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수익률 1,000,000배-140화 (140/170)

<내 수익률 1,000,000배>

세계 금융 재벌(2)

-59-

이번에는 홀로 모습을 드러낸 막씨밀리아노 헤수스. 그는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응접실 테이블에 모자를 벗었고, 그러고는 조용히 의자에 앉았다.

“오늘은 불청객이 아니라, 허락받은 손님 자격으로 왔네. 나로 인한 지난 기억이 나쁘더라고, 지금 이 시각 잠시 잊어주게.”

한편, 모자를 벗자 확연하게 드러난 백발의 유대인, 막씨밀리아노 헤수스의 모습. 주름진 이마 아래로 얇고 가는 눈썹, 그리고 아주 날카로운 두 눈을 가진 헤수스의 모습은 아주 강한 인상을 주고 있는 게 사실이었다.

그는 현수의 반대편에 앉았는데···. 이때 그가 선물로 가져온, 병이 아주 화려한 양주 한 병이 가운데 놓였으며, 또한 각자의 앞에 위스키 전용 잔과 얼음 통이 함께 세팅된 상태였다. 특히, 아래쪽이 좀 더 넓고 잔 입구는 좁아서 위스키 향을 잘 모아줄 수 있는 이 글렌캐넌이라는 잔 역시 그가 직접 가져온 것이었다.

“···먼저 한잔하지. 이 술은 내가 가장 아끼는 술이네. 이게 바로 지난날 영국 여왕의 대관식에 헌정됐던 그 로얄살루트라는 스카치위스키네.”

‘음. 스카치 위스키?’

“특히 이건 거의 60년가량 숙성된 건데, 더 향이 깊은 게 특징이지. 흠, 그렇군. 내가 먼저 마시지. 자네의 경계심은 충분히 이해가 가니까.”

그러고는 헤수스는 먼저 술을 자신의 술잔에 따른 뒤, 곧이어 스트레이트로 아주 깔끔하게 위스키를 마셨다. 보통, 이런 술의 알코올 도수는 대략 40도가 넘어서는데, 그래서 그냥 스트레이트로 마시기에는 좀 부담스러울 수가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는 단번에 마신 뒤, 잔을 부드럽게 테이블 위에 내려놓고 있었다

“음. 이제 자네도 한잔하지.”

그래서 현수는 병이 화려한 묵직한 로얄살루트를 손에 들었고, 술을 자신의 잔에 조심스레 따랐다. 한편, 그 잔에 미리 얼음을 몇 개 넣어둔 상태였는데, 보통 이런 식의 온더락(On the rock) 형식의 음용 법은 술이 차가워져 목 넘김이 훨씬 더 좋아지게 된다. 그럼에도 위스키 본연의 향과 맛이 좀 사라진 것도 사실. 이때, 현수의 그런 모습을 힐끔 쳐다본 뒤, 헤수스는 피식 웃고는 자신의 잔에도 다시 술을 따랐다. 물론 그는 얼음을 넣지 않았다.

“그것도 괜찮겠군. 독한 술을 마시며 정신을 잃는 것보단··· 차갑고 희석된 술을 마시는 게 자신을 보호하기에 딱 좋은 방법이지.”

그렇듯 헤수스는 지금 현수의 동작 하나하나를 유심히 들여다보고 있는 모습이다. 물론, 현수가 단순히 위스키 취향이 아니다 보니 얼음을 넣었다는 것을 헤수스는 바로 깨닫지 못했는데···. 어쨌든 현수는 계속 자신의 표정을 관리하면서, 그와의 대화를 계속 이어 나가고 있었다.

“그럼 이제 본격적인 대화를 시작하지. 그 전에 묻고 싶은 게 있는 눈빛인데? 뭐든 말해 보게.”

“음. 좋습니다. 그럼 묻겠습니다. 우선, 세계적 헷지 펀드들이 큰 연대를 만들고, 또한 큰일을 준비한다는 것, 그건 대략 알겠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이해가 안 되는군요. 왜 호텔에서 그때···.”

그렇듯 다시 베트남 하노이 호텔 일을 이야기하고 있는 현수.

그러자 헤수스는 이때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켰다.

“날 잘 보게. 이렇듯 갖춰 입고 약속을 잡은 신사의 방문은 이렇게 무난하지 않나? 아마 자네가 만난 사람들은 다들 이런 모습을 하고 있을 거네. 그러나 나는 내 속에 도사린 그 욕망을 절대 숨기는 사람이 아니네. 다만 자네에 대해 알고 싶어, 나는 자네를 시험했을 뿐이네. 순수한 내 가치관에 따라···.”

“네???”

“좀 더 설명을 하지. 혹시 이 이야기를 아나?”

“···?”

“음. 그 옛날, 그 고명한 영국의 귀족들은 원래가 프랑스 북부 노르망디 출신의 야만적인 기사들이었네.”

“···.”

