조금 늦은 시각인 아침 8시에 KP커뮤니케이션 본사에 도착하게 된 것이었다.

그 때문에 부랴부랴 메이크업을 마치고 의상도 서둘러 갈아입었지만, 벌써 생방송 촬영 시각은 코앞으로 다가온 상태였다.

“다 됐어. 지금 나갈게.”

다행히 재빨리 준비를 마친 터라 현수는 곧바로 BJ대기실에서 나왔고, 한걸음에 인방 촬영장으로 들어섰다.

이미 촬영 카메라들을 세트장 쪽으로 맞춰져 있었고, 촬영 테스트 진행도 어느 정도 마무리된 상태다.

- 그럼 최 감독님 카메라 상태 괜찮죠?

- 네. 문제없습니다!

- 인터넷 송신 회선 괜찮나요?

- 네. 여기도 문제없습니다.

- 실시간 스트리밍 쪽 괜찮습니까?

- 오케이! 괜찮아요!

그리고 이때, 현수는 자신의 자리에 착석한 뒤, 곧바로 컴퓨터 모니터 화면을 유심히 살펴봤는데, 그는 특히 오늘 자신이 중계할 종목을 다시 한번 유심히 쳐다보고 있었다.

‘유니언테라피?’

바로 이 종목은 강남귀족 김준성이 지정한 종목으로 김준성이 가장 선호하고 있는 제약바이오주에 속한 종목이었다.

즉, 이 종목 하나에만 집중해서 두 사람은 동시에 인방을 진행할 예정인데···. 즉, 인방 시작 후, 간단한 소개말이 끝난 뒤, 두 사람은 각자 이번 인방 대결에 대해서 동시에 언급할 예정이었다.

‘음. 근데 제약바이오주라···.’

그리고 그 순간, 현수는 이때 한국대 약대 대학원생들인 서명석과 홍서영을 동시에 떠올렸는데···.

‘그래. 명석이랑 홍서영씨.’

그런데 그러고 보면 현수는 그간 미국 출장을 다녀와야 했고, 또한 괴 노인 막씨밀리아노 헤수스의 제안에 대한 고민 등, 한편으로는 프랭클린&크로스 로직스 풋옵션 투자 등 이런저런 일들로 너무 바빠, 이 종목 분석들을 좀 더 다양한 시각에서 진행하지 못한 것도 사실이었다.

그럼에도 사실, 자신에게는 아주 강력한 무기가 있지 않은가. 즉, 미래 주가를 아는 것!

하지만,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현수는 재빨리 휴대폰을 꺼냈고, 곧바로 친구 명석에게 전화를 걸게 되었다.

앞으로 인방 시작까지, 불과 19분이 남은 시점이었다.

##

“명석아! 지금 혹시 통화돼? 일어났어?”

“어? 현수? 야! 근데 너 지금 인방 곧 시작 아냐?”

“어? 너 알고 있었네?”

“인마, 당연하지! 얼마나 중요한 인방인데! 아침 일찍 랩에 나와서 서영이랑 인방 보려고 지금 기다리고 있었어. 나 지금 완전 총알 만빵으로 준비했어. 야! 김현수, 진짜 잘 부탁한다! 하하하.”

“야, 그랬구나. 그럼 정말 잘 됐다! 나, 지금 너한테 꼭 물어볼 게 있는데···.”

“어? 지금? 대체 뭘?”

“오늘 인방 종목.”

“??? 야! 근데 그걸 왜 나한테 물어?”

“아니, 그게 아니라, 야, 명석아! 오늘 타깃 종목이 유니언테라피라는 종목이거든. 혹시 너 그쪽 회사에 대해서, 혹시 들어본 적 있어? 혹시 그 회사 기술에 대해서 네가 좀 아는 게 있는가 해서···.”

“어? 뭐라고???”

“야, 미안. 내가 요즘 많이 바빠서 너한테 전화한다는 생각을, 미처 못했다. 그렇다고 놀라지 말고. 우리 회사 직원들이 나한테 보고한 자료들은 내가 다 검토해서 다 아는데, 이게 좀 알맹이가 좀 빠진 것 같아서···.”

“야, 그래도 너! 지금 곧 인방 시작이잖아? 야! 잠깐만! (서영아, 혹시 유니언테라피에 대해서 들어봤어? 어어······ 진짜? 거기 최경진 교수님 라인 쪽이라고?) 야! 현수야, 그럼 말이다. 너 지금 당장 뭐가 궁금한데?”

“그쪽 기술 가치! 특히, 기술 가치 쪽! 그리고 혹시 제약업계에서 유니언테라피에 대한 어떤 소문이나 정보들이 돌고 있는지···. 네 의견 받으면 인방 때 바로 참고할게.”

“야! 야! 그런 거 있으면, 좀 더 빨리 물어보지 그랬어? 알았어. 서영이가 지금 서둘러 정리하고 있으니까, 나도 연구소 다니는 선배들한테 전화 돌려서, 이것저것 좀 알아볼게. 잠깐 기다려!”

그러고는 전화를 끊은 뒤, 그로부터 딱 13분 뒤, 다시 전화가 왔는데···. 서명석의 전화였다.

“현수아. 잘 들어. 조금 전, 최경진 교수님 랩, 포닥 선생님하고 통화가 됐는데, 아주 간단하게 말할게. 유니언테라피 바이오 합성기술 재현성 실패! 음, 곧 망할 회사란다.”

그렇듯 서명석은 아주 짧게, 또한 아주 단호하게 말을 하고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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