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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금융 재벌(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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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현수는 잠시 후 호텔로 들어가 짐을 푼 뒤 휴식을 취했고, 그리고 어느덧 저녁 7시에 맞춰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인 뉴욕 장-조지스(Jean-Georges) 고급 레스토랑으로 향하게 되었다.
이른바 금색으로 치장된 뉴욕 트럼프 타워 내에 위치하고 있는 레스토랑인데, 현수는 약속 시각에 늦지 않게 그곳에 도착하게 되었다.
“킴?”
“네. 접니다.”
“예약된 곳은 저깁니다.”
이때, 흰 와이셔츠에 검은색 정복 차림인 레스토랑 종업원의 안내를 받은 현수는 안쪽 창가 쪽으로 가서 앉았는데···. 이곳은 패셔너블한 천장 조명 디자인 외에도 새하얀 느낌의 내부 인테리어 때문에 무척 깔끔하다는 인상을 주고 있었다. 또한, 테이블마다 화사한 꽃 화병이 각각 놓여있어 좀 아기자기하다는 느낌을 또한 가질 수 있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비서진 한 명만을 대동한 한 노인이 여자 종업원의 안내를 받아 이쪽으로 터벅터벅 걸어오고 있었다. 그 인기척에 바로 고개를 돌린 현수. 그리고 점점 더 가까워지는 노인의 모습에 현수는 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는데, 어느덧 코앞까지 이른 노인은 아주 소탈한 모습임에도 아주 호기심이 넘치는 눈으로 현수를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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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핫, 반갑습니다. 제가 바로 클리프입니다.”
즉, 클리프 줄리어스 회장, 세계적인 금융그룹 Standard Julius를 이끌고 있는 그는 세계 금융계에서 아주 놀라운 사람이었다.
현재 그의 나이는 75.
세계적인 억만장자의 대열에서도 남들보다 더 높이 서 있는 그는 의외로 좀 늦게 결혼을 했는데···. 그 때문에 그의 둘째 딸 시에나 줄리어스는 이제 겨우 33살에 불과했다.
한편, 현수의 눈앞으로 보이는 그의 모습은 새하얗게 변한 머리카락 외에는 의외로 피부가 무척 좋은 편이었는데, 웃는 인상 역시 아주 밝아 보였다.
“아, 네. 반갑습니다. KHS컴퍼니의 김현수입니다.”
이때, 현수는 아주 예의 바르게 인사했고, 두 사람을 힘껏 악수했다.
“그리고 이쪽은··· 스칼렛. 내 막내딸이네.”
그렇듯 곧이어 자신의 일행도 소개를 하는 클리프 줄리어스 회장. 이때, 현수는 흠칫 놀랐는데, 정장 차림의 아주 젊은 여성이 비서가 아니라 클리프 줄리어스 회장의 막내딸이었던 것이다.
“저는 스칼렛 줄리어스, 처음 뵙겠어요.”
그렇게 말하며 스칼렛 줄리어스는 묘한 눈길로 현수를 응시했는데···. 그러고 보면, 시에나 줄리어스를 닮은 듯, 백인 미녀다운 오밀조밀한 이목구비를 갖추고 있는 모습이었다.
“아, 만나서 반갑습니다. 김현수입니다.”
그렇게 서로 인사를 마친 뒤, 드디어 세 사람은 테이블을 가운데 두고서 서로 둘러앉게 되었다.
“핫핫, 원래 집으로 김 대표님을 초대하려고 했는데, 저희 집의 요리사가 최근에 계속 바뀌면서 손님을 좀 맞이하기가 그렇게 됐습니다.”
“네. 맞아요. 아빠. 저도 그 때문에 입맛이 좀 안 좋아졌어요.”
그렇듯 아주 편안하게 대화를 하고 있는 두 사람. 정말 요리사 때문에 자신을 집으로 초대하지 않은 것인지, 또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현수는 그저 웃으며 그들의 대화에 끼어들었다.
“그럼 여긴 괜찮은 곳입니까?”
“네. 그건 제가 말씀드릴게요.”
그래서 스칼렛은 바로 설명을 시작했다.
“우선 여긴 가격이 저렴한 데다가, 분위기도 아주 좋아요. 특히, 입맛을 당기는 요리들이 제법 잘 나오죠. 이를테면, 딸기소스에 절인 사과, 훈제연어, 튀김, 수프도 맛있고, 초록색 딜 퓨레(Dill puree)와 연노랑색 레몬 거품(oil-lemon foam)이 어우러진 송어 알 요리도 일품이에요. Parmesan crusted organic chicken confit도 괜찮은데 겉이 바싹하면서 안은 촉촉하고, 레몬향이 산뜻해서 무척 매력적인 맛이에요. 메인요리로써 흰살생선 스테이크나 안심 스테이크 요리도 괜찮아요.”