“즉, 아주 오래전, 노르망디 공국 공작이 영국을 점령할 때, 이때 그의 야만적인 기사들도 영국 땅으로 넘어와, 영국 귀족의 시초가 되었지. 이후, 그들은 자신들의 야만성을 감추기 위해, 고상한 복식과 예법 문화를 만들었고, 이게 바로 새로운 계급인 젠트리(Gentry) 형성에 기여했네. 이런 역사를 가진 영국의 젠틀맨들! 이들은 산업혁명을 성공한 뒤, 앞다투어 세계 각지로 달려갔고, 세계 각지에서 수많은 살육 끝에 수많은 식민지들을 만들었네.”

“···.”

“흠. 오늘날의 금융재벌 역시 마찬가지지. 그들 역시 젠틀맨의 모습을 하고 있으나, 그 속내는 거짓과 야망과 탐욕의 화신이네.”

“음. 그럼 당신은 그들과 다르다는 말입니까?”

“그래. 그런 의미지. 나는 그들과 달라.”

“···?”

“정확히 말하면, 그들보다 더 동물적이네. 나는 더 육감적으로 행동하고, 또한 더 과감하고, 또한 더 욕망적이네. 특히, 내가 갖고 싶은 게 있다면, 나는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무조건 가지려고 하는 사람이네.”

“···!?”

“베트남에서 자네를 테스트한 것은··· 나의 수단과 방법에 어울리는 적절한 파트너인지를 확인하기 위한 셈이지.”

그리고 그 순간, 현수의 표정은 좀 더 굳어지고 있었다. 왜냐하면, 헤수스의 저의가 더욱더 의심스러워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눈앞의 노인은 자신과 완전히 다른 사고와 완전히 다른 차원 속에 살고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확실히 깨닫게 되었다.

“이른바 공포심 앞에서는 누구나 자신의 모든 것들이 다 나오게 되지. 일례로 투자를 할 때도 이런 것들은 금방 발견될 수가 있네. 간단히 말하면, 약간의 손해에도 밤잠을 설치는 사람들, 이런 사람들을 절대 투자를 할 수 없는 사람들이지. 그러나 너무 과한 확신을 가지는 사람들, 나중에 딱! 큰일을 당하고 크게 손해를 입고 크게 자멸할 사람이네.”

그리고 이때, 현수는 헤수스를 좀 더 다른 시각을 바라보다가, 한편으로는 그의 말을 듣고서 좀 묘한 느낌도 들었다.

왜냐하면, 과거 자신은 150만 원으로 첫 주식투자를 했을 때 하한가를 한 번 먹고서 그렇게 난리를 피우지 않았던가. 그러나 그날 운 좋게도 자신은 자신의 감춰진 능력을 완전히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자신은 완전히 달라지지 않았던가. 그러고 보면, 자신은 과한 확신이 아니라 완전한 확신을 가지고서 투자를 하는 축이라고 볼 수 있다.

한편, 대화 중에 헤수스는 약간 목이 마른 듯, 다시 스트레이트로 술을 마셨는데···. 곧바로 그가 빈 잔을 테이블에 내려놓자, 이때 현수는 바로 입을 열었다.

“음. 당신의 의도가 아직도 마음에 들지 않지만, 그러나 그런 적의가 다시 절 노릴 수 있는 거 아닙니까?”

“후후. 오해를 했군. 이번 일이 끝난 뒤, 내가 설마 자네와 계속 일을 할 거라고 생각하나? 나는 항상 혼자였고, 앞으로도 혼자가 될 거네.”

“네? 그럼 저와 협력을 하고 싶다는 뜻이 아니었습니까?”

“오해하지 말게. 나는 그저 자네와 일시적인 파트너가 되고 싶을 뿐이네.”

“흠. 그렇다면 한가지 궁금한 게 있습니다.”

“말해 보게.”

“당신이 가지고 있는 펀드의 규모··· 그건 대체 어느 정도입니까?”

“허허, 내 자금이 무척 궁금한가 보군?”

“네. 1억 달러를 폭행 보상금으로 지급할 수 있는 사람은··· 아마 당신 외에는 없을 겁니다.”

그렇듯 현수가 직설적으로 묻자, 헤수스는 주름진 입꼬리를 슬쩍 올리며, 또한 날카로운 두 눈을 다시금 반짝거렸다. 특히, 그의 잿빛 얇은 눈썹이 살짝 위로 올라갔는데, 이때 그의 새카만 눈동자는 더욱더 반짝이고 있었다.

“흠. 자네는 아마 무척 궁금할 테지만···.”

“···?”

“현시점에서 나는 그걸 말할 용의가 없네. 왜냐하면, 내가 보는 자네의 수준은··· 그저 금융계의 새로운 천재 용병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네.”

“네??”

“간단히 예를 하나 들어주지. 음. 지금껏 자네가 큰 수익을 거둔 파생금융시장 쪽, 즉 옵션 시장이 대체 어떤 곳인지 자네는 잘 알고 있나?”

“···?”