그렇듯 아주 세세하게 설명을 하고 있는 스칼렛. 그러면서 그녀는 벽안의 신비로운 두 눈을 계속 반짝이고 있었다.
“하하. 말만 들어도 아주 맛있겠습니다.”
그러면서 현수는 미소를 지었는데···. 바로 그때 클리프 줄리어스 회장은 슬그머니 입가의 미소를 지우더니, 곧이어 자신의 안 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내어 현수에게 조용히 내밀고 있었다.
즉, 가타부타 설명도 없어, 반으로 접힌 작은 종이를 건네고 있는 클리프 줄리어스 회장.
이때, 현수는 어리둥절해 하며 그 종이를 받게 되었는데···.
그건 바로 쪽지였다.
그러고 보면, 앞서 막씨밀리아노 헤수스도 쪽지를 전달했는데, 이번에는 클리프 줄리어스 회장 역시 쪽지를 주며 뭔가를 먼저 이야기하고 있었다. 혹시 이게 미국 최상류층 문화가 아닌가 하는 그런 생각마저 현수는 들 정도였다.
‘음. 그러니까··· Standard Julius와 평생 함께할 생각이 있다면··· 평생 도움을 주겠다, 그런 이야기 같은데?’
그러면서도 현수는 다시금 그 쪽지를 쳐다봤는데···.
If you cooperate with me, you will have the strongest shield throughout your long life.
쪽지는 영어로 그렇게 정확히 적혀 있었다.
한편, 잠시 후 고개를 든 현수는 다소 강렬한 눈으로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클리프 줄리어스 회장과 반면 신기한 듯 자신을 계속 쳐다보고 있는 스칼렛 줄리어스를 번갈아 가며 쳐다본 뒤, 조금 조심스럽게 입을 열게 되었다.
“음. 우선 저는··· 앞으로 BE파이낸스금융 인수 프로젝트에 대해서 전력을 다해서 뛰어들 생각입니다. 그리고 조그만 저희 회사가··· 이 공동 컨소시엄에 참여할 기회를 갖게 되어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번 더 깊이 감사드립니다. 특히, 세계적인 금융그룹 Standard Julius와 같은 컨소시엄에 들어가게 되어, 저로서는 크나큰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또한, Standard Julius와의 앞으로의 관계 역시 아주 원만하게 이루어지길 기대하는 바입니다.”
그렇듯 현수는 다소 애매하게 대답을 하게 되었다.
왜냐하면, 괴 노인 막씨밀리아노 헤수스가 가장 먼저 선수를 쳐서 자신에게 제안을 했는데, 곧이어 롱텀펀드 마크 그린백 사장으로부터 또 다른 제안을 받기도 했다. 그런 데다가 이번에는 Standard Julius의 클리프 줄리어스 회장까지 자신에게 뭔가 제안을 하는 모양새여서, 이전과 달리 현수는 더욱더 언행에 조심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음. 그러면 그 말씀은··· 이원진 부사장처럼, 김 대표님 역시 우리의 오랜 친우가 되겠다는 말씀입니까?”
그렇듯 클리프 줄리어스 회장은 곧이어 현수의 대답을 재확인하듯, 직설적으로 그런 질문까지 던졌는데···.
이때, 현수는 좀 당혹스러운 게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는 재빨리 재치를 발휘하며 아주 영리하게 대답을 이어 나갔다.
“음. 간단히 비유를 하자면, 예를 들어··· 상대에게 총을 겨누고 위협하지 않는다면, 언제나 기분 좋은 친우가 될 수 있다고,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음, 그야 그건 당연한 말입니다만, 제 말은···.”
“네! 알고 있습니다. 회장님. 그리고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If you cooperate with me, you will have the strongest shield throughout your long life.”
그렇듯 현수는 자신이 받은 쪽지 그대로 돌려서 말을 했고, 그러자 바로 그 순간 클리프 줄리어스 회장은 잠시 멈칫하며 미간을 조금 좁혔다가 이내 아주 환하게 웃고 있었다.
“핫핫핫, 핫핫핫. 아주 재밌군요. 핫핫핫.”
그러고는 그는 웃음을 그친 뒤, 다시 말을 이어 나갔다.
“흠, 김 대표님, 김 대표님은 이원진 부사장보다 훨씬 더 젊고 더 활기차군요. 우선은 김 대표님께 더 큰 기대감을 품어보겠습니다. 하하하.”
그렇듯 다행히 대답을 잘 마친 현수는 이때부터는 좀 더 편안하게 대화를 할 수 있었고, 저녁 식사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때 틈틈이 BE파이낸스금융 관련된 이야기들도 나왔는데, 그때마다 스칼렛은 아주 눈을 반짝이며 그 말들을 유심히 듣고 있었다.
그리고 어느덧 2시간 30분 남짓 이어지던 긴 식사는 마침내 거의 끝이 났는데···.
이때 클리프 줄리어스 회장은 느긋하게 마시던 커피잔을 천천히 내려놓은 뒤, 곧이어 자신의 안주머니에서 다시 뭔가를 꺼내어 현수에게 조용히 내밀고 있었다. 이번에도 역시 반쯤 접혀있는 종이, 즉 글이 적혀 있는 쪽지였다.
그리고 이때, 현수는 그것을 받아서 즉각 읽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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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10억 달러라?’
이때 현수의 표정은 좀 미묘하게 바뀌고 있었는데, 그럼에도 자신의 속내가 드러나지 않으려고 무척 노력하고 있는 중이었다.
즉, 그 쪽지에 적힌 펜글씨 내용은 이러했다.
I can lend you a billion dollars as a collateral for a portion of your Korean company. Of course, collateral is formal, I am very excited about the relationship.
다시 말해서, 한국 KHS컴퍼니의 일정 자산을 담보로 해서 Standard Julius가 10억 달러의 돈을 빌려줄 수 있다는 말이었다. 물론, 현수는 이미 돈이 넘칠 정도로 많은 상태라, 구태여 돈을 빌릴 필요가 전혀 없다. 그러나 이때 현수는 곧바로 다른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음. 이 정도 돈이라면 해외투자가 순식간에 궤도에 오를 수 있겠는데···.’
즉, 이 돈은 해외 자금인 셈이다. 국내에서 아주 위험하게 빼내는 그런 자금이 아니고, 순수한 해외 자금인 것이다.
그러다 보니, 이 제안은 생각 이상으로 달콤한 제안인 게 사실! 즉, 이 돈을 굴린다면, 자신의 뉴욕법인과 각 조세회피처 법인들은 아주 빠르게 성장하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현수는 또한 정반대되는 생각도 동시에 하게 되었다. 왜냐하면, 막씨밀리아노 헤수스와 마크 그린백 사장 등으로부터 직접적인 제안을 받은 것도 있고, 특히 최근 세계 금융계에 뭔가 큰 변화가 생기고 있는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즉, 이 제안을 덥석 받아들이는 것은 은근히 껄끄럽게 느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흠, 이런 자금 수혈은 겉으로는 좋지만, 아마도 뭔가 대가가 따르겠지?’
즉, 무언가 큰 것을 앞둔 상태라, 스스로의 행동에도 좀 더 조심을 기할 수밖에 없었고, 그래서 현수는 우선은 이 제안을 보류하기로 결정했다.
“음. 감사합니다만, 회장님. 이 부분에 대해서 제가 좀 더 고민해 보겠습니다.”
그렇듯 현수가 말하자, 클리프 줄리어스 회장은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좋습니다. 그럼, 내일 회의 때 만나, 다시 이야기합시다.”
“네. 회장님. 그럼 내일 뵙겠습니다.”
그리고 이때, 그의 막내딸 스칼렛 줄리어스는 재빨리 현수에게 말을 던졌는데···.
“김 대표님. 평생 얻기 힘든 기회일 수도 있어요. 잘 생각해 보세요. 저희는 나쁜 사람들이 아니에요.”
“네. 조언 감사합니다. 숙고하겠습니다.”
그리고 그걸 마지막으로 세 사람은 나란히 레스토랑에서 걸어 나왔고, 잠시 후 인근 도로에 대기하고 있던 각 경호원들은 각자의 VIP들을 태우고 각기 움직였다.
한편, 현수는 강태현이 운전하는 렌트카 차량 뒷좌석에 앉아 있다가, 이때 10억 달러짜리 제안이 담긴 쪽지를 다시금 쳐다보며 좀 더 깊은 생각에 빠져들게 되었다.
‘음. 10억 달러라···. 이게 있으면 좀 더 빨리 셋업이 되는 게 사실인데···.’
즉, 어쩌면 가장 필요한 순간일 수도 있는 바로 그 순간! 딱 그 시점에 맞춰 날아온 10억 달러짜리 제안.
그 때문에 현수의 마음이 많이 흔들리는 것도 사실이었다.
그리고 어쨌든 잠시 후, 호텔에 도착한 현수는 다시금 여독을 풀며 휴식을 취했는데···. 그리고 그 날 밤 11시가 거의 다 되어갈 무렵, 갑작스러운 전화가 현수의 방으로 걸려왔고, 그리고 잠시 후, 이번에는 아주 정중한 양복 차림에 모자까지 쓴 막씨밀리아노 헤수스가 현수의 방으로 조용히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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