“허허! 따지고 보면, 수학, 통계, 정보, 가치분석, 투자 전략, 기회, 도전 등등, 모든 논리와 비전이 아주 잘 포장된 곳이지. 허나 이곳은 바로 돈을 가진 어리석은 자들을 끌어들여 그들의 부를 강탈하기 위해 만들어 놓은, 아주 합법적인 강탈장이네. 즉, 더 높은 곳에 있는 자들에겐 돈이 쌓이는 금고나 다를 바 없네. 음. 간단하게 이렇게 보면 되겠군. 막대한 자금력을 가진 자가 선물옵션과 실물 주식을 동시에 공략하면, 그게 어떻게 되는 줄 아나? 그자는 무조건 돈을 벌게 되네. 수학, 통계, 정보, 가치분석, 투자 전략, 이런 거 따윈 아무 필요도 없이! 그게 바로 제로섬으로 가장된, 그 강탈장의 방식이지. 물론, 자네 같은 천재가 나타나면 그곳이 좀 더 교란이 되는 것도 사실이지.”

“음.”

“그 때문에 크고 성대한 파티를 열려는 사람들은 아마 자네를 무척 의식하고 있을 거네. 어떤 경우를 막론하고, 백만 배를 넘어서는 수익률을 가진 사람은 지금껏 나오지 않았으니까. 물론, 지금은 큰 전쟁을 앞두고 있어, 자네의 안전은 일시적으로 보장되겠지만, 그 전쟁이 끝나고 나면, 또 다른 작은 전쟁들이 벌어지게 될 거네. 왜냐하면, 항상 그랬듯··· 위대한 승리는 항상 제한된 소수의 몫이니까.”

“···.”

“그렇듯 고상한 체하는 그들과 달리, 나는 좀 더 냄새나는 늑대라고 할 수 있지. 나는 먹잇감이 정해지면, 내장까지 뽑아 먹고 뼈까지 남김없이 싹 다 발라 먹네. 그래서 그들의 눈에는 내 모습이 무척 성가실 수밖에 없지. 지독해 보이거든. 섬뜩해 보이니까. 이게 무슨 말인지 알겠나?”

“네?”

“나는 그들을 노리는··· 그 위쪽 먹이사슬의 포식자네.”

그리고 그 순간, 현수의 눈이 약간 커지고 있었다.

“아마 나 같은 사람이 없다면, 이스라엘은 건국되지도 못했을 거네. 또한, 금융계의 균형은 진작에 깨졌을 테지.”

그러면서 그는 초월적인 힘을 지닌 금융재벌들끼리 손을 잡고서 금융 공격을 감행했던, 90년대 초반 일본식 경제 붕괴, 1992년 영국 파운드화 폭락 사태, 90년대 중반·후반의 멕시코, 브라질, 베네수엘라, 콜로비아 등의 외환 위기, 1997년 한국을 비롯한 동남아 외환 위기 등등, 이루 말할 수 없는 금융전쟁들을 언급했다.

“···음. 그때 러시아는 좀 달랐지. 일방적인 모라토리엄(채무지급유예) 선언을 했고, 그래서 러시아는 살아남았어. 일방적인 모라토리엄 덕분에 러시아는 채무 30%를 바로 탕감받았고, 반면 세계적인 헷지펀드들, 퀀텀펀드와 타이거펀드는 큰 피해를 입고서 몰락하고 말았어.”

“음.”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때 나는 역설적으로 큰돈을 벌었어. 바로 러시아인 내 파트너 덕분이지.”

“···.”

“허허! 그리고 이제 다시 큰 기회가 나에게 온 것 같네. 그들이 근 몇십 년 만에··· 다시금 큰 먹잇감을 노리게 됐으니까.”

“음. 그러니까 당신의 타깃은 바로 그 금융 카르텔들이라는 말씀입니까?”

“그렇기도 하지. 결국, 대다수의 돈은 그들에게서도 흘러나올 테니까.”

“음.”

“자네가 날 위해, 몇 개의 공격 패턴 포인트들을 정확히 분석해서 내게 미리 알려준다면, 내가 가지게 될 수익의 최대 30%를 자네에게 할당하겠네. 물론 이 수익과 별도로, 자네 스스로 자네의 투자를 직접 해도 무방하네.”

“음.”

“다만 10월이 끝나기 전까지, 반드시 나에게 참여 확답을 해 줘야 하네. 투자는 기회이고, 그 기회를 놓치는 것은 바로 투자의 끝이네. 그 점만 꼭 명심하게.”

그렇듯 막씨밀리아노 헤수스와의 긴 대화는 끝났는데, 이때 현수는 좀 더 생각이 많아지는 게 사실이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현수는 Standard Julius 경영진 미팅을 시작으로 이런저런 회의를 이어 나갔고, 또한 이날 저녁때 시에나 줄리어스와 식사를 같이 하기도 했다. 그리고 한편, 뉴욕법인을 이제 책임지게 된 김상범 전무 외에 뉴욕법인의 강동식 과장 등을 현수는 다음 날 만나, 투자 관련된 회의를 하루 내내 진행하기도 했다.

그리고 그 일들을 무사히 마친 현수는 드디어 귀국길에 오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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